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5,010자)

면회 중단

벽에 만든 도서관 · 정이한

접견이 끊긴 것은 2020년 2월 말이었다.

그날 아침 게시판에 명단 대신 공고가 붙었다.

접견 잠정 중지 기간: 별도 공지 시까지

별도 공지 시까지라는 말을 우리는 그때 처음 봤다.

여기서 기간을 안 적는 공고는 드물다. 대개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있다. 없으면 다들 그 앞에 오래 서 있게 된다.

그날 게시판 앞에 사람이 많았다.

2438은 원래 명단에 없다. 나는 여덟 해 동안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까 나에게는 아무것도 안 바뀐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나도 그 앞에 오래 서 있었다.

내 옆에 선 사람이 게시판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이거 얼마나 가는 거예요?”

“모르겠습니다.”

“한 달?”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은 두 달 뒤에 나갔다. 나가는 날까지 접견을 못 했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나고 있는지 우리는 뉴스로만 알았다.

저녁 여섯 시에 텔레비전을 켜면 숫자가 나왔다. 그 숫자가 매일 달라졌다. 방에서는 그 숫자를 두고 이야기했다.

“오늘 몇이야?”

“백구십몇.”

“어제보다 늘었네.”

“늘었지.”

야구가 없어서 여름에 채널 싸움이 없었다.

그해에 우리 방은 처음으로 조용한 여름을 났다. 조용한 것이 좋지 않았다. 다들 뉴스를 보고 아무 말도 안 했다.

3월부터 구매가 격주로 바뀌었다.

물건 들어오는 날이 일주일에 한 번에서 이 주에 한 번이 됐다. 이유는 안 알려 줬다. 밖에서 들어오는 것이 다 느려졌기 때문이라고 다들 짐작했다.

값이 뛰었다.

라면 한 개 = 커피 여섯 개 볼펜심 하나 = 커피 두 개

두 배다.

값이 두 배가 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밖에서는 물건이 반으로 줄면 값이 두 배가 되는 데 몇 달이 걸린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한 달이면 된다. 여기는 시장이 작아서 빠르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시니까 여전히 부자였다.

정상우가 남기고 간 커피 스물두 개 중에 열넷이 남아 있었다. 그것이 볼펜심 일곱 개 값이 됐다. 전에는 열넷이었다.

“임 형님, 그거 지금 파세요.” 새로 들어온 사람이 말했다.

“왜요?”

“지금 제일 비쌀 때예요.”

“더 오르면요.”

“더 오를 수도 있죠.”

“그럼 안 팔겠습니다.”

“지금 안 팔면 나중에 후회하세요.”

“여기서 후회할 게 그것뿐이면 좋겠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좀 이상하게 봤다.

기증은 아예 끊겼다.

접견이 없으니 접견인 기증이 없다. 외부 기관 기증은 원래 절차가 넉 달인데, 그 넉 달을 심의하던 담당이 다른 업무로 갔다.

나는 그것을 6월에 알았다.

“도서 반입 심의는 언제 재개됩니까?”

“지금은 그것보다 급한 게 많습니다.”

“그건 압니다.”

“…”

“다만 재개 시점을 알면 그때 맞춰 준비하겠습니다.”

직원이 나를 봤다. 창구 유리에 비닐이 덧대어져 있었다. 말소리가 잘 안 들렸다.

“임경식 씨.”

“예.”

“지금 그거 물어보시는 분 선생님 한 분입니다.”

“…”

“일 년에 삼백 권 심의하던 걸 아무도 안 찾습니다. 지금은요.”

나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해 여름에 서가에는 여섯 권이 있었다.

성경 여섯 권이다. 법전 스무 권은 교무과에서 안 내줬다. 열람용 비치본이라 자리를 옮길 수 없다고 했다.

여섯 권을 다섯 칸짜리 서가에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 나는 오래 생각했다.

한 칸에 다 놓으면 그 칸만 차고 넷은 빈다. 다섯 칸에 하나씩 놓으면 전부 성기게 보인다.

결국 나는 두 번째 칸 왼쪽에 여섯 권을 세웠다.

