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5,085자)
잃어버린 한 권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2029년 3월에 책 한 권이 없어졌다.
대출 대장에는 안 적혀 있었다. 빌려 간 기록이 없는데 서가에 없었다.
목록 담당인 안세중이 그것을 발견했다.
한 달에 한 번 전수 조사를 한다. 목록과 서가를 맞춰 본다. 백열네 권을 하나씩 세는 데 두 시간이 걸린다.
3월 조사에서 백열세 권이 나왔다.
“임 선생님.”
“예.”
“한 권이 없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아무 말도 안 했다.
여기서 물건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나는 십사 년 동안 봤다.
작업장에서 끌 하나가 없어지면 세 시간 동안 전체가 선다. 각목 하나면 사흘이다.
책은 그것보다 가볍다. 무기가 안 된다.
그런데 열람실은 그것보다 약하다.
“무슨 책입니까?”
“소설이요.”
“제목이요.”
그가 목록을 봤다.
“…번호 87번입니다.”
우리는 그날 오후에 그것을 보고했다.
규정 제5조 2항이 있다. 도서 분실 시 담당자는 분실 사실을 기록하고 보고한다. 변상 책임은 지지 않는다.
내가 이 년 전에 쓴 줄이다.
이 줄이 있어서 안세중은 보고할 수 있었다. 이 줄이 없었으면 그 사람은 사흘쯤 혼자 찾아다녔을 것이고, 그동안 일이 커졌을 것이다.
윤재호가 보고를 받았다.
“한 권이요.”
“예.”
“누가 가져갔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열람 시간에 온 사람은 압니까?”
안세중이 대출 대장을 폈다.
“3월에 백사십일 명이 왔습니다.”
윤재호가 그 숫자를 보고 잠깐 멈췄다.
“…백사십일 명이요?”
“연인원입니다. 같은 사람이 여러 번 온 것도 셉니다.”
“실제로는 몇 명입니까?”
“쉰두 명이요.”
윤재호가 대장을 넘겼다. 이름이 쉰두 개다.
“이 중에 하나겠네요.”
“…예.”
“쉰두 명을 다 부를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 뒤에 보안과에서 연락이 왔다.
정광호 과장이 나를 불렀다.
삼 년 전에 사동을 돌던 그 사람이다. 그동안 나는 그를 두 번 봤다. 둘 다 멀리서였다.
가까이서 보니까 나보다 열 살쯤 아래였다.
“임경식.”
“예.”
“열람실 도서 분실 건, 알고 있습니까?”
“예.”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는 그 질문에 대답을 준비하지 않았다. 준비했어야 했다.
“…기다리려고 합니다.”
“기다린다고요.”
“예.”
“얼마나요?”
“모르겠습니다.”
정광호가 서류를 덮었다.
“임경식 씨.”
“예.”
“여기서 물건이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지 압니까?”
“압니다.”
“그럼 왜 기다립니까?”
나는 잠깐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과장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해 보세요.”
“지금 방을 뒤지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
“나오면 그 사람은 징벌을 받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 그다음부터 아무도 안 빌립니다.”
정광호가 나를 봤다.
“…무슨 말입니까?”
“지금 대출이 한 달에 일흔 건입니다. 방을 뒤져서 하나를 찾으면 그다음 달에 일흔 건이 열 건이 됩니다.”
“…”
“여기서 이름이 적히는 것을 사람들이 왜 싫어하는지 아십니까?”
“말해 보세요.”
“적히면 언젠가 불려 가니까요.”
“그래서 제가 규정에 넣었습니다. 대출 대장은 열람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고요.”
“그건 압니다.”
“지금 그 대장으로 사람을 찾으면 그 줄이 죽습니다.”
정광호가 볼펜을 놓았다.
“임경식 씨.”
“예.”
“그럼 책은요.”
“한 권입니다.”
“…”
“백열네 권 중에 한 권입니다.”
그가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삼 주 드리겠습니다.”
“예.”
“삼 주 안에 안 돌아오면 열람 중단합니다.”
