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5,132자)
백두의 식탁
고철 구축함 함장으로 발령 났습니다 · 문가온
제3관문 앞에는 배가 여덟 척 모여 있었다. 멀리서 보면 고리 앞에 흩뿌린 회색 모래알 같았는데, 그 가운데 하나만 유난히 컸다. 제7함대 기함 「백두」였다. 「한라」 여섯 척을 이어 붙인 만큼 길었고, 선체 어디에도 덧댄 판이 없었다. 그 곁에 호위함 「속리」 「가야」 「월출」이 붙어 있었다. 그 배들은 베가에서 「백두」와 함께 가장 먼저 빠져나온 배들이었다.
윤소이가 화면을 보며 손가락으로 셌다.
“우리가 데려온 넷, 원래 있던 넷. 거기에 먼저 집에 간 「소백」, 껍데기 두고 온 「지리」. 열둘 중에 열이요. 「치악」하고 「내장」만 아직 안 왔어요.”
“집결 시각까지는요?”
“열여덟 시간이요.”
*
「금강」에서 셔틀이 날아왔다. 해병 넷이 「한라」의 해치 앞에 내려섰다. 검은 전투복에 진압봉을 차고 있었고, 맨 앞의 중사가 구금 명령이 뜬 판을 들고 있었다. 해치는 열리지 않았다.
해치 안쪽 창으로 「한라」 승조원들의 얼굴이 보였다. 구민혁, 탁소희, 윤소이, 정아린, 피재우, 그리고 그 뒤로 열 명 넘게. 다들 팔짱을 끼고 있었다. 피재우의 품에는 꽃분이가 안겨 있었다.
“문 여십시오. 사령부 명령입니다.”
윤소이가 통화기로 대답했다.
“여기는 해치가 고장 났어요. 쉰두 살이라서요. 정비장님이 고치시는 중이에요.”
“정비장은 어디 있습니까?”
“식당에서 밥하세요.”
해병 중사가 한숨을 쉬고 수동 개방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해치가 반쯤 열리다가 멈췄다. 경첩 왼쪽이 약한 해치였다. 중사가 몸을 비집고 반쯤 들어오는 순간, 피재우가 꽃분이를 놓았다. 해치 안쪽은 노란 선 너머였다. 염소가 무중력 속에서 네 다리를 휘저으며 중사의 얼굴로 날아갔다. 중사는 진압봉을 꺼낼 새도 없이 염소를 받아 안았고, 꽃분이는 그의 전투복 가슴의 단추를 씹기 시작했다.
“이게 뭡니까!”
“「아라 3호」 소속 꽃분이예요. 민간인이니까 함부로 다루시면 안 돼요.”
그때 함교 쪽에서 다온의 목소리가 났다.
“그만해요. 제가 갈게요.”
승조원들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다온은 군복 단추를 끝까지 채우고 있었다. 구민혁이 앞을 막으려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비켜섰다.
“해병분들이 다치면 「금강」이 사령부에 또 보고할 거예요. 그럼 다음엔 넷이 아니라 사십이 와요. 그리고 저, 사령관님께 직접 여쭤볼 게 있어요.”
“함장님 혼자 가시게요?”
“꽃분이는 두고 갈게요.”
중사의 가슴에서 단추 하나가 뜯겨 나갔다. 꽃분이는 그것을 맛있게 씹었다.
*
「백두」에 들어서자 다온의 무릎이 먼저 꺾였다. 이 배는 어디서나 1G였다. 열흘 넘게 반쪽 중력과 무중력 사이를 오가던 몸에 제 무게가 한꺼번에 얹혔다. 어깨가 내려앉았고, 발바닥이 바닥에 들러붙는 느낌이 들었다. 복도는 넓고 하얬다. 공기에서 쇠 맛이 나지 않았다. 대신 꽃향기 비슷한 무언가가 은은하게 배어 있었다. 공기 정화기에 향을 넣은 모양이었다.
해병 넷이 그녀를 사령관실 앞까지 데려갔다. 문이 열리자 긴 식탁이 보였다. 하얀 식탁보 위에 접시 둘과 수저 둘, 물잔 둘이 마주 놓여 있었다. 하범준이 한쪽 끝에 앉아 있었다. 그는 일어나지 않고 손으로 맞은편을 가리켰다.
