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11자) · 안 돌아온 것을 적는 칸이 없다
회복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홉 대를 맞으면 천하제일 표사가 된다 · 구슬안
스승 이름을 적어야겠습니다. 이 글을 당신이 읽으실 때 누가 한 말인지 아셔야 하니까.
임지형입니다.
서른 몇이고, 이 표국 장부방을 보고, 붓을 안 놓고 말합니다.
급은 일곱째입니다.
일곱째면 씹는 것을 잃으셨어야 하는데 잘 드십니다.
저는 이것을 열여덟에 알아차렸습니다.
“스승님.”
“어.”
“일곱째 맞으면 석 달 죽만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랬지.”
“지금 고기 드십니다.”
스승이 젓가락을 놓으셨습니다.
“…잘 봤다.”
“…돌아온 겁니까?”
“돌아왔다.”
“그럼 다 돌아옵니까?”
스승이 젓가락을 다시 드셨습니다.
“대개는.”
또 대개는입니다.
저는 이 말을 이후로 여섯 해 동안 들었습니다.
대개는, 이라는 말은 세어 봤다는 뜻이 아닙니다.
세어 본 적이 없다는 뜻입니다.
정월에 윗물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일곱째 급 표사 둘 중 하나입니다. 이름이 서란이고, 마흔쯤이고, 말할 때 손을 씁니다.
“건너말 여섯째가 누구요?”
제가 일어섰습니다.
“접니다.”
서란이 저를 위에서 아래로 봤습니다.
“다섯 해 됐다며.”
“…예.”
“다섯 해 동안 안 맞은 여섯째는 처음 보오.”
저는 이 말에 아무 대꾸도 안 했습니다.
“왜 안 맞소?”
저는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서란이 웃었습니다.
“모르는 게 아니라 무서운 거지.”
“…”
“나도 무서웠소.”
서란이 자기 턱을 짚었습니다.
“여기 맞고 나서 넉 달 죽만 먹었소. 석 달이라더니 넉 달이었소.”
“…돌아오셨습니까?”
“돌아왔소.”
서란이 손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단것이 안 느껴지오.”
저는 이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단것이요?”
“맵고 짠 건 알겠는데 단 건 모르겠소.”
“그건 안 돌아온 겁니다.”
“그렇소.”
서란이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장부에는 돌아왔다고 적혔소.”
저는 이날 밤에 장부방에 갔습니다.
급 장부는 궤짝 셋째 칸에 있습니다.
윗물 표사 장을 폈습니다.
서란 줄이 있었습니다.
서란 · 일곱째 · 맞음 · 넉 달 · 회복
회복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저는 이 두 글자를 한참 봤습니다.
단것을 모르는 것은 회복이 아닙니다.
그런데 적을 칸이 없습니다.
장부에는 맞은 날과 누운 날수와 회복 여부만 적습니다.
무엇이 안 돌아왔는지 적는 칸이 없습니다.
저는 이 장을 앞으로 넘겼습니다.
세 도시 표사가 다 적혀 있습니다. 오십 몇 사람입니다.
회복이라고 적힌 줄을 세었습니다.
마흔둘이었습니다.
회복 안 됨이라고 적힌 줄은 셋이었습니다.
셋 중 둘은 죽은 사람입니다.
하나는 아랫여울 여덟째입니다. 지난달에 죽은 사람입니다.
이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여덟째 · 맞음 · 이레 · 회복 안 됨 · 숨
숨이라고 한 글자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안 돌아온 것을 적은 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 줄입니다.
저는 이 한 줄을 손가락으로 짚고 한참 있었습니다.
마흔둘은 돌아왔다고 적혔고, 하나만 뭘 잃었는지 적혔습니다.
서란은 단것을 모릅니다. 그건 안 적혔습니다.
저는 오른쪽 눈이 흐립니다. 이것도 안 적혔습니다.
저는 이날 밤에 종이를 한 장 꺼냈습니다.
