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552자)

캡처

싱글대디와 어린이집 선생님 · 탁은담

월요일 아침 일곱 시⁠, 바름택배 고양 서부 대리점 분류 레일 앞에서 마봉칠이 휴대전화를 거치대에 세우고 엉덩이를 흔들었다⁠. 소장이 대리점 홍보용 짧은 영상을 하나씩 찍어 오라고 했고⁠, 봉칠은 요즘 아이들이 춘다는 춤을 사흘 동안 연습했다⁠. 화면 속 봉칠의 동작은 춤보다 허리 체조에 가까웠다⁠.

“⁠해준아⁠, 봐 봐⁠. 이거 영포티 챌린지야⁠. 내가 만든 거⁠.⁠”

“⁠형님⁠, 영포티 챌린지는 영포티가 하면 안 돼요⁠. 놀리는 거예요⁠.⁠”

“⁠놀림을 내가 먼저 하면 놀림이 아니지⁠. 선빵이지⁠.⁠”

해준은 웃다가 레일에서 굴러오는 상자를 놓칠 뻔했다⁠. 봉칠이 춤을 멈추고 상자를 받아 해준의 칸에 밀어 넣었다⁠. 상자가 칸에 들어가는 순간 해준의 조끼 주머니가 떨었다⁠. 전자소송 알림이었다⁠. 「⁠상대방 제2 준비서면 제출⁠」

해준은 레일 옆에 서서 첨부 파일을 열었다⁠. 앞부분은 기윤의 진술서를 그대로 옮겨 놓았다⁠.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두 시⁠. 중이염 재진 예약 두 번⁠. 그리고 마지막 줄⁠. 진술인은 고해준 씨에게 사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호사는 손글씨 줄을 굵은 글씨로 다시 적고⁠, 바로 아래에 한 문단을 붙였다⁠.

「⁠상대방은 혼인 중이던 2024년 3월⁠, 협의이혼 서류 제출 전날 청구인에게 동성에게도 이성적 감정을 느낀다는 성적 지향을 고백한 바 있음⁠. 이는 담임교사와 상대방의 관계가 일시적 친분이 아님을 보여 주며⁠, 아동의 기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할 때 참작되어야 함⁠.⁠」

레일 위로 상자가 계속 굴러왔다⁠. 해준의 칸에 상자가 쌓이고⁠, 쌓인 상자가 옆 칸으로 넘어가고⁠, 넘어간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봉칠이 떨어지는 상자를 두 팔로 받았다⁠.

“⁠해준아⁠? 해준아⁠, 레일⁠.⁠”

해준은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2024년 3월의 밤이 떠올랐다⁠. 법원에 서류를 내기 전날⁠, 빈 신혼집 거실 바닥에 둘이 마주 앉아 있었다⁠. 짐은 다 싸 두었고 솔찬은 외할머니 집에서 자고 있었다⁠. 해준은 다엘에게 미안하다는 말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너 만나기 전에도 그랬고⁠, 너 만나고는 아니었어⁠. 다엘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알았어⁠, 하고 불을 껐다⁠.

봉칠이 상자를 내려놓고 해준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화면을 보지는 않았다⁠. 엎어서 레일 옆 선반 위에 올려 두었다⁠.

“⁠오늘 오전 분류는 내가 할게⁠. 너 오늘 무릎 꿇고 상차하면 허리 나가⁠. 서서 하라고⁠.⁠”

*

열두 시 사십 분⁠, 해준은 호수대학병원 국제진료센터 로비의 회전문을 밀고 들어갔다⁠. 남색 조끼를 입은 채였다⁠. 안내 데스크 직원이 택배는 지하 하역장으로 가 달라고 했다⁠. 해준은 택배가 아니라고 대답하는 데 한참이 들었다⁠.

다엘은 로비 끝 상담 창구에서 서류를 정리하다가 해준을 보았다⁠. 다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다엘은 직원에게 오 분만 자리를 비우겠다고 말하고⁠, 해준을 비상계단 쪽으로 데려갔다⁠. 비상계단 문이 닫히자 병원 소리가 멀어졌다⁠.

