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5,155자)

보증금 쉰 냥

제자 셋 남은 문파의 장문인이 되었다 · 한도윤

「진하율」

산에서 성도까지는 이틀이 걸렸다. 첫날은 산길이었고 둘째 날은 진흙탕 들길이었다. 들 한가운데로 넓은 물길이 누렇게 불어 흘렀고, 우리는 그 물길을 따라 북쪽으로 걸었다. 철석은 짐을 다 졌다. 소은은 길에서 사람만 보이면 철석 뒤로 들어갔다. 육손은 이틀 내내 떠들었는데, 들판 한가운데서 한 번 입을 다문 적이 있었다. 개구리가 너무 크게 울어서 자기 말이 안 들렸다.

성도는 소리부터 컸다. 성문을 들어서자마자 수레바퀴가 돌길을 긁는 소리, 장사꾼이 값을 부르는 소리, 마작패가 탁자에 부딪는 소리가 한꺼번에 덮쳐 왔다. 골목마다 고추기름 끓는 냄새가 매캐하게 떠 있었고, 처마 밑에 매달린 말린 고추가 붉은 발처럼 늘어져 있었다. 청송문 사람 넷이 다 모여도 이 골목 한 칸의 사람보다 적었다.

무림맹 분타의 예선 등록은 사흘 뒤에 닫힌다. 우리에게 사흘이 있었고, 마흔세 냥이 모자랐다.

“흩어지자. 사흘 뒤 아침 분타 앞에서 만나.”

“장문인은 뭐 하오?”

육손이 물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나지 않았다. 밥을 짓고 쌀을 세는 일은 성도에서 돈이 되지 않는다.

*

「철석」

아버지 국수집은 그대로였다. 가마솥 둘, 탁자 넷, 문 위에 걸린 간판의 국 자가 비에 지워져 수만 남은 것까지 그대로였다. 아버지는 나를 보고 면 반죽을 치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대신 반죽을 한 번 더 세게 쳤다.

“장례는 잘 치렀냐?”

“네.”

“앉아라. 먹고 해.”

엄마가 만두를 내왔다. 만두는 스무 개였다. 엄마는 내가 먹는 걸 보면서 한 번도 그만 먹으라고 하지 않는다. 열여덟 개째에 아버지가 반죽 덩어리를 내 앞에 던지고 턱으로 가마솥을 가리켰다. 면을 뽑으라는 말을 아버지는 늘 턱으로 한다.

나는 반죽 양 끝을 잡고 늘였다. 접고 늘이고, 다시 접고 늘였다. 산에 가기 전에는 여덟 번 접으면 팔이 떨렸다. 그날은 열두 번을 접었는데 팔이 하나도 안 떨렸다. 배 아래에서 무언가 따뜻한 것이 팔꿈치까지 올라왔고, 반죽이 내 손 사이에서 실처럼 갈라졌다. 면이 너무 가늘어서 햇빛이 비쳐 보였다.

골목 사람들이 모였다. 누가 저 면을 한 그릇 달라고 했고, 또 누가 그랬다. 그날 오후에 아버지 가게에서 국수가 백마흔 그릇 나갔다. 아버지는 가마솥 앞에서 땀을 흘리면서 한 번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는데, 국수를 건넬 때마다 고추기름을 반 국자씩 더 얹었다.

해가 질 무렵 그 사람이 왔다.

비단 옷을 입은 깡마른 남자였고 허리에 당가의 붉은 매듭을 찼다. 남자는 탁자에 앉지 않고 가게 한가운데 서서 아버지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가을부터 땅세를 두 배로 받습니다. 가주님 뜻입니다.”

아버지가 종이를 받지 않았다. 남자는 종이를 가마솥 옆 도마 위에 놓고 나를 봤다.

“아드님이 청송문에 계신다지요. 이번에 대회에 나가신다고.”

나는 그제야 알았다. 이 골목이 누구 땅인지. 아버지가 편지에 왜 빚 얘기를 한 번도 안 썼는지.

남자가 가고 나서 아버지는 도마 위의 종이를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뽑다 만 면을 마저 뽑으라고 했다. 나는 면을 뽑았다. 이번에는 팔이 조금 떨렸다. 면이 두 번 끊어졌다.

*

「육손」

나는 성도 남문 찻집 「청향루」에서 이야기를 팔았소. 찻집 구석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 손님이 동전을 던지면 받는 거요. 성도 사람들은 이야기 값을 잘 쳐 주오. 마작에서 진 사람은 특히 잘 쳐 주오. 진 걸 잊고 싶으니까.

