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024자) · 세아
칠백십이 호
당신을 위한 두 번째 심장 · 문가온
정오 오 분 전, 리안은 연구소 로비 보안실 창구에 자기 출입증을 내려놓았다. 보안 요원이 명단을 확인하고 출입증을 서랍에 넣었다. 서랍이 닫히는 소리가 짧았다. 칠 년이 그 소리 하나로 끝났다.
“서 기술자님, 사물함 짐은 나중에 택배로 보내 드린대요.”
“3번 방에 제 거 하나 있는데요.”
“3번 방이요? 거기 개인 물품 두시면 안 되는데.”
“개인 물품 맞아요.”
보안 요원은 무슨 말인지 몰라 웃었다. 리안도 웃었다. 로비 유리문을 나서면서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가운 주머니 안쪽을 만졌다. 소장 사진이 붙은 출입증이 거기 있었다. 반납 명단에 없는 것.
판교에서 서울까지 택시로 사십 분이었다. 사월 끝 한낮, 택시 안은 에어컨을 틀었는데도 창으로 들어온 햇볕이 무릎을 달궜다. 리안은 두 손을 무릎 위에 펴 놓고 봤다. 칠 년 동안 심장을 이은 손. 관을 펴고, 봉합 자리를 확인하고, 박동을 재던 손. 그 손바닥에 땀이 뱄다. 기사가 라디오 볼륨을 올렸다. 트로트였다. 가사가 사랑은 주는 거래요, 받는 게 아니래요, 하고 돌아갔다. 리안은 창밖을 봤다. 웃어야 할지 몰랐다.
한결대학교병원 본관 칠 층은 이십삼 년 전과 냄새가 같았다. 소독약과 분유와 크레파스. 소아 병동 복도 벽에는 여전히 아이들 그림이 붙어 있었고, 그림 속 해는 여전히 전부 빨갰다. 리안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한 걸음 떼다가 멈췄다. 복도가 더웠다. 소아 병동은 어른 병동보다 이 도 높게 난방을 한다. 열 몇 살짜리 몸은 열을 금방 잃으니까. 그 이 도가 이십삼 년을 건너 리안의 목덜미를 덮었다. 가슴뼈 가운데가 조였다. 여기서 처음 아팠던 자리였다.
이식 코디네이터실은 복도 끝이었다. 문패에 정미경. 리안은 그 이름을 알았다. 이십삼 년 전 스물넷이던 간호사. 수술 다음 날 실수로 말해 준 사람. 열세 살 남자아이였어.
문 옆 벽에 이식받은 아이들이 보낸 엽서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 운동회 사진, 교복 입은 사진. 이십삼 년 치. 리안은 그 벽을 훑다가 한 장에서 멈췄다. 크레파스로 그린 이 층짜리 계단. 모서리가 누렇게 바랬다. 설마 했다. 가까이 가지는 않았다.
노크를 했다. 흰 머리가 절반 섞인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안경 너머로 리안을 봤다. 삼 초쯤. 그러다 눈이 커졌다.
“…리안이?”
“기억하세요?”
“내가 처음 맡은 아이였는데. 너 약은 잘 먹니?”
엄마와 똑같은 첫마디였다. 리안은 웃었다. 웃는데 목이 뜨거웠다.
정미경은 커피 믹스를 두 잔 탔다. 종이컵이 뜨거워서 리안은 손가락 끝으로만 잡았다. 달았다. 이십삼 년 전 이 방에서 엄마가 마시던 맛이었다.
리안은 다 말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만큼만. 자기 조직형. 여섯 자리 동형접합. 그 조직형과 맞는 아이가 이 병원 대기자 명단에 있는지. 정미경의 얼굴이 천천히 굳었다.
“그건 왜 묻니?”
“제 세포로 만든 심장이 하나 있어요. 지금 뛰고 있어요. 엿새 남았어요.”
정미경은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한참 리안을 봤다. 코디네이터 이십삼 년. 수많은 부모의 얼굴을 본 사람의 눈이었다. 그 눈이 지금 무엇을 재고 있는지 리안은 알 수 없었다.
“배양 심장 임상은 공정 승인이 난 기관에서, 환자 본인 세포로만 해. 너도 알잖아.”
