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415자)

방청석에서 내려다본 그물채

국회 고양이 국밥이 · 소예찬

국밥은 해가 뜨기도 전에 굴 밖이 시끄러워지는 것을 들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다시 열렸다⁠. 바퀴 소리⁠, 걸레 짜는 소리⁠, 의자를 하나씩 끌었다 미는 소리⁠. 왁스 냄새가 평소보다 진하게 밀려왔다⁠. 바닥을 새로 닦는 냄새였다⁠. 국밥은 코를 찡그리고 새끼들을 굴 안쪽으로 몰았다⁠.

새끼들은 이제 몰리지 않았다⁠. 수육은 깍두기의 꼬리를 쫓아 굴 안을 빙빙 돌았고⁠, 순대는 국밥의 꼬리에 매달려 끌려다녔다⁠. 부추는 입구에 앉아 바깥 소리마다 고개를 돌렸다⁠. 국밥이 부추를 물어 안쪽에 내려놓으면 부추는 몸을 털고 다시 입구로 걸어갔다⁠. 넷 다 젖을 먹고⁠, 국밥이 물어 온 사료 알을 굴리며 놀았다⁠. 사료 알을 하나씩 깨물어 보는 새끼도 있었다⁠.

해가 높아지자 굴 밖 소리가 조금 잦아들었다⁠. 왁스 냄새 나는 사람이 굴 앞에 물그릇과 닭가슴살을 놓았다⁠. 닭가슴살은 손바닥이 아니라 그릇에 있었다⁠. 사람은 굴 앞에 앉지 않고 바로 일어나 갔다⁠. 걸음이 바빴다⁠.

*

진바다는 12월 31일 오후 한 시⁠, 국회 방문자센터 창구 앞에서 육태란에게서 방청권을 받았다⁠.

“⁠일반 방청석 맨 앞줄⁠. 우리 의원님 소개야⁠.⁠” 육태란이 방청권을 건네며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댔다⁠. “⁠박수 금지⁠, 고함 금지⁠, 휴대전화 금지⁠, 일어서기 금지⁠. 고양이 이름 부르기도 당연히 금지⁠.⁠”

“⁠여당 의원님 소개로 야당에서 잘린 보좌관이 들어가네⁠.⁠”

“⁠그러니까 소리 내면 우리 둘 다 끝이야⁠.⁠” 육태란이 바다의 목도리를 고쳐 매 주었다⁠. “⁠근데 너 소리 낼 거잖아⁠.⁠”

방문자센터에서 본청까지는 화단 사이 길을 걸어갔다⁠. 본청 앞 계단 아래에 기자들이 모여 있었고⁠, 의원회관에서 오는 길로 검은 외투들이 하나씩 걸어왔다⁠. 맨 앞에 흰 머리의 하정필이 있었다⁠. 기자들이 하정필에게 몰려가다가 하정필이 걸음을 멈추자 같이 멈췄다⁠. 하정필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진바다 씨⁠.⁠” 하정필이 기자들을 손짓으로 물렸다⁠. 기자들은 물러나는 척하며 휴대전화를 들었다⁠. “⁠방청하러 왔어요⁠?⁠”

“⁠네⁠. 원내대표님 들어가시는 거 보러요⁠.⁠”

하정필이 웃었다⁠. 바다는 하정필이 웃을 때 눈은 웃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여섯 시에 고양이 옮긴다면서요⁠. 옮기면 들어가요⁠. 바다 씨가 바라던 거잖아⁠.⁠”

“⁠옮기면 고양이 행방을 밝히라고 하실 거잖아요⁠. 보호소 어디로 갔는지⁠, 학대는 없었는지⁠. 그거 확인하려면 열두 시 넘겠죠⁠.⁠”

하정필의 웃음이 그대로 있었다⁠. 대답이 조금 늦었다⁠.

