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5,304자)

미디어데이

경로당 게임단 코치 · 류시안

진배의 화살은 백 개 중에 열한 개가 맞았다⁠. 강현이 바둑알로 세어 주었다⁠. 어제는 열 개였다⁠.

“⁠하나 늘었네⁠.⁠” 진배가 패드를 무릎에 내려놓았다⁠. “⁠하루에 하나씩 늘면 결승 날 열네 개야⁠.⁠”

“⁠회장님⁠, 맞히는 건 안 늘어도 돼요⁠. 언제 쏘는지만 맞으면 돼요⁠.⁠”

“⁠그래도 맞으면 기분이 좋잖아⁠.⁠”

창 아래 밥상 앞에 셋이 앉아 있었다⁠. 분옥이 앉던 자리에 진배가⁠, 진배가 앉던 후보석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강현은 바닥에 지도를 펼쳤다⁠. 빨간 동그라미 여섯 개 위에 가위표가 쳐져 있었고⁠, 동그라미마다 열 걸음 뒤에 파란 점이 찍혀 있었다⁠.

“⁠분옥 어르신은 이 여섯 군데 중에 앉으실 거예요⁠. 그중에서도 넷은 어르신이 직접 고르신 데고요⁠. 어르신은 같은 데 세 번 안 앉으세요⁠. 두 번 앉으면 옮기세요⁠.⁠”

“⁠광 안 나와서⁠.⁠” 점례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점례는 말을 하고 나서 입술을 깨물었다⁠.

“⁠네⁠. 그러니까 우리는 어르신이 처음 앉으실 데를 알고⁠, 두 번째에 옮기실 데도 알아요⁠. 점례 어르신이 보시고 말씀해 주시면⁠, 회장님이 파란 점에 먼저 가 계시는 거예요⁠.⁠”

춘봉이 지도의 파란 점 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무너진 담에서 열 걸음 뒤⁠, 지도에서 가장 좁은 골목이었다⁠.

“⁠여기는 내가 가는 길이야⁠. 소포 끌고 지나가는 데⁠.⁠”

“⁠이번엔 소포 말고 등기로 가셔야 돼요⁠. 빨리요⁠.⁠”

“⁠빨리는 못 한다니까⁠.⁠”

“⁠그럼 먼저 가 계세요⁠. 경기 시작하자마자요⁠. 어르신이 오시기 전에요⁠.⁠”

춘봉이 지도를 오래 보다가⁠, 달력 뒷면 지도의 화살표 하나를 지우고 새로 그었다⁠. 「⁠등기 · 시작하자마자⁠」

점례는 연습 내내 휴대전화를 찍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였다⁠. 숏폼 계정에는 새 영상이 올라오지 않았고⁠, 댓글에 「⁠점례 할머니 무슨 일 있어요⁠?⁠」가 쌓였다⁠. 점례는 패드를 쥐고 화면만 보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 빨간 옷 둘⁠, 바위 지나간다⁠, 아니 덤불이다⁠, 아니 내가 잘못 봤다⁠. 떠드는 목소리가 전보다 높았다⁠.

연습 상대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컴퓨터 인형은 분옥처럼 기다리지 않았다⁠. 강현이 고민하는 사이 진배가 화투판 할아버지 셋을 데려왔다⁠. 셋 다 패드를 처음 잡는 사람들이었다⁠.

“⁠오늘부터 너희가 빨간 놈들이야⁠. 레드혼 실버⁠. 알았지⁠?⁠”

“⁠빨간 놈들은 어떻게 하는데⁠?⁠” 맨 앞의 할아버지가 물었다⁠.

