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323자)
과자 창고의 사장님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8월 9일 월요일 아침 여덟 시, 마약조사과 사무실은 담배 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무도 피우지 않는데 벽과 의자와 서류 상자에 오래된 냄새가 남아 있었다. 반장은 등산화를 책상 밑에 벗어 놓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맹소리는 반장 앞 의자에 앉아 무릎에 손을 얹었다. 금요일 밤부터 생각한 말을 순서대로 꺼냈다.
“우기현 부기장은 제 고등학교 일 년 선배예요. 누리온항공 방콕 노선을 타요. 비행 갈 때마다 달콤창고라는 수입 과자 체인에 신제품 샘플을 들고 와서 수고비를 받는다고 했어요. 달콤창고 대표는 방 사장이라고 불렀어요. 방콕에 과자 창고가 있고, 방콕 공항 가게에도 망고 버터 쿠키를 납품한대요.”
반장은 받아 적지 않았다. 다 듣고 나서 한 가지만 물었다.
“그 선배, 좋은 사람이에요?”
“고등학교 때 제 벌점을 대신 받았어요.”
“그럼 좋은 사람이네.” 반장이 컴퓨터 화면을 돌렸다. 달콤창고 누리집이 떠 있었다. 연두색 간판, 전국 매장 마흔두 곳, 「태국 직수입 · 정직한 가격」. 대표 인사말 옆에 사진 하나가 있었다. 반소매 셔츠를 입은 마흔 중반 남자가 웃고 있었다. “방도열. 수입 과자로 칠 년 만에 매장 마흔두 개. 세금 꼬박꼬박 내고, 식품 검사도 다 받고, 서류는 깨끗해.”
“깨끗하면 왜 보세요?”
“너무 깨끗해서.” 반장이 슬리퍼를 벗고 등산화를 신었다. “내일 창고 가 보자. 수입 신고 서류 확인하러 가는 거야. 개도 데려가. 서류 보러 가는 데 개 데려가는 건 이상하지 않아. 우리 개가 쿠키를 좋아한다는 건 전 국민이 아니까.”
*
화요일 오후의 창고는 설탕 냄새로 꽉 차 있었다. 종이 상자, 비닐 랩, 지게차가 뿜는 경유. 상자 수백 개가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상자마다 버터, 코코넛, 망고 젤리, 땅콩, 고추 맛 과자. 코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들이켜서 재채기가 세 번 났다.
시큼함은 창고 전체에 얇게 깔려 있었다. 바닥에서 났다. 누군가 표백제로 바닥을 박박 닦았는데, 표백제 밑에서도 시큼함이 올라왔다. 오래전에 쏟은 물이 마룻바닥 틈에 스며 있는 것처럼.
새 지폐 냄새가 다가왔다. 갓 찍어 낸 종이돈, 망고 향 핸드크림, 금속 시곗줄. 새 지폐 냄새 사람 손이 쿠키 하나를 내 코앞에 내밀었다. 버터. 망고 버터. 엉덩이가 들썩였는데 손에서 땀이 하나도 안 났다. 땀이 안 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웃는 사람은 땀이 조금 나고, 무서운 사람은 땀이 많이 난다. 새 지폐 냄새는 웃는데 땀이 없었다.
귤 냄새 손이 쿠키 든 손을 막았다. 나는 쿠키를 지나서 창고 안쪽으로 코를 댔다. 시큼함이 제일 진한 데가 있었다. 벽 쪽, 비닐을 둘둘 감은 상자 더미. 표백제가 제일 진한 데도 거기였다. 나는 앉았다. 꼬리는 바닥에 붙였다.
*
“어머, 앉았네.” 방도열이 웃었다. 사진보다 키가 작았고 목소리가 높았다. 손목에 금속 시계가 헐렁하게 돌았다. “쿠키 앞에서 앉는 개라더니. 저 상자는 방콕 공항 가게에서 돌아온 반품이에요. 유통기한 지난 망고 버터. 콩떡이가 망고 버터를 그렇게 좋아한다면서요.”
“저희 개 이름 아세요?” 맹소리가 물었다.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 영상 우리 직원들 단톡방에 열 번은 올라왔어요.” 도열이 쿠키 봉지를 소리에게 내밀었다. “고맙다고 꼭 전해 주세요. 영상 나가고 한 주 동안 망고 버터 매출이 삼십 퍼센트 올랐어요. 광고비를 드려야 하나 해서 직원들이랑 회의까지 했다니까요.”
