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372자)

엎어진 바구니

소문 순위로 줄 세우는 강호 · 한빛결

아침 전서구는 평소보다 일찍 돌아왔다⁠. 일곱 고을로 나간 비둘기들이 발목에 쪽지를 두 장씩 매달고 왔다⁠. 한 장은 어젯밤 참새의 이야기가 고을 객잔에 닿았다는 소식이었고⁠, 다른 한 장은 이야기를 들은 손님들이 무엇을 했는지였다⁠.

「⁠상류 고을 — 손님들이 앞줄 사내들 소매를 걷어 보았다 · 셋이 달아남⁠」

「⁠포구 고을 — 방에 엽전 던진 손님들이 객잔 주인에게 돌려 달라고 함 · 주인이 문을 닫음⁠」

「⁠하류 고을 — 청송문 막내가 곰이 아니라는 말이 처음으로 나옴⁠」

장강제일객잔 마당에서는 해가 뜨기도 전에 사람들이 몰려와 있었다⁠. 대청 문이 열리자 손님들이 벽 밑의 대바구니로 몰려갔다⁠. 누가 「⁠은선문⁠」 바구니를 들어 뒤집었다⁠. 엽전이 대청 바닥에 쏟아지며 굴렀다⁠. 다른 손님이 「⁠청송문⁠」 바구니를 뒤집었다⁠. 사람들이 바닥을 기며 엽전을 주웠고⁠, 제 것이 어느 엽전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결국 손에 잡히는 대로 쥐고 일어났다⁠. 어제 한 닢을 던진 사람이 세 닢을 쥐고 나갔다⁠.

목령은 대청 문간에서 엎어지는 바구니들을 보았다⁠. 바닥에 엎어진 「⁠청송문⁠」 바구니 위로 손님 하나가 지나가며 바구니를 밟았다⁠. 대나무 살이 우지끈 꺾였다⁠.

이 층 복도 끝 방에서 훈장 같은 늙은 사내가 창문을 넘어 지붕으로 도망치는 것이 보였다⁠. 지붕 위의 이야기꾼들이 붓을 든 채 길을 비켜 주었다⁠. 젊은 이야기꾼 하나가 늙은 사내의 등에 대고 외쳤다⁠. 어르신⁠, 소매 걷으셨어요⁠, 티 나요⁠.

마당 끝 그림쟁이의 좌판은 아침부터 바빴다⁠. 그림쟁이는 지붕 위 두 사람 그림을 치우고 새 그림을 내걸었다⁠. 두 줄로 앉아 엽전을 던지는 사내들⁠, 회초리를 든 늙은 사내⁠, 창문을 넘다 엉덩이가 낀 바람잡이⁠. 두 푼이던 그림이 세 푼이 되었다⁠. 어제 지붕 그림을 산 나루터 아이 둘이 와서 그림을 바꿔 달라고 했다⁠. 그림쟁이는 바꿔 주지 않고 한 푼을 더 받았다⁠.

*

점심때 방주가 계단을 내려왔다⁠. 찻주전자를 들고 있었다⁠. 대청은 아침보다 더 붐볐다⁠. 방주가 계단 중간에서 멈추자 대청이 조용해졌다⁠. 방주의 얼굴은 어제와 똑같이 다정했다⁠.

방주는 차를 한 모금 머금고 오래 굴렸다⁠. 그리고 추천 탁자 옆에 서 있던 참새를 손바닥으로 가리켰다⁠.

“⁠이야기꾼 참새⁠. 어젯밤 맨 앞줄 이야기를 했지⁠. 재미있었다⁠.⁠” 방주가 차를 삼켰다⁠. “⁠여러분⁠, 참새가 어디서 왔는지 아시오⁠? 청송문이오⁠. 두 해 전까지 청송문 막내의 사저였소⁠.⁠”

대청이 술렁였다⁠. 누가 사저래⁠, 하고 옮기는 소리가 났다⁠. 참새의 얼굴이 하얘졌다⁠.

“⁠사저가 사매를 위해 이야기를 했다⁠. 나쁜 일은 아니지⁠. 정이 있는 이야기야⁠.⁠” 방주가 계단을 마저 내려왔다⁠. “⁠다만 정이 들어간 이야기는 손님이 가려 들어야지⁠.⁠”

방주는 대청 한가운데에서 목령을 보았다⁠. 목령은 문간에 있었다⁠. 대청의 눈이 전부 목령에게 돌았다⁠.

