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015자) · 청소 중

이송 침대

세 정거장 차이 · 도경

수요일 첫차. 가운데 자리는 비어 있었다. 오늘은 신문 대신 준호가 거기 뭔가를 올려놓았다. 편의점 비닐봉지. 안에 두유 두 개.

“그분 자리니까요. 비어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아무도 그 봉지를 치우지 않았다. 세 정거장 동안 두유 두 개가 가운데 자리에 앉아 갔다.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봉지가 조금씩 기울었다. 민정 선생이 한 번, 동진 씨가 한 번 손을 뻗어 바로 세웠다.

아침 여덟 시 반, 동관 칠 층. 엘리베이터 앞 복도에 이송 침대 열두 대가 줄지어 있었다. 흰 시트, 접힌 난간. 새봄요양병원 로고가 박힌 파란 조끼 이송 요원 여섯. 병원 앞 도로에 구급차 네 대. 비상등만 켜고 사이렌은 끈 채로. 한 대에 세 명씩. 마 실장이 복도 한가운데서 명단을 들고 있었다. 오늘은 양복에 금목걸이. 셔츠 안으로 넣지 않았다.

나는 청소 카트를 밀고 칠 층에 올라갔다. 화물 엘리베이터로. 카트 바퀴 하나가 덜컹거렸다. 오늘 내 구역은 본관 로비다. 칠 층은 내 구역이 아니다. 카트에 걸레 두 개, 락스 한 통, 노란 표지판 하나. 청소 중, 미끄러움 주의.

엘리베이터 문 앞에 카트를 세웠다. 무릎이 시큰거렸다. 오늘은 짚지 않았다. 표지판을 펼쳐 문 앞 바닥에 놓았다. 그리고 걸레에 물을 적셔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문 앞 두 평. 천천히. 이십이 년 동안 제일 천천히.

이송 요원 하나가 첫 번째 침대를 밀고 왔다. 칠십삼 호 할아버지. 침대가 표지판 앞에서 멈췄다.

“아주머니, 비켜 주세요. 이송 중이에요.”

“청소 중이에요. 바닥 젖었어요. 미끄러워요.”

“우리 침대 바퀴 괜찮아요.”

“바퀴는 괜찮은데 사람이 미끄러져요. 이송 요원님이.”

요원이 곤란한 얼굴로 뒤를 봤다. 마 실장이 걸어왔다. 구두가 젖은 바닥을 밟았다. 미끄러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바닥을 아는 사람처럼 걸었다.

“조순례 씨. 로비 담당 아니었어요?”

“바닥은 다 닦아요.”

마 실장이 카트를 발로 밀었다. 카트가 옆으로 굴렀다. 락스 통이 흔들렸다. 나는 카트 손잡이를 잡았다. 다시 제자리로 밀었다.

“업무 방해예요. 구 소장한테 말할게요.”

“하세요. 말씀하시는 동안 저는 닦을게요.”

칠십이 호 문이 열렸다. 영애 씨가 나왔다. 간병인 조끼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빈손이었다. 보자기도 없이.

마 실장이 명단을 봤다.

“영애 씨, 칠십이 호 짐 싸 주세요. 칠십이 호가 두 번째 차예요.”

“안 싸요.”

“영애 씨.”

“순덕 할머니 짐은 쌌어요. 크림하고 손수건까지. 알면서 쌌어요. 오늘은 안 싸요. 협회에서 제명하려면 하세요. 작년에 명단 넘긴 거 제가 병원에 먼저 말할게요.”

복도가 조용해졌다. 간호사실에서 간호사 둘이 고개를 내밀었다. 마 실장의 얼굴이 처음으로 붉어졌다.

칠십일 호 문 앞에 오금례 씨가 서 있었다. 앞치마 대신 외투. 백반집에 오늘 못 나간다고 전화했다고 했다. 그녀는 문 앞에 서서 팔짱을 꼈다. 칠십일 호 이름은 명단에 없었다. 동의서를 안 썼으니까. 그래도 거기 서 있었다. 「옆방이니까요. 병철 씨 신문 읽어 주던 소리 우리 아버지가 들었으니까.」

아홉 시, 엘리베이터 반대쪽에서 차명훈이 걸어왔다. 뒤에 행정실 직원 둘. 차명훈은 이송 침대 열두 대를 보고, 청소 카트를 보고, 문 앞의 오금례 씨와 빈손의 영애 씨를 봤다. 그리고 나를 봤다.

