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5,309자)
운하의 수
천하제일 군사, 회귀해서 판을 다시 짠다 · 정이한
동문 부두의 새벽은 소금 냄새로 시작했다. 밤새 내려앉은 물안개가 돌계단을 적셨고, 짐꾼들이 맨발로 포대를 지고 오르내릴 때마다 젖은 돌에서 철벅이는 소리가 났다. 포대에서 새어 나온 소금이 계단 틈마다 하얗게 끼어 있었다.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물 위에 떠 있는 배들이 안개 속에서 검은 등을 하나씩 내밀고 있었다.
“저기예요.” 단소혜가 턱으로 가리켰다. “뱃머리에 붉은 천 매단 배. 항주 소금 배 셋째 척.”
소금 배는 길고 납작했다. 뱃전 높이가 사람 무릎께였고, 배 한가운데 소금 포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포대 산 그늘에 사내 하나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서른 남짓, 갈색 무명 저고리, 왼손은 소매 안에 들어가 있었다.
“구육이라고 해요.” 단소혜가 말했다. “항주에서 술 심부름을 하던 사람이래요. 손가락은 노름빚으로 잘렸고요.”
담우가 몸을 움찔했다. “노름빚으로? 손가락을?”
“네. 왜요?”
“아니, 그냥. 남 일 같지 않아서.”
배가 밧줄을 풀기 시작했다. 사공이 장대로 돌계단을 밀자 배가 천천히 물 가운데로 미끄러졌다. 남궁린이 계단을 뛰어 내려가려 하자 위서가 소매를 붙잡았다.
“지금 뛰어들면 저 사람은 물로 뛰어듭니다. 이 안개에선 못 찾소.”
“그럼 보고만 있냐?”
“밥 한 끼 먹을 동안만 기다리시오. 지금은 썰물이 시작될 때요. 저 배는 소금을 너무 많이 실었소. 물이 빠지면 배 바닥이 깊게 잠기고, 동문 밖 첫째 다리 수문 아래를 지나려면 사공이 짐을 덜거나 물이 다시 차길 기다려야 하오.”
“그걸 네가 어떻게 아냐?”
“지난 생에 저 수문에서 군량선 열한 척이 한꺼번에 걸렸소. 그 일로 내가 맹주한테 석 달을 깨졌지.”
남궁린은 입을 다물었다. 단소혜가 고개를 갸웃했다. “지난 생 얘기를 하실 때 왜 그렇게 억울한 얼굴을 하세요?”
“석 달이면 억울하오.”
*
그들은 작은 거룻배 하나를 빌려 소금 배 뒤를 따랐다. 사공은 늙은 뱃사람이었는데 노를 젓는 내내 담뱃대를 물고 있었고, 담우는 배에 오르자마자 뱃전에 매달려 얼굴이 하얘졌다. 위서는 뱃바닥에 앉아 허리를 짚었다. 배가 흔들릴 때마다 고약 붙인 옆구리가 결렸다.
“젊은이, 배는 처음이오?” 늙은 사공이 담우에게 물었다.
“아뇨, 두 번째요. 처음 탈 때도 이랬어요.”
“그럼 세 번째에는 괜찮아질 거요.”
“네 번째는요?”
“네 번째에는 아예 안 타게 되지.”
위서가 웃었다. 사공은 위서를 힐끗 보더니 담뱃대로 그를 가리켰다. “그쪽 양반은 젊은 얼굴에 앉음새가 영감님이구먼.”
“허허, 늙은이끼리는 알아보는 법이오.”
안개가 조금씩 걷히고 있었다. 앞서가던 소금 배가 동문 밖 첫째 다리에 다가갔다. 아치형 돌다리였고, 다리 아래 수문은 배 한 척이 겨우 지날 만큼 좁았다. 물이 빠져 다리 기둥 아래쪽에 이끼 낀 돌이 드러나 있었다. 소금 배의 뱃전이 수문 문턱에 닿더니, 바닥 긁히는 소리를 길게 내며 멈췄다.
사공들이 소리를 질렀다. 장대가 물을 찔렀다. 배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이오.”
늙은 사공이 담뱃대를 입에서 뺐다. 그는 위서가 무엇을 하려는지 묻지 않고 노를 두 번 깊게 저어 거룻배를 소금 배 고물 쪽으로 붙였다. 물이 빠진 수문 앞은 물살이 거꾸로 돌았고, 거룻배가 그 소용돌이에 한 바퀴 반쯤 돌다가 소금 배 옆구리에 쿵 하고 부딪혔다. 담우가 뱃전에 매달린 채 비명을 질렀다. 사공은 노를 내려놓고 담뱃대를 다시 물었다.
