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126자) · 은결 · 6월 26일

뒷방

파도가 닿는 곳까지 · 진해솔

유월 이십육일 토요일 오후 세 시, 경매장 부속동 앞마당에 트럭 두 대가 나란히 섰다.

한 대는 물길 프로덕션의 오 톤 방송 차량이었다. 옆구리에 위성 안테나를 달고 있었고, 기사 셋이 앞방으로 대형 모니터와 조명 스탠드를 줄지어 날랐다. 다른 한 대는 「낮은음」 로고를 청테이프로 붙인 일 톤 트럭이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주혜린은 반바지에 목장갑 차림으로 짐칸에 뛰어올라 스피커 두 대를 혼자 끌어 내렸다. 차은결이 뛰어가서 한쪽을 받쳤는데, 생각보다 무거워서 둘이 같이 비틀거렸다.

“대표님, 직원분들은요?”

“셋은 서울에서 음반 포장해요. 나머지 하나가 저고요.”

뒷방은 창문이 없었다. 경매 때 얼음 상자를 쌓아 두던 방이라 콘크리트 벽 네 면에 아직도 물 얼룩이 허리 높이까지 줄을 그어 놓고 있었고, 바닥에 발을 디디면 장화 고무가 축축하게 달라붙었다. 은결은 방 한가운데에서 손뼉을 한 번 쳐 봤다. 소리가 벽을 한 바퀴 돌고 돌아오는 데 반 박자가 걸렸다. 주혜린이 휘파람을 불었다.

“여기 좋네요. 서울 홀보다 낫다.”

그 방 구석 접이식 탁자 위에 주혜린이 가져온 낡은 믹서가 놓였다. 채널 열여섯 개짜리였고 페이더 손잡이 두 개는 색이 달랐다. 배소랑은 그 탁자 앞을 세 번 지나쳤다. 세 번 다 의자에는 앉지 않았다.

*

다섯 시에 정류장에서 올라온 윤나래 옆에는 쉰 초반쯤 되는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검은 원피스에 흰 운동화를 신고 한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있었다.

“감독님, 이정숙 씨예요. 복례 할머니 따님이요.”

은결의 발이 마당 자갈 위에서 멈췄다. 이정숙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나래 씨가 석 달 동안 저를 찾아다녔어요. 제가 전화를 안 받았거든요. 엄마 장례 때 그 음악 튼 거, 제가 틀자고 했어요. 방송국 사람들한테 보여 주려고요.”

“보여 주려고요?”

이정숙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음성 메시지 화면이었다. 날짜가 삼 년 전 여름이었다.

“엄마가 그날 저한테 남긴 거예요. 방송국에 두 번째 전화하고 나서요. 나래 씨가 그 두 번째 전화를 받은 사람이래요. 받고 나서 대표님한테 전했는데, 대표님이 됐다고 하셨대요.”

은결은 휴대폰을 받지 못했다. 손끝이 차가워서 화면이 지문을 못 읽을 것 같았다.

“지금은 못 듣겠어요.”

“그럼 이따 다 같이 들어요. 엄마도 그걸 원했을 거예요. 혼자 듣는 거 말고요.”

*

여섯 시 반, 은결은 앞방을 한 번 들여다봤다. 대형 모니터 앞에 의자 백 개가 줄 맞춰 놓여 있었고, 맨 앞 두 줄에 흰 천이 씌워져 있었다. 한도경이 모니터 옆에서 음향 기사와 볼륨을 맞추다가 은결을 봤다.

“뒷방은 몇 명이야? 이십? 여기는 백이야. 방송은 전국이고. 차 감독, 오늘 사람들은 먼저 들은 걸 기억해. 내가 먼저 튼다.”

“네, 먼저 트세요. 저희는 이름부터 불러요.”

한도경이 어깨를 으쓱하고 모니터로 돌아섰다. 은결은 앞방의 흰 천 씌운 의자들을 한 번 더 보고 문을 닫았다. 문을 닫자 뒷방 콘크리트 냄새가 다시 코에 찼다. 젖은 시멘트와 오래된 얼음물과 생선 상자 나무 냄새였다. 은결은 그 냄새가 이 겨울 내내 제 몸에 배어 있었다는 걸 알았다.

*

일곱 시, 군수가 도착했는지 앞방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한도경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벽 너머로 넘어왔다. 오늘 이 자리에서 이진리의 마지막 겨울을 처음 공개합니다.