“조순례 씨. 이건 뭐 하시는 겁니까?”

“청소요.”

“엘리베이터 앞을 막고요.”

“바닥이 젖으면 막는 게 규정이에요. 이십이 년 동안 그렇게 배웠어요.”

차명훈이 안경을 올렸다.

“구필호 소장한테 연락하겠습니다.”

그때 동진 씨가 계단 쪽에서 뛰어 올라왔다. 숨이 찼다. 손에 휴대폰. 화면에 영상 통화. 삼십 대 남자 얼굴. 미국 새벽 시간이라 뒤가 어두웠다. 동진 씨가 차명훈 앞에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행정부원장님. 정숙희 씨 아드님 윤재석 씨입니다. 지금 연결돼 있습니다. 보호자 연락 불가, 라고 칠십이 호 명단에 적혀 있던데요. 연락됩니다. 지금.”

화면 속 남자가 말했다. 목이 쉬어 있었다. 눈이 부어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잔 얼굴이었다.

“윤재석입니다. 어머니 전원 동의 안 합니다. 아버지 깨어나실 때까지 어머니 그 병실에 두세요. 제가 다음 주에 들어갑니다. 비행기 표 끊었습니다.”

차명훈은 화면을 한참 봤다. 그리고 행정실 직원에게 말했다.

“칠십이 호 명단에서 빼. 보호자 확인됐어.”

마 실장이 차명훈을 봤다.

“부원장님, 새봄 쪽 침상 배정이.”

“빼라고 했습니다.”

차명훈은 마 실장을 보지 않고 말했다. 그리고 나를 봤다.

“조순례 씨. 나머지 열한 명은 보호자 동의서가 다 있습니다. 그분들 이송은 막으시면 안 됩니다. 그건 보호자 뜻입니다.”

나는 걸레를 쥔 채로 서 있었다. 열한 명. 동의서. 보호자 뜻. 틀린 말이 없었다. 작업복 입은 남자가 이백만 원은 언제 주냐고 물었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사람도 보호자였다. 나는 카트를 옆으로 뺐다. 표지판을 접었다. 바닥은 아직 젖어 있었다.

영애 씨가 칠십삼 호로 들어갔다. 보자기를 가지러 간호사실에 들렀다가. 열한 명의 짐을 쌌다. 속옷, 보습 크림, 손수건. 하나하나. 울면서. 소리 없이. 이번에는 알면서가 아니었다. 보호자가 보낸다니까 싸는 것이었다. 그게 더 아팠다고 나중에 말했다.

열한 대의 이송 침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한 대씩. 문이 닫히고, 층수 표시가 칠에서 일로 내려갔다. 열한 번. 나는 그 숫자를 셌다. 이십이 년 동안 로비에서 엘리베이터 층수를 셀 일은 없었다.

여덟 번째 침대가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계단 쪽에서 남자 하나가 뛰어 올라왔다. 작업복. 건설 회사 로고. 설명회에서 이백만 원은 언제 주냐고 물었던 사람. 칠십삼 호 할아버지 아들이었다. 현장에서 일하다 왔는지 안전화에 시멘트가 묻어 있었다. 그는 여덟 번째 침대를 봤다. 자기 아버지가 누운 침대를. 그 앞에서 멈췄다. 손을 뻗어 아버지 손을 잡았다. 할아버지는 눈을 감고 있었다.

“아버지. 새봄은 창이 크대요. 거기 가면 햇빛 많이 들어요.”

그는 그 말을 하고 한참 서 있었다. 이송 요원이 침대를 밀려고 하자 손을 놓지 않았다. 그러다 놓았다. 침대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문이 닫혔다. 그는 닫힌 문 앞에 서서 나를 봤다. 청소원 조끼를.

“월세가 석 달 밀렸어요. 이백만 원이면 석 달이에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나도 이십이 년 동안 월세를 냈다. 그는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준호가 뽑은 탄원서였다. 누가 설명회 날 그에게 건넨 모양이었다.

“이거 서명해도 돼요? 아버지 보내 놓고.”

“해도 돼요.”

그는 엘리베이터 문에 종이를 대고 서명했다. 그의 이름 옆에 괄호를 쳤다. 칠십삼 호, 오늘 보냄. 그리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마지막 침대가 내려간 뒤 복도에 칠십이 호 문만 열려 있었다. 숙희 씨가 눈을 뜨고 복도 쪽을 보고 있었다. 영애 씨가 그 옆에 앉았다. 보자기를 무릎에 놓고. 그 위에 손을 겹쳐 놓고.