반장이 서류철을 받아 넘기는 동안 도열은 소리 옆에 붙어 걸었다. 창고 이곳저곳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방콕 창고에서 태국 사람 스무 명이 과자를 상자에 담고, 배로 오는 것은 한 달, 비행기로 오는 것은 사흘. 신제품 샘플은 승무원 몇 분께 부탁해 들고 오게 한다. 수고비는 한 번에 십만 원. 세금 신고도 다 했다.
“우기현 부기장님 아시죠?” 도열이 먼저 이름을 꺼냈다. “고등학교 후배시라면서요. 부기장님이 그 얘기 하면서 엄청 웃었어요. 자기 후배 개가 자기 가방에 짖었다고.”
소리의 손가락이 목줄 위에서 굳었다. 도열은 소리 얼굴을 보며 계속 웃었다.
“저 상자 좀 열어 봐도 될까요?” 소리가 벽 쪽 비닐 상자 더미를 가리켰다.
“반품이라니까요.”
“반품이면 열어 봐도 되잖아요.”
도열이 반장을 봤다. 웃음은 그대로였는데 목소리에서 높은 음이 빠졌다.
“반장님. 오늘 서류 보러 오신 거죠? 통관 끝난 물건은 제 물건이에요. 제 창고에 있는 제 물건을 열자고 하시려면 영장 가져오셔야죠. 개가 쿠키 앞에서 앉았다고 영장 나오나요?” 도열이 소리를 돌아봤다. “주무관님 개가 쿠키 보고 앉는 건 국회의원님도 아시던데요.”
반장이 서류철을 덮었다. “서류는 깨끗하네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창고를 나올 때 도열이 문 앞까지 따라 나와 쿠키 상자 하나를 반장 손에 쥐여 주려 했다. 반장은 받지 않았다. 도열은 상자를 콩떡이 앞에 내려놓았다. 콩떡이는 상자를 한 번 맡고 지나갔다. 처음이었다. 소리는 그걸 보고도 웃지 못했다.
*
창고에서 나와 차에 오르자마자 반장이 안전띠도 매지 않고 말했다.
“맹 주무관. 상자 열자고 한 거, 오늘 제일 큰 실수야.”
소리는 조수석에서 고개를 돌렸다. 뒷좌석에서 콩떡이가 쿠키 냄새가 밴 코를 창에 문지르고 있었다.
“앉았잖아요. 꼬리 안 흔들고.”
“앉은 거 나도 봤어. 방도열도 봤고.” 반장이 시동을 걸었다. “방도열이 우기현 이름을 먼저 꺼낸 거 들었지? 우리가 누굴 아는지 자기도 안다는 거야. 맹 주무관이 그 사람 후배인 것까지. 오늘 우리가 상자를 열자고 했으니, 방도열은 이제 우리가 상자를 의심한다는 것까지 알아. 내일이면 저 벽 쪽 상자 더미는 없어.”
“그럼 영장을……”
“개가 앉았다고는 영장 안 나와. 방도열 말이 맞아.” 반장이 창고 쪽을 돌아봤다. 연두색 간판 아래에서 도열이 아직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사람은 우리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알아. 그래서 웃는 거야.”
소리는 무릎 위에서 손을 쥐었다 폈다. 개 편을 들 때 앞뒤를 안 본다는 말을 훈련소에서 교관에게 처음 들었다. 오늘 또 들은 말이었다. 반장은 말을 바꿔서 했을 뿐이었다.
*
수요일 오후, 반장은 소리를 자기 책상으로 불러 모니터를 가리켰다. 달콤창고 누리집 「소식」 칸에 작년 겨울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누리온항공 승무원 여러분과 함께한 신제품 시식회」. 제복 입은 승무원 열 명 남짓이 과자 상자 앞에 서 있었고, 가운데 도열이 있었다. 도열 바로 옆에서 기현이 쿠키 봉지를 들고 웃고 있었다.
“이 사람 맞죠.”
“맞아요.”
“승무원 휴대품 신고 기록을 봤어. 지난 이 년 동안 우기현 이름으로 들어온 신고는 한 건도 없어. 달콤창고 매장에는 샘플이 다달이 들어갔고.” 반장이 볼펜을 굴렸다. “방도열 씨는 세금 신고 다 했다고 했지. 회사 서류에 수고비는 다 있어. 근데 누가 무엇을 들고 왔는지는 없어.”
“선배는 쿠키라고 했어요.”
“쿠키겠지. 겉은.” 반장이 볼펜을 멈췄다. “내일 우 부기장 방콕에서 들어와. 승무원 검사대에서 우리가 볼 거야. 맹 주무관은 유리 뒤에 있어. 말 걸지 마. 눈도 마주치지 마. 할 수 있어?”
“네.”