뒷방에는 마을 사람 스물여섯 명이 부표 방석과 얼음 상자 위에 앉아 있었다. 말순과 막례가 맨 앞줄이었고, 곽분님은 부채를 들고 있었고, 오판수와 김정호는 서로 반대편 구석에 앉아 있었다. 배만식은 맨 뒤 문가에 서 있었다. 앉으라는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소랑은 믹서 앞에 섰다.

소랑은 탁자 앞 의자를 내려다봤다. 공연장 콘솔 앞 의자보다 낮고 싼 것이었는데, 등받이에 누가 청테이프를 두 번 감아 놓은 게 보였다. 은결이 그 옆 얼음 상자에 먼저 앉았다. 앉아서 아무 말도 안 했다.

소랑은 의자에 앉아 손을 들었다. 손가락 끝에서 그 이 초가 먼저 울렸다. 이천 석 객석 맨 뒤에서 누군가 일어나 나가던 뒷모습이 페이더 위에 겹쳤다. 소랑은 숨을 한 번 쉬고 첫 번째 페이더에 검지를 얹었다. 플라스틱 손잡이가 체온보다 차가웠다. 그걸 밀어 올리자 스피커에서 바람이 불었다. 십일월 이십칠일 밤, 물때 이 층 창에서 받은 바람이었다.

윤나래가 목록을 읽었다. 첫 줄, 바람, 낸 사람 없음. 그 대목에서 사람들이 웃었다. 둘째 줄, 김 발 걷는 소리, 곽말순. 말순이 일어서지 않고 손만 들었다. 막례 할머니가 그 손을 붙잡아 끌어 올려 말순을 일으켜 세웠다. 뒷방이 박수로 찼다. 셋째 줄, 제빙 공장 컨베이어, 김봉석. 넷째 줄, 경매장 호가, 박기출. 이름이 불릴 때마다 한 사람씩 일어났다가 앉았다. 이장 김동수의 기침이 나오자 방이 뒤집어졌다. 이장은 그 자리에서 기침을 한 번 더 했다.

스무 번째 줄에서 무적이 울었다. 소랑이 저음을 끝까지 열자 뒷방 콘크리트 바닥이 발밑에서 떨렸고, 얼음 상자에 앉은 사람들이 엉덩이로 먼저 그 소리를 들었다. 운전 오판수, 윤나래가 읽자 판수가 구석에서 일어났다. 응답 김정호, 윤나래가 읽자 반대편 구석에서 정호가 일어났는데, 정확히 반 박자 늦었다. 판수가 거봐라, 하고 소리쳤고 정호가 그 반 박자가 내 거라고 받아쳤다. 곽분님이 부채로 둘을 번갈아 가리키며 웃다가 사레가 들렸다.

앞방의 음악이 벽을 넘어왔다. 이 년 전 은결의 곡을 흉내 낸 그 음악이었다. 소랑은 뒷방 볼륨을 올리지 않았다. 대신 저음 채널을 반 칸 내려 벽을 넘어오는 소리와 부딪히지 않게 비켜 세웠다. 손이 저절로 했다. 십 년 동안 한 일이었다.

*

스물다섯 번째 줄쯤에서 말순이 손을 들었다. 김 발 마지막 날의 「어이야」가 스피커에서 막 끝난 참이었다.

“내 한마디 해도 되나.”

윤나래가 무선 마이크를 건넸다. 말순이 마이크를 받아 스피커 쪽으로 한 걸음 걸어 나갔다.

소랑이 먼저 알았다. 마이크 머리가 스피커 정면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순간 스피커에서 가늘고 높은 소리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삐, 하는 그 소리가 반 박자 만에 두 배로 부풀었다. 뒷방 콘크리트 벽이 그 소리를 받아 돌려주려는 찰나, 소랑의 손이 이미 말순 채널 페이더를 반 칸 끌어내리고 있었다. 동시에 왼손으로 이퀄라이저 고음 손잡이를 돌리자 소리가 꺼졌다.

영 점 오 초였다.

뒷방의 누구도 그걸 알아채지 못했다. 말순은 제가 무슨 소리를 냈는지도 모르고 마이크에 대고 헛기침을 했다. 소랑은 페이더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손바닥이 땀에 젖어 손잡이에 미끄러졌는데, 손가락은 떨리지 않았다. 옆에서 은결이 알았다는 듯 소랑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가 금방 뗐다.

“나는 이거 마흔 해 했다. 근데 내가 뭔 소리 내는지 몰랐다. 저 아가 들려줘서 알았다. 그라고 저 사람이.”

말순이 믹서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소랑이가 저 기계로 크게 해 주니까 오늘 다 같이 듣는다. 둘이 한 기다. 하나는 듣고 하나는 크게 하고.”

