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544자)

깨진 창

바닷가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손님 · 진해솔

아침 밥상에는 생선이 일곱 가지 올라 있었다⁠.

칠봉은 새벽 네 시에 배를 띄워 잡아 온 것을 전부 굽고 조리고 찌고 회를 쳤다⁠. 볼락은 구웠고⁠, 쥐치는 조렸고⁠, 전어는 굵은 소금을 쳐서 석쇠에 올렸고⁠, 이름을 모르는 붉은 고기 한 마리는 통째로 쪄서 머리를 손님 쪽으로 돌려놓았다⁠. 밥상 가운데에는 종이 한 장이 반으로 접혀 세워져 있었다⁠. 「⁠귀하신 손님 만족도 조사⁠. 웃는 얼굴에 동그라미 쳐 주세요⁠.⁠」 웃는 얼굴만 다섯 개가 그려져 있었다⁠.

“⁠찡그린 얼굴은 없어요⁠?⁠”

서율이 물었다⁠.

“⁠그런 손님은 안 받습니다⁠.⁠”

칠봉이 국자를 든 채 대답했다⁠. 나는 방파제에서 돌아와 부엌 문턱에 서서 이 대화를 들었다⁠. 신발 밑창에 붙은 자갈 하나가 마룻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서율이 고개를 들었다⁠. 내 얼굴을 보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앉으세요⁠. 같이 먹어요⁠.⁠”

“⁠이사님은 잘 주무셨대요⁠?⁠”

칠봉의 국자가 솥 가장자리에 부딪쳐 땡 하고 울렸다⁠. 서율은 대답 대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그냥 뺐다⁠. 방 안에서 아무도 숨을 크게 쉬지 않았다⁠. 축대 밑에서 파도가 자갈을 한 번 끌고 나갔다⁠.

“⁠예약하신 분이 손님 본인이 아니죠⁠.⁠”

“⁠네⁠.⁠”

“⁠누가 하셨어요⁠?⁠”

“⁠시행사요⁠. 집행일까지 묵는 걸로 선불을 냈어요⁠. 저는 이 마을이 없어지기 전에 소리를 녹음하러 왔어요⁠. 리조트가 문을 열면 로비에 그 소리를 틀 거래요⁠. 모래미의 마지막 소리라고⁠.⁠”

서율은 숨을 쉬지 않고 말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대개 말을 끊어서 하는데⁠, 한 번에 다 쏟았다⁠. 칠봉이 볼락 접시를 서율 앞에서 슬그머니 거두어 자기 쪽으로 옮겼다⁠.

나는 부엌으로 들어가 찬장 맨 위 칸에서 누런 봉투를 꺼냈다⁠. 기름집에 갈 돈이었다⁠. 겨울 석 달치 보일러 기름값을 할머니는 늘 이 봉투에 넣어 두었고⁠, 나도 그렇게 했다⁠. 봉투 입구를 엄지로 벌리고 만 원짜리를 세었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종이가 손가락 끝에서 사각거렸다⁠. 서른 박에 육만 원씩⁠, 백팔십만 원⁠. 봉투에 남은 건 네 장이었다⁠.

나는 이 돈을 생선 접시 사이에 내려놓았다⁠.

“⁠이사님께 돌려드리세요⁠. 저는 그 돈으로 손님을 못 재워요⁠.⁠”

“⁠그럼 저는 나가야 하나요⁠?⁠”

“⁠본인 돈으로 묵으시면 손님이에요⁠.⁠”

서율이 지갑을 열었다⁠. 안을 들여다보고⁠, 한 번 더 들여다보았다⁠. 지폐 석 장과 동전 몇 개를 꺼내 내 돈 옆에 놓았다⁠.

“⁠사흘이요⁠. 사흘 치밖에 없어요⁠.⁠”

칠봉이 국자를 내려놓고 마당으로 나갔다⁠. 잠시 뒤 대문 쪽에서 테이프 뜯는 소리가 났다⁠. 내다보니 현수막 「⁠귀하신⁠」 위에 새 테이프를 붙이고 매직으로 「⁠사흘⁠」이라고 쓰고 있었다⁠. 「⁠모래미 사흘 손님 대환영⁠」 바람이 불자 「⁠사흘⁠」 밑의 「⁠귀하신⁠」이⁠, 이 밑의 「⁠마지막⁠」이 차례로 고개를 내밀었다⁠.

