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270자)
묻은 목소리
천하제일 군사, 회귀해서 판을 다시 짠다 · 정이한
“나는 스무 해를 살고 돌아왔소.”
위서가 그렇게 말했을 때 목에 닿은 칼끝은 움직이지 않았다. 담우가 손에 든 만두를 떨어뜨렸다. 만두는 바닥을 한 바퀴 굴러 남궁린의 신발 앞에서 멈췄다.
“다시 말해 봐라.”
“무진년 봄부터 스무 해 뒤 정마대전이 끝나는 밤까지, 나는 한 번 살았소. 그 밤에 무한의 맹 총단이 불탔고, 나는 거기서 죽었소. 눈을 뜨니 기원이었소.”
남궁린은 한참 위서를 보았다. 그러고는 칼을 거두지 않은 채 담우를 보았다. “이 사람 원래 이랬냐?”
담우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원래는 안 이랬어요. 판 엎은 날부터예요. 그날부터 허리 아프다 그러고, 국수 간 타령하고, 저한테 자네라고 해요. 자네라고요! 우리 동갑이에요!”
“나보다 한 살 많다 했잖나?”
“그러니까 동갑 비슷한 거지!”
남궁린의 입꼬리가 아주 잠깐 움직였다가 도로 굳었다. 그는 칼을 위서의 목에서 떼고, 칼등으로 판 위의 지도를 툭 쳤다. 바둑돌 몇 개가 굴러떨어졌다.
“스무 해를 살았다면, 그 스무 해 동안 우리 혼례에 무슨 일이 있었냐?”
위서는 숨을 골랐다.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을 골랐다.
“혼례 밤에 가주께서 술을 드시고 쓰러지셨소. 일어나지 못하셨소. 그 밤 신부도 해를 입었소. 그 일로 남궁세가는 맹을 떠났고, 스무 해 동안 돌아오지 않았소. 마지막 싸움에 남궁의 검이 오지 않아서 맹이 졌소.”
“신부가 해를 입었다는 건 무슨 말이냐?”
“그건 그 사람한테 먼저 할 말이오.”
남궁린의 손이 칼자루를 한 번 쥐었다가 풀었다. 그는 문 앞의 무사를 불렀다.
“창고에 넣어라. 문은 잠그고, 먹을 건 넣어 주고. 이 사람 말이 사실이면 나는 미친 사람 말에 혼례를 미룬 놈이 되고, 거짓이면 아버지 목숨을 가지고 장난친 놈을 손님으로 들인 놈이 된다. 어느 쪽이든 오늘 밤엔 얼굴 보기 싫다.”
*
창고는 별원 뒤뜰 끝에 있었다. 혼수로 들어온 궤짝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고, 비단과 장뇌 냄새가 짙게 배어 있었다. 바닥에는 볏짚이 깔렸고, 높은 데 난 작은 창으로 달빛이 한 줄 들어왔다. 위서는 궤짝 하나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보따리는 빼앗기지 않았다. 그 안에서 하후정의 옥패가 다른 물건에 부딪혀 맑은 소리를 냈다.
딸깍, 하는 소리였다.
위서는 그 소리를 듣고 눈을 감았다.
*
지난 생, 무진년 여름의 혼례 밤이었다. 위서는 그때 맹 군사부의 객원이었다. 하후정의 추천 덕에 가을 시험을 기다리며 임시 자리 하나를 얻어 들어간 지 한 달째였다. 그날 밤 그는 무한에 있었고, 소주에서 온 급보를 군사부 방에서 받았다.
남궁세가 가주 남궁철이 혼례 축배를 들고 한 시진 뒤에 쓰러졌다. 의원이 닿기 전에 숨이 멎었다. 같은 밤, 소란이 별원 앞채를 휩쓸고 있는 동안 누군가 뒤채 신방에 들어갔다. 신부는 날이 밝은 뒤에 발견되었다. 급보는 거기까지만 적고 있었다. 위서는 그 종이를 접어 서랍에 넣고 다음 일을 보았다. 그때는 그랬다.
한 달 뒤 맹은 이 일을 재판에 부쳤다. 남궁세가가 범인을 내놓으라며 맹을 압박했고, 맹은 범인을 내놓아야 했다. 재판정은 무한 총단의 서쪽 대청이었다. 한여름이라 대청 문을 다 열어 두었는데도 바람이 들지 않았고, 서른 명 넘는 장로와 세가 사람들이 부채질하는 소리가 매미 소리처럼 대청을 채웠다. 남궁세가 사람들은 오른쪽에 모여 앉았고, 그 맨 앞에 상복을 입은 남궁린이 있었다. 그는 재판 내내 한 번도 부채를 펴지 않았다. 위서는 하후정 뒤에 앉아 증언을 받아 적는 일을 맡았다.