열 시, 동진 씨가 윤재석 씨 위임장을 들고 중환자실 면회 창구에 섰다. 간호사가 서류를 한참 보다가 유리창 커튼을 걷어 줬다. 면회는 못 한다고. 대신 창으로 보는 건 된다고. 동진 씨가 나를 불렀다.

창 너머 셋째 침대. 회색 점퍼가 아니라 환자복. 관이 여러 개. 눈을 감고 있었다. 이십이 년 동안 첫차 가운데 자리에서 창밖을 보던 얼굴이 이렇게 가까웠던 적은 없었다. 나는 그 얼굴을 정면으로 처음 봤다. 첫차에서는 옆이나 건너편이라 정면으로 볼 일이 없었다.

“손가락이요.”

동진 씨가 말했다. 이불 위 오른손 검지가 한 번 움직였다. 두 번째 정거장에서 시계를 보던 손. 간호사가 그걸 보고 차트에 뭔가를 적었다.

열 시 반, 무전기가 울렸다. 구 소장. 대기실로.

대기실에는 구 소장 말고 한 사람이 더 있었다. 한빛클린 본사 인사 담당.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경위서. 업무 구역 무단 이탈, 타 부서 업무 방해, 병원 측 공식 항의. 서명란.

“조 여사님, 이거 서명하시면 경고로 끝나요. 안 하시면 이번 달 재계약 심사 때 반영돼요.”

나는 경위서를 읽었다. 천천히. 이십이 년 동안 나는 서류를 끝까지 읽어 본 적이 없다. 서명하라는 데만 봤다. 이번에는 끝까지 읽었다. 마지막 줄. 본인은 향후 병원 운영에 관여하지 않을 것을 서약함.

“이 줄은 못 써요.”

“그 줄 빼면 경위서가 안 돼요.”

“그럼 안 할게요.”

구 소장이 한숨을 쉬었다. 길게. 이십이 년 동안 나한테 한숨을 쉰 건 처음이었다. 본사 담당이 서류를 도로 가져갔다.

점심때 민정 선생이 로비로 찾아왔다. 학원 점심시간에 뛰어왔다고. 손에 탄원서 뭉치. 서명이 예순세 개.

“학부모 단톡방에 올렸어요. 우리 학원 학부모님들 중에 부모님 요양병원 계신 분이 스물두 명이더라고요. 다들 한 번씩 당해 봤대요. 명함 돌리는 실장님. 서명하겠다고 줄 섰어요. 한 분은 학원 앞까지 와서 해 주셨어요. 수업 중에 창문 두드려서.”

민정 선생이 웃었다. 빨간 볼펜 대신 검은 볼펜을 귀에 꽂고 있었다.

“이렇게 많이 모이니까 무서워요. 첨삭은 틀린 데 표시하는 건데, 이건 틀린 데가 너무 많아서.”

저녁 여섯 시 반, 칠 층. 영애 씨가 숙희 씨 손에 크림을 바르다가 말했다.

“내일 차명훈 부원장 만나러 갈 거예요. 작년 봄에 제가 마 실장한테 명단 넘긴 거 먼저 말하려고요. 그 사람이 브로커 증거 가져오면 자른다고 했다면서요. 제가 증거예요. 제가 넘긴 명단으로 그 사람이 보호자들한테 전화했으니까.”

“제명되시면요.”

“그럼 숙희 씨 옆에 보호자로 앉지 뭐. 간병인 말고. 아들이 다음 주 온다니까, 그때까지는.”

영애 씨는 크림 뚜껑을 닫았다. 탁 소리가 났다.

그날 저녁 첫차 반대 방향 열차를 기다리는데 준호한테서 문자가 왔다. 가운데 자리 두유 두 개, 종점까지 갔다가 저녁에 청소하시는 분이 치웠대요. 역무실 분실물로 들어갔대요. 준호는 그걸 찾으러 가겠다고 했다. 두유 두 개를 찾으러. 나는 웃었다. 승강장에서 혼자. 열한 명이 내려간 날인데. 웃고 나서 울었다. 반대 방향 열차가 들어올 때까지. 열차 바람에 눈물이 식었다.

5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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