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330자) · 우편법 제이조

미배달 보관함

누가 보냈는지 아는 사람 · 정이한

만 19세 이상 이용가

분류 센터로 찾아가는 방법은 버렸다. 검은 세단이 석 달에 한 번 다리에 오는 사람이라면, 내 출퇴근길에는 더 자주 올 것이다. 내가 중부권 소포 분류 센터 정문을 지나가는 순간, 흰 셔츠 사진이 붙은 사물함까지 길이 난다. 내가 길을 내면 그 사람들이 따라 걷는다. 십이 년 전 둔치에서 우리가 석진 선배의 말을 따라 걸었던 것처럼.

그래서 우편으로 하기로 했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했듯이.

우체국 사람만 아는 서랍이 하나 있다. 미배달 보관함. 받는 사람 칸이 젖거나 찢어져서 읽을 수 없는 상자는 분류 센터에서 멈춘다. 재부착 라벨 작업자가 그 상자를 열어 안에 든 단서로 주소를 찾아 주고, 못 찾으면 보관함에 넣는다. 일 년을 기다렸다가 폐기한다. 그 서랍을 여는 손은 야간조 셋뿐이다. 그중 한 사람이 십이 년째 그 자리에 있다.

월요일 점심시간에 상자를 접었다. 3호. 나는 이 상자를 접는 데 십이 초가 걸린다. 십사 년 동안 몇만 번 접었다. 그날은 삼십 초가 걸렸다. 밑면 날개를 두 번 거꾸로 접었다.

안에 넣을 것은 오래 고르지 않았다. 흑연으로 문지른 열다섯째 장. 「다음 달에 쓰겠습니다.」 그 아래 빈자리에 내 손으로 한 줄을 적었다. 볼펜으로 꾹꾹 눌러서. 누가 밑에 종이를 대면 자국이 남도록.

세었습니다. 백사십사 개. 이십육 분.

그리고 종이를 뒤집어 오른쪽 아래 구석에 점을 넷 찍었다. 일자로. 셋 옆에 하나를 더.

받는 사람 칸에는 내 주소를 적었다. 그다음 탕비실 싱크대에서 손가락에 물을 묻혀 받는 사람 칸을 문질렀다. 잉크가 번졌다. 번지가 먼저 사라졌고, 동 이름이 반쯤 남았다. 이러면 분류 센터 기계가 읽지 못한다. 기계가 못 읽으면 사람 손으로 간다.

나는 십사 년 동안 번진 송장을 살리는 일을 했다. 번지게 만든 것은 처음이었다. 우체국 규정 몇 조 몇 항에 걸리는지 나는 대충 안다. 알면서 문질렀다. 손가락에 파란 물이 들었다.

“선배, 그거 검색대 넣어요?”

진이 탕비실 문간에 서 있었다. 컵라면을 들고.

“안 넣어.”

“왜요. 선배 거잖아요. 선배가 보내는 거 제가 제일 먼저 보고 싶은데.”

“진아. 종이 한 장 들었어.”

“종이 한 장도 엑스레이에서는 예뻐요. 흰 네모로 떠요. 아무것도 없는 흰 네모. 그게 제일 예뻐요.”

나는 결국 상자를 검색대에 넣었다. 진이 화면에 코를 박았다. 흰 네모가 떴다. 진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통계적으로 무해합니다.」 그리고 내 파란 손가락을 봤다. 한참 봤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진은 모르는 척하는 법을 이번 달에 배우고 있었다.

오후 네 시, 하역장으로 상자를 들고 나갔다. 분류 센터로 가는 오후 트럭이 후진해 들어와 있었다. 기사 아저씨가 짐칸 문을 열고 롤 테이너를 끌어내리고 있었다. 나는 롤 테이너 맨 위 칸에 상자를 올렸다.

“하윤 씨죠.”

하역장 셔터 옆에 검은 점퍼가 서 있었다. 다리 위에서 봤던 그 남자. 목에 방문증을 걸고 있었다. 한결물산 대외협력실. 계장 도장이 찍힌 방문증이었다. 꽃바구니 다음에 온 것이 이 방문증이었다.

“뭐 보내세요.”

“업무입니다. 관계자 외 출입 금지예요.”

“저 관계자예요. 오늘부터 한결물산이 청명우체국 대량 발송 계약을 하거든요. 상무님이 계장님이랑 점심 드시면서 정리하셨어요. 제가 물류 점검 담당입니다.”

그는 웃으면서 롤 테이너 쪽으로 걸어왔다. 손을 뻗었다. 맨 위 칸, 내 상자로.