“⁠무조건 뛰어⁠. 가까운 길로⁠. 그리고 하나는 다리 밑에 엎드려⁠. 꽃무늬 언니처럼⁠.⁠”

할아버지 셋은 진배가 시킨 대로 했다⁠. 둘은 가까운 길로 뛰다가 둘이 서로 부딪혀 같이 강물로 떨어졌다⁠. 하나는 다리 밑에 엎드렸는데⁠, 엎드린 채 십 분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점례가 다가가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어르신⁠, 주무세요⁠?⁠”

“⁠기다리는 거야⁠. 언니처럼⁠.⁠”

“⁠언니는 쏘기도 해요⁠.⁠”

“⁠쏘는 건 안 배웠어⁠.⁠”

춘봉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배도 웃었다⁠. 점례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웃다가 자기가 웃는 것을 알고 입을 막았다⁠. 강현은 다리 밑에 엎드린 할아버지의 사냥꾼 등 뒤⁠, 파란 점 자리에 진배를 보냈다⁠. 진배의 화살이 열한 번 중에 한 번 맞았다⁠. 할아버지가 패드를 내려놓고 말했다⁠.

“⁠회장⁠, 너 이걸로 결승 나가냐⁠?⁠”

“⁠열한 번에 한 번이면 화투보다 낫지⁠.⁠”

“⁠화투는 네가 열 번에 아홉 번 이기잖아⁠.⁠”

“⁠그러니까 이건 겸손하게 하는 거야⁠.⁠”

*

월요일 오후⁠, 강현은 와동 사거리 카페에서 기자를 만났다⁠. 분옥이 크림 산 차를 마셨던 창가 자리였다⁠. 기자는 녹음기를 탁자 위에 놓고 노트를 폈다⁠.

강현은 소견서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기자가 날짜와 수신인을 읽고 숨을 한 번 들이쉬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강현이 종이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사진은 안 돼요⁠. 아직요⁠.⁠”

“⁠그럼 언제요⁠?⁠”

“⁠결승 무대에서 제가 직접 말할게요⁠. 기사는 그 뒤에 써 주세요⁠.⁠”

기자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 녹음기의 빨간 불을 끄고 강현을 보았다⁠.

“⁠레드혼 홍보팀에서 답이 왔어요⁠. 사실이 아니라고요⁠. 결승 전에 기사가 나가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요⁠. 위강현 선수가 무대에서 말씀하시려고 하면⁠, 무대에서 마이크를 안 줄 수도 있어요⁠.⁠”

“⁠우승하면 줘요⁠. 우승 인터뷰는 생방송이니까요⁠.⁠”

“⁠우승 못 하면요⁠?⁠”

강현은 소견서를 접었다⁠. 접힌 자리가 끝내 찢어져 종이가 두 조각이 되었다⁠. 강현은 두 조각을 겹쳐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그럼 그때 다시 생각할게요⁠.⁠”

*

화요일 밤 열 시⁠, 레드혼 실버 연습장에는 의자 하나만 차 있었다⁠. 분옥이었다⁠. 계약서에는 하루 네 시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분옥은 아침 열 시에 와서 아직 앉아 있었다⁠. 다른 선수들은 일곱 시에 파스를 붙이고 퇴근했다⁠.

분옥의 사냥꾼은 바람골 지도의 다리 밑에 엎드려 있었다⁠. 연습 상대는 컴퓨터가 움직이는 인형이었다⁠. 인형이 다리를 지날 때마다 분옥이 단추를 눌렀다⁠. 「⁠처치⁠」 다음 인형⁠, 「⁠처치⁠」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손목이 시큰했다⁠. 살색 보호대 위로 열이 올랐다⁠.

남궁석이 연습장 끝에서 걸어왔다⁠. 손에 파스 한 장을 들고 있었다⁠. 남궁석은 분옥의 의자 옆에 쪼그려 앉아⁠, 허락을 구하는 눈으로 분옥의 손목을 보았다⁠. 분옥이 손목을 내밀었다⁠. 남궁석은 보호대를 풀고⁠, 파스의 비닐을 반만 벗겨 손목 안쪽에 붙이고⁠, 나머지 비닐을 벗기며 바깥까지 감쌌다⁠. 주름 하나 없이 붙였다⁠. 오래 해 본 손이었다⁠.

