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32자)

하룻밤만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8월 12일 목요일 밤 열한 시 이십 분⁠, 장기주차장 3층의 차 안에서 우기현은 조수석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끼웠다⁠. 맹소리는 운전석에서 시동을 걸지 않았다⁠. 뒷좌석의 콩떡이가 두 앞좌석 사이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기현 어깨에 턱이 닿았다⁠.

“⁠비행 학교를 미국에서 다녔어⁠. 일억 이천⁠. 엄마 분식집 담보로 대출받고⁠, 모자라는 건 카드로 막았어⁠. 부기장 되면 갚을 줄 알았지⁠. 첫해 월급으로 이자 내니까 남는 게 없더라⁠. 엄마 가게 앞에 대출 독촉장이 두 번 붙었어⁠.⁠”

기현은 앞 유리를 보며 말했다⁠. 주차장 형광등이 유리에 길게 비쳤다⁠.

“⁠작년 겨울에 승무원 시식회에서 방 사장님을 만났어⁠. 내 얘기를 어디서 들었는지 다 알더라⁠. 광고 모델 계약금이라고 사천만 원을 넣어 줬어⁠. 대출 삼분의 일을 그걸로 갚았어⁠. 그다음부터 비행 갈 때마다 샘플 상자를 들고 왔고⁠. 처음 두 번은 진짜 몰랐어⁠. 세 번째에 상자 바닥이 이상하게 무거워서 뜯어 봤어⁠. 비닐에 싼 하얀 거⁠.⁠”

“⁠그때 그만뒀어야죠⁠.⁠”

“⁠그만둔다고 했어⁠.⁠” 기현이 웃었다⁠. 웃음이 얼굴에서 금방 내려앉았다⁠. “⁠방 사장님이 휴대전화를 보여 주더라⁠. 엄마 분식집 사진⁠. 아침에 셔터 올리는 엄마⁠. 그리고 내 대출 서류⁠, 계약금 입금 기록⁠. 이거 다 경찰이 보면 누가 먼저 잡혀 가겠냐고⁠. 웃으면서 그랬어⁠. 그 사람은 늘 웃어⁠.⁠”

소리는 핸들을 쥔 손을 내려다봤다⁠. 손등에 콩떡이 털이 붙어 있었다⁠.

“⁠선배가 고른 거예요⁠.⁠” 소리가 말했다⁠. “⁠엄마 사진은 무서웠겠죠⁠. 근데 스무 번 넘게 들고 온 건 선배예요⁠. 그 하얀 거⁠, 누가 먹었어요⁠? 지난달 몸속에 캡슐 삼키고 들어온 애⁠,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삼백만 원 준다는 글 보고 갔대요⁠.⁠”

기현이 입을 다물었다⁠. 콩떡이가 기현 귀 밑을 혀로 한 번 핥았다⁠.

“⁠땅콩 사료 값 반 낸 사람이⁠,⁠” 소리 목소리가 갈라졌다⁠. “⁠개 일 하는 후배 개한테 짖음을 당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온 거야⁠.⁠” 기현이 처음으로 소리를 봤다⁠. “⁠너한테 데려가 달라고⁠. 혼자는 못 가겠어서⁠. 오늘 검사대에서 상자 겉에서 기계가 울었을 때⁠,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숨이 쉬어지더라⁠.⁠”

“⁠지금 마약조사과 가요⁠. 반장님 아직 계세요⁠.⁠”

“⁠하나만⁠.⁠” 기현이 두 손을 무릎에서 뺐다⁠. “⁠엄마한테는 내 입으로 말하고 갈게⁠. 뉴스로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엄마 아침 여섯 시에 가게 문 열어⁠. 그때 말하고⁠, 아홉 시에 너랑 같이 갈게⁠. 하룻밤만⁠.⁠”

소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보고하지 않은 사적 만남⁠, 감찰관의 노란 포스트잇⁠, 반장의 「⁠눈도 마주치지 마⁠」⁠. 한꺼번에 떠올랐다⁠. 아래층 흰 승합차 안에서 누가 이 차를 보고 있는 것도 알았다⁠.

