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5,020자)

인계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출소 삼십 일 전에 인계를 시작했다.

규정 제3조다. 내가 오 년 전에 쓴 조항이다.

제3조(인계) 담당자가 출소하거나 이감될 경우, 출소 30일 전까지 후임을 지정하고 인계한다.

나는 담당자가 아니다.

규정에 내 이름은 한 번도 안 들어갔다. 건의자는 안세중이고 담당 셋에도 나는 없다.

그러니까 이 조항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임 선생님은 인계하실 게 없는데요.” 안세중이 말했다.

“있습니다.”

“규정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넣어야 합니다.”

넘기는 것은 셋이다.

1. 도서 목록 2. 대출 대장 3. 이 규정

도서 목록은 백여든두 권이다. 한도 이백 권에 열여덟 권 남았다.

대출 대장은 사 년 치다. 대출 건수가 이천삼백사십일이다.

삼백여든 명 중에 이백이십여섯 명이 한 번 이상 빌렸다.

나는 그 숫자도 셌다.

안세중은 이제 서른둘이다. 목록 담당이다. 형기가 네 해 남았다.

“인계 시작하겠습니다.”

“예.”

“먼저 목록입니다.”

우리는 서가 앞에 앉았다.

다섯 칸이었던 것이 이제 여덟 칸이다. 세 칸을 더 만들었다.

칸마다 분류가 다르다.

“이거 어떻게 나누셨어요?” 안세중이 물었다.

“그건 아시잖습니까?”

“알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나눴는지는 몰라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들었다.

여덟 해를 가르쳤는데, 나는 그 사람에게 방법은 알려 줬고 이유는 안 알려 줬다.

“…대출 대장으로 나눴습니다.”

“어떻게요?”

“많이 나가는 것을 문에서 가까운 칸에 뒀습니다.”

“왜요?”

“열람 시간이 한 시간 반입니다. 많이 나가는 것이 멀리 있으면 그것 찾다가 시간이 갑니다.”

안세중이 서가를 봤다.

“…이거 도서관에서 원래 이렇게 해요?”

“모릅니다.”

“…”

“저는 도서관에 안 가 봤습니다.”

그가 나를 봤다.

“한 번도요?”

“…한 번도요.”

밖에서 나는 인쇄소를 스무 해 했다. 책을 찍었고 종이를 만졌고 판을 짰다.

도서관에는 안 갔다.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책은 내 일이었고, 일하러 안 가는 데를 쉬는 날에 가지는 않는다.

“그럼 여기가 처음이시네요.”

“…예.”

인계 문서를 만드는 데 열흘이 걸렸다.

셋을 넘기는 것은 이틀이면 된다. 목록을 세고 대장을 넘기고 규정을 주면 된다.

열흘이 걸린 것은 넷째 것 때문이다.

규정에 없다.

인계 참고(문서 아님)

1. 지도책은 반납이 빠릅니다. 하루나 이틀입니다. 재촉하지 마십시오. 2. 요리책은 반납이 늦습니다. 연체로 처리하지 마십시오. 두 주까지는 두십시오. 3. 131번은 빌려 가는 사람이 정해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찾으면 기다리시라고 하십시오. 4. 종이 조각은 매달 200장 들어옵니다. 부족하면 목공 반장에게 말하십시오. 더 줍니다. 5. 저녁 열람에 오는 사람 중에 안 읽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묻지 마십시오. 6. 문 안쪽 종이 두 장은 떼지 마십시오.

여섯 줄이다.

안세중이 그것을 읽었다.

“임 선생님.”

“예.”

“이거 문서 아니라고 되어 있는데요.”

“예.”

“그럼 뭐예요?”

“…”

“왜 문서가 아니에요?”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준비했다.

“문서로 만들면 지켜야 합니다.”

“…”

“지켜야 하는 것이 되면, 다음 사람이 이걸 규정처럼 읽습니다.”

“그게 나쁜 거예요?”

“5번을 보십시오.”

그가 읽었다.

5. 저녁 열람에 오는 사람 중에 안 읽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묻지 마십시오.