“이 물에서 오십 년을 저었소. 저 소금 배 사공도 내 조카요. 짐을 저렇게 처싣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
남궁린이 먼저 뛰었다. 부딪힌 반동으로 두 배 사이가 다시 일곱 자 남짓 벌어졌고, 그는 그 틈을 한 번에 건넜다. 단소혜가 뒤를 따랐다. 그녀는 뛰지 않고 창 자루를 소금 배 뱃전에 걸어 몸을 끌어 올렸다.
구육이 일어섰다. 포대 산 뒤에서 사내 셋이 같이 일어섰다. 손에는 짐꾼 갈고리와 짧은 칼이 들려 있었다. 소금 배 사공들이 비명을 지르며 뱃머리 쪽으로 몰렸다.
남궁린의 첫 칼이 갈고리를 든 사내의 손목을 쳤다. 갈고리가 소금 포대에 박혔고, 포대가 터지며 하얀 소금이 물처럼 쏟아졌다. 둘째 사내가 짧은 칼로 남궁린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 칼은 단소혜의 창 자루에 막혔다. 창 자루가 사내의 정강이를 후려쳤고, 사내는 소금 더미 위로 미끄러져 넘어졌다.
위서는 거룻배에 남아 있었다. 그가 뛰어 봐야 물에 빠질 뿐이었다. 대신 그는 소금 배 뱃머리 쪽을 보았다. 구육이 그쪽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뱃머리는 수문 바깥을 향해 있었고, 그 너머는 넓은 물이었다.
“소가주, 뱃머리! 왼쪽으로 돌아가시오, 오른쪽은 포대가 무너지오!”
남궁린이 왼쪽으로 돌았다. 그가 막 지나온 오른쪽에서 소금 포대 다섯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셋째 사내가 그 아래 깔렸다. 남궁린은 뱃머리에서 구육의 뒷덜미를 잡아 소금 위에 엎어 놓았다.
“어디서 받았냐? 그 술!”
구육이 소금을 뱉으며 버둥거렸다. 왼손이 소매에서 빠져나왔다. 새끼손가락이 있어야 할 자리가 뭉툭하게 아물어 있었다. 그 손에서 무언가 하나가 굴러떨어졌다. 검붉은 나무 구슬이었다. 소금 위에 떨어진 구슬에서 진한 향이 올라왔다.
위서는 그 냄새를 거룻배에서도 맡았다. 남해에서 들여오는 귀한 향나무, 침향이었다.
“말하겠소, 말하겠소!” 구육이 울부짖었다. “항주 상관이 아니라, 소주에서 술을 넘겨준 나리가…….”
*
화살 소리는 짧았다.
새가 물 위를 스치는 소리처럼 들렸다. 구육의 목에 깃털 하나가 꽂혀 있었다. 그는 입을 벌린 채 소금 위로 고꾸라졌고, 하얀 소금이 그 아래서 천천히 붉어졌다.
“엎드려!”
남궁린이 단소혜를 향해 몸을 던졌다. 둘째 화살이 그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남궁린은 신음 하나 내지 않고 단소혜를 소금 포대 뒤로 밀어 넣었다. 단소혜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등에 남궁린의 피가 떨어졌다.
위서는 화살이 날아온 쪽을 보았다. 수문 바깥, 넓은 물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었다. 소금 배보다 높고 날렵한 배였고, 돛대에 무림맹의 청색 깃발이 걸려 있었다. 뱃전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가운데 하얀 장포가 보였다.
하후정이었다.
그는 뱃전 난간에 두 손을 얹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활을 든 사람은 그 옆에 없었다. 위서가 눈으로 뱃전을 훑는 사이, 배 뒤쪽 그늘로 누군가 빠르게 사라졌다. 손등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거룻배 사공이 노를 저어 맹의 배 쪽으로 다가갔다. 위서가 그렇게 해 달라고 했다. 두 배 사이가 서너 걸음까지 좁혀졌다. 물살이 두 배의 뱃전을 번갈아 때렸다.
“위 공.” 하후정이 먼저 말했다.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있었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저희 배가 수상한 소금 배를 쫓고 있었습니다. 진가장 일로 맹도 이 술의 길을 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누가 먼저 활을 쐈군요. 아까운 증인을 잃었습니다.”
“부군사의 배에서 날아온 화살이었소.”
“저희 배 쪽에서요?” 하후정이 뒤를 돌아보았다. 뱃전에 선 맹 무사들은 모두 칼만 차고 있었다. “이 배에는 활을 든 사람이 없습니다. 아마 수문 위 다리에서 쏜 것을 이쪽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신 모양입니다. 안개가 덜 걷혀서요.”
