7화(5,022자) · 여기는 아홉이 서로 때린다
여섯이오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삼월 초하루에 저는 여울목으로 갔습니다.
스승께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말씀드리면 가지 말라고 하실 것 같았고, 말리시면 안 갈 것 같았습니다.
배로 하루입니다.
아랫여울에서 한 번 갈아탑니다. 갈아타는 나루에서 하란을 만났습니다.
“유원 표사.”
“…하란 님.”
“어디 가시오?”
저는 거짓말을 못 합니다.
“여울목에 갑니다.”
하란이 삿대를 짚던 손을 멈췄습니다.
“…거기를 아오?”
“스승님께 들었습니다.”
“임 표사가 말해 줬소?”
“예.”
하란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나도 가겠소.”
“…왜요?”
“나도 세 해 동안 못 가 봤소.”
여울목은 작습니다.
건너말 반쯤 됩니다. 표국이 하나고 객사가 하나입니다.
나루에 내렸는데 아무도 안 나와 있었습니다.
배 타는 사람이 말했습니다.
“여기는 마중 안 나오오.”
“…왜요?”
“나올 사람이 없소.”
우리는 표국을 찾아갔습니다.
마당에 사람이 여섯 있었습니다.
여섯이 다 앉아 있었습니다.
하나가 일어나서 왔습니다.
쉰쯤 된 여자입니다.
“건너말이오?”
“예.”
“무슨 일로 오셨소?”
저는 대답을 준비했습니다.
“…여기는 아홉 자리를 아홉이 나눠 맞는다고 들었습니다.”
여자가 저를 봤습니다.
“그랬소.”
과거형이었습니다.
“…지금은요?”
여자가 마당을 봤습니다.
여섯이 앉아 있습니다.
“여섯이오.”
저는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아홉이 아닙니까?”
“아홉이었소.”
“…셋은요?”
여자가 손을 들어 마당 끝을 가리켰습니다.
궤짝이 셋 놓여 있었습니다.
“저기 있소.”
저는 그 궤짝을 봤습니다.
“…무엇이 들었습니까?”
“연장이오.”
여자가 팔짱을 꼈습니다.
“표사가 죽으면 연장을 궤에 넣소.”
하란이 그때 물었습니다.
“언제 셋이 됐소?”
“열한 해 됐소.”
저는 그 숫자에 손을 멈췄습니다.
열한 해면 당신이 아홉째가 된 해입니다.
“…한꺼번에요?”
“한꺼번이오.”
여자가 마당에 앉았습니다.
“열한 해 전에 강물이 한 번 넘쳤소.”
“…”
“짐배가 뒤집혔고 셋이 갔소.”
“…자리가 셋 비었습니다.”
“비었소.”
“…채우셨습니까?”
여자가 고개를 저었습니다.
“못 채웠소.”
“…왜요?”
“채우려면 때려야 하는데, 때릴 사람이 없었소.”
저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때릴 사람이요?”
“여기는 스승이 안 때리오.”
여자가 마당 한가운데를 짚었습니다.
“여기서는 아홉이 서로 때리오.”
저는 그 말에 앉았습니다.
“…서로요?”
“목을 맡은 사람이 명치를 때리고, 명치를 맡은 사람이 눈을 때리고.”
“…”
“그래서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을 아오.”
저는 그 말을 받아 적고 싶었는데 종이를 못 꺼냈습니다.
“열한 해 전에 셋이 가고 나서, 남은 여섯이 서로 못 때리게 됐소.”
“…왜요?”
여자가 저를 봤습니다.
“여섯이 아홉 자리를 못 나누니까.”
“…”
“나누려면 하나가 둘을 맡아야 하오.”
저는 그 셈을 했습니다.
아홉 자리에 여섯 사람이면 셋이 둘씩 맡아야 합니다.
둘을 맡으면 둘을 잃습니다.
“…맡으셨습니까?”
여자가 자기 목을 짚었습니다.
