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020자) · 일흔세 명

밤의 도서관

오해는 두 번 반복된다 · 유하람

매곡운수 사무실은 차고지 한쪽 컨테이너였다. 에어컨이 창틀에 비스듬히 박혀서 물을 뚝뚝 흘렸고, 그 물이 바닥 양동이에 떨어지는 소리가 대화 사이사이를 끊었다. 구 사장은 예순 중반이었고, 반팔 셔츠 주머니에 볼펜을 세 자루 꽂고 있었다.

“막차를 늘려 달라고.”

“금요일 하루만요. 아홉 시 반을 열 시 사십 분으로.”

“아가씨.”

“사서입니다.”

“사서 선생. 아홉 시 반 막차에 몇 명 타는지 알아요?”

“이 분 일찍 떠날 만큼요.”

구 사장은 여름을 한참 봤다. 뚝. 양동이에 물이 떨어졌다.

“그거 누가 그래.”

“기사님이요. 저희 관장님이 직접 놓치셨어요.”

여름은 가방에서 코팅한 종이 한 장을 꺼내 책상에 놓았다. 1977년 7번 노선 시간표 사본이었다. 윤 기사님이 스캔한 것을 여름이 밤새 코팅해 왔다. 막차 열 시 반.

“그땐 공장이 있었지.”

“지금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금요일마다요.”

“도서관 가는 사람이 버스를 몇이나 탄다고.”

“스무 명.”

여름은 두 번째 종이를 꺼냈다. 명단이었다. 금요일 밤 도서관에 오겠다고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은 사람들. 박 여사 반 아이들 둘, 김 할아버지 인쇄소 옛 직원 셋, 독서 모임 사람들, 어린이실에 아이를 데려오는 엄마들. 스물여섯 명이었다.

“스물여섯이 매주 탄다는 보장 있어요?”

“없습니다.”

“그럼 기름값은.”

여름은 그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달 시범으로 해 주시고, 스무 명 안 되는 날은 차액을 제가 내겠습니다.”

구 사장은 볼펜 하나를 주머니에서 뽑았다가 다시 꽂았다.

“분관이 내는 거요, 선생이 내는 거요.”

“제가요.”

“왜?”

“분관은 예산이 없습니다. 저는 월급이 있고요.”

구 사장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에어컨이 한 번 덜컹하고 멈췄다가 다시 돌았다. 그러다 서랍에서 도장을 꺼냈다.

“윤가 그 양반 아직 살아 있어요?”

“네. 지금 3층에서 버스 시간표 찍고 계세요.”

“그 양반이 나 운전 가르쳤어.”

구 사장은 시범 운행 협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인주가 모자라서 두 번 찍었다. 두 번째가 조금 비뚤었다.

전날 밤, 여름과 도현은 3층 복도에 사진을 걸었다. 액자 살 돈이 없어서 우드락에 사진을 붙이고, 복도 벽 몰딩에 낚싯줄로 매달았다. 도현이 접이식 사다리를 잡았고 여름이 올라갔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여름이 「왼쪽」 하면 도현이 사다리를 반 뼘 옮기고, 「됐어요」 하면 손을 뗐다. 마흔 장을 거는 데 세 시간이 걸렸다. 서른아홉 번째가 개관식 사진이었다. 여름은 그 우드락을 들고 사다리 위에서 잠깐 멈췄다. 앞줄 맨 오른쪽 아이가 여름 눈높이에 있었다. 아래에서 도현이 사다리를 쥔 손에 힘을 주는 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여름은 사진을 걸었다. 조금 비뚤었다. 고치지 않았다. 내려와서 보니 비뚤어진 쪽으로 앞줄 아이가 고개를 기울이고 있어서, 사진이 오히려 똑바로 보였다.

구월 첫 금요일, 밤의 도서관이 처음 열렸다.

제목은 여름이 붙였다. 「1998년 사진 앞에서.」 3층 향토자료실 복도에 스캔한 사진 마흔 장을 크게 뽑아 걸었다. 개관식 사진, 1977년 버스 시간표, 1974년 졸업 문집 단체 사진, 공장 야간조 퇴근길 사진. 사진마다 아래에 작은 종이를 붙이고, 「이 사진 속 사람을 아시면 이름을 적어 주세요」라고 썼다.

