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358자)
곧은 주먹
소림사 절고양이 · 마하솔
아침 공양이 끝나기도 전에 공양은 덕칠의 손에 목덜미를 잡혀 계율원 마루에 내려졌다. 코끝에 앉은 딱지가 숨 쉴 때마다 당겼다. 계율원 수좌는 마루 끝에 앉아 무릎 위에 『금강경』 한 장을 펴 놓고 있었다. 공양이 밤새 입에 물고 있던 장이었다. 이빨 자국이 세 군데 뚜렷했다.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수좌가 말했다. 말하는 상대는 마루 안쪽에 앉은 방장이었다. 방장은 소림의 큰스님이었다. 머리가 희었고, 눈꺼풀이 늘어져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알 수 없었다. 방장 앞 소반에는 곶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고양이가 경전을 먹더냐?”
방장의 목소리는 느렸다. 한 마디를 하고 나서 다음 마디가 올 때까지 수좌가 숨을 두 번 쉬었다.
“입에 물고 있었습니다, 방장 스님.”
“먹었으면 배가 불렀겠지. 저 배를 보아라.”
수좌와 덕칠이 동시에 공양의 배를 보았다. 공양은 배를 집어넣었다. 원래 홀쭉했는데 더 홀쭉해졌다.
“쥐가 먹었으면 쥐가 배가 고팠던 게지.”
“배가 고프면 경전을 먹어도 됩니까?”
“먹어도 된다고 하지 않았다.”
방장은 곶감 하나를 집어 공양의 코앞에 내밀었다. 공양은 코를 대 보았다. 달고 끈적하고, 고기 냄새는 한 점도 없었다. 공양이 고개를 돌리자 방장은 곶감을 제 입에 넣었다. 덕칠이 입을 막고 웃음을 삼켰다. 수좌의 눈썹이 한 줄이 되었다.
“그믐까지는 수좌의 말대로 하게.”
방장은 곶감을 오래 씹었다. 다 씹고 나서 한마디를 보탰다.
“그믐까지는.”
수좌는 『금강경』 장을 접어 소매에 넣었다. 마루를 내려가는 수좌의 허리에서 곳간 열쇠가 탁, 탁 소리를 냈다. 공양은 열쇠 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꼬리를 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
이튿날 새벽, 공양은 다시 담 위에 엎드렸다. 이번에는 물통이 없는 자리를 골랐다.
무승 교두는 마보를 세운 무승들 앞을 걸으며 주먹 하나를 천천히 내질렀다. 허리에 붙어 있던 주먹이 곧게 나갔고, 나가는 동안 손등이 아래에서 위로 반 바퀴 돌았다. 주먹이 다 나갔을 때 다른 손은 이미 허리에 돌아와 붙어 있었다.
“주먹은 허리에서 나간다. 어깨로 치는 놈은 어깨만 아프다. 한 손이 나가면 한 손은 돌아온다. 둘 다 내밀면 둘 다 잡힌다.”
교두가 다시 내질렀다. 소리가 났다. 주먹이 공기를 찢는 짧은 소리였다. 무승 마흔 명이 따라 질렀고, 마흔 개의 주먹이 한꺼번에 공기를 찢었다. 담 위에서 공양의 수염이 떨렸다.
공양은 제 앞발을 내려다보았다. 고양이의 손은 옆으로 나간다. 쥐를 칠 때도, 다른 고양이와 싸울 때도 앞발은 반원을 그리며 옆에서 들어갔다. 흑수의 앞발도 그랬다. 옆에서 들어오는 앞발은 크게 돌아서 오는 동안 보였다. 공양의 코를 가른 것은 보이는데도 피하지 못한 앞발이었다.
곧게 나가는 주먹은 짧았다. 짧으니 빨랐다.
*
덕칠은 공양간 처마 밑에 시래기를 매달고 있었다. 가을무 잎을 새끼에 엮어 말리는 중이었다. 처마 밑에 시래기 다발이 열 줄쯤 늘어져 바람에 흔들렸다. 공양은 시래기 한 다발 앞에 앉아 뒷다리를 벌리고 엉덩이를 내렸다. 마보였다. 오른 앞발을 가슴께로 당겼다.
첫 번째 주먹은 옆으로 나갔다. 발톱이 저절로 튀어나와 시래기를 긁었다. 마른 잎이 바스러져 흩날렸다.
“이놈아, 그거 겨울 반찬이다!”
덕칠이 처마 밑에서 고함을 질렀다. 공양은 귀를 눕히고 다시 앉았다. 발톱을 집어넣었다. 발가락을 오므려 발바닥의 볼록한 살만 앞으로 내밀었다. 사람의 주먹보다 작고 물렁했다.
두 번째 주먹은 곧게 나갔는데 어깨가 먼저 나갔다. 몸이 통째로 앞으로 쏠려 공양은 시래기 다발에 머리를 박았다. 시래기가 공양의 머리 위로 흔들리다 다시 돌아와 얼굴을 쳤다.