“⁠너 그거 변호사한테 말했어⁠?⁠”

해준이 휴대전화 화면을 들었다⁠. 다엘은 화면을 보지 않고 대답했다⁠.

“⁠말했어⁠. 3월에⁠. 왜 이혼했느냐고 물어서⁠.⁠”

“⁠왜 그걸 말해⁠.⁠”

“⁠네 탓 아니라고 말하려고 했어⁠. 우리 둘 다 돈 때문에 싸우다 지친 거고⁠, 너는 마지막 날 솔직했다고⁠. 그 말 하려고 꺼낸 거야⁠. 서면에 쓰라고 한 적 없어⁠.⁠”

“⁠삼 년 동안 아무한테도 안 했잖아⁠.⁠”

“⁠안 했어⁠. 엄마한테도 안 했어⁠.⁠”

다엘이 처음으로 화면을 보았다⁠. 굵은 글씨로 다시 적힌 손글씨 줄과 바로 아래 문단을⁠. 다엘의 입술이 하얗게 다물렸다⁠.

“⁠이거 판사가 읽으면 너 지는 거 맞잖아⁠. 네 변호사가 이기려고 쓴 거잖아⁠. 그럼 네가 이기는 거네⁠.⁠”

“⁠이런 걸로 이기면 내가 솔찬이 얼굴을 어떻게 봐⁠.⁠”

“⁠그럼 지워⁠.⁠”

“⁠지울 거야⁠.⁠”

다엘이 휴대전화를 꺼냈다⁠. 해준 앞에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세 번 갔다⁠.

“⁠변호사님⁠, 제2 준비서면 마지막 문단 철회해 주세요⁠. 지금요⁠.⁠”

변호사의 목소리가 비상계단에 작게 울렸다⁠. 이미 제출되었습니다⁠. 철회 서면을 낼 수는 있지만 판사는 이미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이거 빼면 우리가 집니다⁠.

“⁠지면 제가 져요⁠. 변호사님이 지는 거 아니에요⁠.⁠”

다엘이 전화를 끊었다⁠. 비상계단 창밖으로 호수공원의 버드나무가 바람에 한쪽으로 쏠렸다⁠. 해준은 화면을 끄고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다엘이 말했다⁠.

“⁠철회 서면 오늘 내라고 할게⁠. 근데 해준아⁠, 판사는 이미 읽었대⁠.⁠”

“⁠알아⁠.⁠”

“⁠그리고 나는 아직 양육자 변경 안 접었어⁠.⁠”

“⁠그것도 알아⁠.⁠”

*

오후 다섯 시⁠, 표다엘은 반차를 내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현관에 들어서자 식탁 위 형광등이 켜져 있었다⁠. 어머니가 돋보기를 쓰고 앉아 서류 뭉치를 넘기고 있었다⁠. 법무법인 봉투가 뜯겨 있었다⁠. 변호사 사무실은 서면을 우편으로도 보냈고⁠, 받는 사람에 다엘의 이름이 찍혀 있었다⁠.

“⁠엄마⁠, 그거 내 우편이야⁠.⁠”

“⁠네 우편이 내 식탁에 있었어⁠.⁠”

외할머니가 돋보기를 벗었다⁠. 눈가가 빨갰다⁠. 외할머니는 서면의 한 문단에 손가락을 올려놓았다⁠.

“⁠너 이거 알고도 삼 년을 나한테 말을 안 했어⁠?⁠”

“⁠엄마한테 말하면 행신동이 다 알아⁠.⁠”

“⁠내가 그렇게 입이 싸⁠?⁠”

“⁠엄마⁠, 엄마 지난주에 단톡방에 사진 있다고 썼어⁠.⁠”

외할머니는 대답하지 못하고 서면을 다시 보았다⁠. 다엘은 가방을 내려놓고 식탁 맞은편에 앉았다⁠. 이 식탁에서 해준은 갈비찜을 먹고 화를 냈었다⁠.