“⁠막내야⁠. 묻자⁠. 철팔 표사를 이긴 것⁠, 쌍도 사내를 이긴 것⁠. 산 것이냐⁠?⁠”

목령은 대답할 수 있는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거짓말을 하면 참새의 이야기가 거짓이 되었다⁠. 참새는 대청 건너에서 목령을 보며 고개를 아주 조금 저었다⁠. 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산 것이오⁠.⁠”

방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청이 다시 술렁였다⁠. 방주는 찻잔을 들어 올렸다⁠.

“⁠들으셨소⁠. 막내 입으로 말했소⁠. 그러니 방도 막내 말대로 하지⁠. 산 승리는 방에서 지운다⁠. 바람잡이가 던진 엽전도 지운다⁠.⁠” 방주가 점원에게 손짓했다⁠. “⁠사다리⁠.⁠”

*

점원이 사다리를 들고 마당으로 나갔다⁠. 대청의 손님들이 문간으로 몰려나왔다⁠. 목령도 떠밀려 마당으로 나왔다⁠. 점원이 사다리에 올라 회칠 붓으로 나무 방 위쪽의 「⁠삼 위 청송문 단목령⁠」을 덮었다⁠. 덮은 자리가 하얗게 젖었다⁠.

점원은 사다리를 내려와 아래로 옮겼다⁠. 다시 올랐다⁠. 한 줄⁠, 또 한 줄⁠. 사다리가 여러 번 옮겨지는 동안 마당은 조용했다⁠. 점원이 마침내 붓을 들어 새로 썼다⁠. 「⁠열한 위 청송문 단목령⁠」

열 위 안에 한 계단이 모자랐다⁠.

마당 뒤쪽에서 누가 사람들을 헤치고 나왔다⁠. 철팔 표사였다⁠. 팔꿈치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표사는 사다리 앞까지 와서 마당이 다 들리게 외쳤다⁠.

“⁠그제 새벽에 우리 표국 마당에서 다시 붙었소⁠! 나는 돈 안 받았고⁠, 막내가 이겼소⁠! 내 팔을 보시오⁠!⁠”

마당이 잠깐 조용했다가 웃음이 터졌다⁠. 누가 외쳤다⁠. 새벽 승리도 산 거 아니냐고⁠. 다른 사람이 받았다⁠. 이번엔 얼마 받았냐고⁠. 표사의 얼굴이 붉어졌다⁠. 표사는 붕대 감은 팔을 높이 든 채 서 있었고⁠, 아무도 엽전을 던지지 않았다⁠.

“⁠아무도 안 본 승리는 방에 없소⁠.⁠” 방주가 대청 문턱에서 부드럽게 말했다⁠. “⁠표사 양반⁠, 팔 아프면 쉬시오⁠. 표국 일감은 다음 달에도 있으니⁠.⁠”

표사가 팔을 내렸다⁠. 목령을 보았다⁠. 미안하다는 얼굴이었다⁠. 목령은 고개를 저었다⁠. 표사의 팔을 꺾은 것은 목령이었다⁠. 미안해야 할 사람이 있다면 목령이었다⁠.

방주가 대청 문턱에 나와 마당을 보았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아도 마당 끝까지 들렸다⁠.

“⁠한가위 비무의 조건을 기억하시오⁠. 보름 안에 열 위 안⁠. 오늘이 열이틀이오⁠. 남은 사흘⁠, 막내가 다시 올라오면 비무는 산다⁠.⁠” 방주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다만 이제부터 일곱 고을 객잔 어느 추천 탁자에서도 청송문 이야기는 하지 않소⁠. 정이 들어간 이야기를 손님께 올릴 수는 없으니까⁠. 이건 손님을 위한 일이오⁠.⁠”

손님들 몇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주의 말에는 틀린 데가 없었다⁠. 목령은 틀린 데가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

“⁠공자 이야기는요⁠?⁠” 마당에서 누가 외쳤다⁠. “⁠공자도 산 거라며⁠!⁠”

방주가 소리 난 데를 보았다⁠.