정 선생은 전날 시장을 돌면서 홍보를 했다. 기울기가 있었다.

“밤새 연대. 금요일에 도서관이 밤새 연대.”

그래서 저녁 여덟 시, 담요를 든 할머니 둘이 로비에 들어섰다. 한 분은 보온병까지 들고 왔다. 여름은 담요를 받아 들고 열 시까지라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그럼 담요는 무릎에 덮지 뭐」 하고 3층으로 올라갔다. 정 선생은 카운터 뒤에서 못 들은 척 반납 도서를 정리했다.

아홉 시에 3층에 일흔세 명이 있었다. 3층에 일흔세 명이 있는 것은 이 건물이 생기고 처음이었다. 복도가 좁아서 사람들이 사진 앞에서 어깨를 붙이고 섰다. 에어컨 없는 3층이 사람 열로 한 번 더 더워졌다. 아무도 나가지 않았다. 개관식 사진 아래 종이에 이름이 하나씩 늘었다. 뒷줄 가운데 안경 쓴 남자 — 김용택, 철물점. 현수막 든 청년 — 우리 큰형. 앞줄 왼쪽 할머니 —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 졸업 문집 단체 사진 앞에서는 박 여사가 돋보기를 끼고 서서, 이름을 적으러 오는 사람마다 「너 몇 번이었지」 하고 출석을 불렀다. 쉰이 넘은 남자 하나가 그 앞에서 차렷 자세를 했다.

어머니는 개관식 사진 앞에 서 있다가, 뒷줄 맨 왼쪽 기둥 옆에 아무도 이름을 안 적은 걸 보고 볼펜을 들었다. 그리고 적었다. 「한여름, 네 살. 할머니 등.」 여름은 복도 끝에서 그걸 봤다. 다가가지 않았다. 다가가면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도현은 계단참에서 사람들을 세고 있었다. 입구 계수기를 손에 쥐고 딸깍딸깍 눌렀다. 여름과 눈이 마주치자 계수기를 들어 보였다. 칠십삼. 여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에는 그 숫자가 싫지 않았다.

아홉 시 십오 분에 로비가 소란스러워졌다.

검은 승합차가 장애인 주차 칸에 다시 서 있었다. 배문수가 내렸고, 그 뒤로 조끼를 입은 사람 셋이 내렸다. 조끼 등판에 「구청 건축안전과」와 「소방 합동 점검」이 찍혀 있었다. 오세진 과장이 맨 뒤에서 내렸다. 넥타이가 반쯤 풀려 있었다. 퇴근길에 불려 나온 얼굴이었다.

배문수는 로비에서 3층 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야간에 사람을 이렇게 모으면서 안전 점검은 받으셨어요.”

여름은 계단 앞에 섰다.

“도서관 운영 시간 연장입니다. 행사 신고 대상 아닙니다.”

“다중 이용 시설 야간 운영은 점검 대상이죠. 3층 비상구 앞에 상자 쌓여 있다는 민원이 들어와서요.”

“민원은 누가 넣었습니까?”

“주민이 넣었겠지.”

“위원장님도 주민이시죠.”

배문수는 웃었다. 이번에는 이가 안 보였다.

“사서 선생. 나는 사람 다칠까 봐 온 거예요. 저 위에 칠십 명이 있다며. 불나면 누가 책임져요. 선생이 져요?”

여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틀리지 않은 말을 이 사람이 하면 이렇게 들린다는 걸, 여름은 그날 처음 알았다.

점검관들이 3층으로 올라갔다. 여름도 따라 올라갔다. 3층 복도 끝 비상구 앞에는 상자 여섯 개가 쌓여 있었다. 오늘 오후 사진을 걸려고 자료실에서 잠깐 빼 둔 상자들이었다. 여름이 아홉 시 반에 치우려고 했던 상자들이었다.

점검관 하나가 상자를 발끝으로 가리켰다. 다른 하나가 사진을 찍었다. 셋째가 서류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비상구 적치물. 즉시 시정 대상입니다. 시정 전까지 3층 이용 중지해 주세요.”

“지금 치우겠습니다. 이 분이면 됩니다.”