맨 뒤 문가에서 배만식이 팔짱을 풀었다.

*

그때 뒷방 문이 열렸다. 한도경이었다. 뒤에 군수와 민서하, 그리고 넥타이 몇이 따라 들어왔다. 앞방 상영이 끝났는데 뒷방 박수 소리가 더 커서 군수가 이쪽으로 발을 돌렸다고 했다.

한도경은 웃으며 들어오다가 이정숙을 보고 멈췄다.

“차 감독, 좋은 자리네. 근데 소리 좀 줄여 주지. 앞방이 행사 중이었어.”

“대표님, 한 개만 더 틀게요. 목록에 없는 거예요.”

은결이 이정숙을 봤다. 이정숙이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을 믹서 옆 선에 꽂았다. 소랑이 그 채널을 올렸다.

스피커에서 할머니 목소리가 나왔다. 숨이 가빴고, 서울 산 지 오십 년이 넘었다는데도 고향 경상도 억양이 말끝마다 묻어났다.

“정숙아, 엄마다. 방송국에 또 전화했다. 내 노래에 내 이름 좀 넣어 달라 캤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전화했는데, 생각해 보이 무서운 기 아이더라. 내 목소리가 남는 거는 좋은데, 이름 없이 남으믄 그기 누구 목소리고? 근데 안 된다 카더라. 다시 만들라믄 돈이 든다꼬. 괜찮다. 그래도 내 노래가 테레비에 나왔다. 그 음악 만든 아가시한테 고맙다 캐 도. 이름은 못 넣어도.”

메시지가 끝나자 뒷방이 조용해졌다. 콘크리트 벽이 마지막 한 마디를 반 박자 늦게 돌려주고 그쳤다.

은결은 서 있었다. 무릎이 먼저 풀렸다. 얼음 상자에 도로 주저앉으면서 은결은 이 년 동안 가슴에 걸려 있던 전화 한 통이 두 통이었다는 걸 몸으로 알았다. 한 통은 무서움이었고, 한 통은 이름이었다. 한도경은 한 통만 건넸다.

“대표님은 두 번째 전화를 알고 계셨죠.”

한도경이 군수 쪽을 한 번 보고 은결을 봤다. 웃음이 돌아오지 않았다.

“재편집하면 천만 원이야. 그 할머니 한 분 때문에.”

“한 분이요. 그분 이름은 이복례예요.”

이정숙이 한도경 앞으로 걸어갔다. 흰 운동화가 젖은 콘크리트 위에서 소리를 냈다.

“대표님, 방송 다시 하라는 거 아니에요. 제 엄마 이름을 저 사람 음반에 넣게 해 주세요. 그건 대표님 허락 필요 없죠? 녹음한 사람 거라면서요.”

은결이 일어서서 이정숙 옆에 섰다. 다리가 아직 제 것 같지 않았다.

“이정숙 씨, 여쭤볼게요. 어머님 이름, 음반 속지에 넣어도 될까요? 이진리 소리는 아니지만, 제가 다시 쓰기 시작한 게 어머님 때문이라서요.”

“한 번 더 물어보세요. 세 번 묻는다면서요.”

“넣어도 될까요?”

“넣으세요. 세 번째는 제가 먼저 할게요. 넣어 주세요.”

한도경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뒷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넥타이 둘이 그를 따라 나갔고, 군수는 남았다.

*

행사가 끝나고 민서하가 소랑에게 다가왔다. 안전모 대신 군청 명찰을 달고 있었다.

“사장님, 이 뒷방이요. 철거 대상 부속동인데 군수님이 방금 저한테 물으셨어요. 이 방 계속 쓸 수 있냐고요. 향토문화유산 칸은 없어요. 그래서 제가 칸을 하나 만들어 보려고요. 마을 공동 기록 공간. 조례 개정은 안 되고 운영 규칙으로요.”

“그게 돼요?”

“세 번 올리면 되겠죠.”

사람들이 다 나가고 소랑은 믹서 전원을 내렸다. 문가에 배만식이 아직 서 있었다.

“내일 새벽 다섯 시. 조선소 가기 전에 선창으로 온나. 기계 들고.”

만식은 그 말만 하고 돌아섰다. 소랑은 그 뒷모습을 봤다. 문을 나서는 등이, 이천 석 객석 맨 뒤에서 일어나 나가던 그 뒷모습과 너무 닮아서, 소랑은 페이더에서 떼지 못한 손을 한참 더 거기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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