세워 놓으면 쓰러진다. 옆에 받칠 것이 없으면 책은 눕는다. 나는 폐목재 조각을 하나 깎아서 책 옆에 세웠다.

책 여섯 권과 나무 조각 하나.

열람 시간은 주 2회, 회당 1시간으로 그해 4월에 임시 승인이 났다. 청소 승인의 연장이었다. 정식 열람실 승인이 아니라 「정리 작업 계속」이라는 이름이었다.

이름이 무엇이든 나는 그 방에 일주일에 두 번 들어갔다.

들어가서 하는 일은 정해져 있었다.

먼저 바닥을 닦는다. 십 분이면 된다. 이제 먼지가 별로 없다.

그다음에 서가를 닦는다. 다섯 칸을 위에서부터 닦는다. 빈 칸이 넷이다. 빈 칸에는 먼지가 앉는다. 책이 있는 칸보다 빈 칸에 더 앉는다. 책이 있으면 그 자리에 먼지가 못 앉기 때문이다.

빈 칸을 닦는 일을 나는 그해에 일흔여덟 번 했다.

세어 봐서 안다.

“임 씨.”

10월 어느 날 최기범이 물었다.

“요즘 뭐 하세요?”

“대장 씁니다.”

“그거 말고요. 창고에서요.”

“닦습니다.”

“뭘요?”

“빈 서가를요.”

최기범이 대패를 멈췄다.

“…책이 없는데요.”

“없습니다.”

“그럼 뭘 닦으세요?”

“먼지요.”

그가 나를 봤다. 그러고는 다시 대패질을 했다. 한참 뒤에 그가 말했다.

“임 씨.”

“예.”

“그거 좀 그렇습니다.”

“…어떻게요?”

“보기 좀 그래요.”

나는 대답을 안 했다.

그 사람 말이 맞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빈 서가를 일주일에 두 번 닦는 사람을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안 닦으면 그 방은 다시 창고가 된다.

여기서 안 쓰는 방이 어떻게 되는지 나는 다섯 해 동안 봤다. 아무도 안 들어가면 물건이 들어간다. 물건이 들어가면 문이 잠긴다. 문이 잠기면 자물쇠에 먼지가 앉는다.

옆면에 먼지가 앉기 시작하면 십 년이 간다.

그러니까 나는 그 방을 계속 쓰고 있어야 했다. 쓸 것이 없어도 쓰고 있어야 했다.

9월에 정상우의 두 번째 편지가 왔다.

편지는 끊기지 않았다. 사람은 못 들어와도 종이는 들어온다. 그것이 그해에 제일 이상한 일이었다. 만나는 것은 위험하고 종이는 안 위험하다.

편지는 검열을 거친다. 봉투가 뜯긴 채로 온다.

형님 잘 계시죠. 저는 물류센터 계속 다닙니다. 요즘 물건이 많아서 바쁩니다. 뉴스 보니까 거기도 힘들겠던데요. 몇 번째까지 갔습니까? 저는 지금 밖에서 마스크 쓰고 삽니다. 형님은 안 쓰시죠. 그것만 부럽습니다.

나는 그 마지막 줄에서 오래 멈췄다.

우리도 썼다. 그해 3월부터 방 밖에 나갈 때는 다 썼다. 하루에 한 장씩 나왔다.

정상우는 그것을 몰랐다.

밖에 있는 사람은 안이 어떤지 모르고, 안에 있는 사람은 밖이 어떤지 모른다. 우리는 뉴스로 밖을 보고, 밖은 우리를 안 본다.

나는 답장을 쓸까 하다가 안 썼다.

여덟 해 동안 나는 편지를 한 통도 안 썼다. 쓸 데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에는 봉투를 하나 얻어 놓았다. 커피 하나를 줬다.

봉투를 얻어 놓고 여덟 달 동안 안 썼다.

안 쓴 여덟 달 동안 나는 그 봉투를 두 번 꺼냈다.

한 번은 6월이었고 한 번은 8월이었다.

두 번 다 첫 줄을 못 썼다.