“앉게. 저녁이야. 「한라」 식당 밥보다는 나을 걸세.”
다온은 앉았다. 접시에는 구운 생선과 흰밥, 맑은 국이 놓여 있었다. 국 위에 실파가 몇 가닥 떠 있었는데, 그 실파는 그릇 안에 얌전히 붙어 있었다. 떠오르지 않는 국을 그녀는 열흘 만에 보았다.
“드시게.”
“구금된 사람한테 밥 주시는 거예요?”
“구금은 「금강」의 오 대령이 한 거고, 밥은 내가 주는 거야.”
다온은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하범준은 혼자 생선을 발라 먹었다. 그의 손놀림은 깔끔했다. 가시 하나 접시 밖으로 흘리지 않았다.
“수송선 셋을 데려왔더군. 「지리」를 미끼로 써서. 자르는 「지리」를 붙잡고 반나절을 허비했어. 잘했네.”
“그런데 왜 저를 구금하셨어요?”
“명령을 거부했으니까. 결과가 좋다고 거부가 없어지진 않아.”
“사령관님 명령대로 했으면 결과도 없었을 거예요. 이천백십사 명이 동쪽에서 자르한테 잡혔을 거고요.”
하범준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한 소령. 자르가 그 사람들을 죽였을까?”
“모르죠.”
“나는 안다. 안 죽인다. 자르는 협상할 사람이야. 피난민 이천을 잡으면 그걸로 의회와 흥정하지. 그 흥정 동안 전쟁은 멈추고, 멈춘 동안 사람은 덜 죽는다. 자네는 사람 이천을 살렸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자네가 휴전 하나를 날렸다고 생각해.”
다온은 그를 보았다. 하범준의 눈은 차분했다. 거짓말을 하는 눈이 아니었다. 자기 셈을 믿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그럼 사령관님은 자르하고 흥정을 하고 계셨던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인가?”
“「소백」 부함장이 봤어요. 베가에서 「백두」가 도약하기 전에 연방 암호가 아닌 주파수로 어딘가와 통신했다고요. 자르는 열이틀째 열여덟 시를 알고 있었어요. 「한라」는 모르는 시각을요.”
사령관실이 조용해졌다. 식탁 위 물잔의 물이 미세하게 떨렸다. 「백두」의 엔진이 아주 멀리서 일정하게 돌고 있었다.
하범준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그 동작이 너무 천천해서, 다온은 그가 대답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쟁은 함교에서만 하는 게 아니야, 한 소령. 의회는 이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해. 예산이 바닥났거든. 끝내려면 누군가는 저쪽과 말을 해야 하고, 그 말은 연방 암호로 할 수 없지. 연방 암호는 의회 국방위원회도 듣고 자르의 첩자도 들으니까.”
“그 말 때문에 「소백」 함장이 죽었어요. 「백두」가 먼저 도약해서요.”
“「소백」 함장은 베가에서 맞아 죽었다.”
“구조 신호를 보냈을 때는 살아 있었어요.”
하범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잔을 정확하게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물잔 바닥이 식탁보에 남긴 동그란 자국 위에 꼭 맞게.
“지휘권을 돌려주지.”
다온이 눈을 깜빡였다.
“「치악」과 「내장」이 아직 안 왔어. 자르는 반나절을 허비한 뒤 화가 나서 올 거야. 집결 시각에 함대가 도약할 때 맨 뒤에서 막을 배가 필요해. 「금강」은 너무 크고, 오 대령은 너무 늙었지. 「한라」가 맨 뒤에 남는다. 함대가 다 넘어갈 때까지.”
“그다음엔요?”
“집에 가서 군사 재판을 받는다. 명령 거부로.”
다온은 그제야 숟가락을 들었다. 국을 한 숟갈 떠먹었다. 짰다. 그녀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받을게요. 맨 뒤에도 남고요. 대신 하나만요.”
“뭐지?”
“「한라」 승조원 연금은 건드리지 마세요. 거부한 건 저 하나예요.”
하범준은 다온을 오래 보다가 고개를 아주 조금 끄덕였다. 그 끄덕임이 약속인지 그냥 대화를 끝내는 몸짓인지 다온은 알 수 없었다.
“밥이 식었군.”
“사령관님 국은 짜요. 저희 정비장님 국이 나아요.”
