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452자)
포두 아씨
삼류 여포두 · 설묵향
항주 지부는 아침마다 게를 먹었다. 구월 서호 게는 딱지 안이 노랗게 차서, 지부는 대청 상 위에 게 다섯 마리를 쌓아 두고 은 젓가락으로 다리 살을 파내면서 아랫사람의 말을 들었다. 대청 안에는 생강 식초 냄새와 게 껍질 비린내가 진하게 고여 있었다. 미향은 섬돌 아래 서서 이 냄새를 맡으며, 지부의 젓가락이 다리 하나를 비울 때마다 한 마디씩 꾸중을 들었다.
“조 포두.” 지부가 게딱지를 뒤집었다. “자네 아버지도 서른 해를 포두로 있었지. 그동안 무림 세가 담장 안에 포승을 던진 적이 있던가?”
“아버지께서는 그 일을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영감.”
“없었으니 말을 안 했겠지.” 지부가 노란 장을 떠서 밥에 비볐다. “강호 일은 강호 사람들이 치르네. 관아는 그 사람들이 성안에서 칼을 휘두르지 않게 하면 그만이야. 그 대신 세가들은 성벽 고칠 돈을 내고, 흉년이면 곡식을 풀지. 자네가 시신 하나로 그 셈을 깨겠다는 건가?”
“아이 하나가 죽었습니다.”
“어부 딸이지.”
“어부 딸입니다.”
지부의 젓가락이 멈췄다. 대청 옆에 서 있던, 붓을 든 아전인 서리 둘이 서로 눈을 맞췄다. 한 서리가 다른 서리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소리가 미향에게까지 들렸다.
“포두 나리라고 써야 하나, 포두 아씨라고 써야 하나?”
“꾸중 듣는 글에는 그냥 조 포두라고 쓰게.”
지부가 헛기침을 했다. 서리들이 붓을 들었다.
“검시가 끝났으면 시신을 오늘 안에 내주게. 여씨 집에서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잖나. 고소하는 사람도 없는데 관아가 무엇을 더 붙들고 있겠나?”
“검시는 끝났습니다. 다만 아비가 딸을 묻지 않겠다고 합니다.”
“묻지 않겠다니?”
“딸 죽인 사람 얼굴을 법정에서 보기 전에는 땅에 안 넣겠다고 합니다. 함 오작이 검시청 지하 얼음 굴에 모셔 두었습니다.”
지부가 게딱지를 상 위에 엎었다. 탁 소리가 났다.
“그 어부가 고소를 하겠다던가?”
“아직은 아닙니다.”
“그럼 아직은 아무 일도 없는 거야.” 지부가 손을 저었다. “나가 보게. 그리고 조 포두, 세가 가주가 관아 마당에 손수 걸어 들어왔다는 말이 벌써 성안에 돌아. 그분 얼굴을 다시 마당에서 보게 만들지 말게.”
*
용금문 밖 어시장은 해가 뜨기 전에 열리고 해가 높이 뜨면 닫혔다. 미향이 도착했을 때는 광주리마다 남은 생선이 은빛 배를 드러내고 마지막 값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닥 돌 틈으로 비늘 섞인 물이 흘러 신발 바닥이 미끈거렸다. 생선 장수들의 외침과 갈매기 소리, 칼로 생선 머리 치는 소리가 한데 엉켜 귀가 멍했다.
시장 한가운데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었다.
미향은 사람들 어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둥근 마당 가운데에 공치삼이 붕어 광주리 셋을 앞에 놓고 쪼그려 앉아 있었다. 딸을 얼음 굴에 두고도 새벽에 그물을 걷으러 나갔다. 이 앞에 흰 겉옷의 젊은 사내가 서 있었다. 여준결이었다. 어젯밤 담장 위에서 보았던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어르신 붕어를 다 사겠소.” 여준결이 은자 한 덩이를 광주리 위에 올려놓았다. “세 광주리에 열 냥이오. 시장 값의 열 배요.”
구경꾼들 사이에서 휘파람 소리가 났다. 공치삼은 은자를 보지도 않았다. 붕어 한 마리를 들어 아가미를 젖혀 보였다.
“이게 열 냥짜리로 보이오?”
“내가 그렇게 쳐 드리겠다는 거요.”
“붕어가 열 냥짜리면 내가 붕어를 잘못 잡은 거요. 아니면 도련님이 셈을 모르는 거요.” 공치삼이 붕어를 도로 광주리에 넣었다. “세 광주리에 일 냥 두 돈이오. 거기서 한 푼도 더는 안 받소.”
“그럼 나머지는 덤으로 받으시오.”
“덤은 파는 쪽이 주는 거요. 사는 쪽이 주는 게 아니오.”