줄을 셋 그었습니다.
이름 · 몇째 · 안 돌아온 것
첫 줄에 제 이름을 적었습니다.
유원 · 여섯째 · 오른쪽 눈 (밤에 두 겹)
둘째 줄에 서란을 적었습니다.
서란 · 일곱째 · 단맛
셋째 줄에서 손이 멈췄습니다.
당신을 적어야 하는데, 뭐라고 적어야 할지 몰랐습니다.
말이라고 적으면 될 것 같은데, 그러면 너무 짧습니다.
저는 이 줄을 비워 뒀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저는 스승께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
“안 때리고 오르는 데가 있습니까?”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이번에도 놓으셨습니다.
“…누구한테 들었냐?”
“나루에서요.”
“배 타는 사람한테.”
“예.”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유원아.”
“예.”
“그 말 다른 데서 하지 마라.”
“…왜요?”
“여기서는 안 때리고 오르는 법이 없다.”
“없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까?”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그건 내가 대답할 게 아니다.”
저는 이날 밤에 이 대답을 적어 뒀습니다.
없다는 말과 안 한다는 말은 다릅니다.
스승은 없다고 안 하셨습니다.
제가 적은 종이가 두 장이 됐습니다.
한 장은 안 돌아온 것을 적는 종이고, 한 장은 스승이 대답 안 하신 것을 적는 종이입니다.
둘째 장 첫 줄은 이렇습니다.
안 때리고 오르는 법이 있는가 — 대답 안 하심
둘째 줄은 이렇습니다.
아홉째가 왜 하나여야 하는가 — 원래 그렇다고만 하심
셋째 줄을 적을 자리를 비워 뒀는데, 사흘 만에 찼습니다.
사흘째에 제가 물었습니다.
“스승님.”
“어.”
“보임으로 앉았다가 못 일어난 아이가 넷이라고 들었습니다.”
스승이 붓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래.”
“그 넷은 장부에 어떻게 적혀 있습니까?”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세 번째입니다.
“…안 적혀 있다.”
“…예?”
“보임은 급 장부에 안 적는다.”
“그럼 어디에 적습니까?”
스승이 궤짝 여섯째를 보셨습니다.
여섯째 궤짝은 제가 열두 해 동안 한 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궤짝입니다.
“저기 있다.”
“…열어 봐도 됩니까?”
“안 된다.”
“…왜요?”
스승이 다시 붓을 드셨습니다.
“열면 네가 세게 된다.”
저는 이 말에 아무 대꾸도 못 했습니다.
셋째 줄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여섯째 궤짝 — 열면 세게 된다고 하심
이 주에 저는 궤짝 여섯째를 열지 않았습니다.
열지 않은 이유는 스승이 하지 말라고 해서가 아닙니다.
열면 넷을 세게 됩니다.
넷을 세면 이 넷이 이름이 됩니다. 지금은 숫자입니다.
숫자는 셋만 지나도 흐려지는데 이름은 안 흐려집니다.
저는 이것을 열다섯에 배웠습니다.
열다섯에 짐꾼 하나가 강에 빠졌습니다. 이름을 몰랐습니다. 그냥 짐꾼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금도 이 사람 이름을 모릅니다.
모르니까 흐려졌습니다.
흐려진 것이 편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편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입니다.
이 말도 아직 당신한테 못 했습니다.
정월 그믐에 스승이 장부를 정리하셨습니다.
한 해에 한 번 합니다. 급 장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고 틀린 데를 고칩니다.
저는 옆에서 먹을 갈았습니다.
“유원아.”
“예.”
“여섯째 다섯 해면 얼마나 되는 거냐?”
“…무엇이요?”
“흔한 거냐 드문 거냐?”
저는 이 물음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세어 봐라.”
저는 장부를 폈습니다.
세 도시 오십 몇 사람 중에 급이 멈춘 해수를 셌습니다.