첫날은 사부님이 산적 서른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했는데 동전이 셋 떨어졌소. 다들 그런 이야기는 지겹다 했소. 둘째 날에 나는 이야기를 바꿨소. 몰락 문파 청송문의 장례 날, 당가 소가주가 조의금 백 냥을 들고 왔다가 쫓겨난 이야기. 그 문파의 먹보 사제가 박달나무 목검을 이빨로 씹어 부러뜨린 이야기. 이건 부풀린 데가 없소. 그런데도 손님들이 부풀린 줄 알고 더 좋아했소.

이빨 대목에서 동전이 비처럼 떨어졌소. 사흘 동안 여섯 냥을 벌었소. 내 평생 처음으로 참말을 해서 번 돈이오.

둘째 날 저녁, 찻집 창가에 낯익은 얼굴이 앉아 있었소. 회색 두건에 손톱이 긴 남자. 봄에 아미산 아래 장터에서 나한테 은자 두 냥을 주고 청송문 사부님 기침이 얼마나 심하냐고 물었던 남자요. 그때 나는 그걸 그냥 소문 값이라고 생각했소. 남자가 찻잔을 들어 나한테 살짝 흔들어 보였소. 나는 이야기를 하다 말고 한 대목을 건너뛰었소. 손님 하나가 그걸 알아채고 야유를 했소.

*

「소은」

저는 국수집에서 그릇을 씻었어요. 사형 아버님이 하루에 은자 반 냥씩 쳐 주셨어요. 그릇은 하루에 이백 개쯤 나왔고, 저는 그릇 하나도 안 깼어요. 손에 쥔 것을 떨어뜨리는 게 무서워서요.

셋째 날 낮에 골목 끝에서 방울 소리가 났어요. 가마에 단 방울이에요. 장풍표국 깃발이 가마 앞에 서 있었어요. 우리 집 표국이요. 가마 창으로 엄마 얼굴이 보였어요.

저는 그릇을 든 채 탁자 밑으로 들어갔어요.

탁자 밑에서 보니 골목이 낮게 보였어요. 가마꾼의 발, 진흙 묻은 바짓단, 개 한 마리. 저는 탁자 다리 사이로 나갈 길을 셌어요. 뒷문, 가마솥 옆 틈, 옆집 지붕으로 올라가는 사다리. 셋이요. 그런데 엄마 가마는 그냥 지나갔어요. 우리 엄마는 국수집 같은 데를 안 쳐다봐요.

방울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도 저는 한참 탁자 밑에 있었어요. 사형 아버님이 탁자 밑을 들여다보시고 아무 말 없이 만두 하나를 넣어 주셨어요. 그래서 탁자 밑에서 만두를 먹었어요. 손에 든 그릇은 끝까지 안 깼어요.

*

「진하율」

나는 첫날 전당포에 갔다. 사부의 목검을 보자기에 싸 들고서였다. 전당포 주인은 돋보기를 끼고 손잡이의 검게 반들거리는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더니 반 냥을 불렀다. 칼끝에 감은 머리끈 값은 안 쳐 준다고 했다. 나는 보자기를 다시 쌌다.

둘째 날에는 쌀가게에서 일했다. 쌀가마를 수레에서 내려 창고에 쌓는 일이었다. 한 가마를 지면 동전 한 닢을 받았다. 쌀가게 주인은 내가 가마를 질 때마다 가마 무게를 손으로 가늠해 보는 것을 보고 기분 나빠했다. 가마마다 한 되씩 모자랐다. 나는 그걸 말했다가 해 지기 전에 쫓겨났다. 쫓겨날 때까지 쉰 가마를 졌고, 동전 쉰 닢은 은자로 치면 반 냥이 안 됐다.

사흘째 밤에 국수집 뒷방에서 다 같이 잤다. 철석은 아버지와 함께 가게 앞 평상에 나가 앉아 있었는데, 문틈으로 두 사람의 등이 보였다. 아버지 등은 철석보다 작았다. 둘 다 오래 말이 없었다.

“땅세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올리면 올리는 대로 내지.”

“제가 대회 안 나가면 안 올린대요.”

아버지가 평상 밑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기름에 전 헝겊 주머니였다. 아버지는 그걸 철석 손에 쥐여 주고 다시 앞을 봤다.

“나는 국수 뽑는 놈이다. 국수 뽑는 놈은 땅 주인 눈치 보면서 반죽을 안 친다. 반죽은 세게 쳐야 면이 된다.”

