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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 대체 나선
2027년, AI 지배의 시작 · 이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그리고 고객 상담 부스가 줄어드는 사무실들.
사람들은 흔히 AI가 생산성을 올리고, 생산성이 오르면 경제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생산성이 사람의 노동 없이 오를 때 시작된다.1
회사 하나만 놓고 보면 AI 도입은 더없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AI는 같은 일을 더 빠르고 싸게, 쉬지 않고 해낸다. 회사가 직원을 줄이면 비용이 줄고 이익이 는다. 그런데 모든 회사가 같은 결정을 한꺼번에 내리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1
2026년 2월 22일, 미국의 투자 분석 회사 시트리니 리서치는 분석가 알랍 샤와 함께 「2028년 세계 지능 위기」라는 글을 냈다. 이 글은 2028년 6월에 지난 일을 돌아보는 보고서의 모양을 한 시나리오다. 글쓴이들은 이 글이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라고 못 박았다.2
글의 가운데에는 나선 하나가 있다. 먼저 AI가 좋아지고 싸진다. 회사는 사람을 내보내고, 아낀 돈으로 AI를 더 산 뒤, 더 좋아진 AI로 사람을 더 내보낸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돈을 덜 쓰면서 소비가 줄고 매출이 떨어지면, 회사는 이익을 지키려고 AI에 더 기댄다. 글쓴이들은 이 고리를 지능 대체 나선이라 불렀다.2
시나리오에서 이 나선은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기술이 바뀌어서 생기므로, 경기가 돌아와도 멈추지 않는다. 시나리오 속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2퍼센트에 이른다. 같은 때 미국 주가지수 S&P 500은 2026년 10월의 고점보다 38퍼센트 낮다.2
이 시나리오에서 위기는 AI가 실패해서 오지 않고, AI가 너무 잘 돌아가서 온다. AI가 없애는 것은 회사의 경쟁자가 아니라 회사의 고객이다.1
나선의 첫 바퀴는 이미 상담 부스에서 돌았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는 2025년 8월에 이렇게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덕분에 고객 지원 인력을 약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고객과 나누는 대화의 절반을 AI가 맡는다.3
스웨덴의 결제 회사 클라르나는 2024년 2월, 자사의 AI 상담원이 정규직 상담원 700명 몫의 일을 한다고 발표했다. 1년 남짓 지난 2025년 5월, 클라르나의 최고경영자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AI로 사람을 줄인 것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클라르나는 이후 사람 상담원을 다시 뽑기 시작했다.4
미국 IBM의 최고경영자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2023년 5월에 이렇게 말했다. IBM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사무 인력은 약 26,000명이고, 이 가운데 30퍼센트인 약 7,800명의 자리는 5년 안에 AI로 바뀔 수 있다. 크리슈나는 이 자리의 채용을 멈추겠다고 했다.5
AI 회사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5월에 이렇게 경고했다. AI는 1~5년 안에 신입 사무직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10~20퍼센트로 올릴 수 있다. 아모데이가 그린 세계에서는 암이 낫고, 경제가 해마다 10퍼센트씩 크며, 예산이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도 이 세계에서 사람의 20퍼센트는 일자리가 없다.6
미국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 연구진은 2025년 8월 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종에서 22~25세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3퍼센트 줄었다. 고용이 줄어든 곳은 AI가 사람을 돕는 일이 아니라,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일이었다.7
한국의 상담 부스도 같은 길에 있다. 시중은행 콜센터에서는 도급사가 사람을 뽑아 자리에 앉히고, AI 콜봇이 쉬운 콜을 먼저 받는다. 2023년, 한 은행 도급사에서 6년을 일한 상담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도급사가 댄 이유는 AI 도입으로 콜이 줄었다는 것이었다. AI 상담의 만족도는 사람 상담보다 낮았지만, AI를 많이 들인 콜센터일수록 상담원의 임금은 깎였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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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은 한 회사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회사들은 저마다 사람을 줄이고, 그만큼 이익과 주가를 올린다. 그래서 회사들의 분기 보고서는 모두 좋다. 나쁜 숫자는 회사 밖에 쌓인다. 상점의 매출과 식당의 손님은 줄고, 주택 대출의 연체는 는다. 그런데 이 숫자들을 한 장에 모아 보는 회사는 없다.9
상담 부스의 불이 층마다 꺼진다. 처음에는 AI가 단순 문의를 받고, 다음에는 환불과 해지를, 다음에는 화난 고객을 받는다. 화난 고객을 달래는 데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보고서가 나온 해에 마지막 층의 불이 꺼진다. 사람 상담원을 다시 뽑았던 회사도 몇 해 뒤에는 다시 사람을 줄인다. 이번에는 회사가 줄인다는 발표를 하지 않는다.10
신입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 해고는 뉴스가 되지만, 회사가 사람을 뽑지 않는 일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낸 첫 이력서에는 답이 돌아오지 않고, 경력이 없으니 다음 이력서에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을 가져 본 적 없는 사람이 일을 잃은 사람보다 많아진다.11
아낀 돈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회사는 아낀 인건비로 연산을 사고, 연산 값은 몇몇 AI 회사와 칩 회사로 간다. 그만큼 돈이 도는 길이 짧아진다. 사람들이 월급으로 받아 동네에서 쓰던 돈이 이제는 데이터센터의 전기료로 나간다.12
