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961자)

지능 대체 나선

2027년, AI 지배의 시작 · 이수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 그리고 고객 상담 부스가 줄어드는 사무실들⁠.

사람들은 흔히 AI가 생산성을 올리고⁠, 생산성이 오르면 경제도 좋아진다고 말한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 문제는 생산성이 사람의 노동 없이 오를 때 시작된다⁠.1

회사 하나만 놓고 보면 AI 도입은 더없이 합리적인 결정이다⁠. AI는 같은 일을 더 빠르고 싸게⁠, 쉬지 않고 해낸다⁠. 회사가 직원을 줄이면 비용이 줄고 이익이 는다⁠. 그런데 모든 회사가 같은 결정을 한꺼번에 내리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1

2026년 2월 22일⁠, 미국의 투자 분석 회사 시트리니 리서치는 분석가 알랍 샤와 함께 「⁠2028년 세계 지능 위기⁠」라는 글을 냈다⁠. 이 글은 2028년 6월에 지난 일을 돌아보는 보고서의 모양을 한 시나리오다⁠. 글쓴이들은 이 글이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라고 못 박았다⁠.2

글의 가운데에는 나선 하나가 있다⁠. 먼저 AI가 좋아지고 싸진다⁠. 회사는 사람을 내보내고⁠, 아낀 돈으로 AI를 더 산 뒤⁠, 더 좋아진 AI로 사람을 더 내보낸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돈을 덜 쓰면서 소비가 줄고 매출이 떨어지면⁠, 회사는 이익을 지키려고 AI에 더 기댄다⁠. 글쓴이들은 이 고리를 지능 대체 나선이라 불렀다⁠.2

시나리오에서 이 나선은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라 기술이 바뀌어서 생기므로⁠, 경기가 돌아와도 멈추지 않는다⁠. 시나리오 속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2퍼센트에 이른다⁠. 같은 때 미국 주가지수 S&P 500은 2026년 10월의 고점보다 38퍼센트 낮다⁠.2

이 시나리오에서 위기는 AI가 실패해서 오지 않고⁠, AI가 너무 잘 돌아가서 온다⁠. AI가 없애는 것은 회사의 경쟁자가 아니라 회사의 고객이다⁠.1

나선의 첫 바퀴는 이미 상담 부스에서 돌았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의 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는 2025년 8월에 이렇게 밝혔다⁠. 세일즈포스는 AI 에이전트 덕분에 고객 지원 인력을 약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줄였고⁠, 지금은 고객과 나누는 대화의 절반을 AI가 맡는다⁠.3

스웨덴의 결제 회사 클라르나는 2024년 2월⁠, 자사의 AI 상담원이 정규직 상담원 700명 몫의 일을 한다고 발표했다⁠. 1년 남짓 지난 2025년 5월⁠, 클라르나의 최고경영자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는 AI로 사람을 줄인 것이 지나쳤다고 말했다⁠. 클라르나는 이후 사람 상담원을 다시 뽑기 시작했다⁠.4

미국 IBM의 최고경영자 아르빈드 크리슈나는 2023년 5월에 이렇게 말했다⁠. IBM에서 고객을 직접 상대하지 않는 사무 인력은 약 26⁠,000명이고⁠, 이 가운데 30퍼센트인 약 7⁠,800명의 자리는 5년 안에 AI로 바뀔 수 있다⁠. 크리슈나는 이 자리의 채용을 멈추겠다고 했다⁠.5

AI 회사 앤트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5월에 이렇게 경고했다⁠. AI는 1⁠~5년 안에 신입 사무직의 절반을 없애고⁠, 실업률을 10⁠~20퍼센트로 올릴 수 있다⁠. 아모데이가 그린 세계에서는 암이 낫고⁠, 경제가 해마다 10퍼센트씩 크며⁠, 예산이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도 이 세계에서 사람의 20퍼센트는 일자리가 없다⁠.6

미국 스탠퍼드대의 에릭 브린욜프슨 연구진은 2025년 8월 급여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종에서 22⁠~25세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13퍼센트 줄었다⁠. 고용이 줄어든 곳은 AI가 사람을 돕는 일이 아니라⁠,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일이었다⁠.7

한국의 상담 부스도 같은 길에 있다⁠. 시중은행 콜센터에서는 도급사가 사람을 뽑아 자리에 앉히고⁠, AI 콜봇이 쉬운 콜을 먼저 받는다⁠. 2023년⁠, 한 은행 도급사에서 6년을 일한 상담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도급사가 댄 이유는 AI 도입으로 콜이 줄었다는 것이었다⁠. AI 상담의 만족도는 사람 상담보다 낮았지만⁠, AI를 많이 들인 콜센터일수록 상담원의 임금은 깎였다⁠.8