“때리는 거냐, 맞는 거냐?”
덕칠은 웃느라 새끼를 놓쳤다. 공양은 들은 척도 안 했다. 교두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주먹은 허리에서 나간다. 고양이의 허리는 사람의 허리보다 길었다. 공양은 뒷다리로 땅을 누르고, 누르는 힘을 엉덩이에서 등뼈를 따라 앞으로 밀어 올렸다. 밀려온 힘이 어깨를 지날 때 앞발을 놓았다.
툭.
시래기 다발이 뒤로 한 뼘 밀려났다가 돌아왔다. 옆으로 흔들리지 않고 곧게 밀려났다. 공양은 앞발을 내려다보았다. 발바닥 볼록살이 화끈거렸다. 시래기는 말라서 딱딱했고, 딱딱한 것을 곧게 치면 곧게 아팠다.
공양은 해가 공양간 지붕을 넘어갈 때까지 시래기를 쳤다. 왼발이 나가면 오른발을 가슴에 붙였다. 백 번쯤에서 한 번은 기둥을 잘못 쳤다. 발바닥에서 머리끝까지 찌르르한 것이 올라왔고, 공양은 앞발을 들고 세 발로 공양간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공양이 시래기를 치는 동안 덕칠은 부엌 안에서 누룽지를 긁어 보자기에 싸고 있었다. 공양이 냄새를 맡고 다가가자 덕칠은 보자기를 품에 넣었다.
“이건 너 줄 거 아니다. 저리 가.”
덕칠이 공양에게 저리 가라고 한 것은 석 달 동안 처음이었다.
*
밤에 장경각 마루 한가운데에 대나무 덫이 놓였다. 계율원 수좌가 직접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대나무를 엮은 상자 안에 누룽지 한 조각을 매달고, 쥐가 누룽지를 당기면 문이 떨어져 닫히는 덫이었다. 스님들은 산 것을 죽이지 않았다. 덫도 쥐를 가두기만 했다.
쥐들은 덫 둘레를 한 바퀴 돌았다. 애꾸 쥐가 덫 앞에 앉아 대나무 살을 앞발로 톡톡 두드렸다.
“수좌 스님 솜씨는 해마다 늡니다요. 작년 것은 살이 성겼는데.”
“누룽지는 안 드십니까, 형님?”
젊은 쥐 하나가 물었다.
“드시면 들어가 계셔야지. 들어가 계시면 내일 아침 일주문 밖이고. 일주문 밖엔 사람이 고양이를 보고, 쥐는 그 고양이를 보고.”
쥐들은 누룽지를 그리워하는 눈으로 덫을 지나쳐 서가로 올라갔다. 공양은 맨 아래 칸에서 마보를 잡고 기다렸다. 이번에는 먼저 뛰지 않았다. 다리 둘과 꼬리 하나로 버티며 앞발 하나를 가슴께에 붙였다.
꼬리가 반쯤 잘린 생쥐 하나가 칸 앞을 지나갔다. 다른 쥐들보다 작았고, 뒤처져서 서두르고 있었다. 공양과 눈이 마주쳤다.
생쥐가 몸을 틀었다. 공양은 몸을 틀지 않았다. 앞발을 곧게 놓았다. 허리에서, 등뼈를 지나, 어깨를 지나서.
볼록살이 생쥐의 옆구리를 쳤다. 생쥐는 마루 위를 두 바퀴 굴렀다. 공양은 반대 앞발로 생쥐를 눌렀다. 눌린 생쥐는 네 발을 하늘로 들고 찍찍거렸다.
“나리, 저는 경전 안 먹었습니다!”
“먹는 거 봤다.”
“저는 『반야심경』만 먹었습니다. 짧아서요. 한 장이면 끝납니다.”
공양은 생쥐를 내려다보았다. 이빨을 드러냈다가 다시 넣었다. 생쥐의 배가 공양의 발바닥 밑에서 오르내렸다. 갈비뼈가 하나하나 다 만져졌다. 공양이 처음으로 쥐를 잡았던 여름에도 그랬다. 물려고 입을 벌렸다가, 발밑의 배가 너무 홀쭉해서 입을 다물었다. 이후로 공양은 쥐를 끝까지 물지 못했다.
“흑수는 어디서 왔냐?”
“서왕님은 산 아래서 오셨습니다. 피리 부는 사람 품에서 나오셨다는데, 저는 못 봤습니다. 못 본 걸 말하면 거짓말이니까요.”
생쥐는 거짓말을 싫어하는 쥐처럼 굴었다. 경전을 먹은 일은 빼고.
“쥐가 얼마나 되냐?”