“시정 확인은 다음 점검 때 합니다. 오늘은 중지입니다.”

일흔세 명이 복도에서 그 말을 들었다. 담요를 든 할머니가 여름을 봤다. 사진 앞에서 이름을 적던 남자가 볼펜을 든 채 멈췄다.

도현이 계단을 올라왔다. 점검관 서류를 받아 읽었다. 읽는 동안 턱에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그는 서류를 돌려주고, 복도에 선 사람들 쪽으로 돌아섰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다시 엽니다.”

사람들이 계단을 내려갔다. 천천히, 한 사람씩. 담요 든 할머니는 담요를 도로 접어 겨드랑이에 꼈다. 어머니가 여름 옆을 지나가면서 여름 팔을 한 번 잡았다가 놓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로비에서 배문수는 이미 승합차에 타고 있었다. 창문을 반쯤 내리고, 여름에게 손을 한 번 흔들었다. 차가 떠났다.

여름은 로비 구석 자판기 옆에서 오세진과 마주쳤다. 오세진은 캔커피를 뽑고 있었다. 그는 여름을 보고 어색하게 웃었다.

“한 선생님이시죠. 수고 많으세요.”

“과장님이 부르신 점검입니까?”

“아니요, 저는 위원장님이 가자고 하셔서.”

오세진은 캔을 따면서 한숨처럼 말했다. 도현 쪽을 한 번 보고,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관장님도 참. 원래 여기 정리하러 오신 분이 이렇게까지 하실 줄은 저도 몰랐어요. 보고서가 구월 말인데.”

여름은 오세진의 얼굴을 봤다. 그는 여름이 이미 안다고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정리하러요.”

“네? 아, 기능 조정이요. 연착륙. 관장님이 말씀 안 하셨나.”

오세진은 캔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그제야 무언가를 알아챈 얼굴이 되었다. 그는 캔을 든 채 출입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빠른 걸음이었다.

열 시 사십 분, 시범 막차가 분관 앞 정류장에 섰다. 여름은 정류장에 나가 있었다. 버스에 오르는 사람을 셌다. 담요 든 할머니 둘, 박 여사, 박 여사 반 아이 둘, 독서 모임 사람 넷, 어린이실 엄마 둘. 열한 명이었다. 스물에서 아홉이 모자랐다. 기사가 문을 닫기 전에 여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장님이 차액은 선생님한테 받으라던데요.”

“네. 월요일에 드리겠습니다.”

버스가 떠났다. 이 분 일찍 떠나지 않았다. 정시였다. 오 분 뒤 구 사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차액 삼만 이천 원. 첫날이니 반만 받음. 윤가한테 안부.」 여름은 그 문자를 두 번 읽었다. 반이면 만 육천 원이었다. 여름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휴대폰이 허벅지에 닿는 자리가 따뜻했다.

여름은 이층 사무실로 올라갔다. 불을 켜지 않았다. 책상 서랍 맨 아래 칸을 열었다. 흰 봉투가 있었다. 「폐관 결정 시.」 여름은 그것을 꺼내 들었다. 봉투가 손바닥에 가벼웠다. 석 달 전에 쓸 때는 그렇게 무거웠는데.

연착륙. 정리하러 오신 분. 구월 말 보고서.

여름은 판단을 하나 더 얹으려고 했다. 세 번째였다. 첫날 십 분에 한 번, 2018년 자료철에 한 번. 세 번째 판단은 이미 문장이 되어 있었다. 저 사람은 처음부터 문을 닫으러 왔다. 3층 스티커를 떼 준 것도, 손편지 이백 통도, 계수기 칠십삼도, 전부 연착륙의 한 단계였다.

문장은 완성되어 있었다. 여름은 그 문장을 끝까지 읽지 않았다. 그 대신 봉투를 가방에 넣었다. 서랍이 아니라 가방에. 그리고 복도로 나가 계단 위를 올려다봤다. 3층 불빛이 아직 켜져 있었다. 비상구 쪽에서 상자 끄는 소리가 났다. 드르륵, 멈췄다가 다시 드르륵. 여름은 계단을 두 칸 올라가 난간 사이로 봤다. 도현이 상자를 하나씩 자료실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넥타이를 맨 채로. 여섯 개 중 넷째였다.

6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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