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1,862자)
인계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출소 삼십 일 전에 인계를 시작했다.
규정 제3조다. 내가 쓴 조항이다.
제3조(인계) 담당자가 출소하거나 이감될 경우, 출소 30일 전까지 후임을 지정하고 인계한다.
넘기는 것은 셋이다.
1. 도서 목록 2. 대출 대장 3. 이 규정
도서 목록은 백여든두 권이다. 한도 이백 권에 열여덟 권 남았다.
대출 대장은 열한 달 치다. 대출 건수가 사백열아홉이다. 여기 삼백여든 명 중에 백육십 명이 한 번 이상 빌렸다.
나는 그 숫자도 셌다.
스물여섯 살이던 그 사람은 이제 스물여덟이다. 목록 담당이다.
“인계 시작하겠습니다.”
“예.”
“먼저 목록입니다.”
우리는 서가 앞에 앉았다. 다섯 칸이다. 이제 여덟 칸이 됐다. 세 칸을 더 만들었다.
“칸마다 분류가 다릅니다.” 내가 말했다.
“어떻게 나누셨어요?”
“여기 사람들이 뭘 빌리는지로 나눴습니다.”
나는 대출 대장을 폈다.
“제일 많이 빌린 게 뭔지 아십니까?”
“…소설이요?”
“아닙니다.”
나는 대장을 짚었다.
“요리책입니다.”
그가 나를 봤다.
“…요리책이요?”
“마흔한 번 나갔습니다.”
“여기서 요리를 못 하는데요.”
“못 하죠.”
나는 서가 셋째 칸을 가리켰다.
“그래서 빌립니다.”
그가 그 칸을 봤다. 요리책이 아홉 권 있다.
“두 번째로 많이 나간 건 지도책입니다. 서른네 번이요.”
“…지도요?”
“여기서 못 가는 데를 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인계 문서에 이거 적어야 합니까?” 그가 물었다.
“적으십시오.”
“…규정 어디에 있습니까?”
“없습니다.”
나는 규정을 폈다.
“그래서 제6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제6조(대출 경향 기록) 목록 담당은 반기마다 분류별 대출 건수를 기록하여 인계 문서에 포함한다.
“이거 왜 필요합니까?” 그가 물었다.
“다음 사람이 뭘 들여야 할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건 제가 알려 주면 되죠.”
“그쪽도 언젠가 나가십니다.”
그가 아무 말도 안 했다.
“열두 해 남으셨죠.”
“…예.”
“열두 해 뒤에 그쪽이 나가시면, 그다음 사람은 그쪽한테 못 듣습니다.”
나는 규정을 덮었다.
“문서로 넘겨야 합니다.”
출소는 삼월 이일이었다.
전날 밤에 나는 창고에 갔다. 열람 시간이 아닌데 윤 교도관이 열어 줬다.
서가가 여덟 칸이다.
백여든두 권이다.
나는 그 앞에 삼십 분쯤 앉아 있었다.
십일 년 전 첫 신청서에 나는 이렇게 썼다.
유휴 공간 활용 신청(도서 열람실) 요청 사항: 창고를 열람실로 사용하게 해 주십시오.
그때 나는 이것이 몇 년 걸리는 일인지 몰랐다.
알았으면 안 했을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다르게 했을 것이다. 처음부터 규정을 썼을 것이다.
윤 교도관이 문가에 서 있었다.
“임 선생님.”
“예.”
“한 가지 말씀 안 드린 게 있습니다.”
나는 돌아봤다.
“열두 번 반려한 사람이 접니다.”
나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예.”
“제가 사유를 골랐습니다. 다섯 개 중에 하나씩요.”
“…왜요.”
윤 교도관이 서가를 봤다.
“한 번에 다 적으면 포기하실 것 같아서요.”
나는 그 말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 여덟 번째부터 건의로 바꾸라고 하신 것도.”
“그것도 저입니다.”
“…왜 알려 주십니까. 지금요.”
“내일 나가시니까요.”
윤 교도관이 문을 잡았다.
“여기 있는 동안 아셨으면 저를 미워하셨을 겁니다.”
나는 서가를 봤다. 여덟 칸이다.
“지금은요?”
윤 교도관이 웃었다.
“지금은 나가시잖아요.”
다음 날 아침에 나는 나왔다.
문서 세 개는 넘기고 왔다.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다. 건의자 칸에는 스물여덟 살 그 사람 이름이 적혀 있다.
그게 규정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