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240자) · 맞는 사람이 세기를 정한다
열여섯 대 다섯
아직 하지 않은 말 · 한도윤
여자 이름이 서목이었습니다.
이름을 물었더니 말해 줬습니다.
건너말에서는 아홉째 이름을 아무도 모르는데, 여울목에서는 목 맡은 사람이 이름을 말합니다.
“왜 여기는 말을 할 수 있습니까?”
서목이 마당에 앉아서 대답했습니다.
“세게 안 때리니까.”
저는 그 말에 손을 멈췄습니다.
“…세기를 정합니까?”
“정하오.”
“…누가요?”
“맞는 사람이.”
저는 그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맞는 사람이 세기를 정합니까?”
“정하오.”
“…그러면 약하게 하면 되잖습니까?”
서목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약하게 하면 안 오르오.”
“…”
“오를 만큼은 맞아야 하오. 그런데 얼마가 오를 만큼인지는 때리는 사람이 모르오.”
“…맞는 사람은 압니까?”
“맞아 봐야 아오.”
서목이 자기 목을 짚었습니다.
“나는 세 번 맞았소.”
“…세 번이요?”
“첫 번에 약했고, 두 번째도 약했고, 세 번째에 됐소.”
저는 그 말을 받아 적었습니다.
“건너말은 한 번입니다.”
“한 번이오?”
“한 번에 세게 때립니다. 주저앉으면 안 오릅니다.”
서목이 저를 오래 봤습니다.
“…그럼 한 번에 잃겠구려.”
“예.”
“여기는 세 번에 나눠서 잃소.”
저는 그 말을 세 번 곱씹었습니다.
같은 자리를 세 번 맞으면 건너말에서는 그 자리가 안 셉니다.
여울목에서는 세 번 맞아야 셉니다.
하란이 그때 물었습니다.
“그러면 무엇이 다르오?”
서목이 대답했습니다.
“말을 잃는 게 아니라 목이 쉬오.”
“…쉬는 겁니까?”
“열한 해 됐는데 아직 쉬어 있소.”
서목이 손으로 목을 문질렀습니다.
“그런데 말은 하오.”
저는 그날 밤 객사에서 종이를 폈습니다.
첫째 종이에 줄을 셋 더 그었습니다.
서목 · 목과 명치 · 목이 쉼 서목 · 목과 명치 · 숨은 괜찮음 여울목 여섯 · 아홉 자리 · 둘씩 맡은 사람 셋
적고 나서 하란한테 보였습니다.
하란이 그것을 읽고 자기 뭉치를 꺼냈습니다.
백서른두 줄짜리입니다.
“유원 표사.”
“예.”
“내 거 백서른둘 중에 회복이라고 적힌 게 몇인 줄 아오?”
“…모릅니다.”
“백열하나 되오.”
“…”
“나머지 스물하나가 안 돌아온 거요.”
하란이 뭉치를 넘겼습니다.
“그 스물하나 중에 열여섯이 한 번에 맞은 사람이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나눠 맞은 사람은요?”
“다섯이오.”
하란이 뭉치를 덮었습니다.
“열여섯 대 다섯이오.”
저는 그 두 수를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한참 봤습니다.
한 번에 맞으면 잃을 확률이 높습니다.
나눠 맞으면 낮습니다.
이건 셈으로 나옵니다.
건너말은 백 몇 해 동안 한 번에 때렸습니다.
아무도 이 셈을 안 했습니다.
“하란 님.”
“말하시오.”
“이거 스승님께 보여도 됩니까?”
하란이 뭉치를 저한테 밀었습니다.
“보이려고 세 해 적었소.”
저는 그것을 받았습니다.
받으면서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여태 안 보이셨습니까?”
하란이 잔을 놓았습니다.
“보이면 물을 거요.”
“…무엇을요?”
“왜 세었냐고.”
“…”
“나는 그 대답을 세 해 동안 못 만들었소.”
저는 그 말에 제 종이를 봤습니다.
넉 장입니다.
“지금은 만드셨습니까?”
하란이 웃었습니다.
