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5,308자)

1세트, 2세트

경로당 게임단 코치 · 류시안

결승 날 아침⁠, 경로당 앞 골목에 구청 승합차가 멈췄다⁠. 주무관이 운전석에서 내렸다⁠. 노란 반팔 티셔츠를 입었는데⁠, 가슴에 「⁠청춘오락실⁠」이라고 큼직하게 찍혀 있었다⁠. 점례가 주문해서 나눠 준 응원 티셔츠였다⁠.

“⁠주무관님⁠, 그거 입어도 돼요⁠? 공무원이잖아요⁠.⁠”

“⁠오늘은 토요일이에요⁠. 토요일엔 저도 구독자예요⁠.⁠”

어머니는 보자기에 싼 김밥 도시락 여섯 개와⁠, 전날 밤 다려 둔 노란 코치 조끼를 들고 왔다⁠. 조끼는 주름 하나 없이 빳빳해서 강현이 입자 어깨가 각지게 솟았다⁠. 어머니는 아들의 어깨를 두 번 털어 주었다⁠.

“⁠다리미 자국은 안 나게 했다⁠. 손목은 다리미로 못 펴니까 네가 알아서 하고⁠.⁠”

화투판 할아버지들이 경로당 현관에서 나왔다⁠. 셋이 초록 화투 담요를 맞잡고 있었다⁠. 담요 한가운데에 흰 천 테이프로 글자를 붙여 놓았다⁠. 「⁠청춘오락실 광 팔러 간다⁠」 진배가 담요를 보고 혀를 찼다⁠.

“⁠우리가 광을 왜 팔아⁠. 따러 가는 거지⁠.⁠”

“⁠회장님이 맨날 광 팔라고 했잖아요⁠.⁠” 할아버지 하나가 말했다⁠.

“⁠그건 이긴 다음 얘기고⁠!⁠”

춘봉은 우체통 넥타이를 맸다⁠. 점례는 휴대전화 두 대를 다 챙겼지만 아직 한 대도 켜지 않았다⁠. 강현은 승합차 뒷좌석에 앉아 달력 뒷면 지도를 무릎 위에 펼쳤다⁠. 빨간 동그라미 여섯 개⁠, 가위표 여섯 개⁠, 파란 점 여섯 개⁠. 지도 가장자리가 손때로 까맣게 닳아 있었다⁠.

*

안산 e스포츠 경기장 본무대는 프로 리그 결승 무대 그대로였다⁠. 무대 뒤로 거대한 화면이 세 개 이어졌고⁠, 천장에서 조명 기둥이 내려왔다⁠. 시니어 결승은 오후 두 시⁠, 프로 결승은 저녁 여섯 시였다⁠. 객석 만 석 중에 벌써 삼천 석이 찼다⁠. 앞쪽은 청춘오락실 응원단과 레드혼 실버 응원단이 반씩 차지했고⁠, 뒤쪽은 저녁 경기를 기다리는 프로 팬들이었다⁠. 프로 팬들은 처음에 휴대전화만 보다가⁠, 화면에 「⁠광 안 나와 할머니⁠」 영상이 소개되자 하나둘 고개를 들었다⁠.

우람은 두 응원단 사이 통로 계단에 앉아 있었다⁠. 팻말을 두 개 들었다⁠. 오른손에는 「⁠우리 할머니 사냥꾼⁠」⁠, 왼손에는 「⁠청춘오락실 화이팅⁠」 어느 팻말도 내리지 않고 번갈아 들었다⁠.

중계석의 캐스터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1회 경기 시니어 e스포츠 리그 결승⁠! 와동 꽃빛경로당 청춘오락실 대 레드혼 실버⁠! 평균 나이 일흔둘 대 예순일곱⁠, 그리고 오늘의 화제⁠, 청춘오락실의 맏언니였던 엄분옥 선수가 빨간 옷을 입고 친정팀을 상대합니다⁠!⁠”

“⁠친정은 집에 있다고 하셨죠⁠.⁠” 해설이 받았다⁠. “⁠미디어데이 명언입니다⁠.⁠”

레드혼 실버 부스에 분옥이 앉았다⁠. 빨간 점퍼의 지퍼를 목까지 올리지 않았다⁠. 목 밑으로 꽃무늬가 보였다⁠. 오른 손목에는 살색 보호대⁠, 보호대 위에는 파스 한 장⁠. 분옥은 헤드셋을 쓰기 전에 청춘오락실 부스를 한 번 보았다⁠. 점례는 보지 않았다⁠. 춘봉이 넥타이를 만지며 고개를 숙여 보였고⁠, 진배는 초시계를 눌러 영으로 맞췄다⁠.

