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152자)

관리 인력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여섯 번째 신청서를 내고 나는 여름을 기다렸다.

여기 여름은 길다. 밖에서는 더우면 어디로든 간다. 그늘로 가거나 물가로 가거나 문을 연다. 여기서는 갈 데가 없어서 더위가 그냥 방 안에 쌓인다.

선풍기는 사동에 두 대다. 복도 양 끝에 하나씩 있고 방 안으로는 바람이 반쯤 들어온다. 어느 방까지 오느냐는 위치가 정한다. 우리 방은 가운데라 반의반쯤 온다.

여름에 방에서 제일 좋은 자리는 문가다.

일곱 달 동안 나쁜 자리였던 문가가 6월부터 8월까지 제일 좋은 자리가 된다. 바람이 문틈으로 들어온다. 그래서 여름에는 아무도 나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안 한다. 겨울에는 두 번 있었다.

“임씨는 운이 좋아.” 박두식이 말했다.

“왜요?”

“들어온 날짜가 여름 자리를 줬잖아.”

“겨울에는 나쁩니다.”

“겨울은 짧아.”

그 사람은 스물세 해를 여기서 났다. 그 사람이 겨울이 짧다고 하면 짧은 것이다.

8월 15일에 특식이 나왔다.

특식은 명절과 국경일에 나온다. 그날은 잡채와 사과였다. 사과는 한 방에 세 알이 들어온다. 여섯이 사는 방에 세 알이다.

여기서 사과 세 알을 여섯이 나누는 방법은 방마다 다르다.

우리 방 방식은 이렇다. 한 알을 반으로 갈라 둘이 먹는다. 그러면 딱 맞는다. 맞는데 문제가 하나 있다. 사과는 크기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 방에서는 자르는 사람과 고르는 사람을 나눈다. 자른 사람이 나중에 고른다.

이 규칙을 만든 사람이 박두식이다.

“이거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내가 만들었어.”

“밖에서요?”

“여기서.”

“언제요?”

“이십 년 전쯤.”

“그전에는 어떻게 했습니까?”

박두식이 사과를 들었다.

“싸웠지.”

정상우가 자르는 차례였다. 그는 사과를 세로로 갈랐다. 세로로 가르면 크기가 비슷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씨 쪽이 무겁다. 조태호가 그것을 알고 무거운 쪽을 골랐다.

정상우가 억울해했다.

“형님, 저 매번 손해예요.”

“매번 자르시니까요.”

“왜 매번 저예요?”

“제일 어리시니까요.”

“그럼 언제 안 어려져요?”

박두식이 사과를 씹으면서 말했다.

“나 나가면.”

방이 웃었다. 그 웃음이 좀 오래 갔다. 웃고 나서 조용해졌는데, 조용해진 이유를 다들 알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박두식은 무기수다.

나는 그 사실을 그해 여름에 알았다. 열 달을 같은 방에서 살면서 몰랐다. 여기서는 형기를 안 묻는다. 물으면 왜 들어왔느냐를 묻는 것이 된다.

8월 마지막 주에 검방이 있었다.

검방은 불시에 한다. 아침 점호가 끝나고 방을 비우게 한 다음 안을 뒤진다. 관물대를 열고 담요를 털고 매트를 들춘다. 하루면 사동 전체가 끝난다.

우리는 복도에 나가 벽을 보고 섰다.

벽을 보고 서 있으면 뒤에서 나는 소리로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 관물대 문은 여닫을 때 쇳소리가 난다. 담요는 소리가 없다. 매트를 들추면 바닥이 긁힌다.

우리 방에서 관물대 문이 여섯 번 열렸다.

여섯 번째가 내 것이다.

거기서 소리가 멈췄다.

나는 벽을 보고 서서 그 침묵을 셌다. 하나, 둘, 셋. 여섯까지 셌다.

관물대 문짝 안쪽 틈에는 종이 여섯 장이 있다. 세 번씩 접어서 넣어 둔 반려 통지다. 그것은 금지 물품이 아니다. 내 앞으로 온 공문이고 보관해도 된다.

