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5,031자)
흉기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2029년 7월에 열람실에서 싸움이 났다.
정확히는 싸움이 안 났다.
두 사람이 말다툼을 했고, 한 사람이 책을 들었고, 들었다가 놓았다.
그것을 근무자가 봤다.
여기서 무언가를 들었다가 놓는 것은 안 든 것이 아니다. 든 것이다.
싸움의 이유는 사흘 뒤에 알았다.
한쪽은 스물여덟 살이었고 다른 쪽은 마흔둘이었다. 스물여덟이 마흔둘에게 뭐라고 했고, 마흔둘이 책을 들었다.
스물여덟이 한 말은 이랬다.
“책 그만 뜯어요.”
마흔둘은 대출한 책의 뒷장 여백을 뜯어 쓰고 있었다.
여기서 종이는 귀하다. 편지지는 구매품이고 값이 있다. 메모할 종이는 아예 없다.
책 뒷장에는 아무것도 안 인쇄된 여백이 두세 장씩 있다.
그것을 뜯어도 본문은 멀쩡하다.
“한 장씩만 뜯었어요.” 마흔둘이 나중에 말했다.
“몇 권에서요?”
“…여섯 권이요.”
“왜요?”
“쓸 데가 있어서요.”
“무엇을요?”
나중에 안세중이 알아 왔다. 그 사람은 자기 딸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다. 한 달에 한 통씩 쓰는데 구매 신청으로 편지지를 사면 커피 두 개다.
한 달에 커피 두 개는 그 사람에게 컸다.
일은 그렇게 커졌다.
정광호가 나를 불렀다.
이번에는 윤재호도 같이 들어갔다.
“임경식.”
“예.”
“열람실에서 도서를 흉기로 사용하려 한 정황이 있습니다.”
“…들었다가 놓았다고 들었습니다.”
“든 것은 든 것입니다.”
“예.”
“그리고 도서 훼손이 여섯 권 확인됐습니다.”
“…예.”
정광호가 서류를 넘겼다.
“임경식 씨, 이 년 전에 뭐라고 하셨는지 기억합니까?”
“…”
“백열네 권 중에 한 권이라고 하셨습니다.”
“예.”
“그때 제가 기다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안 기다립니다.”
나는 서가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열람 중단합니다.”
“과장님.”
“말해 보세요.”
나는 그 순간에 준비된 문장이 없었다.
십사 년 동안 나는 서류를 준비해서 갔다. 그날은 갑자기 불려 가서 아무것도 안 들고 있었다.
“…제 잘못입니다.”
정광호가 나를 봤다.
“무엇이 잘못입니까?”
“규정에 없습니다.”
“…”
“책을 어떻게 다루는지가 규정에 없습니다.”
“규정에는 누가 관리하는지, 어떻게 인계하는지, 무엇을 반입하는지가 있습니다. 다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
“다루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정광호가 볼펜을 놓았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당연한 것은 규정에 안 씁니다.”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당연한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그 말을 하고 나서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
“저 사람은 책 뒷장이 뜯어도 되는 종이인 줄 알았습니다. 본문이 아니니까요.”
“…”
“그거 아무도 안 알려 줬습니다.”
정광호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임경식 씨.”
“예.”
“그럼 뭘 하시겠습니까?”
“규정을 하나 더 만들겠습니다.”
“…얼마나 걸립니까?”
“일주일이면 됩니다.”
“…일주일이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안 쓴 것뿐입니다.”
제7조를 쓰는 데 나흘이 걸렸다.
제7조(도서 취급) 대출한 도서는 다음과 같이 다룬다. 1. 찢지 않는다. 여백도 도서의 일부다. 2. 베개로 쓰지 않는다. 3. 물이 있는 곳에 두지 않는다. 4. 접지 않는다. 읽던 자리는 종이를 끼워 표시한다.
② 위를 어긴 경우 담당자는 기록한다. 변상 책임은 지지 않는다. ③ 같은 사람이 세 번 어기면 3개월간 대출을 제한한다.
④ 열람실은 종이 조각을 비치한다. 읽던 자리 표시와 메모에 사용한다.
네 번째 항을 쓰면서 나는 오래 멈췄다.
앞의 셋은 안 된다. 네 번째는 된다.
십사 년 동안 배운 것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그것이다.
안 되는 것만 적으면 사람은 다른 방법을 찾는다. 되는 것을 하나 열어 두면 거기로 간다.
종이 조각은 작업장에서 나오는 것으로 했다. 목공에서 나오는 톱밥 종이와 봉투 작업장에서 나오는 재단 부스러기다. 둘 다 버린다.
최기범이 그것을 대 줬다.
“한 달에 얼마나 필요합니까?”
“…모르겠습니다. 백 장쯤이요.”
“이백 장 드리겠습니다.”
“왜 두 배입니까?”
“모자라면 또 뜯을 거 아닙니까?”
제7조를 붙인 열여덟 번째 건의서는 일주일 만에 승인됐다.
승인 회신에 한 줄이 붙어 있었다.
※ 사고 발생 전 규정 정비 사례로 기록함.
나는 그 줄을 오래 봤다.
사고 발생 전.
여기서 규정은 사고가 난 뒤에 생긴다.
목공 작업장에서 각목 하나가 사람 눈을 앗아 간 뒤에 연장 대장이 생겼다. 소화기 넷이 비어 있다가 점검에 걸린 뒤에 점검 주기가 생겼다.
이번에는 안 났다.
들었다가 놓았다.
나는 그날 저녁에 마흔둘을 찾아갔다.
작업장 뒤편에서 만났다.
“임 선생님.”
“예.”
“저 때문에 문 닫는 줄 알았습니다.”
“안 닫습니다.”