“오늘 만들었소.”
“…무엇입니까?”
“같이 세는 사람이 생겼다고 하면 되오.”
그날 밤에 서목이 우리 방에 왔습니다.
손에 궤짝 하나를 들고 있었습니다. 마당 끝에 있던 셋 중 하나입니다.
“이거 보시겠소?”
열었습니다.
안에 연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표사 연장입니다. 댓가지와 가죽띠와 칼집입니다.
그리고 종이가 한 장 있었습니다.
“…이건 뭡니까?”
“그 애가 적은 거요.”
저는 그것을 폈습니다.
글씨가 서툴렀습니다. 열여섯 살짜리 글씨입니다.
오늘 빗장뼈를 맡았다. 세 번 맞았다. 두 번은 약했고 세 번째에 됐다. 때린 사람은 손등을 맡은 형이다. 형이 세 번째에 울었다.
저는 그 넉 줄을 세 번 읽었습니다.
“…때린 사람이 울었습니까?”
서목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게 여기 법이오.”
“…법이요?”
“때린 사람이 안 울면 다시 때리게 하오.”
저는 그 말을 못 알아들었습니다.
“…왜요?”
“안 울면 세게 때린 거니까.”
저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놓칠 뻔했습니다.
건너말에서는 스승이 울지 않습니다.
한 번도 우신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건너말에서는 한 번에 때립니다.”
“아오.”
“그러면 스승이 웁니까?”
서목이 저를 봤습니다.
“그건 내가 알 게 아니오.”
저는 그 밤에 잠을 못 잤습니다.
새벽에 하란이 깼습니다.
“유원 표사.”
“…예.”
“안 자오?”
“…예.”
“무엇 때문이오?”
저는 한참 있다가 말했습니다.
“…스승이 우시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하란이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게 왜.”
“열두 해 동안 아홉씩 때리셨습니다.”
“…”
“한 번도 안 우셨습니다.”
하란이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못 본 겁니까?”
하란이 그때 말했습니다.
“유원 표사.”
“예.”
“그 사람이 붓을 언제 놓소?”
저는 그 물음에 손을 멈췄습니다.
스승은 붓을 안 놓고 말하십니다.
그런데 놓으신 적이 있습니다.
정월에 일곱째 언제 맞을 거냐고 물으셨을 때 놓으셨습니다.
여덟째가 갔다고 하셨을 때 놓으셨습니다.
이름 얘기를 들었냐고 하셨을 때 놓으셨습니다.
여울목 얘기가 나왔을 때 놓으셨습니다.
백서른둘을 보셨을 때 놓으셨습니다.
저는 그 다섯 번을 세었습니다.
세어 보니 다 사람이 잃은 얘기였습니다.
“…다섯 번입니다.”
“그럼 그때 우신 거요.”
하란이 도로 누웠습니다.
“우는 게 꼭 눈물은 아니오.”
사흘째 아침에 서목이 우리를 나루까지 바래다줬습니다.
“유원 표사.”
“예.”
“건너말에 가져가면 뭐라 하겠소?”
저는 대답을 골랐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모르는데 가져가오?”
“예.”
서목이 웃었습니다. 쉰 소리가 났습니다.
“열두 해 전에도 하나 왔소.”
저는 그 말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누가요?”
“건너말 사람이오. 서른쯤 됐고 붓을 들고 다녔소.”
스승입니다.
“…그 사람이 뭐라고 했습니까?”
“보고 갔소.”
“…그것뿐이요?”
“그것뿐이오.”
서목이 삿대 쪽을 봤습니다.
“가면서 하나 물었소.”
“…무엇을요?”
“여기 사람들은 서로 때리고 나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저는 그 물음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같이 산다고 했소.”
서목이 저를 봤습니다.
“그 사람이 그 말 듣고 한참 서 있었소.”
배가 왔습니다.
저는 올라타면서 물었습니다.
“서목 님.”
“말하시오.”
“열두 해 동안 왜 아무도 안 오셨습니까?”
서목이 삿대를 짚었습니다.