단소혜가 증언하러 나왔다. 하얀 상복을 입었고, 대청 한가운데 놓인 걸상에 앉았다. 앉자마자 두 손으로 무릎을 꽉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가 낮고 또박또박했는데, 문장과 문장 사이에 숨을 한 번씩 길게 쉬었다. 그 밤 신방의 등잔이 꺼졌다는 것,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는 것, 들어온 사람이 얼굴에 천을 둘렀다는 것을 말했다. 그 뒤의 일은 말하지 않았다. 대청에 앉은 누구도 그 뒤를 묻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두 가지를 말했다.
“침향 냄새가 났습니다. 비싼 침향이요. 그리고 그 사람 허리에서, 움직일 때마다 옥이 부딪는 소리가 났습니다. 딸깍, 딸깍. 작은 옥패 두 개가 부딪는 소리였습니다.”
대청이 술렁였다. 맹의 높은 사람들은 허리에 옥패를 찼다. 군사부 사람들은 특히 그랬다.
그날 저녁 하후정이 위서를 불렀다. 그는 차를 따라 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범인은 마교의 첩자다. 증거는 이미 나왔다. 침향은 흔한 향이고, 옥패 소리는 놀란 사람의 귀가 지어낸 것이다. 이 재판이 맹 안의 누군가를 가리키면 맹은 쪼개진다. 쪼개진 맹은 마교를 이기지 못한다.
“증언록을 정리해 주십시오, 위 공. 판을 아는 분이니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 낼지 아시겠지요.”
위서는 정리했다. 침향은 남겼다. 옥패 소리는 덜어 냈다. 그 한 줄을 빼는 데 붓을 한 번 그으면 되었다. 그 대가로 그는 다음 해 객원에서 정식 보좌가 되었다.
판결이 나던 날 단소혜는 대청에 오지 않았다. 그 뒤로 그녀를 다시 본 사람은 없었다. 남궁린은 마교 첩자의 목이 걸린 것을 보고도 맹을 믿지 않았다. 그는 술을 소개한 기원 손님이 위서의 단골이었다는 것을 알아냈고, 그때부터 위서를 원수라 불렀다. 위서는 그 미움을 억울하다고 여겼다. 스무 해 동안 그랬다.
*
창고 문의 빗장이 벗겨지는 소리가 났다.
위서는 눈을 떴다. 달빛 한 줄 속으로 사람 하나가 들어섰다. 짙은 남색 겉옷, 하나로 묶은 머리, 손에는 천을 벗긴 창 한 자루였다. 창날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단소혜였다.
“문지기가 졸고 있어서요.” 그녀가 말했다. “깨우지는 않았어요. 깨어 있었으면 둘 다 재웠을 테니까.”
“표국 깃대는 원래 그렇게 생겼소?”
“농담할 처지가 아니신 것 같은데요.”
단소혜는 창을 궤짝에 기대 세우고 위서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의 눈이 위서의 부은 뺨과 목에 난 칼자국을 차례로 훑었다.
“혼례가 미뤄졌어요. 소가주는 길일을 다시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희 아버지는 그 말을 믿었고요. 저는 안 믿었어요. 그래서 소가주 시종을 붙잡고 물었더니, 기원에서 온 바둑꾼이 미루라고 했대요. 그 바둑꾼이 오늘 창고에 갇혔고요.”
그녀는 잠깐 말을 끊었다.
“제 혼례예요. 날짜를 정하는 사람이 저는 아니어도, 왜 바뀌는지는 제가 알아야죠. 말하세요. 그 밤에 무슨 일이 있는데요?”
위서는 그녀의 손을 보았다. 무릎 위에 가볍게 얹혀 있었다.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다.
“그 밤에 가주께서 독을 드십니다. 그리고 소란한 틈에 누가 신방에 들어갑니다. 얼굴에 천을 두르고.”
단소혜의 손이 무릎을 쥐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녀는 곧 손을 펴서 바닥 볏짚을 짚었다.
“그다음은요?”
“아가씨는 살아남았소. 한 달 뒤 맹의 재판정에 나와 증언했소. 침향 냄새가 났고, 그 사람 허리에서 옥패 두 개가 부딪는 소리가 났다고.” 위서는 보따리에서 하후정의 옥패를 꺼내 볏짚 위에 내려놓았다. “그 증언을 받아 적은 사람이 나였소. 나는 옥패 소리를 지웠소. 맹이 쪼개질까 봐, 그리고 내가 올라가려고.”