“알아요.”
“남의 세포로 만든 건 이식이 아니라 기증이야. 기증이면 기증자 동의서, 윤리 심의, 식약처 긴급 사용 승인. 그리고 그 심장이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전부 서류로 남아야 해. 출처 모르는 장기는 한 조각도 못 넣어. 여기서는.”
“출처는 알아요. 저예요.”
“그 서류가 있니.”
리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서류는 있었다. 천도율이 내민 것. 소급 동의서. 한 건에 천만 원. 그 서류에 서명하면 314번은 출처가 생긴다. 그리고 스물아홉 개가 판 물건이 된다.
“없어요. 아직.”
“그럼 나는 못 받아.”
정미경의 목소리는 단단했다. 이십삼 년 전 스물넷 간호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리안아. 네가 무슨 일에 휘말렸는지 나는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근데 하나는 알아. 출처 모르는 심장 넣었다가 그 애가 거부 반응 오면, 그 애 부모는 누구를 붙잡고 울어야 하는지도 몰라. 그건 안 돼. 나는 그런 부모를 너무 많이 봤어.”
리안은 종이컵을 쥐었다. 식어 있었다. 언제 식었는지 몰랐다.
“그럼 그 애 이름만 알려 주세요.”
“왜?”
“누구한테 가야 하는지는 알고 싶어요. 제가 이십삼 년 동안 몰랐던 거라서요.”
정미경이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모니터를 돌렸다.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대신 병실 번호가 있었다. 칠백십이 호. 그리고 나이. 열한 살.
“면회는 보호자 허락이 있어야 해. 나는 아무것도 안 보여 줬다.”
정미경은 모니터를 도로 돌리다가 멈췄다. 화면 아래쪽 한 줄을 손가락으로 가렸다가, 치웠다. 좌심실 박출률. 숫자가 너무 낮았다. 리안은 그 숫자가 무슨 뜻인지 알았다. 이번 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정미경도 리안이 안다는 것을 알았다. 둘 다 그 숫자를 소리 내어 읽지 않았다.
“너 그때도 이랬어.”
정미경이 말했다.
“뭘요?”
“수술 전날 밤에 나한테 물었잖아. 내가 받으면 누가 못 받느냐고. 열한 살이. 나 그날 화장실 가서 울었다.”
칠백십이 호는 사인실이었다. 창가 침대 커튼이 반쯤 열려 있었다. 여자아이 하나가 침대에 앉아 있었다. 코에 산소 줄. 가슴에 모니터 선 셋. 머리를 양 갈래로 묶었는데 한쪽이 풀려 있었다. 침대 식판 위에 종이가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아이는 연필로 뭔가를 그리다가 문간의 리안을 봤다.
“누구세요. 의사 선생님 아니죠. 의사 선생님은 신발이 조용해요.”
“아니야.”
“그럼 교회?”
“아니야.”
“그럼 보험?”
리안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 커튼 옆 보호자 의자에서 여자가 일어섰다. 마흔쯤. 눈 밑이 검었다. 열네 달 대기한 부모의 얼굴이었다. 윤지선이라고 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리안은 거짓말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서 반만 사실인 말을 했다.
“저도 열한 살 때 여기 칠 층에 있었어요. 심장 받았어요. 지나가다가요.”
윤지선의 얼굴이 풀렸다. 이 병동 부모들은 그런 사람을 알아본다. 먼저 지나간 사람. 윤지선은 의자를 하나 더 끌어다 주었다. 아이가 연필을 내려놓았다.
“받았어요? 진짜로? 지금도 뛰어요?”
“뛰어.”
“몇 년?”
“이십삼 년.”
아이가 손가락을 꼽았다. 두 손으로 모자랐다. 포기하고 리안을 봤다.
“그럼 아줌마 나보다 두 배 넘게 산 거네. 받은 걸로만.”
윤지선이 세아야, 하고 불렀다. 아이 이름이 세아였다. 세아는 엄마 말을 못 들은 척하고 리안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산소 줄이 당겨졌다.
“아팠어요?”
“응.”
“얼마나?”
리안은 대답을 골랐다. 이 아이에게는 거짓말이 안 통할 것 같았다.