남궁석은 레드혼 실버 코치석에 앉았다⁠. 회색 양복이었다⁠. 강현은 청춘오락실 코치석에 앉았다⁠. 두 코치석 사이는 다섯 걸음이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코치는 말할 수 없었다⁠.

경기 전 악수 시간에 두 코치가 무대 가운데에서 만났다⁠. 사회자가 악수하는 손을 높이 들어 달라고 했다⁠. 남궁석의 손은 마르고 따뜻했다⁠. 네 해 전 결승 날 아침에도 이 손이 강현의 등을 두드렸다⁠. 남궁석이 웃는 얼굴로 카메라를 보며 입술만 움직였다⁠.

“⁠오늘 말할 거냐⁠.⁠”

“⁠네⁠.⁠”

“⁠지면⁠?⁠”

“⁠지면도요⁠.⁠”

“⁠진 사람 말은 핑계다⁠.⁠”

“⁠그래서 감독님 말씀도 오늘은 안 들을게요⁠.⁠”

남궁석의 손에 잠깐 힘이 들어갔다⁠. 플래시가 터졌다⁠. 사진 속에서 두 사람은 활짝 웃고 있었다⁠. 강현의 왼손은 등 뒤에 있었다⁠.

*

1세트가 시작되자 춘봉의 방패꾼이 진영을 나와 지도 가장자리로 돌았다⁠. 「⁠등기 · 시작하자마자⁠」 무너진 담에서 열 걸음 뒤⁠, 지도에서 가장 좁은 골목이었다⁠. 분옥이 무너진 담에 앉으면 춘봉은 분옥의 등 뒤에 닿게 되어 있었다⁠.

춘봉이 골목 끝을 돌았다⁠. 골목 끝에는 빨간 옷의 사냥꾼이 엎드려 있었다⁠. 사냥꾼의 화살이 춘봉의 방패 옆을 지나 어깨에 꽂혔다⁠. 「⁠처치⁠」

“⁠어⁠, 어디서⁠?⁠” 점례가 외쳤다⁠. “⁠거기 아무도 안 앉는 데잖아⁠!⁠”

중계 화면이 분옥의 사냥꾼을 크게 잡았다⁠. 분옥은 무너진 담이 아니라 골목 끝 쓰레기통 뒤에 있었다⁠. 청춘오락실이 파란 점을 찍은 자리를 내려다보는 자리였다⁠.

“⁠엄분옥 선수⁠, 처음 보는 자리입니다⁠!⁠” 캐스터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금까지 결선 영상 어디에도 없던 자리예요⁠!⁠”

강현은 코치석에서 남궁석을 보았다⁠. 남궁석은 화면을 보며 서류에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분옥의 습관을 모두 아는 사람이 청춘오락실이라는 것을⁠, 남궁석도 알았다⁠. 그래서 분옥이 한 번도 앉지 않은 자리를 골라 준 것이었다⁠. 분옥의 손이 가는 자리를 버리고⁠, 청춘오락실이 올 자리를 노린 자리였다⁠.

춘봉이 부활해서 다시 나왔다⁠. 다른 길로 돌았다⁠. 분옥은 쓰레기통 뒤에서 이미 옮겨 간 뒤였다⁠. 다음 자리도 처음 보는 자리였다⁠. 진배는 손가락을 펴지 못했다⁠. 분옥의 부활 시간은 읽었지만⁠, 분옥이 어디서 나타날지는 읽지 못했다⁠.

「⁠레드혼 실버 100 : 청춘오락실 72⁠」

객석의 레드혼 실버 응원단이 일어났다⁠. 총알 영감이 반깁스 낀 손을 들어 올렸다가 아파서 내렸다⁠. 분옥은 헤드셋을 벗지 않았다⁠. 화면을 보며 손목의 파스를 엄지로 눌렀다⁠.