창고 안이 조용했다. 장뇌 냄새가 숨을 쉴 때마다 목에 걸렸다. 밖에서 잉어가 연못 물을 한 번 쳤다.
단소혜는 옥패를 집지 않았다. 내려다보기만 했다.
“그 여자는 제가 아니에요.” 그녀가 말했다. “저는 아무 일도 안 당했어요. 그 밤은 오지 않았고요.”
“그렇소.”
“그런데 그 여자 말을 지운 사람은 당신이 맞네요.”
위서는 고개를 숙였다. 변명할 말은 많았다. 스무 해 동안 쌓아 둔 말이었다. 그는 하나도 꺼내지 않았다.
단소혜가 일어섰다. 창을 다시 쥐었다. 이번에는 손이 떨리지 않았다.
“이번엔 지우지 마세요. 그리고 제 일을 저 빼고 정하지 마세요. 혼례를 미룰지 말지, 그 사내를 잡을지 말지, 그건 소가주와 당신 둘이 바둑판 위에서 정할 일이 아니에요.”
“알겠소.”
“그럼 됐어요.” 그녀가 창고 문 쪽으로 돌아섰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손가락 없는 사내요. 표국 사람들은 운하에 뜨는 배를 다 알아요. 누가 누구 짐을 실었는지, 누가 뱃삯을 현금으로 냈는지. 해 지기 전에 사람을 풀었어요.”
“찾았소?”
“찾았어요. 내일 새벽, 동문 부두에서 항주로 가는 소금 배에 탄대요. 뱃삯을 은으로 냈고, 왼손을 내내 소매에 넣고 있었대요.”
위서는 일어서려다 다리가 저려 궤짝을 붙잡았다. 단소혜가 그 꼴을 보고 처음으로 조금 웃었다.
“정말 할아버지 같으시네요.”
“무릎은 스물다섯이오. 마음이 마흔다섯이라 그렇지.”
“그럼 마음은 두고 무릎만 데려가세요. 새벽까지 두 시진 남았어요.”
그녀가 창고 문을 활짝 열었다. 밖에서 문지기 둘이 서로 어깨를 기대고 코를 골고 있었다. 위서는 볏짚 위의 옥패를 집어 보따리에 넣었다. 옥패가 다른 물건에 부딪혀 또 한 번 딸깍 소리를 냈다.
*
뒤뜰을 반쯤 지났을 때 회랑 기둥 그늘에서 사람 하나가 걸어 나왔다. 남궁린이었다. 잠을 자지 않았는지 낮에 입은 장포 그대로였고,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다. 단소혜가 걸음을 멈췄다. 창끝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소가주.”
“그 창은 혼수 목록에 없던데.” 남궁린이 말했다. 목소리가 딱딱했지만 화가 실려 있지는 않았다. “깃대라고 적혀 있었소.”
“깃대 맞아요. 표국 깃대는 끝이 뾰족하거든요.”
남궁린은 단소혜를 보다가 위서를 보았다. “창고 문을 연 건 누구 뜻이오?”
“제 뜻이에요.” 단소혜가 먼저 대답했다. “제 혼례가 왜 미뤄졌는지 물으러 갔어요. 소가주께 물었으면 길일 이야기를 또 들었겠지요.”
남궁린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무언가 말하려다 그만두고 한숨을 쉬었다. 그 한숨이 길어서, 듣는 사람이 다 민망했다.
“그 말은 맞소. 미안하오.”
위서는 눈을 크게 떴다. 지난 생의 남궁린은 스무 해 동안 누구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남궁린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데 걸린 것은 창고 문 하나와 창 한 자루였다.
“손가락 없는 사내가 새벽 배에 탄답니다.” 위서가 말했다. “동문 부두요.”
“들었다. 기둥 뒤에서 다.” 남궁린이 검을 허리에 찼다. “창고에 넣은 건 취소하지 않는다. 대신 부두까지는 나도 간다. 네가 또 엉덩방아를 찧으면 일으켜 줄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때 회랑 끝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났다. 담우가 신발을 한 짝만 신은 채 달려오고 있었다. 손에는 만두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나도 가! 나 빼고 가지 마! 새벽 배면 배고플 거 아냐!”
남궁린이 이마를 짚었다. 단소혜는 돌아서서 어깨를 떨었다. 웃음을 참는 어깨였다. 동쪽 하늘은 아직 검었고, 운하 쪽에서 첫 배를 부르는 징 소리가 멀리서 한 번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