“거짓말이네. 그래도 해.” 반장이 모니터를 끄며 덧붙였다. “방콕 창고는 태국 경찰에 공조 요청 넣었어. 답은 빨라야 다음 달이야. 그쪽 창고 사람들은 우리보다 먼저 알 거고.”
*
목요일 오후 세 시 사십 분, 승무원 검사대 옆 관찰실 유리 뒤에서 소리는 콩떡이 목줄을 무릎 위에 감았다. 오늘 검사대 앞에는 오석과 번개가 서 있었다. 반장이 바꾼 것이었다. 기현을 아는 개를 쓰지 말자는 뜻이었다.
기현이 검은 캐리어를 끌고 통로에 들어왔다. 모자를 벗어 겨드랑이에 끼고, 유리 쪽은 한 번도 보지 않았다. 번개가 캐리어 앞에서 코를 몇 번 대더니 그대로 지나갔다. 오석이 반장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반장이 손짓하자 직원이 캐리어를 열었다. 쿠키 상자 둘. 직원이 상자 겉을 천으로 훔쳐 이온 스캐너에 넣었다. 기계가 짧게 울었다.
기현의 어깨가 아주 조금 내려갔다. 반장은 상자를 들어 무게를 가늠해 보고, 하나를 뜯어 봉지를 꺼내 흔들고, 쿠키를 반으로 쪼개 보았다. 쿠키였다. 반장은 상자를 도로 넣고 캐리어를 닫아 주었다.
“우 부기장님, 협조 감사합니다. 상자 겉에 묻은 건 운송 중에 옮은 것일 수도 있어서요. 들어가셔도 됩니다.”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통로를 빠져나갔다. 관찰실 유리 앞을 지날 때 발걸음이 한 박자 느려졌다. 오른발이 바닥을 바깥으로 조금 찼다.
*
관찰실 문 밑 틈으로 항공유 냄새가 들어왔다. 문틈은 손가락 하나 들어갈 만큼이었고, 냄새는 틈을 지나 바닥을 기어 내 코까지 왔다. 비싼 향수가 오늘은 거의 없었다. 땀이 향수를 다 덮었다. 무서운 땀, 오래 무서웠던 땀. 하루 이틀이 아니라 여러 계절 동안 몸에 밴 땀이었다.
손에서는 시큼함이 진했다. 상자를 만진 손이었다. 상자를 몇 번이나 들었다 놓은 손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켜 문 쪽으로 코를 댔다. 귤 냄새 손이 내 등을 눌렀다. 귤 냄새 손에서도 땀이 났다. 둘의 땀 냄새가 문틈 양쪽에서 똑같았다.
*
콩떡이가 유리에 코를 대고 기현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왜 보내 줬어요?” 소리가 반장에게 물었다.
“묻은 걸로는 못 잡아. 쿠키가 쿠키면 쿠키야. 들고 가는 데를 봐야지.” 반장이 무전기를 들었다. “따라가는 사람 붙였어.”
*
밤 열한 시, 장기주차장 3층에서 소리는 제 차 문을 열려다 손을 멈췄다. 기둥 그늘에 기현이 앉아 있었다. 제복 윗옷을 벗어 무릎에 덮었고, 흰 셔츠 단추는 두 개가 풀려 있었다. 바닥에 빈 커피 캔 두 개가 굴렀다. 하나는 허리가 찌그러져 있었다. 손으로 쥐었다 폈다 한 자국이었다.
콩떡이가 뒷좌석 창에 코를 대고 낑낑거렸다. 소리는 문을 닫았다. 주차장 안은 낮의 열이 아직 빠지지 않아 콘크리트 기둥에서 미지근한 바람이 올라왔다.
“선배. 여기 계시면 안 돼요.”
“알아.” 기현이 일어섰다. 다리에 쥐가 났는지 한 번 휘청했다. “따라오는 사람 있는 것도 알아. 흰 승합차. 이 층에 서 있어. 너 지금 나 만나면 또 감찰받는 것도 알아.”
“그럼 왜 왔어요.”
기현은 대답하지 않고 소리 차 뒷좌석 창을 봤다. 콩떡이가 유리에 코를 대고 있었다. 기현이 손바닥을 창에 댔다. 콩떡이가 유리 너머에서 기현 손바닥에 코를 맞댔다.
“콩떡이가 맞았어.” 기현이 창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처음부터. 짖은 날부터 맞았어.”
소리는 차 열쇠를 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열쇠 끝이 손바닥을 찔렀다.
“나 그거 들고 다녔어. 쿠키 상자 밑에. 이 년 동안. 스무 번 넘게.”
주차장 천장의 형광등 하나가 깜빡였다. 아래층에서 흰 승합차가 시동을 거는 소리가 올라왔다. 기현은 웃으려고 했는데 얼굴이 따라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