*

쉬는 시간은 오 분이었다⁠. 강현은 화장실에 간다고 하고 무대 뒤 복도로 나갔다⁠.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을 차가운 벽에 대고 숨을 골랐다⁠. 복도 끝 정수기 앞에 빨간 점퍼가 서 있었다⁠. 분옥이 종이컵에 물을 받고 있었다⁠.

둘은 정수기 앞에서 마주 보았다⁠. 분옥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니가 가르친 대로 했다⁠.⁠”

“⁠잘하셨어요⁠.⁠”

분옥이 강현을 올려다보았다⁠. 강현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손은 아직 떨렸다⁠. 분옥이 강현의 손을 보았다⁠.

“⁠그 양반이 자리 골라 줬어⁠. 내가 안 고른 데로⁠.⁠” 분옥이 종이컵을 구기지 않고 반듯하게 접었다⁠. 남궁석이 하던 버릇이었다⁠. 분옥은 접은 컵을 내려다보다가 쓰레기통에 넣었다⁠. “⁠근데 내가 안 고른 데는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배겨⁠.⁠”

“⁠어르신⁠, 그런 말씀 저한테 하시면 안 돼요⁠.⁠”

“⁠엉덩이 얘기도 안 돼⁠?⁠”

“⁠네⁠.⁠”

분옥이 소리 없이 웃었다⁠. 어깨로만 웃었다⁠. 대기실로 돌아가다 걸음을 멈추고 등을 보인 채 말했다⁠.

“⁠춘봉이 넥타이 풀라고 해⁠. 목 조이면 손이 굳어⁠. 그건 우리 편 남의 편 없어⁠.⁠”

*

강현은 청춘오락실 부스로 돌아와 셋 앞에 쪼그려 앉았다⁠. 지도를 펼치지 않았다⁠.

“⁠춘봉 어르신⁠, 넥타이 푸세요⁠.⁠”

“⁠이게 내 부적이야⁠.⁠”

“⁠목 조이면 손이 굳는대요⁠.⁠”

춘봉은 누가 그랬는지 묻지 않고 넥타이를 풀었다⁠. 풀어서 손목에 감았다⁠. 우체통 무늬가 손목을 한 바퀴 돌았다⁠.

“⁠지도는 잊으세요⁠. 파란 점도요⁠. 감독님이 자리를 골라 주면 어르신은 매번 처음 보는 데 앉으세요⁠. 그럼 우리도 못 맞혀요⁠.⁠” 강현은 점례를 보았다⁠. “⁠점례 어르신⁠. 자리는 몰라도 사람은 아시잖아요⁠.⁠”

“⁠사람⁠?⁠”

“⁠어르신이 사십 년 보신 사람이요⁠. 화투 칠 때 어떻게 하세요⁠? 패 내기 전에요⁠.⁠”

점례가 입술을 깨물었다⁠. 대답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가 작게 말했다⁠.

“⁠패 귀퉁이를 톡톡 쳐⁠. 두 번⁠.⁠”

“⁠네⁠. 사냥꾼도 쏘기 전에 조준경을 올렸다 내렸다 해요⁠. 어르신은 막대를 두 번 톡톡 미세요⁠. 패 칠 때처럼요⁠. 그러면 화면에서 조준경 빛이 두 번 깜빡여요⁠.⁠” 강현이 진배를 보았다⁠. “⁠회장님은 그 빛이 보이면⁠, 거기서 언제 나올지만 읽어 주세요⁠.⁠”

진배가 초시계를 다시 영으로 맞췄다⁠.

*

2세트가 시작되었다⁠. 춘봉은 등기 길로 가지 않고 가운데 거점으로 곧장 걸어갔다⁠. 넥타이를 감은 손목으로 방패를 들고 거점 한복판에 엉덩이를 붙였다⁠. 레드혼 실버 둘이 춘봉의 방패를 두드렸다⁠. 춘봉은 버텼다⁠.

점례는 쉬지 않고 떠들었다⁠. 바위⁠, 덤불⁠, 다리⁠, 담⁠. 처음 보는 자리마다 눈을 밀었다⁠. 그러다 멈췄다⁠. 지도 오른쪽 위⁠, 부서진 수레 뒤에서 작은 빛이 깜빡였다⁠. 한 번⁠, 또 한 번⁠.