“이게 규정이 되면 어떻게 됩니까?”

“…묻지 말라는 규칙이 되죠.”

“그러면 누가 물으면 위반입니다.”

“…”

“위반이 되면 기록합니다. 기록하면 그 사람 이름이 적힙니다.”

안세중이 그 종이를 봤다.

“그럼 그냥 부탁이네요.”

“그렇습니다.”

“부탁은 안 지켜도 되잖아요.”

“예.”

“그럼 왜 쓰세요?”

“…지킬 사람은 지킵니다.”

그날 밤에 나는 그 종이에 한 줄을 더 썼다.

7. 밖에서 편지가 오면 답장을 하십시오.

쓰고 나서 오래 봤다.

이 줄은 열람실 일이 아니다. 목록하고도 대출하고도 상관이 없다.

인계 참고에 넣을 줄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그 종이에 썼다.

다 쓰고 나서 밑에 한 줄을 더 붙였다.

저는 못 했습니다.

그 여섯 자를 쓰는 데 십 분이 걸렸다.

십육 년 동안 나는 서류에 나에 대한 것을 한 번도 안 썼다. 신청인 칸에 이름과 수번을 적은 것이 전부다.

이 줄은 서류가 아니다.

문서 아님이라고 위에 적어 뒀으니까 서류가 아니다.

서류가 아닌 데서 나는 처음으로 내 이야기를 적었다.

다음 날 아침에 나는 그 두 줄을 지웠다.

지운 까닭은 하나다.

그것을 읽으면 안세중은 그 줄을 지키려고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지킬 사람이다.

그러면 밖에서 오는 편지를 기다리게 된다.

여기서 기다리는 일은 하나 늘면 하루가 길어진다.

나는 그 줄을 지우고 종이를 다시 옮겨 적었다.

옮겨 적은 것이 여섯 줄이다.

일곱째 줄이 있었다는 것은 나만 안다.

지운 자국이 남은 종이는 갖고 있다가 나오는 날 태웠다.

태우면서 그 여섯 자를 소리 내어 한 번 읽었다.

저는 못 했습니다.

여기서 소리 내어 읽은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소리 내어 읽으면 그 말은 한 번 있었던 일이 된다.

적은 것을 지워도 읽은 것은 안 지워진다.

불에 넣은 종이는 겉장부터 검어지고 안쪽은 한참 남는다.

인쇄소를 하면 그것을 안다.

여섯 자는 안쪽에 있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가 없어졌다.

제8조는 인계 나흘 전에 만들었다.

제8조(대출 경향 기록) 목록 담당은 반기마다 분류별 대출 건수를 기록하여 인계 문서에 포함한다.

“이거 왜 필요합니까?” 안세중이 물었다.

“다음 사람이 뭘 들여야 할지 알아야 하니까요.”

“그건 제가 알려 주면 되죠.”

“그쪽도 언젠가 나가십니다.”

그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네 해 남으셨죠.”

“…예.”

“네 해 뒤에 그쪽이 나가시면, 그다음 사람은 그쪽한테 못 듣습니다.”

나는 규정을 덮었다.

“문서로 넘겨야 합니다.”

“임 선생님.”

“예.”

“그럼 저도 이런 거 써야 돼요?”

“무엇을요?”

그가 「인계 참고(문서 아님)」를 짚었다.

“이거요.”

나는 그것을 봤다.

“…쓰십시오.”

“몇 줄이요?”

“모르겠습니다.”

“…”

“그건 그쪽이 여기서 본 것에 달렸습니다.”

2월 12일에 답장이 왔다.

딸에게서 온 것이다. 편지를 부친 지 오십사 일 만이었다.

봉투가 얇았다.

나는 그것을 방에서 안 뜯었다. 그날 저녁 열람 시간이 끝나고 청소 시간에 열람실에서 뜯었다.

조태호가 옆에 있다가 나갔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나갔다.

종이는 한 장이었다.

아버지께

책은 받으셨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열람실 앞으로 하셨다는 것도 봤습니다. 그럴 것 같았습니다.

