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 만원으로 돌아온 시어머니
사십구재 날 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대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피오담@piodam작품 소개
2027년 추석, 충남 논산 상월면 한골마을의 송씨 종가. 큰며느리 엄춘희는 흰 상복 한복에 분홍 고무장갑을 끼고 차례상과 사십구재 상을 한꺼번에 차린다. 시어머니 송갑수가 아흔에 세상을 뜬 지 49일, 법무사인 둘째 시동생 송명호는 등기 서류를 들고 와 논과 예금과 종가 집을 삼 형제 앞으로 다 나눴다고 알린다. 사십 년 시어머니를 모신 춘희의 몫은 없다. 며느리는 상속인이 아니라서다. 추석날 밤, 수돗가에서 놋그릇을 닦던 춘희 앞으로 대문이 열린다. 쪽 찐 흰머리에 비녀를 꽂고 초록 한복을 입은 시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 들어와 대청의 제 영정 사진을 가리킨다. “저 사진 누가 골랐냐. 턱이 두 개여.” 대문 뒤에는 검은 갓을 쓴 저승차사 한월이 「정원 초과」 팻말을 들고 머리를 긁는다. 저승이 꽉 차서 49일 동안 돌려보냈다는 것이다. 갑수는 아직 안 죽었으니 내 것이라며 재산을 돌려 달라 하고, 명호는 법으로는 돌아가신 분이라며 버틴다. 막내 송명철은 받은 돈을 치킨집 빚에 다 썼고, 명호는 논을 이미 이웃에게 팔았다. 장남 송명길은 어머니와 동생들 사이에 끼어 말이 없다. 차사는 갑수가 이승 일을 다 정리하지 못하면 떠나는 날 숟가락을 들 수 없다고 한다. 다툼은 종가 안방에서 형제들의 소송으로, 소송에서 돌아온 사망자가 전국에서 쏟아진 나라의 상속 대란으로 번진다. 그리고 남편이 감춰 둔 누런 봉투 하나가 나온다. 19세 이상 · 완결
작가의 창작 노트
- 장르
- 판타지 · 5060
명절마다 전을 부치는 사람과 명절마다 상속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같은 집에 있습니다. 둘 중에 법이 이름을 불러 주는 사람은 한 사람뿐이고, 부엌에 있는 사람은 대개 이름 밖에 있습니다. 이 부엌에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다시 걸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 거기서 시작했습니다. 웃음은 제 제사상을 보고 탕국이 싱겁다고 타박하는 시어머니, 은행 창구에서 “고객님은 돌아가셨습니다”를 듣고 지팡이를 드는 아흔 살, 찜질방에 양머리 수건을 쓰고 들어온 저승차사, 법전을 들고 형수와 싸우다 계산기 앱에 지는 법무사 시동생에게 맡겼습니다. 아픈 자리는 사십 년 동안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한 말을 기다리는 며느리의 부엌에 두었습니다. 시동생들의 이유도 끝까지 살려 두었습니다. 아파트 대출과 딸의 결혼, 배달 수수료와 가게 빚은 거짓말이 아닙니다. 상속과 유류분, 사망 기록의 정정은 실제 법을 따랐고, 돌아온 사람을 다루는 정부 지침과 특례법만 지어냈습니다. 한골마을과 송씨 종가, 모든 인물은 지어낸 것입니다.
이 작품은 원작의 인물·설정·문장을 사용하지 않은 독립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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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차 목록
총 10화 · 평균 5,397자
1화(5,616자)
제 영정 사진에 턱이 두 개라는 시어머니
2026.11.06
2화(5,486자)
은행 창구에서 “고객님은 돌아가셨습니다”
2026.11.06
3화(5,352자)
제 제사상 숟가락을 못 드는 시어머니
2026.11.06
4화(5,387자)
치킨집 카운터에 앉은 돌아가신 어머니
2026.11.06
5화(5,323자)
판사가 지문을 찍어 보자는 날
2026.11.06
6화(5,322자)
생방송 토론, 어머니 대 아들
2026.11.06
7화(5,401자)
찜질방 양머리 수건을 쓴 저승차사
2026.11.06
8화(5,338자)
조정실에서 장남이 꺼낸 누런 봉투
2026.11.06
9화(5,338자)
공증 사무소에 증인으로 따라온 저승차사
2026.11.06
10화(5,403자)
마지막 탕국에 씨간장 한 숟갈
2026.11.06
댓글 4
다시읽기2026.11.06· 9화
집도 선산도 마다하고 씨간장 독만 받겠다는 춘희 씨에서 울컥했어요. 신분증이 없어서 공증 증인에서 밀려난 저승차사는 너무 웃기고요. 명호 계산기가 유류분이 안 남는다고 답하는 장면, 춘희 씨가 언제부터 이렇게 짰을까요?
피오담작가2026.11.06
춘희는 사십 년 동안 이 집 살림 계산을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씨간장 독을 고른 이유는 갑수 여사가 떠나는 날 드러납니다.
고양이발2026.11.06· 2화
은행 창구에서 고객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소리 듣는 시어머니라니, 웃다가 배 아팠어요. 저승차사가 순번표 들고 기한 알려 주는 것도요. 상속은 사망으로 시작되고 등기도 끝났다는 둘째 아들 말이 법으로는 맞는 거죠?
피오담작가2026.11.06
명호 말은 법으로는 하나도 틀리지 않아요. 그래서 갑수 여사가 더 화가 나지요. 장관 발표가 뜨는 장면부터 집안 싸움이 나라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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