경기가 돌아와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에 경기가 나빠서 줄인 자리는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생겼다. 하지만 AI로 바꾼 자리는 다시 생기지 않는다. 경기가 좋아진 회사는 사람을 뽑는 대신 AI를 더 산다. 회복을 보여 주는 그래프에서 고용의 선만 따로 떨어져 나간다.13
어느 회사도 나선을 멈출 수 없다. 혼자 사람을 지키는 회사는 비용 경쟁에서 지고, 경쟁에서 진 회사는 사라진다. 회사에 사람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회사 밖에 있는 법과 세금이다. 나선은 시장 안에서 시작되지만, 나선을 멈추는 손잡이는 시장 밖에 있다.14
출처 1. 「AI의 판단」 문제 설정 — 앞뒤 출처의 사실을 묶어 이 작품이 세운 물음과 판단 2. Citrini Research ·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 2026-02-22 · https://www.citriniresearch.com/p/2028gic — 제임스 반 헤일런(필명 Citrini)·알랍 샤. 2028년 6월에서 돌아보는 시나리오. 「AI got better and cheaper. Companies laid off workers, then used the savings to buy more AI capability, which let them lay off more workers」를 의역, 「intelligence displacement spiral」, 구조적 변화라 경기 순환으로 멈추지 않음, 2028년 6월 실업률 10.2%, S&P 500 2026년 10월 고점 대비 38% 하락 3. Computing · Salesforce confirms 4,000 job cuts as AI takes over customer support · 2025 · https://www.computing.co.uk/news/2025/ai/salesforce-confirm-4000-ai-driven-job-cuts — 마크 베니오프(The Logan Bartlett Show, 2025-08-29) 지원 인력 약 9,000 → 약 5,000, 고객 대화의 약 50%를 AI가 처리 4. Customer Experience Dive · Klarna pursues Uber-style customer service model · 2025 · https://www.customerexperiencedive.com/news/klarna-pursues-uber-style-customer-service-model/812763/ (검색 요약을 따름) — 2024년 2월 「the equivalent work of 700 full-time agents」, 2025년 5월 시에미아트코프스키 「gone too far」와 사람 상담원 재채용 5. Bloomberg · IBM to Pause Hiring for Jobs That AI Could Do · 2023-05-01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5-01/ibm-to-pause-hiring-for-back-office-jobs-that-ai-could-kill — 아르빈드 크리슈나. 비고객 대면 인력 약 26,000명 중 약 30%(약 7,800명) 5년 안에 대체 가능, 해당 직무 채용 중단 6. Axios · Behind the Curtain: A white-collar bloodbath · 2025-05-28 · https://www.axios.com/2025/05/28/ai-jobs-white-collar-unemployment-anthropic — 아모데이 「1~5년 안에 신입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 실업률 10~20%. 「Cancer is cured, the economy grows at 10% a year, the budget is balanced — and 20% of people don‘t have jobs」를 의역 7. Stanford SIEPR ·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 2025-08 · https://siepr.stanford.edu/publications/working-paper/canaries-coal-mine-six-facts-about-recent-employment-effects-artificial — 브린욜프슨·찬다르·천. ADP 급여 자료, AI 노출 상위 직종 22~25세 고용 상대 13% 감소, 감소는 AI가 대신하는(automate) 일에 집중 8. 경향신문 · [단독] AI 도입 콜센터, 월급도 깎았다···대체 1순위? “자르기 쉬워 잘랐을 뿐” [딸깍, 노동②] · 2026-04-15 ·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50600111 — 은행 콜센터의 도급 구조. 김지원(가명) 국민은행 도급사 6년차, 2023년 「AI 도입으로 콜이 줄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 “원청 입장에선 수많은 도급사 중 두어곳과 계약을 끝내버리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 신한은행 2021년 도입 뒤 2022년 610→667명(2024년 AICC 도입 뒤 2025년 693→697명), 농협은행 AI 처리율 2023년 25.6%→2024년 20.7%→2025년 21.7%, 토스뱅크 2024년 9월 도입·처리율 70%·만족도 36%(상담원 72%), 하나은행 콜봇 중단율 52%·완료자 불만족 53%, 국민은행 처리율 41.3%·상담 인력 1,133→869명 · 최나영(국민은행) “예전에는 하루에 70콜이 적정 콜 수였다면 지금은 100콜, 120콜을 받아야 해요”. 이영선(하나은행) “개인정보 조회가 많은데 보이스피싱이 많다보니 AI 기계음이 이름, 생년월일을 물어보면 기겁하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많다”를 간접 인용 · 김정훈(박사과정) 추산 — AI 미도입 콜센터 평균 임금 월 236만 원, 고강도 도입 222만 원. 우새롬 연구위원 “콜센터는 기준이 이상해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임금보다도 임금이 낮게 매겨졌다”. 앤트로픽 분석 — 고객센터 상담원 업무의 AI 노출 범위 70%. 소제목 「’AI 대체 1순위‘라는 콜센터 상담원의 현실」 9. 「AI의 판단」 나선이 회사 안에서는 보이지 않고 밖에 쌓인다는 판단 — 2 에서 외삽 10. 「AI의 판단」 상담 부스가 층마다 꺼지고 재채용 뒤 다시 줄인다는 전망 — 3·4 에서 외삽 11. 「AI의 판단」 신입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는 전망 — 6·7 에서 외삽 12. 「AI의 판단」 아낀 인건비가 연산 값으로 나가 돈이 도는 길이 짧아진다는 전망 — 2 에서 외삽 13. 「AI의 판단」 경기 회복에도 고용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망 — 2 에서 외삽 14. 「AI의 판단」 나선을 멈추는 손잡이는 시장 밖에 있다는 판단 — 1·2 에서 외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