*

굴착기는 열 시에 왔다⁠.

소리가 먼저 왔다⁠. 마을 어귀에서 쇠바퀴가 콘크리트를 씹는 소리가 들렸고⁠, 이 소리가 골목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담장마다 걸어 둔 빨래집게가 덜덜 떨었다⁠. 나는 마당에서 이불을 털고 있었다⁠. 할머니 식으로 손님 이불을 빨랫줄에 걸어 볕을 먹이던 참이었다⁠.

굴착기는 잠자리 바로 아랫집 앞에서 멈췄다⁠. 아랫집은 할머니의 김 발 동무였던 집이다⁠. 이 집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부산 사는 아들이 여름에 내려와 시행사 사람과 마루에 앉아 도장을 찍고 갔다⁠. 이날 저녁 아랫집 창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다⁠. 비어 있는 동안 고양이 세 마리가 이 집 아궁이에서 새끼를 쳤다⁠.

진만규는 검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금비 대리가 먼저 내려 굴착기 기사에게 손짓을 했고⁠, 굴착기 팔이 하늘로 들렸다⁠. 바가지 끝이 지붕 기와에 닿았다⁠. 기와가 긁히는 소리는 이가 칠판을 긁는 소리와 비슷했고⁠, 그보다 길었다⁠. 다음에 들린 건 기와가 한꺼번에 미끄러져 마당에 쏟아지는 소리였다⁠.

우리 집 끝방 창이 이 소리에 맞춰 울었다⁠.

유리가 창틀 안에서 떨렸다⁠. 처음에는 작게⁠, 굴착기 바가지가 두 번째로 내려찍혔을 때는 크게⁠. 세 번째에 유리 한가운데로 금이 갔다⁠. 금 가는 소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얼음이 녹으며 갈라지는 소리처럼 짧게 찍⁠, 하고 났다⁠. 네 번째 내려찍힐 때 유리가 창틀에서 빠져 방 안쪽으로 쏟아졌다⁠.

나는 이불을 빨랫줄에 그대로 둔 채 아랫집 마당으로 뛰어 내려갔다⁠. 고양이 세 마리가 내 다리 사이로 튀어 올라갔다⁠. 굴착기 바가지가 다시 들렸을 때⁠, 나는 이 밑의 반쯤 남은 담장 앞에 가서 섰다⁠.

기사가 팔을 멈췄다⁠. 바가지 끝에서 흙덩이가 떨어져 내 발 앞에 튀었다⁠.

검은 차 문이 열렸다⁠. 진만규는 회색 양복 위에 노란 안전모를 쓰고 있었다⁠. 안전모가 양복과 너무 안 어울려서⁠, 이 순간에도 칠봉이 보면 웃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곽미르 씨⁠. 거기는 제 땅입니다⁠.⁠”

“⁠우리 창이 깨졌어요⁠.⁠”

“⁠유리값은 드리겠습니다⁠.⁠”

“⁠손님이 자는 방이에요⁠.⁠”

“⁠손님이요⁠?⁠”

진만규가 고개를 돌려 잠자리 쪽을 올려다보았다⁠. 끝방 창틀에 서율이 서 있었다⁠. 녹음기를 목에 걸고⁠, 털북숭이 마이크를 깨진 창 너머로 내밀고 있었다⁠. 마이크 끝이 굴착기 쪽을 향해 있었다⁠.

“⁠한 작가님⁠, 그런 소리는 필요 없습니다⁠.⁠”

진만규가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서율은 마이크를 거두지 않았다⁠.

“⁠이것도 마지막 소리예요⁠, 이사님⁠.⁠”

“⁠로비에 기와 깨지는 소리를 트는 리조트는 없어요⁠.⁠”

“⁠그럼 지금 것은 제가 갖고 있을게요⁠.⁠”

진만규가 서율을 한참 보았다⁠. 그러다 안전모 끈을 풀고 다시 묶었다⁠. 내 쪽으로 돌아섰을 때 얼굴은 어제 마루에서처럼 다시 평평해져 있었다⁠.

