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17자) · 아홉 자리를 아홉이 하나씩
여울목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이월 스무날에 스승이 저를 부르셨습니다.
“유원아.”
“예.”
“아홉째를 만났다며.”
“…예.”
“무슨 얘기를 했냐.”
저는 대답을 골랐습니다.
“…이름 얘기를 했습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들었냐.”
“들었습니다.”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나는 그걸 스물셋에 알았다.”
“…”
“알고 나서 일곱째에서 멈췄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스승은 일곱째입니다. 열두 해째 일곱째입니다.
저는 그것을 스승이 늙어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멈추셨습니까?”
“그래서 멈췄다.”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여덟째까지는 몸이다. 눈, 이, 숨.”
“…예.”
“아홉째는 몸이 아니다.”
“…이름입니까?”
“그렇다.”
스승이 장부를 펴셨습니다.
“유원아, 급이 왜 아홉인지 아냐.”
“모릅니다.”
“나도 모른다. 그런데 하나는 안다.”
스승이 아홉째 칸을 짚으셨습니다.
“여덟까지는 잃고도 사람이 남는다.”
“…아홉째는요?”
“남는지 안 남는지 모른다.”
“…”
“세어 본 사람이 하나뿐이니까.”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둘째 종이를 폈습니다.
스승이 대답 안 하신 것을 적는 종이입니다.
세 줄이 있었습니다.
저는 첫 줄에 붓을 댔습니다.
안 때리고 오르는 법이 있는가 — 대답 안 하심
그 옆에 적었습니다.
이월 스무날 — 다시 여쭐 것
그리고 여쭀습니다.
“스승님.”
“어.”
“강 아래 넷째 도시는 안 때린다고 들었습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네 번째입니다.
“…또 그 얘기냐.”
“예.”
“누구한테 들었냐고 물었잖냐?”
“나루에서 들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면 됐다.”
“안 됐습니다.”
저는 그 말을 하고 나서 제가 그 말을 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열두 해 동안 스승께 안 됐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오래 보셨습니다.
“…유원아.”
“예.”
“그 도시 이름이 여울목이다.”
저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습니다.
“…아십니까?”
“가 봤다.”
“언제요?”
“스물셋에.”
이름을 알고 멈춘 해와 같은 해입니다.
“…거기는 어떻게 오릅니까?”
스승이 장부를 덮으셨습니다.
“나눠 맞는다.”
저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나눠요?”
“아홉 자리를 아홉이 하나씩 맞는다.”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그러면 아홉째가 아홉입니까?”
“아니다.”
스승이 고개를 저으셨습니다.
“아홉째가 없다.”
“…없으면요?”
“아홉이 하나씩 맡는다. 목을 맡은 사람이 말을 못 하고, 명치를 맡은 사람이 숨이 얕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앉았습니다.
“…그러면 하나가 다 잃지 않습니다.”
“그렇다.”
“…좋은 것 아닙니까?”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좋다.”
“그런데 왜 여기서는 안 합니까?”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아홉을 하나씩 맡으면, 그 아홉이 다 있어야 표국이 선다.”
“…예.”
“하나가 죽으면 여덟이 남는다.”
“…예.”
“여덟은 표국이 아니다.”
저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나가 아홉을 다 지면, 그 하나가 죽어도 새로 하나 세우면 됩니다.
아홉이 하나씩 지면, 하나가 죽으면 그 자리가 빕니다.
빈 자리를 채우려면 또 하나를 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여울목은 지금 몇입니까?”
스승이 대답을 안 하셨습니다.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몇입니까?”
“…모른다.”
“가 보셨다면서요.”
“스물셋에 가 봤다.”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그 뒤로 소식이 없다.”
그날 밤에 저는 나루에 나갔습니다.
얼음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습니다.
배 타는 사람 하나가 불을 쬐고 있었습니다. 전에 여울목 얘기를 해 준 사람입니다.
“또 오셨소.”
“…예.”
“그 얘기 또 물으러 오셨소?”
“예.”
그 사람이 웃었습니다.
“나는 짐만 나른다니까.”
“짐을 어디까지 나르십니까?”
“여울목까지 가오.”
저는 그 말에 앉았습니다.
“…가십니까?”
“한 달에 두 번 가오.”
“얼마나 걸립니까?”
“하루요.”
“…하루면 갈 수 있습니까?”
“가오.”
저는 그 자리에서 손이 떨렸습니다.
열두 해 동안 저는 여울목이 멀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안 간다고 하니까 멀 줄 알았습니다.
하루입니다.
“…왜 아무도 안 갑니까?”
그 사람이 불을 쑤셨습니다.
“갈 일이 없으니까.”
“…”
“표국 일은 표국 안에서 끝나잖소.”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한 줄을 더 적었습니다.
하루 거리를 열두 해 동안 안 갔다
이튿날 아침에 저는 짐꾼 하나를 찾아갔습니다.
지난달에 저한테 여섯째가 뭘 잃었냐고 물었던 사람입니다.
“…유원 표사님.”
“어.”
“무슨 일이십니까?”
저는 종이를 꺼냈습니다.
“이름을 여쭤도 되겠나.”
그 사람이 손을 멈췄습니다.
“…예?”
“이름이요.”
그 사람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재문입니다.”
저는 그 이름을 적었습니다.
적는 것을 그 사람이 봤습니다.
“…그건 왜 적으십니까?”