“⁠바다 씨⁠. 내가 시간을 번 덕에 정부가 국민 첫 집에서 1조 깎는 데 동의했어요⁠. 한 달 전엔 한 푼도 못 깎는다던 사람들이에요⁠. 시간 벌기는 정치예요⁠. 고양이가 아니었으면 나는 기한 넘긴 원내대표로 한 달 내내 욕만 먹었을 거고⁠.⁠” 하정필이 목소리를 낮췄다⁠. “⁠쪽지라고 하죠⁠? 우리 의원 서른 명 지역구에서 십 년씩 기다린 사업이에요⁠. 의장 안대로 가면 그게 다 빠져요⁠. 그 서른 명은 다음 총선에 뭘 들고 지역에 가요⁠?⁠”

“⁠그건 원내대표님 사정이에요⁠.⁠”

하정필의 눈썹이 조금 올라갔다⁠. 바다는 목도리 끝을 쥐었다⁠.

“⁠1조 깎은 거⁠, 그거 들고 들어가세요⁠. 들어가서 마이크 잡고⁠, 쪽지 못 넣어서 아쉽다고 말씀하세요⁠. 그리고 찍으세요⁠. 반대든 찬성이든요⁠. 고양이 뒤에서 말고 그 위에서요⁠.⁠”

기자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바다를 향했다⁠. 하정필은 휴대전화들을 한 번 둘러보고⁠, 바다에게 고개를 아주 조금 숙였다⁠. 인사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각도였다⁠.

“⁠여섯 시를 봅시다⁠.⁠” 하정필이 계단을 올라갔다⁠. “⁠나도 고양이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

오후 다섯 시⁠, 진바다는 방청객 줄을 따라 로텐더홀을 지나다가 기둥 밑 긴 의자에 혼자 앉은 탁원구를 보았다⁠.

탁원구는 생선 무늬가 아닌 남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무릎에 지역구 지도를 접어 올려놓고⁠, 손가락으로 접힌 자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방청객 줄이 탁원구 앞을 지나갔다⁠. 탁원구가 고개를 들었고⁠, 둘의 눈이 마주쳤다⁠. 방청객 줄은 멈추지 않았다⁠. 바다는 줄에서 한 걸음 비켜 나와 탁원구 앞에 멈췄다⁠. 안내 직원이 바다를 돌아보았다⁠.

“⁠의원님⁠.⁠”

“⁠방청 왔구나⁠.⁠” 탁원구가 지도를 접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육태란 비서 의원실 소개지⁠? 여당 소개로⁠.⁠”

“⁠네⁠.⁠”

“⁠잘했네⁠. 우리 의원실 소개로는 이제 못 들어오니까⁠.⁠” 탁원구가 웃으려다 말았다⁠. “⁠바다 씨⁠. 그 길⁠, 내년에 예결위에 정식으로 다시 올리면 될까⁠?⁠”

“⁠의원님이 처음부터 다시 쓰셔야 돼요⁠. 사업 설명서⁠. 통학 버스 사고 구간 사진도 새로 찍으시고요⁠.⁠”

“⁠바다 씨가 쓴 거 있잖아⁠.⁠”

“⁠그건 제 이름으로 낸 거라 의원실 서버에서 지워졌을 거예요⁠. 면직되면 지운대요⁠.⁠”

탁원구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안내 직원이 바다를 불렀다⁠. 바다가 줄로 돌아가는 동안 탁원구는 긴 의자에 앉은 채 안주머니를 한 번 눌러 보았다⁠.

*

오후 다섯 시 오십 분⁠, 진바다는 방청석 맨 앞줄 난간에 두 손을 얹고 있었다⁠.

방청석은 본회의장 위층에서 의원석을 내려다보는 자리였다⁠. 난간 아래로 의원석 삼백 자리가 텅 빈 채 반원으로 펼쳐져 있었고⁠, 반원 끝에 의장석이 있었다⁠. 의장석 아래 나무 단 틈 앞에 이동장이 뚜껑을 연 채 놓여 있었다⁠. 이동장 옆에 오만식이 그물채를 바닥에 눕혀 두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금동하가 수건 더미를 안고 뒤에 서 있었다⁠. 방청석 뒷줄에는 방호원 둘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오만식이 고무장갑을 꼈다⁠. 전광판 시계가 17⁠:59에서 18⁠:00으로 넘어갔다⁠.

바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장님⁠!⁠”

방청석 뒷줄 방호원이 바다의 어깨를 잡았다⁠. 아래에서 오만식이 고개를 들었다⁠. 동그란 안경알이 천장 조명을 받아 하얗게 번졌다⁠.

