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011자) · 열 해 뒤에 다시 논한다

안 돌아온 것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보름날 자리는 윗물 표국 큰방이었습니다.

표국주 셋이 앉고, 장부지기 셋이 앉고, 일곱째 이상이 앉습니다.

저는 여섯째라 문밖에 서 있어야 합니다.

하란도 문밖에 섰습니다. 장부지기인데 아랫여울 표국주가 안 데려왔습니다.

“…같이 못 들어갑니까?”

“나는 급이 없소.”

문이 닫혔습니다.

한 식경쯤 지나서 스승이 나오셨습니다.

“유원아.”

“예.”

“들어와라.”

저는 그 말에 종이를 쥐었습니다.

“…저는 여섯째입니다.”

“내가 불렀다.”

“…규칙에 없습니다.”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없는 것과 안 되는 것이 다르다며.”

저는 그 말을 제가 한 말인 줄 알았는데, 스승이 먼저 하신 말이었습니다.

들어갔습니다.

열둘이 앉아 있었습니다.

건너말 표국주가 제일 먼저 물었습니다.

“여섯째가 왜 들어왔냐?”

스승이 대답하셨습니다.

“셈을 가져왔습니다.”

“무슨 셈이냐.”

저는 종이를 폈습니다.

마지막 장입니다. 두 줄입니다.

읽었습니다.

“한 번에 맞고 안 돌아온 사람이 열여섯입니다. 나눠 맞고 안 돌아온 사람이 다섯입니다.”

방이 조용해졌습니다.

윗물 표국주가 물었습니다.

“누가 셌냐.”

“아랫여울 장부지기 하란이 세 해 동안 셌습니다.”

“그 사람이 왜 안 왔냐?”

“급이 없어서 문밖에 있습니다.”

윗물 표국주가 아랫여울 표국주를 봤습니다.

아랫여울 표국주가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들이시오.”

하란이 들어왔습니다.

들어와서 뭉치를 폈습니다.

백서른두 줄입니다.

셋이 그것을 돌려 봤습니다.

한 식경 걸렸습니다.

건너말 표국주가 먼저 말했습니다.

“이건 여울목 셈이 없다.”

“없습니다.”

“없으면 나눠 맞는 쪽 수가 적다.”

“적습니다.”

“적으면 못 견준다.”

저는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못 견줍니다.”

표국주가 저를 봤습니다.

“…그런데 왜 가져왔냐?”

저는 종이를 접었습니다.

“못 견준다는 것을 세었습니다.”

방이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백 몇 해 동안 이 셈을 아무도 안 했습니다.”

“…”

“그래서 지금 못 견줍니다.”

저는 하란의 뭉치를 짚었습니다.

“세 해 세었더니 백서른둘입니다.”

“…”

“열 해 세면 사백쯤 됩니다.”

건너말 표국주가 팔짱을 꼈습니다.

“열 해 뒤에 정하자는 거냐.”

“아닙니다.”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금 정하시면 됩니다.”

“…무엇을.”

“세기로 정하시면 됩니다.”

윗물 표국주가 그때 처음 웃었습니다.

“세기만 하면 아무것도 안 바뀌는데.”

“바뀝니다.”

저는 첫째 종이를 폈습니다.

스물세 줄입니다.

“이 스물셋은 제가 두 달 동안 물어서 적은 것입니다. 장부에는 회복이라고 적혀 있는 사람들입니다.”

“…”

“회복이라고 적힌 사람이 단맛을 모릅니다.”

저는 서란 줄을 짚었습니다.

“이걸 적을 칸이 장부에 없습니다.”

“칸을 만들자는 거냐.”

“예.”

“칸을 만들면 뭐가 되냐?”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준비해 뒀습니다. 열흘 동안 준비했습니다.

“보임 앞에 앉는 열 몇 살짜리가 그 칸을 읽습니다.”

방이 조용해졌습니다.