“⁠곽미르 씨⁠. 저 기사님 일당이 사십만 원입니다⁠. 장비 대여가 하루 칠십만 원이고요⁠. 곽미르 씨가 거기 한 시간 서 계시면 그 돈이 그대로 날아갑니다⁠. 그 돈은 결국 이 마을 분들 이주비에서 나갑니다⁠. 끝순 할머님 몫에서도 나가고요⁠.⁠”

“⁠그 돈 계산을 왜 저한테 하세요⁠?⁠”

“⁠곽미르 씨가 거기 서 있으니까요⁠.⁠”

나는 서 있었다⁠. 다리가 떨렸는데 그건 굴착기 엔진이 땅을 흔들어서였다⁠. 금비 대리가 서류 가방에서 흰 봉투를 꺼내 들고 다가왔다⁠. 유리값일 것이었다⁠. 나는 봉투를 받지 않았다⁠. 금비 대리는 봉투를 든 채 어정쩡하게 섰다가⁠, 내 뒤편 어딘가를 보고 입을 틀어막았다⁠.

돌아보니 칠봉이었다⁠. 칠봉은 아랫집 담 너머에서 커피믹스 두 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오는 중이었다⁠. 하나는 나에게⁠, 하나는 금비 대리에게 내밀었다⁠.

“⁠금비 대리님⁠,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스물아홉입니다⁠.⁠”

“⁠청년회 가입 자격이 되십니다⁠. 회비는 없고 회의는 한 달에 한 번입니다⁠. 회장은 접니다⁠. 총무도 접니다⁠.⁠”

금비 대리가 커피를 받았다⁠. 웃음을 참느라 어깨가 들썩였고⁠, 커피가 종이컵 밖으로 넘쳐 손등에 흘렀다⁠. 진만규는 그쪽을 보지 않고 기사에게 손짓했다⁠. 굴착기가 방향을 틀었다⁠. 내가 선 담장을 비켜 집 뒤편으로 돌아가 부엌 쪽 벽부터 찍기 시작했다⁠.

나는 담장 앞에 그대로 서 있었고⁠, 아랫집은 내 뒤에서 허물어졌다⁠. 오후 두 시에 아랫집은 흙과 기와와 부러진 서까래 더미가 되었다⁠. 고양이 세 마리는 우리 집 마루 밑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마당으로 올라와 보니 빨랫줄의 이불이 회색이었다⁠. 볕을 먹이려고 걸어 둔 이불 위에 아랫집 흙먼지가 고르게 앉아 있었다⁠. 손바닥으로 치자 먼지가 연기처럼 피어올랐고⁠, 이불에서는 마른 풀 냄새 대신 젖은 시멘트 냄새가 났다⁠.

*

끝순 할머니는 해가 질 무렵 김 발 한 묶음을 안고 왔다⁠.

김 발은 대나무 살을 엮어 만든 발이다⁠. 갯바위에 김을 붙여 말리던 것인데⁠, 모래미에서 김을 안 한 지 스무 해가 넘어 이제는 집집마다 창고에서 썩고 있었다⁠. 끝순 할머니는 이걸 끝방 창틀에 대고 못을 박았다⁠. 여든하나라고는 믿기지 않는 손이었다⁠. 망치질 세 번에 못 하나가 들어갔다⁠.

“⁠유리는 내일 읍내 가서 맞추고⁠, 오늘 밤은 이걸로 막아라⁠. 바람은 반만 들어온다⁠.⁠”

“⁠반은 들어오잖아요⁠.⁠”

“⁠반이면 사람 사는 집이다⁠.⁠”

할머니는 못을 박다 말고 서율의 손을 쳐다보았다⁠. 서율은 김 발 끝을 잡고 있었다⁠. 할머니가 이 손을 뒤집어 손바닥을 들여다보았다⁠.

“⁠서울 아가씨 손이 와 이리 하얗노⁠? 이 손으로 뭘 하노⁠?⁠”

“⁠소리를 만들어요⁠.⁠”

“⁠소리를 우째 만드노⁠? 소리는 나는 기지⁠.⁠”

서율이 대답을 못 했다⁠. 할머니는 서율의 손을 놓고 못 하나를 더 박았다⁠. 대나무 살 사이로 바다가 가늘게 쪼개져 보였다⁠. 바람이 이 틈을 지날 때마다 낮게 휘파람 소리가 났다⁠. 할머니가 망치를 내려놓고 이 소리를 한참 들었다⁠.