철석이 주머니를 쥔 채 고개를 숙였다. 나는 문틈에서 눈을 뗐다. 그 주머니가 아버지의 가을 땅세라는 것은 셈하지 않아도 알았다.

*

「진하율」

사흘째 아침 분타 앞에서 우리는 돈을 모았다. 산에서 가져온 일곱 냥, 육손이 번 여섯 냥, 소은의 품삯 한 냥 반. 철석이 아버지가 줬다며 일곱 냥 반을 내놓았다. 철석은 그 돈을 어떻게 받았는지 말하지 않았다. 손바닥에 고추기름 냄새가 배어 있었다.

스물두 냥이었다.

무림맹 사천 분타는 성도 서쪽 큰 길가의 오래된 관아 건물이었다. 마루가 넓어서 발걸음 소리가 천장까지 올라갔다. 마루 끝 탁자 뒤에 회색 수염의 노인이 앉아 대진표를 짜고 있었다. 심판장 엄대호였다. 나는 은자 스물두 냥을 탁자에 올렸다.

“청송문, 예선에 나가겠습니다.”

엄대호가 은자를 보지 않고 말했다.

“쉰 냥.”

“스물두 냥 있어요. 나머지는 추석 전에…”

“쉰 냥.”

그가 붓을 다시 들었다. 육손이 웃음을 터뜨리려다 철석 손에 입을 막혔다. 나는 탁자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끝날 것 같았다.

마루 반대편에서 발소리가 왔다. 기름 먹인 검은 우산이 접힌 채 마루를 짚었다. 당무결은 당가 이름을 올리러 왔는지 등록 문서를 손에 들고 있었다. 그는 내 스물두 냥을 내려다보고 엄대호에게 물었다.

“맹에서 남의 보증금을 대신 맡아도 되오?”

“되오.”

“그럼 스물여덟 냥을 빌려 드리지. 장문인께.”

나는 그를 봤다. 그가 등록 문서 아래에서 종이 한 장을 더 꺼냈다. 미리 써 온 종이였다.

“조건이 있소. 예선에서 지면, 북쪽 비탈을 낀 산의 반을 당가에 넘기시오. 이기면 스물여덟 냥은 추석 빚에 얹어 받겠소.”

“추석까지 기다리겠다면서요.”

“기다리오. 장문인이 빨리 지지만 않으면.”

나는 사제들을 돌아봤다. 셋은 마루 입구 쪽에 서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우리 말은 안 들렸을 것이다. 철석이 고개를 갸웃했고, 소은은 늘 그렇듯 문 쪽에 붙어 있었고, 육손은 귀를 이쪽으로 기울이고 있었다.

산의 반을 걸지 않으면 예선에 못 나간다. 예선에 못 나가면 추석에 산 전체를 넘긴다. 셈은 금방 끝났다. 셈이 금방 끝나서 나는 화가 났다.

“증인이 필요해요.”

엄대호가 붓을 내려놓았다.

“증인.”

그가 종이 아래쪽에 자기 이름을 썼다. 나는 그 위에 내 이름을 썼다. 청송문 장문인 진하율. 장문인이라는 글자를 쓴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붓이 무거웠다. 당무결이 종이 한 장을 접어 내게 주고 한 장은 자기 소매에 넣었다. 나는 받은 종이를 내 소매 깊이 넣었다.

입구로 돌아가자 육손이 물었다.

“어떻게 됐소?”

“분타가 외상을 해 줬어.”

“맹이 외상을 해 준다고? 엄대호가?”

“해 주더라.”

육손이 나를 오래 봤다. 처음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소은」

대진표는 점심때 분타 앞 담벼락에 붙었어요.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저는 맨 뒤에서 까치발을 했어요. 철석 사형이 저를 어깨에 태워 줬어요. 무서웠는데 잘 보였어요.

청송문 이름은 맨 아래 줄에 있었어요. 마지막으로 등록했으니까요. 그 옆에 첫 상대가 적혀 있었어요.

철우방.

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철우방 방주의 아들 마철이 작년 비무에서 상대 팔을 부러뜨렸대요. 비무는 목숨을 걸지 않고 무공을 견주는 시합인데, 마철은 상대가 항복을 외친 다음에도 팔을 한 번 더 비틀었대요. 그 사람은 지금도 숟가락을 왼손으로 든대요.

첫 판은 내일 아침이었어요.

저는 사형 어깨 위에서 성도 남문 밖 비무장 쪽을 봤어요. 나갈 길을 세려고요. 그런데 비무장은 사방이 탁 트여 있었어요. 세어 볼 문이 하나도 없었어요.

4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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