“지금은 읽을 게 없습니다. 회복이라고만 적혀 있으니까요.”

저는 종이를 접었습니다.

“무엇을 잃는지 알고 앉는 것하고 모르고 앉는 것은 다릅니다.”

그날 정해진 것은 하나였습니다.

칸을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제가 적은 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안 돌아온 것

나눠 때리는 것은 안 정했습니다. 열 해 더 세고 다시 논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나오는데 윗물 표국주가 저를 불렀습니다.

“건너말 여섯째.”

“예.”

“너는 일곱째 언제 맞을 거냐?”

저는 그 물음을 여섯 해째 받습니다.

이번에는 대답이 있었습니다.

“나눠 맞겠습니다.”

표국주가 걸음을 멈췄습니다.

“…그건 여기 법이 아니다.”

“압니다.”

“그럼 못 오른다.”

“…예.”

“여섯째로 늙겠다는 거냐.”

저는 그 말에 웃었습니다.

“열 해 뒤에 다시 논하신다고 하셨습니다.”

“…”

“열 해면 제가 서른넷입니다.”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돌아오는 배에서 저는 이 글의 첫 줄을 적었습니다.

당신한테는 아직 못 한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무엇인지 이제 적겠습니다.

당신이 없어야 제가 오른다는 셈을 서른한 번 했다고 적었습니다.

그 뒤로 안 셌습니다.

세어 보니 삼월 보름까지 스물아홉 날 동안 한 번도 안 셌습니다.

안 센 날을 세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못 한 말입니다.

당신 이름을 못 찾았습니다. 앞으로도 못 찾을 것 같습니다.

대신 부를 말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글 맨 위에 적어 두었습니다.

당신, 이라고 적었습니다.

큰방을 나와서 저는 문밖에 서 있던 하란한테 갔습니다.

“하란 님.”

“…어찌 됐소?”

“칸을 하나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란이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한참 있다가 물었습니다.

“나눠 때리는 건 어찌 됐소?”

“열 해 더 세고 다시 논한다고 했습니다.”

하란이 뭉치를 고쳐 안았습니다.

“…열 해요.”

“예.”

“나 그때 서른몇이오.”

“…저는 서른넷입니다.”

하란이 웃었습니다. 웃는데 눈이 안 웃었습니다.

“그럼 됐소.”

“…됐습니까?”

“세 해 적어서 칸 하나 생겼으면 됐소.”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돌아오는 배에 넷이 탔습니다.

저와 하란과 스승과 서인입니다.

서인이 물었습니다.

“표사님.”

“어.”

“칸이 생기면 뭐가 달라집니까?”

저는 그 물음을 세 번째로 받습니다.

여울목 예순 된 사람이 물었고, 윗물 표국주가 물었고, 서인이 묻습니다.

“…나도 모르네.”

“모르시는데 하셨습니까?”

“그렇네.”

서인이 웃었습니다.

“그럼 저도 모르고 적겠습니다.”

스승이 그때 말씀하셨습니다.

“달라진다.”

우리 셋이 스승을 봤습니다.

“무엇이요?”

스승이 강을 보셨습니다.

“열두 해 뒤에 누가 이 칸을 읽는다.”

“…”

“읽고 나서 나처럼 미안해하지 않는다.”

저는 그 말을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스승을 봤습니다.

스승이 붓을 안 들고 계셨습니다.

열두 해 동안 처음 봅니다.

배에서 내려서 저는 곧장 나루 위쪽 집으로 갔습니다.

당신 집입니다.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들어갔습니다.

당신이 앉아서 뭘 적고 계셨습니다.

저는 앉아서 종이 여섯 장을 다 폈습니다.

당신이 그것을 하나씩 읽으셨습니다.

한 식경이 걸렸습니다.

다 읽고 나서 붓을 드셨습니다.

칸이 생겼소

“생겼습니다.”

이름이 뭐요

“안 돌아온 것입니다.”

당신이 한참 붓을 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적으셨습니다.