“⁠말분이가 이 발 엮을 때 맨날 노래를 불렀다⁠. 대나무 살 하나 끼우고 어어허⁠, 하나 끼우고 어어허⁠.⁠”

할머니가 서율을 보았다⁠.

“⁠니는 그 노래 모르제⁠?⁠”

서율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젓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일어서며 무릎을 짚었다⁠.

“⁠미르야⁠, 니 할매가 안 가면 나도 안 간다⁠. 그래 알아라⁠.⁠”

할머니가 마당을 내려가는 동안 나는 김 발 친 창을 쓰다듬어 보았다⁠. 대나무 살은 오래 햇볕을 먹어 손끝에 까슬거렸다⁠. 끝순 할머니는 내가 아는 한 아무것도 혼자 정한 적이 없었다⁠. 김 발을 엮을 때도⁠, 아들을 장가보낼 때도⁠, 영감님 무덤 자리를 볼 때도 할머니 말분이 먼저 정했다⁠.

*

이날 밤 끝방에서는 사람이 잘 수 없었다⁠. 김 발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이 이불 끝을 들어 올렸고⁠, 파도 소리가 창 없이 그대로 방 안을 쳤다⁠.

나는 서율에게 내 방을 내주고 마루에 이불을 폈다⁠. 세 번째 널을 피해 네 번째 널 위에⁠. 서율은 괜찮다고 두 번 말했다가⁠, 내가 이불을 다 펴자 더는 말하지 않았다⁠.

열두 시가 넘어 내 방 문이 열렸다⁠.

맨발이 마루를 건너왔다⁠.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세 번째 걸음이 한 박자 늦게 왔다⁠. 서율은 세 번째 널을 건너뛰었다⁠. 어제 처음 온 사람이 하루 만에 이 널을 피했다⁠. 나는 이 발소리를 이불 속에서 들으면서⁠, 진만규도 언젠가 이렇게 건너뛰는 법을 배웠겠다고 생각했다⁠.

서율이 내 이불 옆에 앉았다⁠. 녹음기는 들고 있지 않았다⁠. 대신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었다⁠.

“⁠이거요⁠.⁠”

방파제에서 진만규가 건넨 하얀 플라스틱 카드였다⁠. 앞면에 읍내 요양원 이름이 찍혀 있었다⁠. 이 밑에 「⁠면회객⁠」 뒤집자 볼펜으로 숫자 세 개가 눌러 쓰여 있었다⁠. 304⁠.

할머니 방이었다⁠.

나는 이 숫자를 손가락으로 만져 보았다⁠. 볼펜 자국이 플라스틱 위로 도드라져 손끝에 걸렸다⁠. 할머니는 두 해째 이 방에 있었다⁠. 나는 달마다 두 번 이 방에 갔고⁠, 면회객 카드는 갈 때마다 일 층 안내대에서 받았다가 돌려주었다⁠. 이 카드를 자기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몰랐다⁠.

“⁠이사님이 왜 할머니 방 번호를 알아요⁠?⁠”

“⁠다달이 가신대요⁠. 홍시를 사 들고요⁠.⁠”

“⁠왜요⁠?⁠”

서율이 대답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물이 들어왔다⁠. 축대에 부딪치는 소리가 마루 밑을 지나 등으로 올라왔고⁠, 마루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짧게 울었다⁠.

“⁠이사님이 할머니 목소리를 녹음해 오래요⁠. 할머니가 직접 허락하시는 목소리로⁠, 노래까지요⁠. 그걸 리조트 문 여는 날 로비에서 틀 거래요⁠.⁠”

“⁠우리 할머니 목소리를 왜 그 사람이 원해요⁠?⁠”

“⁠그건 제가 먼저 말해야 해요⁠.⁠”

서율이 무릎을 세워 끌어안았다⁠. 이 자세로 한참 있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말했다⁠.

“⁠할머니 목소리⁠, 이미 제 노래에 들어가 있어요⁠. 두 해 전에⁠, 허락 없이 넣었어요⁠.⁠”

2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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