“산 아래 마을마다 다 모였습니다. 독 밑에도, 볏가리 밑에도요. 볏가리라고 해 봐야 짚뿐입니다. 곡식은 가을에 다 수레에 실려서 이 산으로 올라왔으니까요. 저도 수레 타고 올라왔습니다. 섬 사이에 숨어서.”
“수레?”
“소작료 수레요. 섬마다 마을 냄새가 납니다. 나리 코면 맡으실 텐데.”
*
이튿날 아침, 공양은 생쥐를 입에 물고 계율원 마루로 갔다. 물기만 하고 깨물지는 않았다. 생쥐는 입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가끔 “살살요” 하고 속삭였다.
계율원 수좌는 마루에 앉아 주판을 놓고 있었다. 주판알이 딱딱 소리를 냈다. 공양은 수좌의 발 앞에 생쥐를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증거였다. 공양은 꼬리를 세우고 앉아 수좌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수좌는 주판에서 손을 떼고 생쥐를 보았다. 다음에 공양을 보았다. 덕칠이 마루 밑에서 장작을 내려놓다가 고개를 내밀었다.
“스님, 저놈이 잡았습니다. 처음입니다. 석 달 만에.”
“보인다.”
수좌는 생쥐의 잘린 꼬리를 두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생쥐가 공중에서 네 발을 버둥거렸다. 수좌는 마루를 내려가 일주문으로 걸어갔다. 걸으며 입속으로 경을 외웠다. 공양은 뒤를 따랐다. 덕칠도 따라왔다.
일주문 밖 길섶에서 수좌는 허리를 굽혀 생쥐를 땅에 내려놓았다. 경을 한 구절 더 외우고 손을 거두었다.
“가거라.”
생쥐는 앞발을 모아 수좌에게 꾸벅 절을 하고는, 일주문 기둥을 타고 올라 담 위를 달려 절 안으로 돌아갔다.
공양은 수좌를 올려다보며 길게 울었다. 이럴 거면 왜 잡게 하느냐고, 목에서 소리를 끌어올려 울었다.
“저것이 또 운다.”
수좌는 담 위로 사라지는 생쥐의 꼬리를 보았다. 눈썹이 한 줄이 되지는 않았다.
덕칠이 수좌 곁에서 땅을 보며 말했다.
“스님, 우리 어머니 동네는 소작료를 다 냈습니다. 메뚜기가 반을 먹고, 남은 반에서 다 냈습니다. 산 아래는 이제 쥐도 굶는다는데요.”
“사백이다.”
수좌는 소매 속에서 손가락을 접었다.
“이 절 식구가 사백이다. 봄보리가 날 때까지 사백 식구가 먹으려면 사백 섬이 든다. 곳간에 사백 하고 조금 있다. 관아는 정월까지 진휼미를 바치라 하고. 덕칠아, 네 어머니 동네가 낸 섬은 다 이 사백 안에 있다.”
덕칠은 입을 다물었다. 수좌는 돌아서다 말고 헌식돌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움푹한 자리에 밤사이 떨어진 솔잎이 고여 있었다. 수좌는 소매 끝으로 솔잎을 쓸어 냈다. 쓸어 내고 나서 빈 자리를 잠깐 내려다보았고,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채 걸어갔다. 열쇠 소리가 멀어졌다. 공양은 덕칠의 발등에 머리를 문질렀다. 덕칠은 공양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
밤에 공양은 담을 넘었다. 낮에 놓아준 생쥐가 다시 장경각 서가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고, 생쥐가 한밤중에 다시 나와 일주문 쪽으로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 공양은 생쥐를 따라갔다.
생쥐는 일주문을 지나 산길을 내려갔다. 산길은 소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졌다. 공양은 소나무 둥치에서 둥치로 건너뛰며 따라갔다. 바람에 송진 냄새와 젖은 흙냄새가 섞여 있었다. 산중턱의 너럭바위에 이르자 생쥐가 멈췄다. 공양도 멈췄다.
바위 아래로 골짜기가 열렸다. 달이 밝았다. 골짜기 바닥의 마을들이 지붕만 희끗희끗 보였다. 개 짖는 소리도 닭 우는 소리도 없었다.
땅이 움직였다.
처음에는 바람에 풀이 눕는 줄 알았다. 풀은 저렇게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았다. 골짜기 바닥에서 마을과 마을 사이, 밭두렁과 밭두렁 사이를 검은 것이 물처럼 흘렀다. 흐르다 모이고, 모였다가 다시 흘렀다. 수천이 아니었다. 공양은 수를 셀 줄 몰랐지만, 장경각 서가의 경전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은 알았다.
검은 물결 위로 가늘고 높은 소리가 한 줄 지나갔다. 피리 소리였다. 소리가 지나가자 물결이 한꺼번에 방향을 틀었다. 산 쪽으로.
생쥐가 바위 끝에서 공양을 돌아보았다.
“보셨지요, 나리? 저기 다 배고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