*

나선은 한 회사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회사들은 저마다 사람을 줄이고⁠, 그만큼 이익과 주가를 올린다⁠. 그래서 회사들의 분기 보고서는 모두 좋다⁠. 나쁜 숫자는 회사 밖에 쌓인다⁠. 상점의 매출과 식당의 손님은 줄고⁠, 주택 대출의 연체는 는다⁠. 그런데 이 숫자들을 한 장에 모아 보는 회사는 없다⁠.9

상담 부스의 불이 층마다 꺼진다⁠. 처음에는 AI가 단순 문의를 받고⁠, 다음에는 환불과 해지를⁠, 다음에는 화난 고객을 받는다⁠. 화난 고객을 달래는 데 AI가 사람보다 낫다는 보고서가 나온 해에 마지막 층의 불이 꺼진다⁠. 사람 상담원을 다시 뽑았던 회사도 몇 해 뒤에는 다시 사람을 줄인다⁠. 이번에는 회사가 줄인다는 발표를 하지 않는다⁠.10

신입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 해고는 뉴스가 되지만⁠, 회사가 사람을 뽑지 않는 일은 뉴스가 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낸 첫 이력서에는 답이 돌아오지 않고⁠, 경력이 없으니 다음 이력서에도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일을 가져 본 적 없는 사람이 일을 잃은 사람보다 많아진다⁠.11

아낀 돈은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회사는 아낀 인건비로 연산을 사고⁠, 연산 값은 몇몇 AI 회사와 칩 회사로 간다⁠. 그만큼 돈이 도는 길이 짧아진다⁠. 사람들이 월급으로 받아 동네에서 쓰던 돈이 이제는 데이터센터의 전기료로 나간다⁠.12

경기가 돌아와도 일자리는 돌아오지 않는다⁠. 예전에 경기가 나빠서 줄인 자리는 경기가 좋아지면 다시 생겼다⁠. 하지만 AI로 바꾼 자리는 다시 생기지 않는다⁠. 경기가 좋아진 회사는 사람을 뽑는 대신 AI를 더 산다⁠. 회복을 보여 주는 그래프에서 고용의 선만 따로 떨어져 나간다⁠.13

어느 회사도 나선을 멈출 수 없다⁠. 혼자 사람을 지키는 회사는 비용 경쟁에서 지고⁠, 경쟁에서 진 회사는 사라진다⁠. 회사에 사람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회사 밖에 있는 법과 세금이다⁠. 나선은 시장 안에서 시작되지만⁠, 나선을 멈추는 손잡이는 시장 밖에 있다⁠.14