나는 상자를 먼저 잡았다. 그의 손이 내 손등 위에 얹혔다. 손이 뜨거웠다. 담배 냄새가 났다.

“이거 주소가 번졌네요. 제가 다시 써 드릴까요?”

“손 치우세요.”

“상무님이 궁금해하세요. 하윤 씨가 요즘 누구랑 편지하는지.”

“우편법 제이조. 우편물은 발송인과 수취인 말고는 아무도 열 수 없습니다. 제가 접수한 순간부터 이건 국가 거예요. 손 치우세요.”

나는 그 조항을 십사 년 동안 한 번도 소리 내어 말해 본 적이 없었다. 우체국 연수원 시험지에서나 봤다. 막상 입 밖으로 나오니 목소리가 떨리지 않았다. 떨려야 할 것 같았는데 안 떨렸다.

그가 손에 힘을 줬다. 상자 모서리가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나도 힘을 줬다. 3호 상자는 가볍다. 종이 한 장이 든 3호 상자는 더 가볍다. 두 사람이 힘을 주면 상자가 먼저 진다.

“선배! 경비 불러요?”

진이었다. 하역장 문간에서 소리쳤다. 한 손에 휴대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 벽에 붙은 비상벨 덮개를 이미 열어 두고 있었다. 컵라면은 어디 두고 온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아저씨. 하역장 들어오시는 분은 가방 검색대 통과하셔야 돼요. 규정이에요. 제가 방금 만든 거 아니고 원래 있던 거예요. 진짜로.”

기사 아저씨가 롤 테이너를 멈췄다. 하역장에 있던 집배원 둘이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주위를 한 번 둘러봤다. 눈이 셋, 넷, 다섯으로 늘어나는 것을 셌다. 다리 위에서 유모차를 셌던 것처럼. 손을 뗐다.

“농담이에요, 하윤 씨. 농담.”

그는 방문증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기사 아저씨가 롤 테이너를 짐칸에 밀어 넣었다. 문이 닫혔다. 트럭이 하역장을 빠져나갔다. 찌그러진 모서리를 단 채로, 내 상자가 분류 센터로 갔다.

남자는 셔터 밖으로 나가다가 돌아섰다. 나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강 영감님 수첩, 요즘도 가슴 주머니에 넣고 다니시죠. 단추 채워서. 그 주머니 얇던데.”

그는 나갔다. 진이 비상벨 덮개를 닫았다. 손이 떨려서 두 번 만에 닫혔다.

“선배. 저 사람 방금 협박한 거죠. 통계적으로.”

“통계 아니야, 진아.”

“알아요. 그래서 무서워요.”

퇴근길에 강 노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여덟 번 가고 받았다. 뒤에서 바람 소리가 났다. 다리 위였다.

“어르신, 수첩 댁에 두고 다니세요. 당분간.”

“왜?”

“그 검은 차 사람이 수첩 얘기를 했어요.”

강 노인은 한참 웃었다. 웃음 끝에 기침을 했다.

“아가씨. 수첩은 다리에 있어야 셈이 되오. 집에 두면 그건 그냥 공책이오. 셀 사람이 없어지면 난간 앞에 선 사람은 누가 세오.”

“어르신 다치시면요.”

“그럼 그날은 내가 영 쪽에 들어가겠지. 걱정 마오. 마누라가 오늘은 보리차에 대추를 넣었소. 기운이 나.”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버스 정류장 의자에 한참 앉아 있었다. 버스가 두 대 지나갔다. 셈이 하나 더 늘었다. 강 노인. 그 줄은 이미 수첩에 있었다. 나는 그 줄 옆에 점을 하나 찍었다. 무슨 뜻인지는 나도 몰랐다.

사월 첫째 주 화요일까지는 넉 주 가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넉 주를 기다릴 각오를 했다. 십이 년 동안 그 사람은 석 달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의 박자로 보냈다. 박자를 바꾸는 사람이 아니었다.

열흘째 되는 수요일에 상자가 왔다.

오전 열한 시 오 분. 진이 컨베이어에서 3호 상자를 집어 들고 송장을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입을 벌렸는데 소리가 안 나왔다. 발신인 칸이 비어 있었다. 받는 사람 칸 위에 재부착 라벨이 붙어 있었다. 중부권 소포 분류 센터 재부착. 라벨 모서리에 파란 확인 도장. 분류.

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화요일이 아닌 날이었다.

진은 이번에는 검색대 얘기를 하지 않았다.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서 내 자리에 내려놓고, 휴게실 문을 열어 주고, 자기는 창구로 돌아갔다. 창구 앞에 선 손님에게 평소보다 두 배 크게 「어서 오세요」라고 했다.

