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409자)

하루를 반복이라고 쓴 사람

공항 탐지견 콩떡이 · 채이안

2027년 8월 2일 월요일 오전 열 시⁠, 인천본부세관 별관 삼층 회의실 문에는 「⁠감찰 조사 중⁠」이라는 종이가 테이프로 붙어 있었다⁠. 안에는 긴 탁자 하나와 의자 두 개⁠, 녹음기 하나⁠, 그리고 휴지 한 통이 있었다⁠. 휴지는 감찰관 차보민 앞에 있었다⁠.

보민은 맹소리가 앉자마자 재채기를 했다⁠. 두 번⁠, 세 번⁠. 휴지를 한 장 뽑아 코를 누르고 안경을 고쳐 썼다⁠.

“⁠죄송합니다⁠.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서요⁠.⁠” 보민이 소리 제복 소매를 봤다⁠. 크림색 털 세 가닥이 남색 천에 붙어 있었다⁠. “⁠오늘 개는 안 데려오셨죠⁠?⁠”

“⁠견사에 있어요⁠.⁠”

“⁠털은 데려오셨네요⁠.⁠” 보민이 약통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물 없이 삼켰다⁠. 웃지 않았다⁠. 농담이 아니었다⁠.

보민은 녹음기를 켜고 서류철을 펼쳤다⁠. 서류는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었고⁠, 귀퉁이마다 색깔이 다른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민원 요지는 둘입니다⁠. 하나⁠, 탐지견 반응을 핑계로 누리온항공 우기현 부기장의 짐을 반복해서 표적 검색했다⁠. 둘⁠, 우기현 부기장과 고등학교 선후배라는 사적 관계를 보고하지 않았다⁠.⁠” 보민이 펜 끝으로 종이를 짚었다⁠. “⁠7월 20일 저녁 공항 직원 식당⁠, 7월 29일 저녁 구읍뱃터 식당⁠. 두 번 만나셨죠⁠?⁠”

“⁠만났어요⁠. 밥 먹었어요⁠.⁠”

“⁠직무와 관련된 사람과 사적으로 만나면 보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검색한 당일 저녁에 만나셨고요⁠.⁠”

“⁠선배가 사과하러 온 거예요⁠. 저 혼났다고⁠.⁠”

“⁠주무관님이 검색한 사람이 주무관님한테 사과하러 왔다는 거죠⁠?⁠” 보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걸 보고서에 그대로 쓰면 읽는 사람은 어떻게 읽을까요⁠?⁠”

소리는 대답 대신 휴대전화를 탁자에 올렸다⁠. 화면에 쿠키 표가 떠 있었다⁠. 열네 줄⁠. 7월 20일부터 7월 27일까지⁠, 방콕발⁠, 망고 버터 쿠키⁠.

“⁠민원에 반복이라고 쓰여 있는데⁠, 제가 우기현 선배 가방을 연 건 7월 20일 한 번이에요⁠. 나머지 열네 번은 다 다른 승객이에요⁠. 공통점은 쿠키 하나고요⁠.⁠”

“⁠쿠키 표는 민원과 관계없습니다⁠.⁠”

“⁠관계있어요⁠. 하루를 반복이라고 쓴 사람이 누구인지는 궁금하지 않으세요⁠?⁠”

보민의 펜이 멈췄다⁠. 보민은 포스트잇 하나를 떼어 표의 첫 줄 옆에 붙였다⁠. 노란색이었다⁠. 노란색이 무슨 뜻인지 소리는 알 수 없었다⁠.

“⁠민원은 누리온항공 고객 지원팀 명의로 들어왔습니다⁠. 작성자는 항공사가 밝히지 않았고요⁠.⁠” 보민이 녹음기를 껐다⁠. 켰다⁠. “⁠주무관님⁠. 이 쿠키가 왜 열네 번이나 중요한지⁠, 개가 그렇다고 하는 것 말고 다른 근거가 있습니까⁠?⁠”

“⁠아직 없어요⁠.⁠”

“⁠그럼 아직 민원 얘기만 하겠습니다⁠.⁠”

조사는 점심때까지 이어졌다⁠. 보민은 같은 질문을 세 번씩 다른 말로 물었고⁠, 소리는 같은 대답을 세 번씩 같은 말로 했다⁠. 땅콩 이야기까지 했다⁠. 보민은 땅콩 이야기를 받아 적다가 펜을 놓고 재채기를 했다⁠.