“…”
“그리고 다시 열려면 처음부터 다시 신청하십시오.”
나는 그 말을 듣고 일어섰다.
처음부터 다시 신청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안다.
십사 년이다.
삼 주 동안 우리는 아무것도 안 했다.
정확히는 한 가지를 했다.
안세중이 열람실 문 안쪽에 종이를 한 장 붙였다.
87번 책이 없습니다. 찾지 않습니다. 4월 5일까지 서가에 있으면 됩니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적습니다.
세 번째 줄과 네 번째 줄을 놓고 우리는 이틀을 이야기했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적습니다」를 넣으면 그것이 약속이 됩니다.” 내가 말했다.
“약속이면 좋은 거 아니에요?”
“지킬 수 있어야 약속입니다.”
“못 지킬 수도 있어요?”
“보안과에서 물으면 제가 대답해야 합니다.”
안세중이 한참 있다가 말했다.
“임 선생님.”
“예.”
“그럼 저희가 안 보면 되잖아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놓을 때 저희가 안 보고 있으면 돼요.”
우리는 그 뒤로 삼 주 동안 열람 시간이 끝나고 문을 닫을 때, 서가 쪽을 안 보고 닫았다.
책은 4월 2일에 돌아왔다.
아침에 조태호가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봤다.
87번 자리에 87번이 있었다.
“형님!”
그가 복도까지 뛰어나왔다. 여기서 뛰면 안 된다. 근무자가 봤는데 그날은 아무 말도 안 했다.
나는 그 책을 봤다.
표지에 물이 묻었다 마른 자국이 있었다.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 삼 주 전보다 더 닳아 있었다.
많이 읽었다.
안세중이 페이지를 넘겼다.
“…임 선생님.”
“예.”
“한 장이 없습니다.”
나는 책을 받았다.
마지막 장이었다.
본문이 끝나는 페이지 한 장이 뜯겨 있었다. 뜯은 자국이 반듯하지 않았다. 자를 대고 뜯은 것이 아니라 손으로 뜯은 것이다.
우리 셋은 그 자리에서 한참 아무 말도 안 했다.
“왜 마지막 장만 가져갔을까요?” 조태호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을 안 했다.
나는 그날 저녁에 그 답을 생각했다.
여기서 우리는 아무것도 못 갖는다.
관물대에 있는 것은 다 시설 물건이거나 구매품이다. 구매품도 나갈 때 두고 간다. 사진 몇 장하고 편지 말고는 자기 것이 없다.
그 사람은 삼 주 동안 그 책을 읽었다.
다 읽고 돌려줬다.
한 장만 뜯었다.
“임 선생님.”
안세중이 말했다.
“예.”
“이거 목록에 뭐라고 적을까요?”
나는 대장을 봤다.
87 / 반납 / 4.2 / 상태: 파손 1매
이렇게 적으면 그 사람은 파손을 낸 사람이 된다.
나는 볼펜을 들었다가 놓았다.
“…한 줄만 적으십시오.”
“무슨 줄이요.”
“돌아옴.”
안세중이 대장에 그렇게 적었다.
87 / 돌아옴 / 4.2
정광호에게는 그렇게 보고했다.
“돌아왔습니다.”
“상태는요.”
“…읽은 흔적이 있습니다.”
그가 나를 봤다. 삼 초쯤 봤다.
“알겠습니다.”
그해 5월 대출 건수는 아흔한 건이었다.
3월보다 스물한 건이 늘었다.
나는 그 숫자를 보고 대장 밑에 한 줄을 적었다.
※ 4월에 87번 도서 반납. 이후 대출 증가.
왜 늘었는지 그때는 몰랐다.
지금은 안다.
여기 사람들은 그 종이를 봤다. 문 안쪽에 붙은 네 줄짜리 종이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적습니다.
그 줄이 지켜지는 것을 봤다.
삼 주 동안 나는 잠을 잘 못 잤다.
기다린다고 말한 것은 나다. 그 말을 할 때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틀째부터 그 확신이 줄었다.