“⁠네 시간이라고 했는데 왜 여태 계십니까⁠?⁠”

“⁠집에 가도 할 게 없어서⁠. 그 총알 양반이 그러더라고⁠.⁠”

“⁠그 양반은 깁스 풀고 다시 반깁스 했습니다⁠.⁠”

“⁠알아⁠. 오늘 들었어⁠.⁠”

남궁석이 보호대를 다시 감아 주었다⁠. 찍찍이를 붙이는 손이 조심스러웠다⁠. 분옥은 남궁석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물었다⁠.

“⁠그 애도 이렇게 붙여 줬어⁠? 코치 말이야⁠.⁠”

“⁠매일 붙였습니다⁠.⁠” 남궁석이 일어나 옆 의자에 앉았다⁠. “⁠강현이 열여덟에 왔을 때 손이 느렸어요⁠. 믿기지 않으시죠⁠. 연습생 열 명 중에 아홉 번째였습니다⁠. 그래서 백 번 시켰고⁠, 백 번에 안 되니 천 번 시켰습니다⁠. 반년 만에 일 등이 됐어요⁠. 그 애는 시키는 대로 다 하는 애였습니다⁠.⁠”

“⁠그래서 손목 나갔지⁠.⁠”

남궁석이 대답하지 않았다⁠. 연습장 벽의 액자를 보았다⁠. 스물넷의 강현이 왼손을 등 뒤에 감추고 웃고 있었다⁠.

“⁠그래요⁠.⁠”

분옥은 모니터 화면을 보았다⁠. 다리 밑에 엎드린 꽃무늬 사냥꾼이 보였다⁠. 레드혼 실버의 사냥꾼 옷은 빨간색이었지만⁠, 분옥은 연습 모드에서 옷 색을 꽃무늬로 바꿔 놓았다⁠. 홍보팀장이 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은 옷이었다⁠.

“⁠그 소견서 얘기⁠.⁠” 분옥이 말했다⁠. “⁠그 애가 결승에서 하면 어쩔 거요⁠?⁠”

남궁석이 금테 안경을 벗었다⁠. 안경알을 점퍼 자락으로 오래 닦았다⁠.

“⁠들어야죠⁠.⁠”

“⁠막을 수 있잖아⁠. 마이크 안 주면 되잖아⁠.⁠”

“⁠우승하면 생방송입니다⁠. 못 막아요⁠.⁠” 남궁석이 안경을 다시 썼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겨야죠⁠. 어르신이 이기게 해 주시면⁠, 그 애는 할 말을 다음으로 미룰 겁니다⁠. 그 애는 지면 말을 안 해요⁠. 진 사람이 하는 말은 핑계라고 내가 가르쳤으니까⁠.⁠”

분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 속 다리 위로 인형이 지나갔다⁠. 분옥은 단추를 누르지 않았다⁠. 인형이 다리를 건너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

*

수요일⁠, 안산 e스포츠 경기장 미디어룸⁠. 단상 위에 탁자가 둘 놓였다⁠. 왼쪽 탁자에 「⁠청춘오락실⁠」⁠, 오른쪽 탁자에 「⁠레드혼 실버⁠」 명패가 있었다⁠. 맞은편에 기자 서른 명쯤이 앉았고⁠, 카메라가 여섯 대 줄지어 있었다⁠.

청춘오락실 탁자에 강현과 춘봉⁠, 점례⁠, 진배가 앉았다⁠. 춘봉은 우체통 넥타이를 맸고⁠, 진배는 철도원 팀이 준 초시계를 손목에 찼다⁠. 레드혼 실버 탁자에는 남궁석과 총알 영감⁠, 그리고 분옥이 앉았다⁠. 분옥은 빨간 점퍼를 입었다⁠. 지퍼를 끝까지 올리지 않아 목 밑으로 꽃무늬가 보였다⁠. 총알 영감의 오른손에는 반깁스가 감겨 있었다⁠.