*

밤 열 시⁠, 소리는 오피스텔 창가에 서서 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길게 가다가 끊겼다⁠. 오 분 뒤 문자가 왔다⁠.

「⁠우기현⁠: 방콕 대기 중⁠. 무슨 일 있어⁠?⁠」

소리는 「⁠감찰 받았어요⁠. 선배 가방 연 거랑 선배랑 밥 먹은 거로요⁠」라고 쳤다⁠. 보내기를 누르기 전에 손가락이 오래 머물렀다⁠. 보냈다⁠.

답은 금방 오지 않았다⁠. 화면 위쪽에 「⁠입력 중⁠」이 떴다가 사라지고⁠, 다시 떴다가 사라졌다⁠. 세 번째에 글이 왔다⁠.

「⁠우기현⁠: 미안하다⁠. 나 아니야⁠. 항공사에 내가 말해 볼게⁠. 너 다치면 안 돼⁠」

「⁠맹소리⁠: 선배가 낸 거 아닌 거 알아요⁠」

「⁠우기현⁠: 쿠키 상자는⁠? 콩떡이 잘 갖고 놀아⁠?⁠」

소리는 휴대전화를 침대에 던졌다⁠. 쿠키 상자 이야기를 왜 지금 묻는지 생각하지 않으려고 샤워기를 세게 틀었다⁠. 물소리 속에서도 질문이 남아 있었다⁠.

*

8월 3일 화요일 오전⁠, 4번 벨트에서 콩떡이의 삼십 분이 끝났을 때 계원철이 벨트 끝 기둥 옆으로 왔다⁠. 장비 모니터 앞에서 새온테크 직원이 오전 실적을 뽑고 있었다⁠. 붉은 네모 스물한 개⁠, 그중 진짜 마약 하나⁠, 나머지는 보조 배터리와 전자담배와 쇠붙이 장신구였다⁠.

“⁠맹 주무관⁠. 그 열네 개⁠.⁠” 원철이 모니터를 보면서 말했다⁠. “⁠장비가 붉은 네모 띄운 거 있어⁠?⁠”

“⁠없어요⁠. 하나도요⁠.⁠”

“⁠하나도⁠.⁠” 원철이 따라 말했다⁠. 직원이 뽑은 실적표를 받아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엑스레이는 모양을 봐⁠. 쿠키는 쿠키 모양이지⁠.⁠”

원철은 한마디만 남기고 돌아갔다⁠. 소리는 원철이 왜 쿠키 모양 이야기를 했는지 하루 뒤에 알았다⁠.

*

오후에 약 냄새가 견사로 왔다⁠. 알약을 삼킨 사람의 침 냄새⁠, 새 종이⁠, 볼펜 잉크⁠, 복사기의 따뜻한 먼지⁠. 약 냄새 사람은 철망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 있었다⁠. 물러선 사람에게서 나는 땀이 났다⁠. 무서울 때 나는 땀⁠. 약 냄새는 나를 무서워했다⁠.

귤 냄새가 같이 있었다⁠. 귤 냄새는 하루 종일 땀을 흘린 냄새였다⁠. 오늘 땀은 화난 땀이었다⁠. 화난 땀은 짜고 조금 쓰다⁠.

나는 엎드렸다⁠. 배를 바닥에 붙이고 턱을 앞발에 얹고 꼬리를 천천히 바닥에 쓸었다⁠. 무서운 사람 앞에서는 작아지는 게 예의다⁠. 약 냄새가 쭈그려 앉았다⁠. 땀이 조금 줄었다⁠. 약 냄새 손가락 하나가 철망 사이로 들어왔다⁠. 맡았다⁠. 종이와 잉크와⁠, 아주 아래에 고양이 냄새가 있었다⁠. 약 냄새 사람 집에는 고양이가 있다⁠. 고양이는 괜찮은 모양이었다⁠.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약 냄새가 재채기를 했다⁠. 침이 내 코끝까지 날아왔다⁠. 쓴 약 맛이었다⁠.