돌아오지 않으면 열람실이 닫힌다. 닫히면 처음부터 다시 신청해야 한다. 나는 그때 쉰네 살이었고 출소까지 일 년 반이 남아 있었다.
일 년 반으로는 못 한다.
그러니까 내가 기다리기로 한 것은 내 것이 아니라 저 셋의 것이었다.
열흘째 밤에 나는 안세중을 찾아갔다.
작업장 마감 시간이었다. 그는 마무리를 하고 있었다.
“안세중 씨.”
“예.”
“제가 잘못 정한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기다리자고 한 것 말입니다.”
“…”
“안 돌아오면 열람실이 닫힙니다. 그럼 세 분이 이 년 동안 한 게 없어집니다.”
안세중이 사포를 내려놓았다.
“임 선생님.”
“예.”
“그거 저희한테 물어보셨어요.”
“…예?”
“보고하기 전에 저희 셋한테 물어보셨어요. 기억 안 나세요?”
나는 기억이 안 났다.
“조 형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아세요?”
“…”
“뒤지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왜요?”
“조 형님도 옛날에 한 번 뒤진 적 있으시대요.”
“무엇을요?”
“조 형님 방을요.”
“없어진 게 나중에 다른 데서 나왔대요. 그런데 그 뒤로 그 방 사람들이 조 형님이랑 말을 안 했대요.”
“…”
“그거 나온 다음에도요.”
그 밤에 나는 관물대를 열었다.
편지 일곱 통이 있었다.
아홉 해 치다.
나는 그것을 다 꺼내서 순서대로 놓았다. 어두워서 글씨는 안 보였다. 안 보이는데 어느 장에 무슨 줄이 있는지 나는 다 알았다.
일곱 통 다 같은 물음이 들어 있다.
그 물음에 나는 아홉 해 동안 답을 안 했다.
지금 나는 책 한 권이 돌아오기를 삼 주 기다리고 있다.
가져간 사람도 답을 안 하고 있다.
문 안쪽에 붙은 종이 넷째 줄이 이렇다.
누가 놓았는지는 안 적습니다.
그 줄은 답을 안 해도 된다는 줄이다.
안 해도 되니까 할 수 있게 된다.
나는 그 줄을 안세중이 쓸 때 옆에 있었고, 그때는 그것이 대출을 지키는 줄인 줄 알았다.
지금은 다르게 읽힌다.
아홉 해 동안 나에게 그 줄을 준 사람이 있었다.
답장은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다음에 또 물어볼 거니까요.
첫 편지 셋째 줄이다.
나는 그것을 아홉 해 동안 편한 말로 읽었다.
그 줄 덕분에 안 써도 됐다.
그 줄은 나를 편하게 하려고 쓴 줄이 아니었다.
그 사람이 계속 묻기 위해서 쓴 줄이었다.
답이 안 오는 것을 견디려면 미리 안 와도 된다고 해 둬야 한다.
그 사람은 아홉 해 전에 그것을 해 뒀다.
안세중이 작업대를 정리했다.
“임 선생님이 혼자 정하신 거 아니에요.”
열이틀째에 정광호가 사동을 돌았다.
삼 년 전처럼 여든두 걸음을 걸었다. 이번에는 창고 앞에서 안 멈췄다.
그 대신 문 안쪽에 붙은 종이를 봤다.
문이 잠겨 있어서 안 보일 텐데 봤다. 그 방 문에는 위쪽에 작은 유리가 있다. 거기로 보면 문 안쪽이 보인다.
그가 그 앞에 삼십 초쯤 서 있었다.
나는 배식차를 밀면서 그것을 봤다.
그날 저녁에 윤재호가 나에게 말했다.
“과장님이 뭐라고 하셨는지 아십니까?”
“…모릅니다.”
“저 종이 누가 썼냐고 물으셨습니다.”
“뭐라고 답하셨습니까?”
“목록 담당이 썼다고 했습니다.”
“…그러셨습니까?”
“그랬더니 이러셨습니다.”
윤재호가 잠깐 멈췄다.
“글씨가 반듯하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