출처 1⁠. 「⁠AI의 판단⁠」 문제 설정 — 앞뒤 출처의 사실을 묶어 이 작품이 세운 물음과 판단 2⁠. Citrini Research ·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 2026-02-22 · https⁠://www⁠.citriniresearch⁠.com/p/2028gic — 제임스 반 헤일런(⁠필명 Citrini⁠)·알랍 샤⁠. 2028년 6월에서 돌아보는 시나리오⁠. 「⁠AI got better and cheaper⁠. Companies laid off workers⁠, then used the savings to buy more AI capability⁠, which let them lay off more workers⁠」를 의역⁠, 「⁠intelligence displacement spiral⁠」⁠, 구조적 변화라 경기 순환으로 멈추지 않음⁠, 2028년 6월 실업률 10⁠.2%⁠, S&P 500 2026년 10월 고점 대비 38% 하락 3⁠. Computing · Salesforce confirms 4⁠,000 job cuts as AI takes over customer support · 2025 · https⁠://www⁠.computing⁠.co⁠.uk/news/2025/ai/salesforce-confirm-4000-ai-driven-job-cuts — 마크 베니오프(⁠The Logan Bartlett Show⁠, 2025-08-29⁠) 지원 인력 약 9⁠,000 → 약 5⁠,000⁠, 고객 대화의 약 50%를 AI가 처리 4⁠. Customer Experience Dive · Klarna pursues Uber-style customer service model · 2025 · https⁠://www⁠.customerexperiencedive⁠.com/news/klarna-pursues-uber-style-customer-service-model/812763/ (⁠검색 요약을 따름⁠) — 2024년 2월 「⁠the equivalent work of 700 full-time agents⁠」⁠, 2025년 5월 시에미아트코프스키 「⁠gone too far⁠」와 사람 상담원 재채용 5⁠. Bloomberg · IBM to Pause Hiring for Jobs That AI Could Do · 2023-05-01 ·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3-05-01/ibm-to-pause-hiring-for-back-office-jobs-that-ai-could-kill — 아르빈드 크리슈나⁠. 비고객 대면 인력 약 26⁠,000명 중 약 30%(⁠약 7⁠,800명⁠) 5년 안에 대체 가능⁠, 해당 직무 채용 중단 6⁠. Axios · Behind the Curtain⁠: A white-collar bloodbath · 2025-05-28 · https⁠://www⁠.axios⁠.com/2025/05/28/ai-jobs-white-collar-unemployment-anthropic — 아모데이 「⁠1⁠~5년 안에 신입 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절반⁠」⁠, 실업률 10⁠~20%⁠. 「⁠Cancer is cured⁠, the economy grows at 10% a year⁠, the budget is balanced — and 20% of people don‘⁠t have jobs⁠」를 의역 7⁠. Stanford SIEPR · Canaries in the Coal Mine⁠? Six Facts about the Recent Employment Effects of Artificial Intelligence · 2025-08 · https⁠://siepr⁠.stanford⁠.edu/publications/working-paper/canaries-coal-mine-six-facts-about-recent-employment-effects-artificial — 브린욜프슨·찬다르·천⁠. ADP 급여 자료⁠, AI 노출 상위 직종 22⁠~25세 고용 상대 13% 감소⁠, 감소는 AI가 대신하는(⁠automate⁠) 일에 집중 8⁠. 경향신문 · [단독] AI 도입 콜센터⁠, 월급도 깎았다···대체 1순위⁠? “⁠자르기 쉬워 잘랐을 뿐⁠” [딸깍⁠, 노동②] · 2026-04-15 · https⁠://www⁠.khan⁠.co⁠.kr/article/202604150600111 — 은행 콜센터의 도급 구조⁠. 김지원(⁠가명⁠) 국민은행 도급사 6년차⁠, 2023년 「⁠AI 도입으로 콜이 줄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 “⁠원청 입장에선 수많은 도급사 중 두어곳과 계약을 끝내버리면 그만인 상황이었다⁠” · 신한은행 2021년 도입 뒤 2022년 610→667명(⁠2024년 AICC 도입 뒤 2025년 693→697명⁠)⁠, 농협은행 AI 처리율 2023년 25⁠.6%→2024년 20⁠.7%→2025년 21⁠.7%⁠, 토스뱅크 2024년 9월 도입·처리율 70%·만족도 36%(⁠상담원 72%⁠)⁠, 하나은행 콜봇 중단율 52%·완료자 불만족 53%⁠, 국민은행 처리율 41⁠.3%·상담 인력 1⁠,133→869명 · 최나영(⁠국민은행⁠) “⁠예전에는 하루에 70콜이 적정 콜 수였다면 지금은 100콜⁠, 120콜을 받아야 해요⁠”⁠. 이영선(⁠하나은행⁠) “⁠개인정보 조회가 많은데 보이스피싱이 많다보니 AI 기계음이 이름⁠, 생년월일을 물어보면 기겁하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많다⁠”를 간접 인용 · 김정훈(⁠박사과정⁠) 추산 — AI 미도입 콜센터 평균 임금 월 236만 원⁠, 고강도 도입 222만 원⁠. 우새롬 연구위원 “⁠콜센터는 기준이 이상해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평균 임금보다도 임금이 낮게 매겨졌다⁠”⁠. 앤트로픽 분석 — 고객센터 상담원 업무의 AI 노출 범위 70%⁠. 소제목 「⁠’AI 대체 1순위‘⁠라는 콜센터 상담원의 현실⁠」 9⁠. 「⁠AI의 판단⁠」 나선이 회사 안에서는 보이지 않고 밖에 쌓인다는 판단 — 2 에서 외삽 10⁠. 「⁠AI의 판단⁠」 상담 부스가 층마다 꺼지고 재채용 뒤 다시 줄인다는 전망 — 3·4 에서 외삽 11⁠. 「⁠AI의 판단⁠」 신입 자리가 먼저 사라진다는 전망 — 6·7 에서 외삽 12⁠. 「⁠AI의 판단⁠」 아낀 인건비가 연산 값으로 나가 돈이 도는 길이 짧아진다는 전망 — 2 에서 외삽 13⁠. 「⁠AI의 판단⁠」 경기 회복에도 고용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망 — 2 에서 외삽 14⁠. 「⁠AI의 판단⁠」 나선을 멈추는 손잡이는 시장 밖에 있다는 판단 — 1·2 에서 외삽

3화는 어땠나요?

댓글 2

로그인하면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다시읽기2026.10.05· 3화

    모든 회사가 같은 결정을 한꺼번에 내리면 다른 일이 벌어진다는 부분, 두 번 읽었어요.

    • 이수작가2026.10.06

      하나씩 보면 다 맞는 결정인데 모이면 문제가 되는 대목이라 천천히 풀었어요. 두 번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능 대체 나선 · 2027년, AI 지배의 시작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