*

8월 4일 수요일 오후 두 시⁠, 보민은 4번 벨트 옆 세관 검사실로 계원철을 불렀다⁠. 소리는 쿠키 상자를 들고 왔다⁠. 기현이 준 상자였다⁠. 견사 사물함에서 꺼내 오는 내내 상자가 무거웠다⁠. 쿠키 스무 봉지 무게가 아니었다⁠. 소리는 상자 옆에 비닐 증거 봉투 하나를 같이 놓았다⁠. 7월 23일 정밀 검사실 탁자에서 치운 청년의 쿠키 봉지였다⁠. 버리지 못하고 보관해 둔 것이었다⁠.

검사실에는 표상민도 와 있었다⁠. 새온테크 조끼를 입은 직원 하나가 이온 스캐너를 밀고 들어왔다⁠.

“⁠감찰관님⁠, 저희 장비는 지금 시범 운영 중입니다⁠.⁠” 상민이 손을 비볐다⁠. “⁠운영 지침에 따라 벨트에서 표시한 가방만 검사하게 되어 있고요⁠. 감찰 증거물을 따로 재는 건 지침에 없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해석이 엇갈릴 수 있어서요⁠.⁠”

“⁠해석은 제가 하겠습니다⁠.⁠” 보민이 말했다⁠. “⁠계 과장님 생각은요⁠?⁠”

원철은 상자를 내려다봤다⁠. 박하사탕을 하나 꺼냈다가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부사장님⁠. 이 쿠키⁠, 벨트에서 다 장비를 지났죠⁠?⁠”

“⁠지났죠⁠. 표시가 안 떴으니 깨끗한 겁니다⁠.⁠”

“⁠엑스레이는 모양을 보잖아요⁠. 봉지 겉에 묻은 가루는 엑스레이가 못 봐요⁠. 스캐너가 보죠⁠. 근데 우리 지침은 엑스레이가 표시한 가방만 스캐너로 훔치게 되어 있어요⁠.⁠” 원철이 상민을 봤다⁠. “⁠쿠키는 한 번도 스캐너에 안 들어갔어요⁠.⁠”

상민의 손이 멈췄다⁠. “⁠과장님⁠, 이 결과가 잘못 나오면 저희 장비가 열네 번을 놓친 걸로 보고서에 올라갑니다⁠. 계약 앞두고 그건⁠…⁠…⁠”

“⁠잘못 나오면 놓친 거고⁠, 안 나오면 개가 틀린 거죠⁠.⁠” 원철이 직원에게 고개를 까딱했다⁠. “⁠훔쳐 보세요⁠. 상자 겉 말고⁠, 봉지 하나씩⁠.⁠”

직원이 흰 천으로 은색 봉지 겉을 훔쳐 스캐너에 넣었다⁠. 기계가 몇 초 동안 웅웅거리더니 짧게 울었다⁠. 화면에 글자가 떴다⁠. 소리는 화면을 볼 수 없는 자리에 있었는데⁠, 원철의 턱이 굳는 것으로 무엇이 떴는지 알았다⁠.

두 번째 봉지⁠. 울었다⁠. 세 번째 봉지는 울지 않았다⁠. 네 번째⁠, 울었다⁠. 청년의 봉지⁠, 울었다⁠.

원철이 봉지 하나를 직접 뜯었다⁠. 쿠키 하나를 꺼내 새 천으로 훔쳐 넣었다⁠. 기계는 조용했다⁠. 쿠키 속은 깨끗했다⁠. 겉만이었다⁠.

“⁠메스암페타민 계열 미량 반응입니다⁠.⁠” 직원이 목소리를 낮췄다⁠. “⁠양은 아주 적어요⁠. 묻은 정도요⁠.⁠”

검사실에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바깥 벨트에서 가방 떨어지는 소리가 문틈으로 들어왔다⁠. 상민이 먼저 입을 열었다⁠.

“⁠묻은 정도면 다른 짐이랑 같은 화물칸에 실려서 옮은 걸 수도 있습니다⁠. 방콕발이니까요⁠.⁠”

“⁠열네 번 다 망고 버터만요⁠?⁠” 소리가 말했다⁠. “⁠같은 화물칸에 코코넛 맛도 실렸는데요⁠.⁠”

상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원철이 천천히 박하사탕을 꺼내 입에 넣었다⁠. 이번에는 깨물지 않았다⁠.