“모르겠네.”
저는 그 종이를 접었습니다.
“다만 안 적으면 흐려져서.”
재문이 저를 오래 봤습니다.
“표사님.”
“어.”
“저 열넷에 들어와서 아홉 해 됐습니다.”
“…그렇지.”
“아홉 해 동안 이름 물어본 표사님이 처음입니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홉 해 동안?”
“아홉 해 동안요.”
저는 그날 다섯째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여울목 종이가 아직 없을 때였으니까, 그때는 다섯째가 이것이었습니다.
이름을 물어본 사람
한 줄입니다.
재문 · 짐꾼 · 아홉 해
여울목 얘기를 스승께 들은 밤에 저는 셈을 하나 했습니다.
여울목은 아홉이 서로 때립니다.
건너말은 스승 하나가 아홉을 다 때립니다.
한 사람이 아홉을 때리면, 그 사람은 아홉 자국을 다 봅니다.
아홉이 서로 때리면, 한 사람이 한 자국만 봅니다.
저는 그 셈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건너말 스승 · 아홉 자국을 다 봄 여울목 · 하나가 한 자국만 봄
적고 나서 스승 손을 생각했습니다.
붓을 안 놓고 말하십니다.
열두 해 동안 그랬습니다.
저는 그것을 버릇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밤에 저는 장부방에 갔습니다.
스승이 아직 계셨습니다. 등잔 하나 켜 놓고 앉아 계셨습니다.
붓을 들고 계셨는데 안 쓰고 계셨습니다.
“스승님.”
“…어.”
“여쭐 게 있습니다.”
“말해라.”
저는 한참 서 있다가 물었습니다.
“열두 해 동안 몇 번 때리셨습니까?”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셌냐.”
“아직 안 셌습니다.”
“그럼 왜 묻냐?”
“…스승님이 세셨을 것 같아서요.”
스승이 장부를 펴셨습니다.
급 장부입니다. 열두 해 치입니다.
“백스물셋이다.”
저는 그 수를 들었습니다.
“…백스물셋이요?”
“백스물셋이다.”
“…세고 계셨습니까?”
스승이 장부를 덮으셨습니다.
“안 세려고 했다.”
“…”
“그런데 세어졌다.”
저는 그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했습니다.
“유원아.”
“예.”
“백스물셋 중에 주저앉은 사람이 몇인 줄 아냐.”
“…모릅니다.”
“마흔하나다.”
“…”
“마흔한 번은 다시 때렸다.”
저는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같은 사람을요?”
“같은 사람을.”
스승이 손을 폈습니다.
“그게 제일 어렵다.”
“…왜요?”
“처음 때릴 때는 모른다. 두 번째는 그 사람이 어떻게 주저앉는지 아니까.”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으려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적으면 이것이 기록이 됩니다.
기록이 되면 남습니다.
저는 적었습니다.
임도경 · 일곱째 · 열두 해에 백스물셋 · 그중 마흔한 번은 두 번째
적고 나서 칸을 봤습니다.
달라진 것 칸이 비었습니다.
저는 거기에 적었습니다.
붓을 안 놓는다
이튿날 아침에 저는 스승께 여쭀습니다.
“스승님.”
“어.”
“백스물셋을 적어 두셨습니까?”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안 적었다.”
“…그럼 어떻게 아십니까?”
“세어졌다고 했잖냐.”
“…머릿속으로요?”
“그렇다.”
저는 그 말에 종이를 폈습니다.
“적어 두시면 안 됩니까?”
“왜?”
“…스승님이 안 계시면 없어집니다.”
스승이 손을 멈추셨습니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없어지는 게 낫다.”
“…왜요?”
“적어 두면 다음 사람이 본다.”
“…보면요?”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마흔한 번이 두 번째라는 걸 알면, 다음 사람은 처음부터 세게 때린다.”
저는 그 말에 손이 멈췄습니다.
세게 때리면 한 번에 끝납니다. 주저앉지 않습니다.
주저앉지 않으면 두 번째가 없습니다.
“…그게 나쁩니까?”
“나쁘다.”
“…”
“한 번에 세게 맞으면 더 잃는다.”
저는 하란의 뭉치를 떠올렸습니다.
열여섯 대 다섯입니다.
“…그건 셈으로 나옵니다.”
“무슨 셈이냐.”
저는 그날 처음으로 스승께 하란 얘기를 했습니다.
“아랫여울 장부지기가 세 해 동안 백서른둘을 적었습니다. 안 돌아온 사람이 스물하나인데 그중 열여섯이 한 번에 맞은 사람입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그 셈이 있냐.”
“있습니다.”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그러면 내가 마흔한 번 다시 때린 게 나은 거냐.”
저는 그 물음에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셈으로는 그렇습니다.”
스승이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셨습니다.
열두 해 동안 처음 보는 동작이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여섯째 궤짝을 봤습니다.
열두 해 동안 한 번도 안 연 궤짝입니다.
손을 얹었다가 뗐습니다.
궤짝 뚜껑에 먼지가 손가락 한 마디쯤 쌓여 있었습니다.
열두 해 치입니다.
저는 그 먼지를 안 닦았습니다.
닦으면 연 것이 됩니다.
방이 어두웠습니다.
등을 켜지 않았습니다.
열면 세게 된다고 스승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은 셀 준비가 안 됐습니다.
언젠가 되면 열겠습니다.
그 말도 아직 못 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