“⁠언니다⁠.⁠”

점례의 목소리가 떨렸다⁠. 떨리는 목소리를 누르고 다시 말했다⁠.

“⁠수레 뒤⁠. 두 번 깜빡였어⁠. 언니야⁠.⁠”

진배의 손가락이 올라갔다⁠. 분옥의 사냥꾼이 부활 시간을 끝내고 나온 지 사십 초⁠. 분옥은 한 자리에서 두 번까지 쐈다⁠. 진배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혔다⁠. 분옥이 수레 뒤에서 두 번째 화살을 쏘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진배의 사냥꾼이 수레 옆 언덕에서 화살을 놓았다⁠. 백 번 중에 열한 번 맞히던 화살이었다⁠. 열두 번째가 맞았다⁠. 「⁠처치⁠」

“⁠함진배 선수⁠! 엄분옥 선수를 잡습니다⁠!⁠” 캐스터가 소리쳤다⁠. “⁠화투판 회장님이 맏언니를 잡았어요⁠!⁠”

객석이 뒤집혔다⁠. 화투 담요 응원단이 담요를 흔들었다⁠. 진배는 패드를 쥔 채 화면만 보았다⁠.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화면 구석에 분옥의 부활 시간이 떴다⁠. 진배는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언니⁠. 광은 내가 팔게⁠.⁠”

분옥이 부활해서 나왔다⁠. 다른 자리로 갔다⁠. 점례가 다시 찾았다⁠. 두 번 깜빡이는 빛⁠. 진배가 다시 읽었다⁠. 춘봉은 거점에서 버텼다⁠. 2세트의 시계가 이 분을 남겼을 때 점수는 구십 대 팔십오였다⁠. 마지막 일 분⁠, 레드혼 실버가 거점으로 몰려왔고⁠, 점례가 춘봉을 살리고⁠, 진배가 총알 영감을 잡았다⁠. 반깁스 낀 손으로는 마우스를 오래 쥐지 못하는 총알 영감이었다⁠.

「⁠청춘오락실 100 : 레드혼 실버 88⁠」

일 대 일이었다⁠.

*

쉬는 시간⁠, 남궁석이 레드혼 실버 부스로 들어갔다⁠. 강현은 다섯 걸음 떨어진 코치석에서 남궁석의 등을 보았다⁠. 남궁석이 분옥 앞에 쪼그려 앉았다⁠. 서류를 펼쳤다⁠. 손가락으로 지도 위의 한 곳을 짚었다⁠. 가운데 거점이었다⁠. 거점 한복판⁠, 춘봉이 엉덩이를 붙이는 자리였다⁠.

분옥이 고개를 저었다⁠. 남궁석이 다시 짚었다⁠. 분옥이 다시 고개를 저었다⁠. 남궁석이 손가락으로 자기 손목을 두드리고⁠, 분옥의 손목을 가리켰다⁠. 분옥이 오래 남궁석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계 화면이 레드혼 실버 부스를 잡았다⁠. 해설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레드혼 실버⁠, 3세트에 변화를 줍니다⁠. 엄분옥 선수가 사냥꾼에서 앞줄 돌격으로 바뀝니다⁠. 매복이 읽혔으니 앞에서 밀겠다는 거죠⁠. 남궁석 단장 특유의 빠른 운영입니다⁠.⁠”

“⁠엄분옥 선수가 돌격을 하는 건 리그에서 처음입니다⁠.⁠” 캐스터가 받았다⁠.

대형 화면이 분옥의 손을 크게 잡았다⁠. 패드를 쥔 오른손⁠, 살색 보호대⁠, 보호대 위의 파스⁠. 파스 가장자리가 땀에 들떠 있었다⁠. 분옥은 손잡이를 쥐었다가 놓고⁠, 다시 쥐었다⁠. 얹지 않고 쥐었다⁠.

강현은 코치석에서 일어나려다 멈췄다⁠. 경기가 시작되면 말할 수 없었다⁠. 시작되기 전에도⁠, 상대 부스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객석 통로 계단에서 우람이 두 팻말을 다 내리고 있었다⁠.

13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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