옷깃 위로 자국이 보였습니다.
“나는 목하고 명치요.”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여자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씀을 하십니다.”
“하오.”
“목을 맞으면 못 한다고 들었습니다.”
여자가 웃었습니다.
“건너말은 그렇소?”
“…예.”
“여기는 안 그렇소.”
저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서목이 우리를 객사로 안내했습니다.
객사가 하나뿐이라 방도 둘뿐입니다.
“여기 손님이 자주 오십니까?”
“일 년에 서넛이오.”
“…적습니다.”
“하루 거리인데 아무도 안 오오.”
서목이 문턱에 앉았습니다.
“건너말에서는 우리를 뭐라고 하오?”
저는 대답을 골랐습니다.
고르는 동안 서목이 먼저 말했습니다.
“말 안 해도 아오.”
“…”
“없는 데 취급하지.”
“…예.”
서목이 웃었습니다. 목이 쉬어서 웃는 소리도 쉬었습니다.
“우리도 건너말을 없는 데 취급하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요?”
“거기는 하나가 아홉을 다 진다면서.”
“예.”
“그게 우리 눈에는 이상하오.”
저는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어디가요?”
서목이 마당을 가리켰습니다.
여섯이 앉아 있습니다.
“저 여섯이 서로 때린 사이요.”
“…예.”
“때린 사람이 맞은 사람 자국을 아오.”
서목이 자기 목을 짚었습니다.
“이건 명치 맡은 사람이 때린 거요. 그 사람은 이 자국을 매일 보오.”
“…”
“그러면 함부로 못 때리오.”
저는 그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건너말은 스승이 때립니다.”
“그렇겠지.”
“스승은 아홉을 다 때립니다.”
서목이 저를 봤습니다.
“그러면 아홉 자국을 다 보겠구려.”
“…예.”
“그 사람은 그걸 어떻게 견디오?”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스승은 열두 해 동안 장부방에 계셨습니다.
붓을 안 놓고 말하십니다.
저는 그것이 버릇인 줄 알았습니다.
버릇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밤에 하란이 물었습니다.
“유원 표사.”
“예.”
“여기 왜 셋을 못 채웠는지 아오?”
“…때릴 사람이 없어서라고 들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니오.”
하란이 뭉치를 폈습니다.
“열한 해 전에 셋이 갔소. 그 셋이 맡은 자리가 뭐였는지 물어봤소?”
저는 안 물었습니다.
“…아닙니다.”
“물어보시오.”
이튿날 아침에 물었습니다.
서목이 대답했습니다.
“빗장뼈, 손등, 정강이요.”
저는 그 셋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알았습니다.
셋 다 앞쪽입니다. 첫째부터 넷째까지의 자리입니다.
“…낮은 급입니까?”
“그렇소.”
“그럼 그 셋은 젊었겠습니다.”
서목이 마당을 봤습니다.
“열여섯, 열여덟, 스물이었소.”
돌아오는 배에서 하란이 물었습니다.
“유원 표사.”
“예.”
“여기 여섯이 왜 안 흩어지는지 아오?”
저는 그 물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흩어질 수 있습니까?”
“아홉 자리를 못 채우면 표국이 아니라고 했잖소.”
“…예.”
“표국이 아니면 짐을 못 받소.”
하란이 삿대 쪽을 봤습니다.
“그런데 저 여섯이 열한 해를 버텼소.”
“…무엇으로요?”
“작은 짐만 받소.”
저는 그 말에 종이를 폈습니다.
“…얼마나요?”
“한 해에 예순쯤이라 합디다.”
건너말은 사백열둘입니다.
여울목은 예순입니다.
일곱 배가 넘습니다.
“…살 수 있습니까?”
“살고 있소.”
하란이 뭉치를 폈습니다.
“유원 표사, 내가 세 해 동안 이걸 적으면서 제일 이상했던 게 뭔지 아오?”
“…모릅니다.”
