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477자)
돈 받은 팔
소문 순위로 줄 세우는 강호 · 한빛결
장강 표국 마당은 새벽에 물 냄새가 났다. 마당 한가운데 우물에서 철팔 표사가 웃통을 벗고 물을 끼얹고 있었다. 팔꿈치 안쪽에 시퍼런 멍이 들어 있었다. 사흘 전 목령의 철검 옆면이 닿은 자리였다. 표사는 두레박을 내려놓다가 대문 앞의 목령을 보고 손을 멈췄다.
“이른 손님이군.” 표사가 젖은 머리를 털었다. “방주 어른한테 들었나?”
“들었소. 열 냥.”
표사가 웃으려다 말았다. 두레박 줄을 우물 턱에 감았다. 마당에는 둘뿐이었다. 지붕 위에 붓을 든 사람도 없었고, 담장 너머로 기웃거리는 머리도 없었다. 표국 사람들은 아직 자고 있었다.
“다시 붙읍시다.” 목령이 말했다. “돈 안 받은 팔로.”
“열 냥 받고 진 놈이 무슨 낯으로 다시 붙나.”
“낯은 안 보오. 팔을 보지.”
표사가 목령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목령의 팔뚝에 감긴 천을 보고, 걷어붙인 소매를 보고, 이 빠진 철검을 보았다. 표사가 우물가에 벗어 둔 팔찌를 집어 들었다. 손목에서 팔꿈치까지 덮는 쇠 팔찌였다. 맨팔로 칼을 받아 낸다는 이야기는 팔찌 위에 소매를 내려 덮고 만든 이야기였다.
“이건 차도 되나?”
“차시오. 나도 칼 들었소.”
*
표사는 사흘 전과 달랐다. 덮치지 않았다. 두 팔을 얼굴 앞에 모으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목령이 칼끝으로 무릎을 노리자 팔찌로 내려 쳐 냈다. 쇠와 쇠가 부딪쳐 손바닥이 저렸다. 목령은 물러나며 다시 찔렀고, 표사는 다시 쳐 냈다. 세 번째에 표사가 칼을 쳐 내는 대신 팔찌로 칼날을 감아 쥐었다. 철검이 표사의 팔과 몸 사이에 끼었다.
목령은 칼을 빼려고 당겼다. 표사가 비틀었다. 철검의 날이 팔찌 위를 미끄러지며 돌아 나왔고, 돌아 나온 날이 목령의 왼 팔뚝을 긁고 지나갔다. 감아 둔 천이 갈라졌다. 천 밑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목령은 숨을 들이쉬었다. 아팠다. 아픈 자리가 뜨거웠다. 사흘 전 손바닥에는 아무 감촉이 없었는데, 오늘은 팔뚝이 다 느꼈다.
표사가 다시 들어왔다. 목령은 물러나지 않았다. 표사의 오른팔이 내려오는 순간 왼발을 반 보 안으로 넣고 몸을 낮췄다. 팔찌가 목령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목령은 사흘 전과 같은 자리, 팔꿈치 안쪽 팔찌가 끝나는 맨살에 철검 옆면을 내리쳤다. 표사의 팔이 버텼다. 통나무처럼 단단했다. 목령은 칼을 거두지 않고 같은 자리를 한 번 더 쳤다. 두 번째에 팔이 접혔다. 칼보다 늦게, 제대로 접혔다.
표사가 무릎을 꿇었다. 이번에는 팔을 감싸 쥐며 신음을 냈다.
“이번엔.” 표사가 이를 악물었다. “진짜로 아프네.”
목령은 칼을 내렸다. 팔뚝에서 피가 손등까지 흘러내렸다. 목령은 도복 자락으로 피를 닦지 않았다. 손등에 흐르는 대로 두었다.
*
표사가 우물물로 목령의 팔뚝을 씻어 주었다. 표국 무사들이 늘 지니는 쑥 고약을 발라 주었고, 새 무명천으로 다시 감아 주었다. 손이 커서 매듭이 굵었다.
“공자 이야기를 해 주지.” 표사가 천 끝을 이로 물어 끊었다. “세 해 전에 나도 공자한테 졌어. 열다섯 냥. 그때는 지금보다 비쌌지.”
“공자가 알았소?”
“붙는 순간 알았을 거다. 나는 일부러 졌고, 공자는 일부러 이겼으니까. 그런데 비무가 끝나고 공자가 나한테 와서 그러더군. 팔은 괜찮냐고.” 표사가 팔꿈치의 멍을 문질렀다. “안 다친 팔을 묻는 사람은 처음이었어. 그래서 기억해.”
“바람잡이들은 일곱 고을에 다 있소?”
“객잔마다. 객잔 주인들은 방주한테 엽전을 받고 앞줄을 내주지. 손님들은 앞줄을 보고 던지고.” 표사가 일어나 팔찌를 풀었다. “아가씨, 오늘 일은 아무도 안 봤어. 오늘 이긴 건 방에 안 올라가.”