“…”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따님 편지 쓰실 때 종이 필요하시면 저한테 오십시오.”
그가 고개를 들었다.
“…”
“열람실에 종이 조각이 있습니다. 한 달에 이백 장 들어옵니다.”
“그거 메모용 아닙니까?”
“메모도 글입니다.”
그 사람은 아무 말도 안 했다.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예.”
“뜯으신 여섯 장, 다 쓰셨습니까?”
“…아니요.”
“몇 장 남았습니까?”
“두 장이요.”
“왜 안 쓰셨습니까?”
그가 한참 있다가 말했다.
“…아까워서요.”
나는 그날 하나를 더 물었다.
“따님이 답장은 하십니까?”
그 사람이 나를 봤다.
“…안 합니다.”
“…”
“여섯 해 동안 한 번도 안 왔습니다.”
“…”
“열아홉 살이에요. 제가 들어올 때 열셋이었고요.”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임 선생님.”
“예.”
“그런데 저는 계속 씁니다.”
“…”
“한 달에 한 통씩요.”
“왜 쓰십니까?”
그가 잠깐 있다가 말했다.
“안 쓰면 제가 없어지잖아요.”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못 했다.
그 사람은 답이 안 오는 편지를 여섯 해 동안 일흔 통쯤 부쳤다.
나는 답을 해야 하는 편지를 아홉 해 동안 일곱 통 안 썼다.
한쪽은 종이가 없어서 책에서 뜯었고, 한쪽은 종이가 있는데 안 썼다.
그날 저녁에 나는 열람실 종이 조각 상자에서 한 장을 꺼냈다.
꺼내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한 장을 나는 한 해 동안 안 썼다.
한 해 뒤에 그 종이로 딸에게 쓴 편지의 첫 줄을 잡는다.
그 종이는 주머니에서 한 번 빨래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마르고 나니 쓸 수 있었다. 종이는 젖어도 마르면 쓴다.
그 사람도 그 종이를 그렇게 썼을 것이다.
책에서 뜯은 여섯 장 가운데 두 장이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참 서 있었다.
책에서 뜯은 종이를 아까워서 못 쓰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그해 9월부터 열람실에 매주 왔다.
책을 빌리지는 않았다. 종이를 받으러 왔다.
십일월에 그가 처음으로 한 권을 빌렸다.
대출 대장 백사십이 번째 줄이다.
142 / 대출 / 11.6 / 반납예정 11.13 / 반납 11.11 / 상태 이상 없음
「상태 이상 없음」이라는 칸은 그해 여름에 생겼다.
제7조 때문에 생긴 칸이다.
그 칸에 「이상 없음」이 처음 적힌 날이 그날이다.
제7조가 붙고 나서 열람실에 달라진 것이 하나 있었다.
문 안쪽에 종이가 두 장이 됐다.
한 장은 이 년 전에 붙인 것이다.
87번 책이 없습니다. 찾지 않습니다. 4월 5일까지 서가에 있으면 됩니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적습니다.
87번은 진작 돌아왔는데 그 종이를 안 뗐다.
떼자고 한 사람이 없었다.
두 번째 종이는 제7조를 옮겨 적은 것이다. 안세중이 썼다. 글씨가 반듯했다.
그 밑에 그가 한 줄을 더 적었다.
종이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있습니다.
이 줄은 규정에 없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십사 년 동안 나는 규정에 없는 것을 쓰면 반려된다고 배웠다.
그런데 그 줄은 서류가 아니었다.
그 줄은 벽에 붙은 종이였다.
가을에 대출이 백 건을 넘었다.
10월에 백네 건, 11월에 백열두 건이었다.
삼백여든 명 중에 백육십 명이 한 번 이상 빌렸다.
나는 그 숫자를 세면서 십사 년 전을 생각했다.
2015년 3월에 나는 방에서 이렇게 말했다.
“도서관 하면 안 됩니까?”
여섯 중에 넷이 웃었다.
“여기서 책 읽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모르겠습니다.”
“없어요.”
“그럴 겁니다.”
나는 그때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십사 년을 했다.
지금 백육십 명이다.
그러니까 없었던 것이 아니라 갈 데가 없었다.
그해 겨울에 정광호가 열람실에 왔다.
열람 시간이었다. 보안과장이 열람 시간에 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문 앞에 섰다. 안에는 일곱 명이 있었다. 셋은 책을 읽고 있었고 둘은 서가를 보고 있었고 하나는 종이 조각에 뭘 적고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그냥 앉아 있었다.
정광호가 그것을 십 분쯤 봤다.
“임경식 씨.”
“예.”
“저기 앉아만 있는 사람은 뭡니까?”
“…앉아 있는 겁니다.”
“책은 안 읽습니까?”
“안 읽습니다.”
“그럼 왜 옵니까?”
나는 그 질문에 사 년째 대답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서 혼자 있을 수 있는 데가 여기뿐입니다.”
정광호가 나를 봤다.
“…혼자요?”
“방에는 여덟이 있습니다. 작업장에는 스무 명이 있습니다. 운동장에는 다 있습니다.”
“…”
“여기는 조용합니다.”
그가 다시 안을 봤다.
일곱 명이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있었다.
“임경식 씨.”
“예.”
“이거 규정에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
“열람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읽지도 않는데요.”
“…”
“그건 열람이 아니지 않습니까?”
“과장님.”
“말해 보세요.”
“책이 있는 방에 앉아 있는 것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저는 모릅니다.”
“…”
“그런데 저 사람은 여기 오려고 일주일을 기다립니다.”
정광호는 그날 아무 말도 안 하고 갔다.
그다음 달에 열람 시간이 하루 두 시간에서 세 시간으로 늘었다.
건의서를 안 냈는데 늘었다.
십사 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