“⁠엄마⁠, 그 사람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솔찬이 운동화 끈은 두 번 감아⁠. 그건 내가 화면으로 삼 년 동안 봤어⁠.⁠”

“⁠그럼 그 선생은⁠? 그 선생이 우리 솔찬이 담임이었잖아⁠.⁠”

“⁠그러니까 그 선생님이 먼저 썼잖아⁠. 숨기지 않고⁠.⁠”

외할머니는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 휴대전화를 들어 서면 위로 가져갔다⁠. 찰칵 소리가 났다⁠.

“⁠뭐 해⁠?⁠”

“⁠법원 거니까 사진 찍어 두는 거야⁠. 너 이거 또 잃어버릴까 봐⁠. 변호사 말 들으니까 증거는 사진으로 남겨야 한대⁠.⁠”

다엘은 지쳐서 더 묻지 않았다⁠. 욕실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물소리가 커서 식탁에서 휴대전화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외할머니는 글씨를 가장 크게 키워 두는 사람이었고⁠, 글씨가 크면 자판을 세게 눌렀다⁠.

*

저녁 일곱 시 이 분⁠, 추아란은 회사 엘리베이터 안에서 해바라기반 단톡방 알림을 열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서 있었다⁠. 단톡방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와 있었다⁠. 법원 서면의 한 문단이었다⁠. 사진 아래 큰 글씨가 붙어 있었다⁠.

「⁠솔찬이 아빠는 원래 남자를 좋아한다고 법원 서류에 나와 있습니다 담임도 그걸 진술서에 썼답니다 엄마들 알고 계세요⁠」

말풍선 옆 숫자가 스물셋이었다⁠. 아란이 사진을 누르는 사이 숫자가 열여덟이 되었다⁠. 아란은 방장이었다⁠. 사진을 길게 눌러 「⁠가리기⁠」를 골랐다⁠. 단톡방에 회색 줄이 떴다⁠. 「⁠방장이 메시지를 가렸습니다⁠.⁠」 숫자는 이미 아홉이었다⁠. 아홉이 남았을 때 아란은 알았다⁠. 열넷은 벌써 저장했다⁠. 저장한 열넷의 남편들이 있었다⁠.

개인 창이 줄줄이 열렸다⁠. 「⁠반대표님 보셨어요⁠?⁠」 「⁠이거 진짜예요⁠?⁠」 「⁠아 그래서 선생님이⁠…⁠」 「⁠애들한테는 뭐라고 해요⁠?⁠」 남편의 메시지도 왔다⁠. 이번에는 오리가 아니었다⁠. 「⁠여보 이거 뭐야⁠. 우리가 뭘 해야 돼⁠?⁠」

아란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시 눌러 일층으로 내려가면서 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장은 첫 신호에 받았다⁠.

“⁠원장님⁠, 단톡방에⁠…⁠”

“⁠봤어요⁠. 나 단톡방에 없는데 보내 준 사람이 다섯이에요⁠.⁠”

“⁠제가 가렸는데 이미 다 저장했어요⁠.⁠”

“⁠반대표님⁠, 지금 어디예요⁠?⁠”

“⁠회사요⁠. 예찬이는 남편이 데리고 있어요⁠.⁠”

“⁠그럼 오지 말아요⁠. 반대표님까지 현관에 서 있으면 더 커져요⁠.⁠”

아란은 대답하지 않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가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아란은 볕뜰어린이집이라고 말했다가⁠, 행신동이라고 다시 말했다⁠. 기사는 둘 다 알아들었다⁠.

*

일곱 시 오 분⁠, 남궁기윤은 연장반 바닥에서 솔찬과 아이 둘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다가 고개를 들었다⁠. 원장 엄미금이 문틀에 서서 손짓했다⁠. 교사들의 휴대전화는 근무 시간 동안 교무실 사물함에 들어가 있었다⁠. 기윤은 아이들을 보조교사에게 맡기고 복도로 나왔다⁠.