“⁠여섯 시에 가게 앞으로 갈게요⁠.⁠” 소리가 말했다⁠. “⁠아홉 시까지 안 나오면⁠, 제가 들어가요⁠.⁠”

*

차 안에는 소금이 둘이었다⁠. 귤 냄새 소금과 항공유 냄새 소금⁠. 둘 다 눈에서 나는 소금이었다⁠. 사람이 울면 볼에서 짠 냄새가 나고⁠, 우는 걸 참으면 목에서 짠 냄새가 난다⁠. 귤 냄새는 목이었고 항공유 냄새는 볼이었다⁠.

나는 항공유 냄새 어깨에 턱을 올렸다⁠. 시큼함은 손에서만 났다⁠. 어깨에서는 오래 빨지 않은 셔츠와⁠, 비행기 안의 마른 공기와⁠, 아주 오래된 누런 개 냄새가 났다⁠. 셔츠 깃 안쪽⁠, 목덜미에 가까운 데⁠. 몇 번 계절이 지나도 남아 있는 개 냄새였다⁠. 귤 냄새 손에도 같은 개 냄새가 아주 조금 있었다⁠. 둘이 같은 개를 만졌다⁠.

항공유 냄새가 내 머리에 볼을 댔다⁠. 볼의 소금이 내 털에 묻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개는 이럴 때 가만히 있는다⁠.

*

8월 13일 금요일 아침 여섯 시⁠, 영종도 운서동 상가 일층 분식집 셔터가 반쯤 올라갔다⁠. 소리는 길 건너편에 차를 세우고 기다렸다⁠. 유리문 안에서 쉰 후반쯤 된 여자가 떡볶이 판에 물을 붓고 있었다⁠. 기현이 셔터 밑으로 허리를 숙여 들어갔다⁠.

소리는 유리 너머 두 사람을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 눈이 자꾸 갔다⁠. 기현이 말하는 동안 엄마는 떡볶이 판에 고추장을 풀었다⁠. 국자가 판을 긁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기현이 고개를 숙였다⁠. 엄마가 국자를 들어 기현 정수리를 한 번 내리쳤다⁠. 고추장이 기현 흰 셔츠 깃에 튀었다⁠. 엄마가 국자를 떨어뜨리고 아들을 끌어안았다⁠. 기현의 키가 엄마보다 머리 하나 컸는데⁠, 안긴 모양은 반대 같았다⁠.

여덟 시 오십 분⁠, 기현이 분식집에서 나왔다⁠. 셔츠 깃에 붉은 점이 세 개 있었다⁠. 손에는 은박지에 싼 김밥 두 줄이 들려 있었다⁠.

“⁠엄마가 너 주래⁠. 단무지 뺐대⁠. 너 단무지 싫어한다고⁠.⁠”

“⁠제가 단무지 싫어하는 거 어머님이 어떻게 아세요⁠.⁠”

“⁠고등학교 때 땅콩 데리고 우리 가게 왔을 때 단무지만 빼고 먹었다고⁠.⁠” 기현이 조수석에 앉아 안전띠를 맸다⁠. “⁠엄마는 그런 건 다 기억해⁠.⁠”

*

차 문이 열리자 고추장이 들어왔다⁠. 달고 매운 떡볶이 국물⁠, 어묵을 오래 끓인 멸치 국물⁠, 튀김 기름⁠. 그리고 항공유 냄새 사람 셔츠 깃에 묻은 고추장 세 방울⁠. 깃에서 나는 고추장은 판에서 나는 고추장보다 진했다⁠. 국자에서 바로 튄 것이다⁠.

항공유 냄새 사람한테서 여자 냄새가 났다⁠. 나이 든 여자⁠. 밀가루와 파 뿌리와 손등에 바른 연고 냄새⁠. 나이 든 여자가 항공유 냄새를 오래 안았다⁠. 셔츠 등판에 여자 냄새가 손바닥 모양으로 넓게 배어 있었다⁠. 눈물 소금도 묻어 있었다⁠. 항공유 냄새 소금이 아니었다⁠. 더 짰다⁠.