되는데, 여기서는 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기준은 물건이 아니라 양이다. 같은 것을 여러 장 모아 두면 왜 모으느냐를 묻는다. 왜 모으느냐에 대한 대답이 길면 그때부터 다른 이야기가 된다.

“2438.”

나는 돌아섰다.

윤재호였다. 손에 종이 여섯 장을 들고 있었다. 접힌 채로 들고 있었다.

“이거 뭡니까?”

“회신입니다.”

“몇 장입니까?”

“여섯 장입니다.”

그가 한 장을 폈다. 펴서 봤다. 다시 접었다. 나머지는 안 폈다.

“왜 갖고 계십니까?”

여기서 이 질문에는 짧게 답해야 한다. 길게 답하면 길게 답할 이유가 있는 것이 된다.

“다음에 안 겹치게 쓰려고요.”

그가 나를 봤다.

“…겹치게요?”

“같은 사유로 두 번 반려되면 제가 안 고친 겁니다.”

윤재호는 종이 여섯 장을 손에 든 채로 삼 초쯤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관물대 문을 열고 그 틈에 다시 넣었다.

같은 자리에 넣었다.

넣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그 틈은 밖에서 보이지 않는다. 종이를 꺼낼 때는 흔들면 떨어지지만, 도로 넣으려면 그 틈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은 그것을 보고 있었다.

“2438.”

“예.”

“다음 것 언제 나옵니까?”

“…예?”

“회신이요.”

“9월 초로 봅니다.”

그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다음 방으로 갔다.

그날 저녁에 옆방에서 하나가 걸렸다.

관물대에서 볼펜심 열두 개가 나왔다고 했다.

볼펜심 열두 개는 금지 물품이 아니다. 구매품이다. 하나씩 사면 아무 일도 없다.

열두 개가 한자리에 있으면 그것은 물건이 아니라 돈이 된다.

그 사람은 이 주 동안 텔레비전을 못 봤다.

방에서 그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정상우가 나를 봤다.

“형님.”

“예.”

“형님 것도 여섯 장이었잖아요.”

“예.”

“근데 왜 안 걸리셨어요?”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그 선생님이 봐주신 거잖아요.”

“…”

“봐주신 거 맞죠.”

“…모르겠습니다.”

정상우가 목소리를 낮췄다.

“형님, 그거 좋은 거 아니에요.”

“…왜요?”

“한 번 봐주면 다음에도 봐줘야 되잖아요.”

“…”

“그러다 그 선생님이 걸리면요.”

나는 그날 밤에 그 말을 오래 생각했다.

그 사람은 종이 여섯 장을 들고 한 장만 폈다. 나머지는 안 폈다.

안 편 것이 봐준 것이다.

편 한 장은 봐준 것이 아니다. 봤다는 것을 남긴 것이다.

봤는데 아무 일도 없으면 그때부터 봐준 것이 된다.

그러니까 그 사람은 그날 나를 봐준 것이 아니라, 봐줄 수 있는 자리에 자기를 세운 것이다.

나는 그다음부터 종이를 나눠서 뒀다.

여섯 장을 세 장씩 두 군데에 넣었다. 한 군데가 걸려도 세 장이다. 세 장은 그냥 회신이다.

나누는 데 삼십 분이 걸렸다.

삼십 분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무언가를 오래 하려면 나 혼자 안전해서는 안 된다.

나를 봐준 사람도 안전해야 한다.

회신은 9월 2일에 왔다. 여덟 주였다.

건 명: 유휴 공간 활용 신청(도서 열람실) 결 과: 반려 사 유: 수용자 단독 관리 불가

밑에 한 줄이 더 있었다.

※ 관계 규정: 시설 관리 업무 지침 제9조 제2항

나는 그 줄을 보고 교무과로 갔다.

“법전 좀 빌리고 싶습니다.”

직원이 나를 봤다.