원장이 자기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회색 줄 위에 누군가 저장해 둔 사진이 다시 올라와 있었다⁠. 서면 한 문단과 큰 글씨⁠. 「⁠담임도 그걸 진술서에 썼답니다⁠」

기윤은 화면을 끝까지 읽었다⁠. 읽는 동안 숨을 쉬지 않았다는 것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선생님 진술서 한 줄이 이렇게 됐어요⁠.⁠”

“⁠제 줄은 제 줄이에요⁠, 원장님⁠. 아버님 일은 아버님 거예요⁠. 아버님 걸 꺼낸 건 제가 아니에요⁠.⁠”

“⁠단톡방은 그거 구분 안 해요⁠. 시청도 구분 안 하고⁠.⁠”

원장의 목소리는 이번에도 다정했다⁠. 다정한 목소리 끝이 조금 떨렸다⁠. 원장은 휴대전화를 거두고 연장반 안을 들여다보았다⁠. 솔찬이 그림책 속 공룡의 이빨을 손가락으로 세고 있었다⁠.

“⁠오늘 현관에 나가지 마요⁠. 연장반 문 앞까지만⁠. 아이 앞에서 어른들이 무슨 말을 해도⁠, 선생님은 아이만 봐요⁠.⁠”

“⁠아버님 혼자 서 계시게 하라는 거예요⁠?⁠”

“⁠아버님은 이미 혼자예요⁠, 선생님⁠. 선생님이 옆에 가면 둘이 되고⁠, 둘이 되면 사진이 하나 더 생겨요⁠.⁠”

기윤은 연장반으로 돌아가 그림책의 다음 장을 넘겼다⁠. 공룡이 알에서 나오는 장이었다⁠. 솔찬이 물었다⁠. 공룡은 알에서 나오면 누가 데리러 와⁠? 기윤은 대답을 고르다가⁠, 다 큰 공룡이 데리러 온다고 말했다⁠.

*

일곱 시 십사 분⁠, 고해준은 탑차에서 내리면서 현관 앞이 평소보다 밝다는 것을 알았다⁠. 현관 계단과 담장 사이에 학부모 일곱이 서 있었다⁠. 평소 이 시각에 현관에 있는 어른은 해준 하나였다⁠. 일곱 사람은 각자 아이를 데리러 온 것처럼 서 있었지만 아이 손을 잡은 사람은 둘뿐이었다⁠. 다섯은 휴대전화를 쥐고 있었다⁠. 화면 불빛이 손바닥 안에서 하얗게 새어 나왔다⁠.

해준은 오후 내내 단톡방을 열지 않았다⁠. 해준은 단톡방에 없었다⁠. 그래도 일곱 개의 화면에 무엇이 떠 있는지는 알았다⁠.

유리문 안쪽에서 솔찬이 이마를 대고 있었다⁠. 이마 자국 옆으로 손바닥 둘이 붙었다⁠. 솔찬은 바깥에 어른이 많은 것을 보고 신이 났다⁠. 오늘은 사람이 많네⁠, 하고 입 모양으로 말했다⁠.

연장반 문 앞에 남궁기윤이 서 있었다⁠. 서약서대로 현관에는 나오지 않았다⁠. 앞치마 가슴의 노란 이름표가 형광등 아래서 반짝였다⁠. 기윤의 손에는 휴대전화가 없었다⁠. 해준은 기윤의 빈손을 보았다⁠.

새 담임이 문을 열고 노란 가방을 내밀었다⁠. 해준은 계단 맨 아래 칸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일곱 사람의 눈이 해준의 무릎에 내려앉았다⁠. 솔찬이 운동화 끈을 풀어 발을 내밀었다⁠. 해준은 매듭을 한 번 감고⁠, 한 번 더 감았다⁠. 손가락이 떨려 두 번째 고리가 한 번 빠졌다⁠. 해준은 고리를 다시 만들었다⁠.

담장 옆에서 택시 문이 열리고 추아란이 뛰어왔다⁠. 숨을 몰아쉬며 계단 앞에 멈춘 아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대표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다른 사람이 말을 했다⁠.

밤톨이엄마 옆에 서 있던 아빠 하나가 휴대전화를 든 손을 조금 들었다⁠.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현관 앞이 조용해서 크게 들렸다⁠.

“⁠솔찬이 아버님⁠, 이거 진짜예요⁠?⁠”

해준은 매듭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연장반 문 앞에서 기윤이 한 걸음 내디뎠다가 멈추었다⁠. 솔찬이 고개를 들어 아빠를 보았다⁠. 아빠⁠, 왜 안 일어나⁠?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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