“⁠감찰관님⁠, 분석실로 보내 주세요⁠. 봉지 전부⁠, 상자째⁠.⁠” 원철이 말했다⁠. 그리고 소리를 보지 않은 채로 덧붙였다⁠. “⁠맹 주무관⁠. 이 상자 누가 줬어⁠.⁠”

“⁠우기현 부기장이요⁠.⁠”

원철의 입안에서 사탕이 그제야 부서졌다⁠.

*

목요일 아침⁠, 콩고물 냄새가 견사에 왔다⁠. 오늘 콩떡은 안 들어 있었다⁠. 콩고물 냄새 손이 내 귀 뒤를 오래 긁었다⁠. 긁는 손가락에서 안 좋은 땀이 났다⁠.

귤 냄새는 오지 않았다⁠. 오늘은 견사 앞 벤치에 콩고물 냄새와 구두약 냄새가 같이 앉았다⁠. 구두약 냄새가 박하를 깨물었고⁠, 콩고물 냄새가 껌을 씹었다⁠. 두 사람 숨이 한참 같은 속도로 오갔다⁠. 구두약 냄새 주머니에서 소고기 냄새가 났다⁠. 오늘은 주머니가 열렸다⁠. 한 조각이 철망 틈으로 들어왔다⁠.

소금을 조금만 친 소고기였다⁠. 세상에서 네 번째로 좋은 냄새로 올라갔다⁠.

*

8월 6일 금요일 오후 다섯 시⁠, 관세청 분석실 결과서가 보민의 메일로 왔다⁠. 보민은 결과서를 출력해 원철 책상에 올려놓고⁠, 소리를 불렀다⁠. 결과서 맨 아래 줄은 짧았다⁠. 「⁠검체 21점 중 17점 메트암페타민(⁠필로폰⁠) 미량 검출⁠. 검출 부위 외포장 표면⁠. 내용물 불검출⁠」⁠.

“⁠감찰은 여기서 멈춥니다⁠. 서류는 마약조사과로 넘깁니다⁠.⁠” 보민이 말했다⁠. 오늘은 재채기를 하지 않았다⁠. 아침에 약을 두 알 먹었다고 했다⁠. “⁠다만 하나는 남습니다⁠. 직무 관련자와의 사적 만남을 보고하지 않은 것⁠. 그건 따로 봅니다⁠.⁠”

“⁠네⁠.⁠”

“⁠그리고 주무관님⁠.⁠” 보민이 서류철을 덮었다⁠. “⁠하루를 반복이라고 쓴 사람⁠,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사무실 벽 텔레비전에서 저녁 뉴스가 흘렀다⁠. 「⁠관세청⁠, 하반기 마약 단속 장비 예산 증액 요청⁠… 탐지견 운용 재검토⁠」⁠. 화면이 바뀌어 국회 회의실이 나왔고⁠, 의원 하나가 쿠키 영상을 띄운 태블릿을 들어 보였다⁠. 원철이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껐다⁠.

보민이 나가고 십 분 뒤⁠, 사무실 문이 다시 열렸다⁠. 마약조사과 반장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쉰 살쯤⁠, 회색 반팔 셔츠에 등산화를 신은 남자였다⁠. 반장은 자기소개도 하지 않고 결과서를 한 번 훑더니 소리 앞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맹 주무관⁠. 이 쿠키 들고 오는 승무원⁠, 아는 사람이죠⁠?⁠”

소리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못했다⁠. 반장은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등산화 끈을 풀었다가 다시 묶었다⁠.

“⁠방콕에서 쿠키 싸는 데는 태국 경찰한테 물어봐야 하고⁠, 여기서 쿠키 받는 데는 우리가 찾아야 하고⁠.⁠” 반장이 끈을 당겨 매듭을 지었다⁠. “⁠들고 오는 사람은 맹 주무관한테 물어봐야겠네⁠. 천천히 해⁠. 오늘 말 안 해도 돼⁠. 근데 월요일에는 해야 돼⁠.⁠”

반장이 일어나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고개만 다시 들이밀었다⁠.

“⁠아⁠, 그리고 개 잘했어⁠. 쿠키 앞에서 앉는 개라고 국회까지 소문났던데⁠, 쿠키 앞에서 앉는 게 맞았네⁠.⁠” 창밖 활주로에서 방콕발 비행기 하나가 바퀴를 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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