*
사령관실을 나오자 복도 끝에 오택균이 서 있었다. 작전 회의에 불려 온 모양이었다. 그는 다온의 손목에 수갑이 없는 것을 보고 콧수염을 한 번 쓸었다. 그의 뒤에는 아까 그 해병 중사가 서 있었는데, 전투복 가슴에 단추가 하나 비어 있었고 그 자리에 하얀 염소 털이 몇 가닥 붙어 있었다.
“풀려났군.”
“맨 뒤에 남는 조건으로요.”
“그럴 줄 알았다. 사령관님은 쓸 데가 남은 물건은 안 버리시지.”
오택균은 그렇게 말하고 1G의 복도를 무거운 걸음으로 지나치려다 멈춰 섰다. 그는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금강」은 「한라」 바로 앞에 서겠다. 맨 뒤 바로 앞이다. 포탑이 열둘이니 고철 배보다는 오래 버틸 거다.”
“대령님, 그건 사령관님 명령에 없는 자리인데요.”
“지휘권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람의 마지막 명령이야. 사령부엔 내가 보고하지.”
해병 중사가 뒤에서 헛기침을 했다. 오택균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이 친구 단추 값은 「한라」 앞으로 달아 두겠네.”
“꽃분이 앞으로 달아 주세요. 단추는 걔가 먹었어요.”
*
「한라」로 돌아오자 무릎이 도로 가벼워졌다. 노란 선 앞에서 다온은 잠깐 멈춰 섰다. 그녀의 몸이 「백두」의 무게를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한 발을 선 너머로 내밀자 그 무게가 발목부터 빠져나갔다.
봉수가 기관실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첩만 새것인 그 문이었다. 그는 손에 작은 기록 장치를 들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낡은 것이었고, 모서리가 닳아 은빛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들어오시오. 들려줄 게 있소.”
기관실 안은 엔진 열기로 따뜻했다. 봉수는 발생기 옆 손잡이에 몸을 걸고, 기록 장치의 단추를 눌렀다. 잡음이 먼저 났고, 그다음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숨이 가쁘고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였다.
“아버지, 저 준호요. 「태백」 연료가 다 떨어져서 지금 떠 있어요. 걱정 마세요. 사령부가 연료선을 안 보낸대서 다들 욕했는데, 보급창에서 누가 연료선을 직접 끌고 온대요. 군수 장교래요. 허가도 안 받고요. 미친 사람이죠. 그 사람 오면 제가 밥 한 끼 살 거예요. 세 시간이면 온대요.”
잡음이 이어졌다. 그리고 다른 목소리, 「태백」 함장의 목소리가 짧게 끼어들었다.
“사령부 하 참모장이 연료선 출항을 막았다는군. 고철에 연료는 아깝다고. 그래도 온단다. 버텨.”
기록이 끊겼다.
다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엔진 소리만 기관실을 채웠다. 다섯 해 전 그녀가 연료선을 몰고 「태백」이 떠 있던 자리에 닿은 것은 세 시간이 아니라 다섯 시간 뒤였다. 보급창 출구가 잠겨 있어서 두 시간을 문 앞에서 보냈다. 그 두 시간 동안 셀 연합의 정찰대가 「태백」을 먼저 찾았다.
“처음부터 아셨어요?”
“함장님이 첫날 늦게 도착했다고 했을 때.”
봉수는 기록 장치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렌치와 숟가락 사이에.
“준호가 밥 한 끼 산다고 했소. 그 애는 못 샀지. 그래서 내가 함장님한테 밥을 하는 거요. 첫날부터.”
다온은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목이 막혔다. 봉수가 손잡이를 놓고 몸을 띄워 그녀 앞으로 왔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무중력에서 두드리는 바람에 다온의 몸이 반 뼘 뒤로 밀려났다가 돌아왔다.
“그리고 하나 더. 그 「하 참모장」이 지금 저 「백두」에 앉아 있는 사람이오. 다섯 해 전에도 연료가 아깝다고 했고, 지금도 포탄이 아깝다고 하지. 아까운 게 많은 사람이야.”
기관실 스피커에서 윤소이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함장님! 관문이요! 「치악」하고 「내장」이 넘어와요. 그런데 뒤에, 뒤에 너무 많아요. 「사하르」예요. 반나절 늦었다고 화가 단단히 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