은박지 안에서 김밥이 났다⁠. 참기름⁠, 시금치⁠, 달걀⁠, 햄⁠. 단무지는 없었다⁠. 귤 냄새가 은박지를 받아 들자 목의 소금이 조금 풀렸다⁠. 나는 은박지에 코를 대 보았다⁠. 귤 냄새 손이 은박지를 높이 들었다⁠. 섭섭했지만 이번에는 이해했다⁠.

*

마약조사과 조사실에서 반장은 녹음기를 켜기 전에 소리를 문밖으로 불렀다⁠.

“⁠열 시간⁠.⁠” 반장이 말했다⁠. “⁠어젯밤 열한 시 이십 분부터 오늘 아침 아홉 시까지⁠. 승합차에서 다 봤어⁠. 맹 주무관 차에 탔고⁠, 분식집 앞에 갔고⁠.⁠”

“⁠데려왔잖아요⁠.⁠”

“⁠데려온 건 잘했어⁠. 열 시간은 잘한 게 아니야⁠. 그사이에 우기현이 방도열한테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우리는 아무것도 못 해⁠.⁠” 반장이 문손잡이를 쥐었다⁠. “⁠내가 감찰에 쓰는 거 아니야⁠. 승합차 일지에 그대로 적혀 있는 거야⁠. 일지는 감찰도 봐⁠.⁠”

조사는 오후 세 시까지 이어졌다⁠. 기현은 다 말했다⁠. 방콕 창고의 위치⁠, 도열의 방콕 쪽 사람이 상자를 건네는 호텔 로비⁠, 한국에 들어와 상자를 넘기는 달콤창고 지점의 뒷문⁠. 반장은 메모를 하다가 한 대목에서 볼펜을 멈췄다⁠.

“⁠다음 비행은⁠?⁠”

“⁠19일 방콕 다녀오고⁠, 22일 일요일 방콕 첫 편이요⁠. 방 사장님이 성수기 마지막 날에 큰 거 하나 있다고 했어요⁠. 그날은 상자가 둘이래요⁠.⁠”

반장이 소리를 봤다⁠. 22일⁠. 성수기 마지막 날⁠. 콩떡이의 마지막 날⁠.

“⁠우 부기장님⁠. 22일에 평소처럼 상자를 들고 오세요⁠. 우리는 상자를 검사대에서 안 열고 그대로 내보냅니다⁠. 받는 사람까지 따라가서 거기서 잡습니다⁠. 통제배달이라고 해요⁠. 물건을 일부러 들여보내서 받는 손까지 가는 수사⁠.⁠” 반장이 볼펜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하시겠어요⁠? 하시면 재판에서 협조로 참작돼요⁠. 안 하셔도 오늘 체포는 안 해요⁠. 대신 내일부터 비행은 못 하세요⁠.⁠”

기현이 셔츠 깃의 고추장 자국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지워지지 않았다⁠.

“⁠엄마 가게는요⁠.⁠” 기현이 먼저 물었다⁠. “⁠방 사장님은 엄마 가게 셔터 올리는 시간까지 알아요⁠.⁠”

“⁠오늘부터 가게 앞에 사람 붙일게요⁠. 손님인 척하고 떡볶이 사 먹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매일 바뀌어요⁠. 어머님께는 말씀하지 마세요⁠. 표정이 달라지면 방도열 쪽이 먼저 압니다⁠.⁠”

“⁠엄마가 표정을 숨겨요⁠? 국자로 내 머리를 쳤는데⁠.⁠”

반장이 처음으로 웃었다⁠. “⁠그럼 국자는 치워 두시라고 하세요⁠.⁠”

“⁠어차피 면허는 끝났죠⁠?⁠”

“⁠끝났어요⁠.⁠”

“⁠그럼 하죠⁠. 마지막 비행이니까⁠.⁠” 기현이 소리를 돌아봤다⁠. “⁠콩떡이도 22일이 마지막이라며⁠. 같이 끝나네⁠.⁠”