점례는 단상에 오른 뒤로 한 번도 오른쪽 탁자를 보지 않았다⁠.

사회자가 질문을 받았다⁠. 첫 질문은 분옥에게 갔다⁠.

“⁠엄분옥 선수⁠, 친정팀을 상대하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분옥이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았다⁠. 패드를 처음 쥐던 손 모양이었다⁠.

“⁠친정은 집에 있어⁠. 저기는 경로당이야⁠.⁠”

기자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청춘오락실 탁자의 진배가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떨었다⁠. 점례는 웃지 않았다⁠. 웃지 않으려고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

기자 하나가 손을 들어 점례에게 물었다⁠.

“⁠육점례 선수⁠, 엄분옥 선수와 사십 년 지기라고 들었는데요⁠. 결승에서 만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점례가 마이크를 당겼다⁠. 오른쪽 탁자는 여전히 보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빨간 옷 입은 사람은 몰라요⁠. 우리 언니는 꽃무늬 입어요⁠.⁠”

기자석이 웃다가 멈췄다⁠. 웃어도 되는지 몰라서였다⁠. 오른쪽 탁자에서 분옥이 빨간 점퍼 지퍼를 한 칸 더 내렸다⁠. 목 밑의 꽃무늬가 조금 더 보였다⁠. 점례는 끝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마이크를 내려놓는 손이 탁자 모서리를 두 번 두드렸다⁠. 화투판에서 패를 기다릴 때 분옥이 하던 버릇이었다⁠.

다음 질문은 남궁석에게 갔다⁠. 한 기자가 레드혼 실버 선수들의 연습 시간과 부상 이야기를 꺼냈다⁠. 남궁석은 마이크를 당겼다⁠.

“⁠선수들이 원해서 하는 연습입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아침에 갈 데가 생겨서 좋다고 하십니다⁠. 부상은 관리하고 있습니다⁠. 파스 값이 한 달에 얼마 나가는지 보시면 아십니다⁠.⁠”

기자석이 다시 웃었다⁠. 총알 영감이 반깁스 낀 손을 들어 흔들었다⁠. 웃음이 조금 어색해졌다⁠.

세 번째 질문이 강현에게 왔다⁠. 질문한 사람은 카페에서 만났던 기자였다⁠.

“⁠위강현 코치님⁠. 최근 커뮤니티에서 코치님의 은퇴 사유와 관련해 레드혼 의무실 이야기가 돌고 있습니다⁠. 직접 한 말씀 해 주실 수 있을까요⁠?⁠”

미디어룸이 조용해졌다⁠. 카메라 여섯 대가 동시에 강현을 향했다⁠. 남궁석이 옆 탁자에서 마이크를 손으로 덮은 채 강현을 보았다⁠. 분옥도 보았다⁠.

강현은 조끼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두 조각으로 찢어진 소견서가 손가락에 닿았다⁠. 강현은 종이를 반쯤 꺼냈다⁠. 종이 끝이 탁자 위로 하얗게 드러났다⁠. 기자석의 셔터 소리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남궁석이 마이크에서 손을 뗐다⁠.

“⁠우리 코치는 말을 아끼는 사람입니다⁠. 예전부터 그랬어요⁠. 아플 때도 말을 안 했죠⁠.⁠”

강현은 남궁석을 보았다⁠. 남궁석의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쪽 탁자 끝에서 분옥이 빨간 점퍼의 소매를 끌어내려 손목의 보호대를 덮었다⁠.

강현은 종이를 도로 주머니에 넣었다⁠.

“⁠결승 끝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기든 지든요⁠.⁠”

기자석이 술렁였다⁠. 카페에서 만난 기자가 노트를 덮고 펜을 귀에 꽂았다⁠. 사회자가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강현은 주머니 속에서 종이 두 조각을 겹쳐 손바닥으로 눌렀다⁠. 진배가 탁자 밑으로 손을 뻗어 강현의 무릎을 한 번 툭 쳤다⁠. 초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12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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