“⁠공자 이야기는 공자한테 물으시오⁠. 나는 공자 입이 아니오⁠.⁠” 방주가 등을 돌렸다⁠. “⁠차가 식었네⁠.⁠”

*

참새는 해가 지기 전에 젓갈 가게 이 층에서 쫓겨났다⁠. 젓갈 가게 주인은 방주에게 세를 내는 사람이었다⁠. 주인은 미안하다는 말을 세 번 하고⁠, 참새의 보따리를 계단 밑에 내려놓았다⁠. 찻잔 열두 개가 보따리 안에서 서로 부딪쳐 달그락거렸다⁠.

목령은 나루터 계단에서 참새를 찾았다⁠. 참새는 보따리를 무릎에 안고 강을 보고 있었다⁠. 장강에 해가 붉게 내려앉았다⁠. 일곱 고을 객잔 어디에서도 참새를 추천 탁자에 앉히지 않는다는 쪽지가 오후에 전서구로 나갔다고⁠, 나루터 짐꾼들이 수군거렸다⁠.

목령은 참새 옆에 앉았다⁠. 둘 다 한참 말이 없었다⁠.

“⁠진짜를 하니까 아무도 안 들어⁠.⁠” 참새가 말했다⁠. 웃음 섞인 목소리였는데 앞니 사이로 바람이 새지 않았다⁠. “⁠웃기지⁠. 거짓말할 때는 일곱 고을이 들었는데⁠.⁠”

“⁠들었소⁠. 다들 들어서 바구니를 엎었지⁠.⁠”

“⁠들은 건 내 이야기가 아니야⁠. 내 이야기 듣고 화난 자기 엽전 이야기지⁠.⁠” 참새가 보따리를 풀어 찻잔 하나를 꺼냈다⁠. 목령이 고갯길 바위에서 주워다 준 이 나간 흰 찻잔이었다⁠. “⁠막내야⁠, 미안해⁠. 너 열한 위야⁠. 사흘 안에 한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이야기해 줄 사람이 없어⁠.⁠”

“⁠사저 잘못 아니오⁠.⁠”

“⁠두 해 전 쌀도⁠?⁠”

목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강에서 고깃배 하나가 그물을 걷고 있었다⁠. 그물코마다 물방울이 해를 받아 반짝이다 떨어졌다⁠.

“⁠어제 왜 쪽지를 태웠소⁠?⁠” 목령이 물었다⁠. “⁠방주 이야기를 했으면 사저는 지금 추천 탁자에 있었을 거요⁠.⁠”

“⁠네가 쌀 이야기 전하고 갔잖아⁠. 해 달라는 말도 안 하고⁠.⁠” 참새가 찻잔을 손바닥에 굴렸다⁠. “⁠사부님이 문간에서 봤다는데 안 불렀대⁠. 그 말 듣고 나니까 방주 쪽지가 입에 안 들어갔어⁠. 두 해 동안 방주 차를 마셨는데⁠, 어제 처음으로 차 맛이 났어⁠. 썼어⁠.⁠”

목령은 참새의 손에서 찻잔을 받아 들었다⁠. 이 나간 자리가 엄지에 닿았다⁠. 철검의 이 빠진 자리와 비슷한 크기였다⁠. 대신 참새의 보따리를 들었다⁠. 무거웠다⁠. 찻잔 열두 개의 무게가 아니었다⁠. 참새가 두 해 동안 손에 익힌 열두 가지 한 모금의 무게였다⁠.

“⁠산에 가요⁠.⁠” 목령이 일어났다⁠. “⁠사당에 방 하나 비었소⁠. 비는 이제 안 새오⁠. 일 위가 기와를 갈았소⁠.⁠”

*

같은 저녁⁠, 은선문 대문 앞에 쌀 수레가 왔다가 돌아갔다⁠. 백리현은 대문 앞에서 수레꾼과 마주했다⁠. 쌀 상인 둘 가운데 큰 상인의 수레였다⁠. 수레에는 쌀가마니가 실려 있었다⁠. 수레꾼은 가마니를 내리지 않았다⁠.