구경꾼들이 웃었다. 생선 장수 하나가 무릎을 치며 말했다. “공 영감이 값을 올리는 놈은 봤어도 깎는 놈은 처음 보네!” 여준결도 웃었다. 그런데 여준결의 웃음이 이번에는 입가에서 조금 늦게 따라왔다.
“어르신, 이건 피값이 아니오. 아버지가 드린 것과는 다르오. 내가 내 돈으로 드리는 거요. 강호 사람은 제가 친 값을 제가 치르오.”
“그래서 붕어를 사시겠다?”
“그렇소.”
“그럼 붕어 값만 내시오.” 공치삼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일 냥 두 돈.”
미향이 둥근 마당 안으로 들어섰다.
“여 공자. 관아로 같이 가 주시오.”
여준결이 고개를 돌렸다. 은자를 쥔 손이 허리께로 내려갔다.
“포두 아씨, 아침부터 부지런하시오. 무슨 일로 관아에 가자는 거요?”
“어젯밤 담장 위에서 한 말을 관아에서 한 번 더 해 주시오.”
“했소. 술병 들고 담장 위에서.” 여준결은 구경꾼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들으셨소? 포두 아씨가 내가 술 취해 담 위에서 한 말을 들고 왔다 하오. 술 취한 사내가 담 위에서 한 말로 세가 장남을 묶어 가는 관아도 있소?”
웃음이 터졌다. 미향은 쇠사슬을 풀었다. 고리가 하나씩 손가락 사이를 미끄러져 내려가며 차르륵 울었다. 납 추가 돌바닥을 한 번 긁었다.
“담 위에서 한 말이면 관아 마당에서도 할 수 있을 거요. 거기서 한 번 더 듣겠소.”
“묶어 가시겠다?”
미향은 대답 대신 사슬을 던졌다.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였다. 손목으로 반 바퀴 돌려 추에 무게를 실은 다음, 어깨가 아니라 허리로 던진다. 추가 상대의 손목을 한 바퀴 감고 돌아오면 사슬을 당겨 조인다. 서른 해 동안 아버지의 사슬은 소매치기와 노름꾼과 칼 든 술꾼의 손목을 그렇게 감았다.
추는 여준결의 오른 손목을 정확히 한 바퀴 감았다. 구경꾼들이 숨을 멈췄다.
여준결은 사슬이 감긴 손목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쥐었다. 미향의 손바닥으로 사슬을 타고 이상한 떨림이 건너왔다. 차가운 쇠가 순간 뜨거워지는 것 같더니, 사슬 가운데쯤의 고리 하나가 소리도 없이 벌어졌다. 미향이 당긴 힘이 갈 곳을 잃었고, 이 사람의 몸이 뒤로 휘청했다. 이 틈에 여준결이 한 걸음 들어와 미향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밀었다.
밀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미향의 발이 땅에서 떨어졌다. 미향은 등부터 생선 광주리 두 개를 뭉개며 떨어졌고, 미끈한 붕어 수십 마리가 미향의 가슴과 얼굴 위로 쏟아졌다. 꼬리 하나가 미향의 뺨을 철썩 쳤다.
시장이 웃음으로 뒤집혔다.
여준결은 끊어진 사슬 토막을 손목에서 풀어 미향의 배 위에 떨어뜨렸다.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거라지요. 소매치기 잡기엔 좋겠소.” 여준결은 은자 덩이를 공치삼의 광주리에 다시 던졌다. 이번에는 공치삼도 이것을 던져 돌려주지 못했다. 여준결이 이미 등을 돌려 사람들 사이로 걸어 나가고 있었다.
미향은 붕어 사이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옆 광주리 장수가 제 광주리 값을 물어내라고 소리쳤다. 옥담이 사람들 틈에서 뛰어나와 미향을 일으키려다 붕어를 밟고 미끄러져 같이 넘어졌다.
“포, 포두 나리…… 아씨, 괜찮으십니까?”
“붕어가 괜찮은지 보게.”
미향은 끊어진 고리를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마흔아홉 고리 가운데 스물두 번째였다. 고리가 칼에 잘린 것처럼 깨끗하게 벌어져 있었다.
*
공치삼은 해가 기울 때까지 붕어골 제 집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
광주리 셋은 다 팔렸다. 여준결이 던진 은자 덩이는 마루 위에 그대로 있었다. 이것을 만지지 않았다. 이 은자 옆에 아영이 쓰던 그물 바늘과, 아영이 노 손잡이를 깎다 남긴 나무 부스러기를 담아 둔 사발이 있었다. 부스러기에서 아직 소나무 냄새가 났다.