“⁠진바다 씨⁠. 방청석에서는 일어나시면 안 됩니다⁠.⁠” 오만식이 아래에서 공손하게 말했다⁠. 본회의장은 작은 목소리도 위로 올려 보냈다⁠.

“⁠과장님이 옮기시면 그 사람들 또 핑계 대요⁠. 하정필 원내대표님이 방금 계단에서 그러셨어요⁠. 고양이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시대요⁠.⁠”

“⁠그분 궁금증은 그분 사정이고요⁠.⁠” 오만식이 고무장갑 낀 손을 무릎에 얹었다⁠. “⁠진바다 씨⁠. 한 달 전 이 자리에서 진바다 씨가 그랬어요⁠. 고양이가 먼저 왔다고⁠. 고양이 몸이 먼저라고⁠. 지금은 고양이를 여기 두자는 이유가 고양이 몸입니까⁠, 표결입니까⁠?⁠”

바다는 난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방호원이 어깨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바다는 대답을 찾았고⁠, 찾은 대답은 둘 다였다⁠.

“⁠둘 다예요⁠.⁠”

“⁠저는 하나만 봅니다⁠.⁠” 오만식이 말했다⁠. “⁠새끼들이 걸어요⁠. 오늘 밤 구두가 육백 개 들어옵니다⁠. 의사봉이 이 위에서 세 번 내려칩니다⁠. 저는 고양이를 핑계로도⁠, 표결을 핑계로도 옮기는 게 아니에요⁠. 걸어 다니는 새끼 넷이 의장석 계단에서 구르니까 옮기는 겁니다⁠.⁠”

“⁠수의사 선생님 불러 주세요⁠.⁠” 바다가 말했다⁠. “⁠선생님이 옮겨야 한다고 하시면 저 앉을게요⁠.⁠”

오만식은 바다를 오래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꺼냈다⁠.

“⁠이미 불렀습니다⁠. 오 분 뒤에 도착하세요⁠.⁠”

*

장보은은 여섯 시 십 분에 덧싸개를 신고 의장석 앞에 엎드렸다⁠.

장보은이 틈 안을 들여다보는 동안 방청석의 바다도⁠, 바닥의 오만식도⁠, 수건을 안은 금동하도 숨을 죽였다⁠. 틈 안에서 새끼 하나가 냐⁠, 했다⁠. 장보은이 휴대전화 불빛을 거두고 일어났다⁠.

“⁠넷 다 튼튼해요⁠. 젖도 먹고 사료도 깨물고⁠.⁠” 장보은이 덧싸개를 벗지 않고 서서 말했다⁠. “⁠옮겨도 되고⁠, 안 옮겨도 돼요⁠. 옮기면 어미가 따라가요⁠. 안 옮기면 계단만 막아 주면 되고요⁠. 이제 새끼들은 어미 가는 데로 가요⁠.⁠”

“⁠그럼 누가 정합니까⁠?⁠” 오만식이 물었다⁠.

“⁠어미가요⁠.⁠” 장보은이 이동장을 턱으로 가리켰다⁠. “⁠사람이 정하면 사람 사정이 들어가요⁠. 과장님 사정⁠, 바다 씨 사정⁠, 저 위에 계신 분들 사정⁠. 어미는 자기 사정만 보고요⁠.⁠”

방청석 뒷줄의 방호원이 바다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바다는 앉지 않았다⁠. 방호원도 다시 앉으라고 하지 않았다⁠.

“⁠열어 놨잖아요⁠.⁠” 장보은이 말을 이었다⁠. “⁠열어 놨잖아요⁠. 들어가면 들어가는 거고⁠.⁠”

오만식은 이동장을 의장석 앞으로 반 뼘 더 밀어 놓고 뒤로 물러났다⁠. 무릎을 꿇은 채로 세 걸음⁠. 그물채는 바닥에 눕혀 둔 그대로였다⁠.

국밥이 굴 입구로 나왔다⁠. 이동장을 보았다⁠. 코를 대고 핫팩 냄새를 맡았다⁠. 꼬리를 바닥에 한 번 내리쳤다⁠. 그리고 굴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순대의 목덜미를 물고 다시 나왔다⁠. 방청석에서 바다가 숨을 들이켰다⁠. 국밥은 순대를 이동장 앞에 내려놓지 않았다⁠. 오만식의 무릎 앞에 내려놓았다⁠. 순대는 오만식의 구두 끈을 물었다⁠. 국밥은 몸을 돌려 굴로 들어갔고⁠, 다시 나오지 않았다⁠.