첫째에서 멈춘 사람이 아홉인데 다 열두 살입니다. 아직 안 지난 것이라 안 셉니다.
둘째에서 셋 해를 넘긴 사람이 넷.
셋째에서 넷 해를 넘긴 사람이 둘.
넷째에서 둘.
다섯째에서 하나.
여섯째에서 저 하나.
일곱째에서 서란 여섯 해.
저는 이 수를 적었습니다.
“…열이 조금 넘습니다.”
“오십 몇 중에 열이면 얼마냐?”
“…다섯에 하나입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그럼 흔한 거다.”
저는 이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흔합니까?”
“다섯에 하나면 흔하지.”
“저는 제가 혼자인 줄 알았습니다.”
스승이 장부를 넘기셨습니다.
“다들 그렇게 안다.”
“…왜요?”
“안 세니까.”
저는 이날 밤에 이 열 사람 이름을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셋째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멈춘 사람
열 줄입니다.
제 이름을 여섯째 줄에 적었습니다.
이 열 사람 이름을 적고 나서 저는 하나씩 찾아가 봤습니다.
건너말에 넷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둘째 급에서 셋 해 멈춘 사람입니다. 스물둘입니다.
“왜 안 맞소?”
제가 물었더니 이 사람이 웃었습니다.
“표사님이 그걸 물으십니까?”
“…왜?”
“표사님도 다섯 해 아니십니까?”
저는 이 말에 대꾸를 못 했습니다.
“…그래서 묻는 거네.”
이 사람이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셋째를 맞으면 손등입니다.”
“…그렇지.”
“손등을 맞으면 뭘 잃는지 아십니까?”
“…모르겠네.”
“쥐는 힘이 줄어든답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들었습니다.
장부에는 손등이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무엇을 잃는지는 안 적혀 있습니다.
“…누구한테 들었나?”
“다섯째 급 형님한테요.”
“그 사람은 어떻게 아나?”
“맞아 봤으니까요.”
저는 이날 다섯째 급을 찾아갔습니다.
이 표국에 하나뿐입니다. 서른 몇이고 말이 적습니다.
“쥐는 힘이 줄었습니까?”
이 사람이 저를 봤습니다.
“…누가 그럽디까?”
“둘째 급이요.”
이 사람이 손을 폈습니다.
오른손입니다. 손등에 자국이 있습니다.
“쥐어 보시오.”
저는 이 손을 잡았습니다.
이 사람이 힘을 줬습니다.
셌습니다.
“…세십니다.”
“세지.”
이 사람이 손을 뺐습니다.
“한 손만 세오.”
“…예?”
“왼손은 안 맞았소. 오른손보다 왼손이 약하오.”
저는 이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맞은 쪽이 더 셉니까?”
“세오.”
“…왜요?”
이 사람이 손을 접었습니다.
“맞고 나서 석 달을 못 썼소. 못 쓰니까 낫고 나서 열심히 썼소.”
“…”
“그러다 보니 세졌소.”
저는 이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첫째 종이 칸을 봤습니다.
안 돌아온 것을 적는 칸입니다.
이 사람은 안 돌아온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세졌습니다.
저는 이 칸에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칸을 하나 더 그었습니다.
돌아온 것 · 더 온 것
이 사람 줄을 그쪽에 적었습니다.
다섯째 급 · 손등 · 오른손이 더 세짐
적고 나서 저는 한참 이 줄을 봤습니다.
열 사람을 세었는데 그중 하나는 잃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 제가 세던 것이 틀린 것입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좁았던 것입니다.
저는 이 칸 이름을 고쳤습니다.
안 돌아온 것 → 달라진 것
고치고 나서 줄을 다시 읽었습니다.
눈이 흐린 것도 달라진 것이고, 단맛을 모르는 것도 달라진 것이고, 오른손이 세진 것도 달라진 것입니다.
칸 이름 하나 고쳤더니 줄이 하나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