아영이 노를 처음 쥔 것은 열두 살 때였다. 공치삼은 딸에게 노를 가르치지 않으려 했다. 계집아이가 배를 타면 손이 망가지고 시집을 못 간다고 했다. 아영은 아버지가 낮잠 자는 사이에 배를 몰래 끌고 나가 갈대밭 가운데서 빙빙 돌다가 돌아왔고, 공치삼은 이날 딸의 종아리를 때리는 대신 노 쥐는 법을 바로 고쳐 주었다. 노는 손으로 미는 게 아니라 허리로 미는 거다, 하고. 이 말을 한 것이 공치삼은 지금 이렇게 마루 끝에 앉아서야 후회가 되었다. 허리로 밀 줄 아는 아이라서 놀잇배 노를 맡았고, 이 배 아래로 갔다.
마을 사람들이 마루 앞을 지나며 말을 걸었다.
“치삼이, 은자 받았다며? 잘했네. 세가랑 싸워서 뭐 하나?”
“여씨 집에서 우리 마을 생선 다 사 준다잖나. 아영이도 그걸 바랄 거야.”
공치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침 시장에서 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생선 광주리에 처박힌 여자 포두가 일어나서 맨 먼저 한 일은 끊어진 쇠고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들여다본 것이었다. 비늘이 붙은 얼굴을 닦지도 않았다. 이 여자가 어제 관아 마당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고소는 현에서 시작한다고, 전당현 관아 문 앞에 누구든 칠 수 있는 북이 매달려 있다고.
공치삼은 일어나서 은자 덩이를 허리춤에 넣었다. 그리고 아영의 그물 바늘도 넣었다.
*
전당현 관아는 항주부 관아에서 골목 둘을 건너면 나왔다. 대문 왼쪽 처마 밑에 소가죽을 씌운 큰 북이 걸려 있었고, 북채는 쇠고리에 묶여 있었다. 북 가죽 위에는 먼지가 손가락 마디 두께로 앉아 있었다. 서른 해 동안 이 고을에서 무림 세가를 걸고 이 북을 친 사람은 없었고, 이웃끼리 담장 시비로 친 사람도 몇 해에 한 번이었다.
공치삼은 북채를 쇠고리에서 풀었다. 관아 문지기가 졸다가 눈을 떴다.
“영감, 그거 함부로 치면…….”
북소리가 문지기의 말을 덮었다.
첫 번째 소리에 북 가죽의 먼지가 한꺼번에 일어나 노을빛 속에 황금색 연기처럼 퍼졌다. 두 번째 소리에 골목의 개들이 짖기 시작했다. 공치삼은 노를 젓듯 허리로 북채를 밀었다. 손바닥 굳은살이 북채 손잡이에 쓸리며 벗겨지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열 번, 스무 번. 골목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나와 관아 앞에 섰다. 장작 지고 가던 나무꾼이 지게를 내려놓았고, 국수집 아낙이 국자를 든 채 나왔다.
미향은 이 북소리를 대장간에서 들었다. 끊어진 고리를 이어 붙이려고 대장장이 앞에 사슬을 내려놓은 참이었다. 사슬을 다시 집어 들고 뛰었다. 머리카락에서 아직 붕어 비린내가 났다.
미향이 관아 앞에 닿았을 때 구경꾼은 쉰 명이 넘어 있었다. 공치삼은 북을 치던 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었다. 북채 손잡이가 피로 젖어 있었다. 관아 대문이 삐걱 열리고 현의 아전이 얼굴을 내밀었다.
“누, 누가 북을 쳤소? 무슨 일이오?”
공치삼이 허리춤에서 은자 덩이를 꺼내 북 아래 돌바닥에 내려놓았다.
“붕어골 어부 공치삼이오. 내 딸 공아영을 죽인 여씨 집 장남 여준결을 고소하러 왔소.” 공치삼이 숨을 한 번 고르고 덧붙였다. “이건 그놈이 오늘 아침 내 붕어 값으로 던지고 간 거요. 붕어 값은 일 냥 두 돈이오. 남은 건 관아에서 받아 두시오. 그놈한테 돌려줄 거요.”
아전이 은자 덩이를 내려다보다가 미향을 보았다. 구경꾼들이 웅성거렸다. 누군가 말했다. “여씨 집이라고? 서호 여씨?” 다른 누군가가 말했다. “저 여자가 그 포두 아씨야. 아침에 붕어 광주리에 처박힌.”
미향은 끊어진 사슬을 쥔 채 공치삼 옆에 섰다. 공치삼이 미향을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포두, 냄새 나오.”
“붕어 냄새요.”
“내 붕어요?”
“어르신 붕어요.”
공치삼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으로 공치삼의 마른 눈 가장자리가 조금 젖었다.
“잘 잡은 붕어요. 아영이가 놓은 그물에서 나온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