“우리가 안 갔소.”
“…예?”
“건너말에 안 갔소.”
저는 그 말에 손을 멈췄습니다.
“…왜요?”
“가면 우리가 틀렸다고 할 것 같아서.”
배가 떴습니다.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적고 나서 한 줄을 더 적었습니다.
양쪽이 다 안 갔다. 하루 거리다.
건너말에 닿은 것은 삼월 초나흘 밤이었습니다.
나루에 재문이 나와 있었습니다. 짐꾼입니다. 이름을 물어본 사람입니다.
“표사님.”
“어.”
“여울목 가셨다면서요.”
“…누가 그러던가?”
“다들 압니다.”
저는 그 말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다들?”
“표사님 사흘 안 보이셨으니까요.”
재문이 짐을 받아 들었습니다.
“표사님.”
“어.”
“저도 여울목 가 봤습니다.”
저는 그 말에 짐을 놓칠 뻔했습니다.
“…언제?”
“재작년에요.”
“…왜?”
“짐 나르러 갔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거기 뭘 봤나?”
재문이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마당에 여섯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뿐인가?”
“그리고 한 사람이 다른 사람 목을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보고 있었다고?”
“예. 그냥 보고 있었습니다.”
재문이 짐을 고쳐 졌습니다.
“한참 보길래 이상해서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하던가?”
“자기가 때린 자리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고 싶었는데 손이 안 나왔습니다.
“재문아.”
“예.”
“그 얘기 누구한테 했나?”
재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한테도 안 했습니다.”
“…왜?”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열두 해 동안 여러 번 들은 것 같았습니다.
당신도 그러셨습니다. 묻는 사람이 없었다고.
저는 그날 밤에 다섯째 종이를 폈습니다.
이름을 물어본 사람을 적는 종이입니다.
재문 줄 옆에 한 칸을 더 그었습니다.
무엇을 알고 있었나
재문 줄에 적었습니다.
여울목에 가 봤다 · 재작년 · 아무도 안 물어봄
저는 그날 밤에 여섯째 종이를 만들었습니다.
건너말에서 열한 해 동안 간 사람
아홉 줄이 될 것입니다.
아직 한 줄도 못 적었습니다.
이름을 모릅니다.
이튿날 아침에 저는 스승께 여쭀습니다.
“스승님.”
“어.”
“열한 해 동안 건너말에서 아홉이 갔습니다.”
스승이 붓을 놓으셨습니다.
“…누가 세더냐?”
“아랫여울 장부지기가요.”
“…그렇겠지.”
“이름을 아십니까?”
스승이 한참 아무 말도 안 하셨습니다.
“안다.”
“…아홉 다요?”
“아홉 다.”
저는 종이를 폈습니다.
“적어 주시겠습니까?”
스승이 붓을 드셨습니다.
드셨는데 안 쓰셨습니다.
“유원아.”
“예.”
“적으면 네가 세게 된다.”
저는 그 말을 세 번째로 듣습니다.
“…압니다.”
“세면 못 잊는다.”
“…압니다.”
“그래도 적으라는 거냐.”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스승이 적으셨습니다.
아홉 이름을 적는 데 한 식경이 걸렸습니다.
한 이름을 적을 때마다 한 번씩 멈추셨습니다.
다 적고 나서 붓을 놓으셨습니다.
“유원아.”
“예.”
“이 아홉 중에 넷이 내 손에 맞았다.”
저는 그 말에 종이를 놓칠 뻔했습니다.
“…넷이요?”
“넷이다.”
“…맞고 죽었습니까?”
“아니다.”
스승이 장부를 펴셨습니다.
“맞고 살았다가 나중에 갔다.”
“…그러면 맞아서 간 게 아닙니다.”
스승이 저를 보셨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저는 그 말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맞고 나서 몇 해 뒤에 가면, 맞아서 간 것인가 — 아무도 모름
적고 나서 그 줄을 한참 봤습니다.
이것도 셀 수 없는 것입니다.
셀 수 없는 것을 적어 두면, 나중에 셀 수 있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