“⁠주인 어른 말씀이⁠, 이번 달 쌀은 안 내린답니다⁠.⁠” 수레꾼이 모자를 벗었다⁠. 리현의 얼굴을 바로 보지 못했다⁠. “⁠일 위가 산 일 위라면⁠, 일 위 보고 낸 쌀도 산 쌀이 된다고요⁠.⁠”

“⁠한가위 비무가 사흘 남았네⁠.⁠”

“⁠비무가 열리면 그때 다시 오겠답니다⁠.⁠” 수레꾼이 고삐를 당겼다⁠. “⁠공자님⁠, 저희 애도 공자님 꽃잎 이야기 듣고 컸습니다⁠. 저는 아직도 좋습니다⁠. 그런데 주인 어른은 좋은 걸로 쌀을 안 내십니다⁠.⁠”

수레가 돌아갔다⁠. 소금 상인은 아침에 사람을 보내 다음 달부터라고 했고⁠, 기름 상인과 장작 상인은 아예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 남은 쌀 상인 하나는 오늘 아침 반 가마니를 내려놓고 갔다⁠. 리현은 대문을 닫고 부엌으로 갔다⁠. 원주가 큰솥에 물을 붓고 있었다⁠. 한 바가지⁠, 또 한 바가지⁠. 솥 밑에 깔린 쌀이 물속에서 하얗게 흔들렸다⁠.

“⁠애들한테 오늘은 객잔에 가지 말라고 했다⁠.⁠” 원주가 말했다⁠. 돌아보지 않았다⁠. “⁠부채춤 추면 손님들이 이제 엽전 대신 산 춤이라고 할 테니까⁠.⁠”

리현은 문턱에 멈춰 있었다⁠. 손목의 천이 풀려 있었다⁠. 다시 감지 않았다⁠.

원주가 솥뚜껑을 덮고 선반의 밥그릇을 보았다⁠. 그릇을 세지 않았다⁠. 원주가 국자를 리현에게 건넸다⁠.

“⁠오늘은 네가 퍼라⁠. 나는 손이 떨려서 못 푸겠다⁠. 애들 앞에서 손 떨리면 애들이 안다⁠.⁠”

*

밤이 깊어 목령과 참새가 산문에 닿았을 때⁠, 산문 앞 돌계단에 작은 불빛 다섯이 모여 있었다⁠. 초롱이었다⁠. 초롱을 든 아이들이 돌계단에 쪼그려 앉아 있다가 목령을 보고 일어났다⁠. 은선문 아이들이었다⁠. 앞니 빠진 아이가 맨 앞에 있었다⁠. 나무 부채를 허리띠에 꽂고 있었다⁠.

“⁠누나⁠.⁠”

목령은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신발이 다 젖어 있었다⁠. 둑길에서 솔숲까지⁠, 어른 걸음으로 한 시진 넘는 길이었다⁠.

“⁠원주님 몰래 왔어요⁠.⁠” 앞니 빠진 아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작았다⁠. 하나 둘 셋을 하나 두 쉐로 세던 목소리였다⁠. “⁠쌀이 떨어졌어요⁠. 원주님이 국에 물만 부어요⁠. 형들이 그러는데⁠, 누나가 이기면 쌀이 다 누나네로 간대요⁠.⁠”

아이가 초롱을 내려놓고 허리띠에서 나무 부채를 뽑았다⁠. 부채를 펴서 목령에게 내밀었다⁠. 부채 살 하나가 부러져 있었다⁠.

“⁠이거 드릴 테니까요⁠.⁠” 아이의 입술이 떨렸다⁠. “⁠쌀 조금만 주세요⁠.⁠”

참새가 보따리를 떨어뜨렸다⁠. 찻잔들이 돌계단 위에서 부딪쳤다⁠. 목령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무 부채를 받지 않았다⁠. 손을 뻗어 아이의 젖은 신발을 쥐었다⁠. 신발이 차가웠다⁠.

사당 부엌에서 사부가 초롱을 들고 나왔다⁠. 사부는 산문 앞 돌계단의 아이들을 보고⁠, 무릎 꿇은 목령을 보고⁠, 아무 말 없이 부엌으로 돌아갔다⁠. 곧 부엌에서 쌀독 뚜껑 여는 소리가 났다⁠. 사부가 지난 열흘 동안 아껴 둔 방주의 첫 섬⁠, 바닥에 남은 쌀을 바가지로 긁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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