“여울목 사람이 하나도 안 적혀 있다는 거요.”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왜요?”
“안 죽으니까.”
하란이 뭉치를 덮었습니다.
“열한 해 전에 셋 죽고 그 뒤로 하나도 안 죽었소.”
“…건너말은요?”
“건너말은 열한 해에 아홉이오.”
저는 그 두 수를 종이에 적었습니다.
여울목 열한 해 · 셋 (배가 뒤집힘) 건너말 열한 해 · 아홉
적고 나서 손을 멈췄습니다.
여울목 셋은 배가 뒤집혀서 죽었습니다. 맞아서 죽은 것이 아닙니다.
건너말 아홉은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것을 물으러 가야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여울목에서 이틀째 아침에 저는 마당에 앉아 있는 여섯을 하나씩 봤습니다.
서목 말고 다섯입니다.
제일 젊은 사람이 스물넷이고 제일 나이 든 사람이 예순입니다.
예순 된 사람한테 물었습니다.
“어르신은 몇 자리를 맡으셨습니까?”
“둘이오.”
“…어디입니까?”
“빗장뼈하고 손등이오.”
“…열한 해 전에 그 둘을 맡던 사람이 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소.”
“…그럼 어르신이 이어받으셨습니까?”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쉰아홉에 새로 맞았소.”
저는 그 말에 손을 멈췄습니다.
“…쉰아홉에요?”
“쉰아홉에.”
“…아프셨겠습니다.”
“아팠소.”
그 사람이 웃었습니다.
“젊을 때 맞는 것보다 오래 갔소.”
“…얼마나요?”
“다섯 달이오.”
저는 그것을 적었습니다.
“…왜 맡으셨습니까?”
그 사람이 마당을 봤습니다.
“빈 자리를 두면 여섯이 다섯이 되오.”
“…무슨 말씀입니까?”
“하나가 못 버티면 나가오. 나가면 다섯이오.”
그 사람이 손을 폈습니다.
“다섯이면 아홉을 못 나누오.”
저는 그 셈을 했습니다.
여섯이 아홉을 나누면 셋이 둘씩입니다.
다섯이면 넷이 둘씩이고 하나가 하나입니다. 안 맞습니다.
“…그래서 맡으셨습니까?”
“그렇소.”
“…쉰아홉에.”
“쉰아홉에.”
저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폈습니다.
여울목 종이를 그때 만들었습니다.
첫 줄에 적었습니다.
예순 · 빗장뼈와 손등 · 쉰아홉에 새로 맞음 · 다섯 달
적고 나서 그 사람한테 보였습니다.
그 사람이 그것을 읽었습니다.
“…이걸 왜 적소?”
저는 그 물음을 열 번쯤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대답이 있었습니다.
“건너말에 가져가려고요.”
“가져가서 뭐 하오?”
“…보여 드리려고요.”
그 사람이 종이를 돌려줬습니다.
“보면 뭐가 달라지오?”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저는 그 물음을 배에서 다시 꺼냈습니다.
보면 뭐가 달라지는가.
달라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안 보면 달라질 일이 아예 없습니다.
저는 그것을 종이 맨 아래에 적었습니다.
안 보면 달라질 일이 없다
배가 아랫여울에 닿았습니다.
하란이 내리면서 말했습니다.
“유원 표사.”
“예.”
“나는 세 해 동안 혼자였소.”
“…압니다.”
“이제 둘이오.”
하란이 뭉치를 안았습니다.
“그게 제일 크오.”
저는 그 말을 배에서 종이에 적었습니다.
혼자가 둘이 된 것 — 그게 제일 크다고 함
적고 나서 저는 그 줄을 한 번 더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셈을 하나 했습니다.
혼자가 둘이 되면 하나가 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란은 그것을 제일 크다고 했습니다.
하나가 제일 클 때가 있습니다.
영에서 하나가 될 때입니다.
배가 흔들렸습니다.
글씨가 한 번 삐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