위서는 다리 위를 보지 않았다. 다리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군사.” 위서가 말했다. “침향은 비싼 향이오.”
하후정의 웃음은 그대로였다. 눈만 아주 조금 가늘어졌다. “그렇지요. 맹의 높은 분들이 많이 쓰십니다. 저도 씁니다.”
그는 그것을 숨기지 않았다. 숨기지 않는 것이 이 판에서 그의 수였다. 위서는 그것을 알았다. 아무 죄도 짓지 않은 사람이 침향을 쓰고, 활 없는 배를 타고, 증인이 죽는 자리에 우연히 와 있었다. 위서가 지금 그를 범인이라 부르면, 지난 생에서 돌아왔다는 미친 바둑꾼이 맹의 부군사를 모함하는 그림이 될 것이다.
“남궁 소가주가 다치셨군요.” 하후정이 소금 배 쪽을 보았다. “맹의 배에 의원이 있습니다. 모셔 갈까요?”
소금 포대 뒤에서 남궁린의 목소리가 났다. 이를 악문 목소리였다.
“남궁의 피는 남궁이 닦는다.”
하후정은 고개를 숙였다. 그 숙임이 이번에도 정중했다. 맹의 배가 돛을 올리고 무한 쪽으로 물길을 잡았다. 배가 멀어지는 동안 하후정은 뱃전에 서서 한 번도 돌아서지 않았다.
*
남궁린의 어깨에서 화살을 뽑은 것은 단소혜였다. 거룻배 바닥에 남궁린을 눕히고, 담우에게 그의 팔을 누르게 하고, 화살대를 단숨에 잘라 촉을 뽑았다. 남궁린의 몸이 활처럼 휘었다가 내려앉았다. 단소혜는 제 겉옷 소매를 찢어 상처를 묶었다. 손이 빨랐고,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표국에서 배웠어요.” 그녀가 말했다. “화살 맞은 짐꾼이 한 해에 몇은 나오거든요.”
“그쪽은 왜 엎드리라는데 안 엎드렸소?” 남궁린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소가주가 저를 덮치는 바람에 엎드릴 틈이 없었어요.”
“덮친 게 아니라 막은 거요.”
“알아요.” 단소혜가 매듭을 꽉 당겼다. 남궁린이 이를 악물었다. “고맙다는 말은 상처가 아물면 할게요. 지금 하면 소가주가 너무 좋아할 것 같아서.”
담우가 남궁린의 팔을 누른 채 위서를 보았다. 얼굴이 아직 하얬다. “서야, 나 지금 멀미가 나는 건지 피를 봐서 그런 건지 모르겠어.”
“둘 다일세.”
“그럼 두 배로 토할 것 같은데.”
위서는 소금 배 쪽을 돌아보았다. 뱃머리에 구육이 엎어져 있었다. 그 곁 소금 위에 침향 구슬이 굴러가 있었다. 위서는 배를 대게 하고 몸을 숙여 구슬을 집었다. 손바닥에 올려놓자 향이 손금 사이로 스며들었다. 구슬 한쪽에 실을 꿴 구멍이 있었다. 염주에서 빠진 알이었다.
그 구슬 하나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증인은 소금 위에서 식어 가고 있었다. 위서는 다시 한 번 판을 셌다. 남궁린은 어깨를 다쳤고, 하후정은 무한으로 떠났고, 손에 남은 것은 염주 알 하나였다. 지난 생에 하후정은 이 무렵 위서를 몰랐다. 이번에는 알았다. 그것이 이 새벽 운하 위에서 판이 바뀐 자리였다.
*
부두로 돌아왔을 때는 해가 떠 있었다. 돌계단 위에 남궁 별원 집사가 발을 동동 구르며 서 있었다. 그는 남궁린의 어깨를 보더니 얼굴이 하얘졌고, 그다음 위서를 보더니 얼굴이 노래졌다.
“소가주, 큰일 났습니다.”
“이미 났다.”
“그게 아니라.” 집사가 숨을 삼켰다. “가주께서 오셨습니다. 혼례가 미뤄졌다는 말을 듣고 합비에서 밤길로 오셨답니다. 지금 별원 대청에 계십니다. 소가주와, 그리고 기원에서 왔다는 바둑꾼을 당장 불러오라고 하셨습니다.”
남궁린이 눈을 감았다. 화살을 뽑을 때보다 얼굴이 더 굳어 있었다.
위서는 손안의 침향 구슬을 쥐었다. 지난 생에 그는 남궁철의 얼굴을 영정으로만 보았다. 혼례 밤에 죽은 가주는 그 뒤 스무 해 동안 남궁세가 사당의 그림 속에만 있었다. 그 가주가 지금 살아서, 대청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