내가 열한 해 전에 그은 칸이오

“압니다.”

아무도 안 썼소

“…이제 씁니다.”

당신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그리고 궤짝을 여셨습니다.

작은 궤짝입니다. 지난번에 한 줄짜리 종이를 꺼내신 궤짝입니다.

이번에는 종이 뭉치를 꺼내셨습니다.

두껍습니다.

저한테 주셨습니다.

폈습니다.

칸이 셋입니다.

이름 · 몇째 · 안 돌아온 것

줄이 가득했습니다.

세었습니다.

이백일곱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손이 떨렸습니다.

“…이게 뭡니까?”

당신이 붓을 드셨습니다.

열한 해 적었소

“…한 줄이라고 들었습니다.”

한 줄은 내 것이오

이건 남의 것이오

저는 그 뭉치를 두 손으로 들었습니다.

이백일곱입니다.

하란이 백서른둘입니다. 제가 서른 몇입니다. 서인이 몇 줄입니다.

합치면 사백 가까이 됩니다.

열 해를 기다릴 것이 없었습니다.

이미 있었습니다.

“…왜 말씀 안 하셨습니까?”

당신이 적으셨습니다.

묻는 사람이 없었소

저는 그 다섯 자를 세 번째로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 얘기였고, 두 번째는 앉는 사람 얘기였고,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한참 그러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어깨를 한 번 두드리셨습니다.

그것이 제가 당신한테 받은 첫 번째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뭉치를 안고 나왔습니다.

나오면서 문턱에서 돌아봤습니다.

당신이 붓을 들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때 물었습니다.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당신이 고개를 드셨습니다.

“열한 해 동안 그걸 적으시면서, 무엇을 바라셨습니까?”

당신이 한참 붓을 들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적으셨습니다.

누가 묻기를

저는 그 넉 자를 보고 한참 서 있었습니다.

열한 해입니다.

이백일곱 줄입니다.

바란 것이 하나입니다.

누가 묻기를.

저는 그날 밤에 이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첫 줄이 이렇습니다.

당신한테는 아직 못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그 말이 무엇인지 열 장 동안 찾았습니다.

찾고 보니 못 한 말이 아니었습니다.

안 물어본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첫 줄을 고치지 않았습니다.

고치면 제가 열두 해 동안 안 물어본 것이 없던 일이 됩니다.

대신 마지막에 한 줄을 붙입니다.

앞으로는 묻겠습니다.

이름부터 묻겠습니다.

당신 이름은 못 찾습니다. 그건 압니다.

대신 아홉째가 다음에 생기면, 그 아이 이름을 지우기 전에 제가 먼저 적어 두겠습니다.

그러면 이백여덟 줄이 됩니다.

한 줄은 지워진 이름이 아니라 적어 둔 이름입니다.

이 글은 여기서 끝냅니다.

끝내면서 하나를 더 적겠습니다.

저는 이 글을 당신께 안 드립니다.

드리면 당신이 읽으실 것이고, 읽으시면 제가 서른한 번 셈했다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그건 제가 감당할 일이지 당신이 감당하실 일이 아닙니다.

이 글은 장부방 여섯째 궤짝에 넣어 두겠습니다.

그 궤짝에는 넉 장이 있었습니다. 이제 다섯 장이 됩니다.

언젠가 누가 열어 볼 것입니다.

열두 해 뒤일 수도 있고 더 뒤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 사람은 이 글을 읽고 셈부터 볼 것입니다.

여섯째가 다섯 해, 일곱째가 여섯 해, 안 돌아온 사람 스물하나 중 열여섯.

그리고 마지막 줄에서 멈출 것입니다.

그 줄이 이것입니다.

그 사람이 이 글을 다 읽는 데 얼마나 걸릴지 저는 모릅니다.

저는 이것을 열두 해 적었습니다.

앞으로는 묻겠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작가를 구독하면 다음 화가 올라올 때 알려 드립니다.

10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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