오만식이 구두 끈을 문 순대를 내려다보았다⁠. 고무장갑을 낀 손이 순대 위에서 멈췄다가⁠, 장갑을 벗은 맨손으로 순대를 들어 굴 입구에 도로 내려놓았다⁠. 순대가 비틀거리며 굴로 들어갔다⁠.

“⁠이게 어미 결정입니까⁠?⁠” 오만식이 장보은에게 물었다⁠.

“⁠저도 처음 봐요⁠.⁠” 장보은이 처음으로 웃었다⁠. 아주 짧게⁠.

*

일곱 시 십 분⁠, 본회의장 옆문이 열렸다⁠. 사무총장이 문을 잡았고⁠, 의장이 들어왔다⁠.

의장은 의원석 사이 통로를 천천히 걸어 의장석 앞까지 왔다⁠. 오만식이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금동하가 수건 더미째 고개를 숙였다⁠. 의장은 허리를 굽혀 틈 안을 들여다보았다⁠. 한참을 보았다⁠. 방청석 맨 앞줄의 바다를 한 번 올려다보고⁠, 다시 틈을 보았다⁠.

“⁠오 과장⁠. 이동장은 열어서 옆에 두게⁠.⁠” 의장이 허리를 폈다⁠. “⁠고양이가 들어가면 들어가는 거고⁠. 나는 열 시에 이 위에서 방망이를 칠 거야⁠.⁠”

“⁠의장님⁠, 새끼들이 걸어 다닙니다⁠. 오늘 밤 구두가 육백 개입니다⁠.⁠”

“⁠그럼 오 과장이 계단에 앉아 있게⁠. 밤새⁠.⁠” 의장이 사무총장을 돌아보았다⁠. “⁠원내대표들한테 전해⁠. 고양이는 의장이 책임진다고⁠. 이제 고양이 핑계는 내 핑계라고⁠.⁠”

사무총장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옆문으로 나갔다⁠. 오만식은 고무장갑을 마저 벗어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그물채를 집어 금동하에게 건넸다⁠. 그리고 의장석 계단 맨 아래 칸에 등을 틈 입구 반대로 두고 앉았다⁠. 오만식의 남색 조끼 등판이 계단 앞을 막았다⁠.

*

밤 아홉 시⁠, 두 원내대표가 따로 짧은 입장을 냈다⁠. 진바다는 방청석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지 못해⁠, 뒷줄 방호원이 혼잣말처럼 읽어 주는 것으로 들었다⁠. 「⁠야당⁠: 의장이 고양이를 볼모로 표결을 강행한다⁠」⁠. 「⁠여당⁠: 고양이 안전을 의장 개인이 책임질 수 없다⁠」⁠. 방호원은 다 읽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밤 열 시 정각⁠, 의장이 의장석에 올랐다⁠. 의장석 아래 계단에 오만식이 앉아 있었고⁠, 계단 아래 틈 안에서 노란 눈이 반짝였다⁠. 의장이 의사봉을 쥐었다⁠.

바다는 난간 너머로 의원석을 내려다보았다⁠. 반원으로 펼쳐진 의원석 삼백 자리에 사람이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방청석 벽 모니터에는 의장석 밑 카메라 화면이 작게 떠 있었고⁠, 화면 구석의 숫자가 「⁠현재 시청 1⁠,204⁠,331⁠」을 넘어가고 있었다⁠. 본회의를 열려면 예순 명이⁠, 예산안을 의결하려면 삼백 명의 절반을 넘는 백쉰한 명이 앉아 있어야 했다⁠. 바다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셌다⁠. 스물셋이었다⁠.

9화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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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산없음2026.11.06· 9화

    그물채 들고 다니던 오만식이 조끼 등으로 틈 입구를 막고 앉는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시청자는 백이십만인데 의원석엔 스물셋이라니. 바다가 손가락으로 세는 거 보면서 같이 셌습니다.

    • 소예찬작가2026.11.06

      백쉰한 명이 앉아야 하는 자리에 스물셋이었죠. 국밥이와 새끼 넷이 언제 처음 걸어 나오는지는 마지막 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