“숨 크게 쉬면 갈비뼈 사이를 칼로 긋는 것 같았어. 한 달쯤. 근데 그다음에 계단을 올라갔어. 한 번에 이 층까지. 그 전엔 반 층 가다 앉았거든.”
세아의 눈이 커졌다.
“나 지금 반 층도 못 가요.”
“알아.”
“어떻게 알아요?”
“나도 그랬으니까.”
“아줌마는 약 먹어요?”
“아침저녁으로. 흰 거 두 개, 노란 거 하나.”
“노란 거 써요?”
“엄청 써.”
“나는 지금 분홍 거 먹는데 딸기 맛이에요.”
“좋겠다.”
“받으면 노란 거로 바뀌어요?”
리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자기 세포로 만든 심장을 받은 사람은 노란 알을 안 먹어도 된다. 그녀의 세포로 만든 심장을 받은 사람도, 여덟에 하나는 거의 안 먹어도 된다. 천도율이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이 맞다는 게 싫었다.
세아는 식판 위의 종이 한 장을 끌어당겼다. 연필로 그린 계단이었다. 층마다 숫자가 적혀 있었다. 일, 이, 삼. 삼 층 계단 꼭대기에 작은 사람이 서 있었다. 만세를 하고.
“이거 나예요. 받으면 여기까지 갈 거예요. 우리 학교가 삼 층이거든요.”
리안은 그 그림을 오래 봤다. 목구멍이 뜨거웠다. 삼 층 계단 꼭대기의 만세 부르는 작은 사람. 이십삼 년 전 리안도 그런 그림을 그렸다. 퇴원하는 날 그 그림을 누구에게 줬는지 리안은 기억하지 못했다. 코디네이터실 벽의 누런 엽서가 떠올랐다. 그 그림의 계단은 이 층까지였다. 그녀가 살던 빌라가 이 층이었으니까.
“아줌마, 울어요?”
“아니.”
“울잖아요.”
“소아 병동이 더워서 그래.”
“여기 원래 더워요. 엄마도 맨날 땀 흘려요.”
윤지선이 웃었다. 리안도 웃었다. 세아가 제일 크게 웃다가 기침을 했다. 모니터 숫자가 올라갔다. 윤지선이 아이 등을 쓸었다. 리안은 그 손을 봤다. 이십삼 년 전 밤마다 자기 가슴에 올라와 있던 엄마 손을.
병실을 나올 때 윤지선이 복도까지 따라 나왔다.
“선생님 오늘 오신 거, 세아 좋아했어요. 요즘 웃은 게 처음이에요.”
“저 선생님 아니에요.”
“그럼 뭐라고 불러요.”
리안은 대답하지 못했다. 기증자라고 부를 수 없었다. 아직 준 게 없었다. 판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판 적이 없었다. 도둑맞은 사람이라고 부르기에는, 그 말이 저 병실 안까지 들어갈까 봐 무서웠다.
“그냥 리안이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자 리안은 벽에 이마를 댔다. 스테인리스가 차가웠다. 뜨거운 이마가 조금 식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문자.
314 출하 앞당김. 28일 06:00. 본사 지시. — 강
이식 기한은 삼십일이었다. 출하는 이십팔일로 당겨졌다. 나흘이 남아 있었다. 칠백십이 호의 열한 살은 반 층도 못 가고 있었다. 칠 층에서 판교까지 차로 사십 분. 그 사이에 서류가 없었다.
일 층 로비로 내려와 편도하에게 전화했다. 신호 한 번에 받았다.
“이십팔일로 당겨졌대요.”
“알아요. 방금 물류 화면에 떴어요. 냉장 캐리어 예약까지 걸렸어요. 이상하고 급하고 치사해요.”
“조찬 씨는요?”
“옆에 있어요. 바꿔 줄게요.”
조찬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리안 씨, 3번 방 필터 오늘 또 갈았어요. 내가 갈았다고 적었어요. 이제 나는 3번 방 필터 전문가예요.”
리안은 웃었다. 병원 로비 한가운데서.
리안은 소장의 출입증을 주머니 안에서 쥐었다. 플라스틱 모서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아팠다. 계속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