“알아요.”
목령은 피 묻은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방에 올라가지 않는 승리가 손등에서 마르고 있었다.
*
둑으로 가는 길은 아침 장터를 지났다. 장터 어귀에 그림쟁이 하나가 좌판을 펴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종이에 먹으로 한 장면씩 그려 두 푼에 파는 그림쟁이였다. 좌판에 그림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부채를 펴고 꽃잎을 날리는 은백색 머리의 사내, 만두 찜통을 산처럼 쌓아 놓고 입을 벌린 소매 걷은 여자, 지붕 위에서 서로 부둥켜안은 두 사람.
목령은 마지막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림 속 여자는 소매를 걷고 머리를 높이 묶었고, 그림 속 사내의 허리까지 오는 머리가 바람에 날렸다. 기와 한 장이 둘의 발밑에서 깨져 있었다. 깨진 기와만 맞았다.
“그거 오늘 아침에 제일 잘 나가요.” 그림쟁이가 붓을 빨며 말했다. “두 장 사면 만두 그림 하나 덤으로 드려요.”
나루터 아이 둘이 엽전을 내고 지붕 그림을 한 장씩 사 갔다. 아이 하나가 그림을 들고 가다가 목령을 돌아보고, 그림을 보고, 다시 목령을 보았다. 아이가 목령의 소매를 가리키며 친구에게 속삭였다. 진짜다.
목령은 팔뚝의 붕대를 소매로 덮고 걸음을 빨리했다. 그림쟁이가 뒤에서 외쳤다. 아가씨 그림도 한 장 그려 드릴까요, 실물 보고 그리면 반값이에요.
*
해가 둑 위로 올라왔을 때 목령은 은선문 담 앞에 닿았다. 리현은 둑 위에 앉아 강을 보고 있었다. 흰 비단옷이 아니라 무명옷 차림이었고, 허리까지 오는 은백색 머리를 위에서 조금 묶은 끈만 그대로였다. 무릎 옆에 먹 그림 접부채가 접혀 놓여 있었다.
리현이 목령의 팔뚝에 감긴 새 천을 보았다. 매듭이 굵었다.
“표국 매듭이군.”
“철팔 표사와 다시 붙었소. 아무도 안 보는 데서.”
“이겼나?”
“이번엔 진짜로.”
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령은 둑 위에 앉지 않고 선 채 어젯밤 삼 층에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열 냥과 다섯 냥, 바람잡이들의 연습, 판돈의 열에 일곱, 일 위가 떨어지는 이야기. 리현은 끝까지 듣는 동안 한 번도 끼어들지 않았다. 강물에 배 한 척이 지나갔다.
“열 번이라고 하던가?” 리현이 물었다.
“열두 번 가운데 열 번.”
“나는 여덟 번까지 알았네.” 리현이 웃었다. 웃음이 길지 않았다. “둘은 내가 진짜로 이긴 줄 알았지. 그 둘이 제일 기뻤는데.”
“방주가 공자를 내리려고 하오.”
“어젯밤 원주가 쌀 빚 문서를 꺼내더군. 세 해 동안 찬장에 있던 종이를.” 리현이 부채를 집어 손바닥에 굴렸다. “그때 알았네. 다만 자네 입으로 듣는 건 다르군. 차가 더 쓰네.”
목령은 리현의 손목을 보았다. 천이 감겨 있었다.
“어쩔 거요?”
“이번엔 진짜로 이기겠네.”
“손목이 백 번이오.”
“그럼 아흔아홉 번 안에 끝내야지.” 리현이 부채를 탁 폈다. 먹 그림이 아침 햇살에 번졌다. “자네가 이기면 방주가 이기고, 내가 이기면 애들이 먹네. 계산이 간단하지 않나. 이번엔 져 달라고 안 하겠네. 부탁하는 사람은 못 이기거든.”
“내가 방주 말대로 이기면 공자는.”
“그건 자네가 고를 일이고.” 리현이 일어났다. 발목이 아직 부어 있어서 한 번 기우뚱했다. “다만 한 가지만 해 주게. 칼이 먼저 나가는 버릇 말이야. 한가위에도 그 버릇은 버리지 말게. 내가 진짜로 이기려면 자네도 진짜여야 하니까.”
*
점심때가 되자 장강제일객잔 마당에 목수들이 몰려왔다. 비무대 다리에 새 기둥을 덧대고 널을 한 층 더 올렸다. 다리에 붙은 종이가 「지금 스무 자」로 바뀌었다. 비무대 꼭대기가 객잔 이 층 지붕보다 높아졌다.
