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1,997자)
관리 인력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열세 번째 건의서는 삼 주 만에 회신이 왔다.
회신이 삼 주 만에 온 것은 처음이었다.
신청서 열두 번은 평균 아홉 주였다. 제일 오래 걸린 것이 스물두 주다.
건의서가 빠른 이유를 윤 교도관이 알려 줬다.
“신청은 결재선이 넷이고 건의는 둘이에요.”
“…그것뿐입니까?”
“그것뿐입니다.”
건의번호 2026-013 회신: 검토 사유: 관리 인력 확보 방안 불명확
반려가 아니라 검토다.
십일 년 만에 처음이었다.
“검토가 무슨 뜻입니까?” 내가 윤 교도관에게 물었다.
“안 된다는 뜻이죠.”
“…반려랑 같습니까?”
“다릅니다.”
윤 교도관이 서류를 넘겼다.
“반려는 끝이고 검토는 계속입니다.”
“그럼 뭘 더 내야 합니까?”
“관리 인력 확보 방안이요.”
나는 그것을 두 달 동안 생각했다.
관리 인력이란 사람이다. 사람은 여기서 안 정해진다. 사람이 바뀌니까.
내가 사 년 뒤에 나가고, 스물여섯 살 그 사람도 언젠가 나간다. 형기가 십사 년이니까 나보다 오래 있지만 영원히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으로는 안 된다.
그러면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인쇄소를 이십 년 했다. 인쇄소에는 사람이 자주 바뀐다. 바뀌어도 돌아가는 이유는 하나다.
순서가 문서로 있으니까.
나는 그것을 만들기로 했다.
창고 도서 열람실 운영 규정(안)
제1조(목적) 이 규정은 유휴 창고를 도서 열람실로 운영하기 위한 절차를 정한다. 제2조(관리) 관리는 다음 세 사람이 나누어 맡는다. 1. 대출·반납 담당 1인 2. 청소·정리 담당 1인 3. 목록 담당 1인 제3조(인계) 담당자가 출소하거나 이감될 경우, 출소 30일 전까지 후임을 지정하고 인계한다. 제4조(인계 문서) 인계 시 다음을 넘긴다. 1. 도서 목록 2. 대출 대장 3. 이 규정
제4조 3항을 쓰면서 나는 손이 좀 떨렸다.
인쇄소를 할 때 나는 규정집을 여러 번 찍었다.
회사 규정집, 조합 규정집, 아파트 관리 규정집.
찍기만 했지 써 본 적은 없다. 남이 쓴 것을 활자로 옮기는 일이었다.
쉰한 살에 처음으로 내가 썼다.
이 규정 자체를 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규정이 사람보다 오래 산다.
열네 번째 건의서에 이 규정안을 붙였다.
여섯 주 만에 회신이 왔다.
건의번호 2026-014 회신: 검토 사유: 담당자 3인의 자격 요건 불명확
또 검토다.
나는 자격 요건을 만들었다.
제5조(자격) 담당자는 다음을 충족한다. 1. 잔여 형기 2년 이상 2. 문자 해득 3. 본인 지원
세 번째 항목에서 나는 오래 멈췄다.
본인 지원. 하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한다.
여기서 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이 십일 년 동안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열다섯 번째 건의서를 냈다.
열다섯 번째를 내기 전에 나는 그 스물여섯 살에게 보여 줬다.
건의자 칸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니까 보여 주는 것이 맞다.
그가 규정안을 읽었다. 다 읽는 데 십 분 걸렸다.
“제5조 3항이요.”
“예.”
“본인 지원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예.”
“저 지원한 적 없는데요.”
나는 그 자리에서 대답을 못 했다.
그가 웃었다.
“지금 할게요.”
여덟 주 뒤에 회신이 왔다.
건의번호 2026-015 회신: 조건부 승인 조건: 시범 운영 6개월. 도서 50권 이내. 열람 시간 1일 2시간.
나는 그 종이를 열 번쯤 읽었다.
조건부 승인이다.
십일 년 만이다.
작업장에서 스물여섯 살 그 사람을 찾았다.
“됐습니다.”
그가 하던 일을 멈췄다.
“…뭐가요.”
“조건부 승인이요.”
그가 종이를 받았다. 읽었다. 두 번 읽었다.
“도서 오십 권 이내요.”
“예.”
“지금 몇 권 있습니까?”
“서른두 권이요.”
“그중에 법전이 스무 권이고요.”
“예.”
그가 종이를 접었다. 이번에는 세 번 접었다.
“열여덟 권 더 있으면 되네요.”
나는 그 접는 방식을 봤다.
세 번 접었다.
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