두 번째 책은 헌책방에서 찾았습니다. 여섯 군데를 돌았습니다. 판권면을 보실 줄 알았습니다.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 방을 본 적이 없어서 못 짓겠습니다.

대신 아버지가 지으시면 제가 쓰겠습니다. 글씨는 제가 낫습니다.

임서윤

여섯 줄이었다.

마지막 줄에서 나는 오래 멈췄다.

「글씨는 제가 낫습니다」

그 애가 열 살쯤에 나는 그 말을 그 애에게 했다. 서윤아 글씨 좀 똑바로 써라, 아버지 글씨 봐라.

그 말을 그 애가 삼십 년 뒤에 돌려줬다.

나는 그날 밤에 이름을 지었다.

두 시간 걸렸다.

지어 놓고 보니 이름이 아니었다. 이름을 짓는 법을 나는 모른다. 십육 년 동안 나는 서류에 들어갈 문구만 골랐다.

내가 적은 것은 이랬다.

열람실

원래 부르던 대로다.

지웠다.

창고 도서 열람실

규정에 적힌 대로다.

지웠다.

세 번째에 나는 이렇게 적었다.

여든두 걸음

복도 길이다.

내가 십육 년 동안 하루에 세 번씩 걸은 거리다. 그 끝에 그 방이 있다.

나는 그것을 편지에 적어 부쳤다.

답장은 안 왔다. 출소 전까지 안 왔다.

후임 지정은 2월 마지막 주에 했다.

나는 후임이 아니다. 나는 담당이 아니었으니 후임을 지정할 것도 없다.

그런데 한 사람을 소개했다.

스물넷이었다. 재작년에 들어왔다. 형기가 십일 년 남았다.

글은 쓸 줄 안다. 그런데 잘 안 쓴다.

“왜 이분입니까?” 안세중이 물었다.

“일 년 동안 봤습니다.”

“…”

“저녁 열람에 예순두 번 왔습니다.”

“그건 저도 압니다. 근데 그분 책을 안 빌리세요.”

“한 번도 안 빌렸습니다.”

“그럼 왜요?”

나는 그 스물네 살을 가리켰다. 그때 그는 열람실 구석에 앉아 있었다.

“저분이 뭘 하고 계신지 보십시오.”

안세중이 봤다.

그 사람은 서가 앞에 서서 책을 하나씩 뽑아 보고 있었다. 뽑아서 표지를 보고 다시 꽂았다.

“…책 구경하는데요.”

“몇 분째입니까?”

“…한 이십 분이요.”

“일 년 동안 그러셨습니다.”

“…”

“한 권도 안 빌리고 이십 분씩 책을 보다 가는 사람입니다.”

안세중이 한참 그를 봤다.

“임 선생님.”

“예.”

“저 사람 글 못 읽는 거 아닐까요?”

나는 그를 봤다.

여덟 해 전에 그 사람은 사포판에 자기 이름을 넉 달 걸려 썼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럼 자격 요건에 안 맞잖아요. 문자 해득이요.”

“제6조 밑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안세중이 규정을 폈다.

※ 문자 해득이 어려운 사람은 이용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담당자 요건에만 적용한다.

“…이용은 되고 담당은 안 되네요.”

“예.”

“그럼 안 되잖아요.”

“그러니까 먼저 가르치십시오.”

안세중이 나를 봤다.

“…제가요?”

“예.”

“저 못 가르쳐요.”

“저도 못 가르쳤습니다.”

“…”

“넉 달 걸렸습니다.”

그가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리고 그 넉 달은 제가 가르친 게 아닙니다.”

“그럼 누가요.”

“그쪽이 배운 겁니다.”

인계 문서에 서명한 것은 2031년 2월 28일이다.

문서 세 개와 문서 아닌 것 한 장.

받는 사람 칸에 안세중이 이름을 썼다.

세 글자다.

십 년 전에 그것을 쓰는 데 넉 달이 걸렸다.

그날은 삼 초쯤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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