*

8월 14일 토요일 오후⁠, 계원철은 공항 업무동 회의실로 소리를 불렀다⁠. 22일 작전에 콩떡이를 쓸지 정하자는 자리였는데⁠, 회의실에는 표상민이 먼저 와 있었다⁠. 탁자 위에 서류철 두 개가 놓여 있었다⁠. 하나에는 「⁠신형 탐지 장비 긴급 도입 계약(⁠안⁠)⁠」⁠, 다른 하나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과장님⁠, 시범 운영 결과 좋습니다⁠. 하루 붉은 네모 스무 개 넘게⁠, 적발 두 건⁠. 본청 국장님도 서명하셨어요⁠. 과장님 서명만 남았습니다⁠. 20일까지 해 주시면 9월 1일부터 전 벨트에 깝니다⁠.⁠” 상민이 첫 서류철을 원철 앞으로 밀었다⁠. 그리고 두 번째 서류철을 첫 서류철 위에 살짝 얹었다⁠. “⁠이건 따로 보시고요⁠. 저희 회사 고문 자리입니다⁠. 과장님 명예퇴직하시면⁠.⁠”

소리는 문가에 서서 두 서류철을 봤다⁠. 원철은 두 번째 서류철을 열지 않고 탁자 끝으로 밀었다⁠.

“⁠부사장님⁠. 장비 좋아요⁠. 사람 손보다 빠르고⁠, 지치지 않고⁠. 저는 장비 들이자는 사람이에요⁠. 지금도⁠.⁠” 원철이 첫 서류철을 넘겼다⁠. “⁠근데 이 장비가 망고 버터를 열네 번 그냥 보냈어요⁠. 긴급 도입이면 경쟁 입찰 없이 가는 거죠⁠. 열네 번 놓친 장비를 경쟁도 없이 들이는 데 제 이름을 쓰라고요⁠?⁠”

“⁠그건 지침 탓이지 장비 탓이 아닙니다⁠. 스캐너가 쿠키를 안 봤던 거고요⁠.⁠”

“⁠그러니까 지침부터 고치고⁠, 그다음에 입찰하죠⁠.⁠” 원철이 서류철을 덮었다⁠. “⁠22일 끝나고 봅시다⁠.⁠”

상민의 얼굴에서 웃음이 내려갔다⁠. 상민은 두 번째 서류철을 도로 가방에 넣으며 낮게 말했다⁠.

“⁠원철아⁠. 네가 핸들러 그만둘 때 탐지견팀 정리하라고 한 사람이 나였다⁠. 너 그때 개 데려가고 싶다고 울었잖아⁠. 나는 그때도 네 편이었어⁠.⁠”

원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상민이 나간 뒤 원철은 한참 동안 박하사탕을 꺼내지 않았다⁠. 소리는 상민의 말을 머릿속에서 몇 번이나 되짚었다⁠. 원철에게 개가 있었다는 것보다 원철이 울었다는 것이 더 믿기지 않았다⁠.

“⁠22일⁠. 콩떡이 넣어⁠.⁠” 원철이 말했다⁠. “⁠장비도 넣고⁠. 둘 다 넣어⁠.⁠”

“⁠과장님⁠, 고문 자리는요⁠.⁠”

“⁠맹 주무관 일 아니야⁠.⁠” 원철이 그제야 박하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깨물지 않고 혀로 한쪽 볼에 밀어 두었다⁠. “⁠대신 22일에 쿠키 앞에서 앉으면⁠, 은퇴 서류는 내가 직접 쓴다⁠. 맹 주무관 손에 안 맡겨⁠.⁠”

원철은 상민이 놓고 간 첫 서류철을 집어 서랍에 넣고 잠갔다⁠. 열쇠를 돌리는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

8월 15일 일요일 밤 아홉 시⁠, 소리의 휴대전화에 업무 문자가 왔다⁠.

「⁠관세청 감사담당관실 — 인천공항세관 맹소리 주무관⁠. 8월 16일(⁠월⁠) 9시 감찰 조사 출석 요구⁠. 사유⁠: 8월 12일 23시부터 13일 9시까지 수사 대상자와의 접촉 및 보고 지연⁠」

소리는 침대 위에 앉아 문자를 읽었다⁠. 열한 시부터 아홉 시까지⁠. 열 시간이 숫자로 적혀 있었다⁠. 식탁 위에는 기현 엄마가 싸 준 김밥 은박지가 접힌 채로 놓여 있었다⁠. 단무지가 빠진 자리만큼 김밥 끝이 오므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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