“무슨 법전이요.”

“관리 업무 지침이 실려 있는 걸로요.”

“그건 법전이 아니라 내부 지침입니다.”

“볼 수 있습니까?”

“열람은 됩니다. 대출은 안 됩니다.”

나는 창구 옆에 서서 그것을 봤다.

바인더였다. 두께가 오 센티미터쯤 되고 종이가 누렇게 변해 있었다. 편철한 구멍이 늘어나서 몇 장은 빠져 있었다. 인쇄소를 한 사람은 그런 것을 먼저 본다.

제9조를 찾는 데 십 분이 걸렸다. 목차가 없었다.

제9조(관리 업무의 수행) ① 시설의 관리 업무는 소속 직원이 수행한다. ② 수용자는 관리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입회 하에 보조적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나는 그 세 줄을 세 번 읽었다.

두 번째 줄에서 나는 잠깐 멈췄다.

수용자는 관리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다.

밖에서 나는 인쇄소를 스무 해 했다. 직원이 넷일 때도 있었고 혼자일 때도 있었다. 혼자일 때 나는 그 인쇄소의 관리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했다. 기계를 고치고 돈을 세고 세금을 냈다.

여기서 나는 그것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렇게 정해져 있다.

나는 그 문장을 한 번 더 읽었다. 화가 나는지 안 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읽었다. 그런 것을 뭐라고 부르는지 나는 모른다.

그러고 나서 세 번째 줄을 읽었다.

③ 제2항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입회 하에 보조적 업무를 수행하게 할 수 있다.

나는 그 줄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제2항에도 불구하고」

서류를 스무 해 찍으면 이 말이 무엇인지 안다. 이 말은 앞 문장을 지우는 말이다. 앞에서 안 된다고 해 놓고 뒤에서 되는 길을 하나 열어 둔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길을 반드시 하나 남긴다. 안 남기면 자기들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직원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직원이 고개를 들었다.

“예?”

“입회할 직원이요. 하루 두 시간이면 됩니다.”

“그건 근무 편성 문제라 제가 답 못 드립니다.”

나는 바인더를 덮었다.

“감사합니다.”

“…뭐가요?”

“보여 주셔서요.”

방에 돌아와서 나는 여섯 장을 다 꺼냈다.

1. 화재 위험 2. 위생 3. 공간 용도 미지정 4. 예산 5. 관리 인력 부재 6. 수용자 단독 관리 불가

“형님, 이번엔요?” 정상우가 물었다.

“혼자서는 못 한답니다.”

“그럼 둘이 하면 돼요?”

“한 사람이 직원이어야 합니다.”

정상우가 인상을 썼다.

“그럼 교도관 선생님이 도서관 같이 하시는 거예요?”

“입회만 하시면 됩니다.”

“그거 하실 분이 있어요?”

나는 대답을 안 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을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소화기 넷이 비었다고 말했을 때 확인해 보겠다고 하고 정말 확인한 사람이다. 이름을 그때 알았다. 윤재호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근무자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면, 그 사람은 그것을 들어주거나 안 들어주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들어주면 그 사람이 위험해진다. 안 들어주면 그다음부터 나를 피한다.

부탁은 상대를 그 자리에 세우는 일이다.

나는 그날 밤에 그 생각을 오래 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이름을 안 적기로 했다.

일곱 번째 신청서에 나는 이렇게 썼다.

5. 관리 방법: 열람 시간 중 근무 직원 1인의 입회 하에 신청인이 보조적 업무(대출·반납·정리)를 수행합니다. ※ 근거: 시설 관리 업무 지침 제9조 제3항

특정한 사람 이름은 안 넣었다.

넣지 않은 이유는 그 사람을 지키려고였는데, 그것 때문에 일곱 번째가 반려된다.

근무 편성상 곤란.

사람 이름을 안 적으면 누가 할지 아무도 안 정한다. 아무도 안 정하면 아무도 안 한다.

그것을 배우는 데 또 한 해가 걸렸다.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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