지붕 위의 이야기꾼들이 붓을 든 채 투덜거렸다. 비무대가 지붕보다 높으면 위에서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 이야기꾼들은 하나씩 사다리를 타고 삼 층 지붕으로 옮겨 앉았다. 맨 늦게 오른 젊은 이야기꾼이 기와를 밟다 미끄러져 처마에 매달렸고, 마당의 짐꾼들이 박수를 쳤다. 젊은 이야기꾼은 처마에 매달린 채로도 붓을 놓지 않았다.
삼 층 창문이 열리고 새장 셋이 창턱에 놓였다. 방주가 비둘기를 한 마리씩 꺼내 발목에 쪽지를 매달았다. 비둘기가 하나씩 날아올랐다. 일곱 고을로 가는 새였다. 마당의 사람들이 고개를 젖히고 비둘기를 셌다. 서른 마리를 넘기자 세기를 그만두었다.
해 질 녘 방 기둥에 쪽지가 줄줄이 붙었다. 점원이 다른 고을에서 돌아온 쪽지를 읽어 주었다.
「한가위 비무 — 일곱 고을 객잔 추천 탁자에서 같은 시각에 같은 이야기를 한다 · 무림맹 사자, 한가위 전날 나루 고을에 든다」
「상류 고을 소식 — 청송문 막내는 키가 아홉 자, 문을 지날 때마다 허리를 굽힌다」
「하류 고을 소식 — 청송문 막내는 은선공자의 잃어버린 누이라는 말이 있음」
「포구 고을 소식 — 청송문 막내는 사람이 아니라 산에서 내려온 곰이라는 말이 있음 · 만두를 좋아하는 것이 그 증거」
마당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목령은 웃지 않았다. 나무 방에는 「삼 위 청송문 단목령」이 올라 있었다. 오늘 아무도 보지 않은 데서 이긴 일은 방 어디에도 없었다. 목령은 붕대 감은 팔뚝을 소매로 덮었다.
*
밤이 깊어 마당의 구경꾼들이 다 흩어진 뒤, 목령은 혼자 비무대에 올랐다. 사다리가 스무 자였다. 꼭대기에 올라서자 강바람이 도복 자락을 세게 잡아당겼다. 아래로 객잔 이 층 지붕이 내려다보였고, 고을 지붕들이 달빛에 비늘처럼 겹쳐 있었다. 솔숲 꼭대기의 청송문 사당은 보이지 않았다.
목령은 신을 벗고 맨발로 널을 밟았다. 새로 깐 소나무 널이라 송진이 발바닥에 묻어났다. 한 장씩 밟으며 소리를 들었다. 마흔 해 묵은 기와와 달리 널은 다 새것이었고, 새것이라서 소리가 다 같았다. 다 같은 소리 밑에서 무엇이 다른지 귀가 아직 가려내지 못했다.
목령은 비무대 가운데에 쪼그려 앉아 널 이음매를 손바닥으로 쓸었다. 못대가리가 손바닥에 하나씩 닿았다. 비무대 아래에서 목수 하나가 연장 자루를 챙기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목수는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려 나갔다.
*
참새는 측간 앞 탁자에서 사흘째 찻잔을 씻고 있었다. 오늘 하루 참새의 이야기를 들은 손님은 측간에 가는 길에 멈춘 사람 셋이었다. 엽전은 한 닢도 안 떨어졌다.
등불이 켜질 무렵 방주가 탁자 맞은편에 앉았다. 방주는 차를 따르지 않았다. 품에서 접힌 쪽지 한 장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읽어 봐.”
참새는 쪽지를 펼쳤다. 방주의 글씨가 아니었다. 또박또박 쓴 서당 글씨였다.
「은선공자의 꽃잎은 명주실로 날린 가짜 · 청송문 막내가 밤에 은선문 담을 넘어 공자의 맨 부채를 훔쳐보았다 · 일 위의 손목은 백 번을 못 버틴다」
참새의 손이 쪽지 위에서 멈췄다. 갈대밭에서 들은 것, 나루터 부채 영감에게서 들은 것이 다 들어 있었다. 참새가 지어내지 않은 것들이었고, 참새가 하지 않기로 한 것들이었다. 담을 넘었다는 한 줄만 지어낸 것이었다.
“내일 해 질 녘, 추천 탁자에서.” 방주가 일어났다. “이걸 하면 추천 탁자는 네 거다. 한가위 지나고도, 내년에도. 일곱 고을 추천 탁자에서 네 이야기를 같은 시각에 하게 해 주지.”
“담을 넘었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한 줄쯤은 양념이야. 양념 없는 국은 원주네 국 맛이지.” 방주가 참새의 찻잔 하나를 들어 등불에 비춰 보았다. “막내 말을 들으면 너는 내일도 측간 앞이다. 고르는 건 네 입이야.”
방주가 계단을 올라갔다. 참새는 쪽지를 접었다 폈다 했다. 측간 문이 열리고 닫혔다. 지나가던 손님 하나가 참새의 탁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오늘은 이야기 안 하냐고. 참새는 대답하지 않고 쪽지를 찻잔 밑에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