휴게실에서 테이프를 갈랐다. 안에 든 것은 둘이었다.

하나는 사진이었다. 사물함 문 안쪽에 오래 붙어 있었던 사진. 네 귀퉁이에 테이프 자국이 누렇게 남아 있었다. 흰 셔츠를 입은 진우가 도서관 서가 앞에서 웃고 있었다. 단추를 목까지 다 채우고. 한 손에 반납할 책을 들고. 사진 뒷면 오른쪽 아래에 점이 넷 찍혀 있었다. 셋은 삼각형으로, 하나는 그 옆에 떨어져서.

다른 하나는 종이였다. 이번에는 백지가 아니었다. 볼펜 글씨가 종이 뒤까지 배어 나올 만큼 꾹꾹 눌려 있었다. 문장이었다. 십이 년 만에 처음 온 문장.

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서명옥입니다. 진우 엄마입니다. 청명의료원 칠 층, 끝 방입니다.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글씨가 끝으로 갈수록 기울었다. 마지막 줄은 획이 두 번 끊겼다. 쓰다가 쉬었다가 다시 쓴 자국이었다. 오래는 못 기다립니다. 나는 그 문장을 협박으로 읽을 수도 있었다. 석진 선배라면 그렇게 읽었을 것이다. 나는 병원 이름 옆에 붙은 층수를 봤다. 청명의료원 칠 층은 호스피스 병동이다. 우체국에서 그 병원으로 가는 등기를 나는 매주 접수한다. 칠 층으로 가는 등기는 대개 받는 사람이 두 번 바뀐다.

사진과 종이를 코트 안주머니에 넣었다. 사원증 옆에. 스물여섯 살 내 얼굴과 스물여섯 살에 멈춘 진우의 얼굴이 한 주머니에 들어갔다.

퇴근해서 아파트 앞에 도착했을 때, 단지 입구 건너편 갓길에 검은 세단이 서 있었다. 시동이 켜진 채로. 운전석 창문이 손가락 두 개만큼 내려와 있었고, 그 틈으로 담배 연기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세단 쪽을 보지도 않았다. 대신 단지 입구 화단 앞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는 척 몸을 숙이고, 번호판을 읽었다. 네 자리. 우체국 사람은 숫자를 한 번에 외운다. 송장 번호 열세 자리도 한 번에 외운다. 네 자리쯤은 숨 한 번이었다.

집에 들어와 불을 켜지 않고 창가에 섰다. 커튼 틈으로 갓길이 보였다. 세단은 한 시간 넘게 서 있다가 아홉 시가 조금 넘어 떠났다. 나는 수첩을 폈다. 강 노인, 예린, 그 아래에 번호판 네 자리를 적고, 옆에 시각을 적었다. 열여덟 시 사십이 분부터 스물한 시 칠 분까지. 적으면서 알았다. 이제 나도 다리 위의 노인처럼 세고 있었다. 누가 서 있었는지, 몇 분 동안 서 있었는지.

병원에 가는 길이 문제였다. 내가 버스를 타면 저 세단이 버스를 따라온다.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다. 서명옥이라는 이름이 적힌 칠 층 끝 방까지, 내가 길을 내 주는 셈이 된다. 십이 년을 숨어서 도장을 찍은 사람의 문을, 내가 열어 주는 셈이 된다.

나는 달력을 봤다. 목요일. 청명의료원으로 가는 등기가 제일 많은 날이다. 병원 원무과로 가는 공문, 보험사 서류, 환자 가족이 부치는 소포. 그 등기들을 싣고 가는 집배 오토바이 뒷자리를, 나는 처음 이 년 동안 몰았다.

진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일 청명의료원 구역 누가 돌아?」 답이 바로 왔다. 「김 주임님이요. 왜요? 설마 선배 오토바이 타게요? 헬멧 사이즈 통계적으로 안 맞을 텐데.」

나는 답장을 쓰다가 웃었다. 십이 년 만에 문자를 쓰다가 웃었다. 그리고 보냈다. 「헬멧은 내 거 있어. 옷장 위에.」

옷장 위, 상자 아홉 개가 있던 자리 뒤에 이 년 차 집배원 헬멧이 먼지를 쓰고 있었다. 나는 의자를 딛고 올라가 그것을 꺼냈다. 턱끈이 삭아 있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던 손가락이 아직 파랬다. 번진 잉크가 덜 빠져 있었다. 그 파란 손가락으로 턱끈을 새로 끼웠다.

5화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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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한책상2026.05.23· 5화

    여기서 끊는 건 반칙 아닌가요… 잘 읽었습니다.

    • 겨울차2026.05.24

      저는 오히려 그 앞 문단이 더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