「정 씨에게」라고 쓰면 그다음에 「아직입니다」가 온다.

「아직입니다」 다음에 무엇을 쓰는지 나는 몰랐다.

밖에 있는 사람에게 안에 있는 사람이 쓸 말이 그해에는 특히 없었다.

그해 뉴스에는 매일 숫자가 나왔다. 그 숫자를 우리는 저녁 여섯 시에 봤다.

밖에서는 그 숫자를 보고 다들 어딘가에 안 간다고 했다.

여기서는 원래 아무 데도 안 간다.

그것을 편지에 쓰면 그것은 농담이 된다.

농담을 쓰면 그 사람이 웃을 것이다.

웃고 나서 걱정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음 편지에 그 걱정을 쓴다.

나는 그것이 싫었다.

봉투는 그해 12월까지 관물대 안쪽에 세워져 있었다.

세워 두면 안 구겨진다.

여덟 달 동안 안 구겨진 봉투가 하나 있었다.

봉투 값은 커피 하나다. 여덟 달이면 그냥 커피 하나다.

커피 하나로 여덟 달을 샀다.

10월에 사동 하나가 봉쇄됐다.

우리 사동이 아니라 옆 사동이었다.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이 주 동안 그 사동은 방에서 안 나왔다. 배식은 소지가 문 앞까지만 가져다 놓았다.

그 이 주 동안 나는 다른 사동 복도를 갔다.

거기도 여든두 걸음이었다.

같은 도면으로 지은 건물이니까 당연하다. 당연한데 나는 그것을 걸으면서 세었고, 여든둘에서 멈췄을 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동 복도 끝에도 문이 하나 있었다.

같은 자리에 같은 문이 있었다.

“선생님.”

배식차를 반납하면서 나는 근무자에게 물었다.

“저기도 창고입니까?”

“예.”

“비어 있습니까?”

“…거기는 물건 있습니다.”

“무슨 물건이요.”

“의자하고 책상이요. 부서진 거요.”

나는 그날 방에 돌아와서 오래 앉아 있었다.

이 시설에 그런 방이 몇 개인지 나는 그날 처음 생각했다.

사동이 넷이다. 사동마다 하나씩이면 넷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방 하나짜리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는 그날 처음 했다.

그 생각은 그해에 아무 데도 못 갔다. 건의서를 못 내는 해였다.

11월에 박두식이 기침을 했다.

여기서 기침은 그해에 제일 무서운 소리였다. 방에서 누가 기침하면 다들 조용해진다. 조용해지고 나서 아무도 그 사람을 안 본다. 안 보는 것이 예의라서가 아니라 보기 무서워서다.

박두식은 사흘 기침하고 격리됐다.

격리는 독거실이다. 이 주다.

이 주 뒤에 돌아왔을 때 그 사람은 살이 빠져 있었다. 원래도 마른 사람이었다.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래.”

“…”

“나이 먹으면 그냥 기침해.”

그는 자기 자리에 앉았다. 문가다. 여름에는 좋고 겨울에는 나쁜 자리다.

11월이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박 선생님, 창가 쓰십시오.”

“싫어.”

“겨울입니다.”

“겨울은 짧아.”

“…이번 겨울은 길 것 같습니다.”

박두식이 나를 봤다.

“임씨.”

“예.”

“겨울이 긴 게 아니라 임씨가 길게 느끼는 거야.”

“…”

“그건 딴 거야.”

그해 12월 31일에 나는 창고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날은 열람 요일이 아니었다.

방에서 나는 관물대를 열고 안쪽을 봤다.

문짝 틈에 종이 일곱 장.

철판에 붙은 종이 네 장.

결 과: 검토 결 과: 검토 중 결 과: 검토 중 결 과: 검토 중

열한 장이다.

2020년에 나는 건의서를 한 장도 못 냈다.

낼 수가 없었다. 건의 사유에 「도서는 기증으로 확보하며」라고 쓸 수가 없었다. 기증이 없었다.

그해에 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가지만 늘었다.

서가를 닦은 횟수가 일흔여덟이다.

1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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