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363자)

철팔 표사

소문 순위로 줄 세우는 강호 · 한빛결

참새의 하숙방은 나루터 젓갈 가게 이 층에 있었다⁠.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곰삭은 새우 냄새가 코를 찔렀고⁠, 방문을 열자 냄새가 한 겹 더 짙어졌다⁠. 방 안에는 이불 한 채와 찻잔 열두 개가 있었다⁠. 찻잔은 크기도 빛깔도 제각각이었다⁠.

“⁠객잔마다 찻잔 무게가 달라⁠.⁠” 참새가 목령의 눈길을 따라 찻잔을 보았다⁠. “⁠한 모금이 얼마만 한지 손에 익혀야 이야기가 안 남고 안 모자라⁠.⁠”

목령은 문턱에 선 채 말했다⁠. 아침에 사부가 방주의 쌀로 지은 흰밥을 먹었고⁠, 밥알이 아직 목에 걸린 기분이었다⁠.

“⁠조건이 있어⁠.⁠”

“⁠말해⁠.⁠”

“⁠진짜 있었던 일만 해⁠. 지어내지 마⁠.⁠”

참새가 찻잔 하나를 집어 손바닥에 굴렸다⁠. “⁠진짜만으로는 안 터져⁠, 막내야⁠. 진짜는 길거든⁠. 진짜를 짧게 하는 거야⁠. 그건 할 수 있어⁠.⁠”

“⁠짧게 하는 건 지어내는 거랑 뭐가 달라⁠?⁠”

“⁠빼는 거랑 넣는 거의 차이지⁠.⁠” 참새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내 조건도 있어⁠. 하루에 한 사람씩 넘어⁠. 그리고 이길 때마다 한마디씩 해⁠. 사람들이 따라 할 만한 걸로⁠.⁠”

“⁠무슨 한마디⁠?⁠”

“⁠그건 네 입에서 나와야 돼⁠. 내가 지으면 지어낸 거잖아⁠.⁠” 참새가 웃었다⁠. 앞니 사이로 바람이 샜다⁠. “⁠해 봐⁠. 방금 이겼다 치고⁠.⁠”

목령은 한참 생각했다⁠. 젓갈 냄새 때문에 생각이 잘 안 됐다⁠. 아침에 먹은 흰밥이 다 꺼져 있었다⁠.

“⁠배고프다⁠.⁠”

참새가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

사흘 동안 목령은 날마다 마당의 비무대에 올랐다⁠. 비무대는 평상 위에 널을 덧대어 세 자 높이가 되어 있었고⁠, 다리에 붙은 종이는 「⁠소문 따라 높아짐 — 지금 세 자⁠」로 바뀌어 있었다⁠.

일흔 위 쌍도 사내는 칼 두 자루를 번갈아 휘두르는 버릇이 있어서⁠, 왼칼이 나갈 때 오른 겨드랑이가 열렸다⁠. 목령은 열린 겨드랑이를 철검 끝으로 한 번 짚었다⁠. 마흔 위 창잡이는 창이 길었다⁠. 창끝이 목령의 발등과 무릎과 목을 차례로 찾아왔고⁠, 목령은 비무대 가장자리까지 밀렸다⁠. 발뒤꿈치 밑으로 널 끝이 느껴졌다⁠. 창잡이가 마지막으로 크게 찔러 오는 순간 목령은 물러나지 않고 창대 밑으로 몸을 낮춰 미끄러져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는 데 반나절 같은 한 호흡이 걸렸고⁠, 들어가고 나서는 끝이 금방 났다⁠. 철검 손잡이가 창잡이의 손등을 쳤고⁠, 창이 비무대 밖으로 떨어졌다⁠. 목령은 이길 때마다 비무대 끝에 서서 마당을 내려다보며 같은 말을 했다⁠.

“⁠배고프다⁠.⁠”

참새는 저녁마다 추천 탁자에서 찻잔을 들었다⁠. 지어내지는 않았다⁠. 쌍도 사내의 겨드랑이와 창잡이의 반나절 같은 한 호흡을 말하고⁠, 마지막에 찻잔을 내려놓으며 목령의 한마디로 끝냈다⁠. 손님들이 차를 삼키고 따라 외쳤다⁠. 배고프다⁠! 엽전이 떨어졌다⁠.

이야기는 참새 입을 떠나면 참새 것이 아니었다⁠. 전서구가 일곱 고을을 돌아오는 동안 이야기는 저 혼자 자랐다⁠. 이튿날 쪽지에서 목령은 콧김으로 쌍도 사내를 비무대 밖으로 날렸고⁠, 사흘째 쪽지에서는 창잡이의 창을 이로 물어 끊었다⁠. 나루터 아이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막대기를 이로 무는 놀이를 했다⁠. 객잔 대청에는 소매를 걷은 손님들이 늘어 갔다⁠. 먹 그림 부채를 든 손님들은 소매 걷은 손님들 옆에 앉지 않았다⁠.

「⁠스무 위 청송문 단목령⁠」

사흘째 해 질 녘 마당에서 나무 방을 올려다보는데⁠, 목령의 귀에 대청 문간 손님들의 말소리가 들어왔다⁠.

“⁠배고프다던 애 말이야⁠, 진짜 배고파 보이지 않냐⁠? 그래서 좋아⁠.⁠”

목령은 이날 밤 처음으로 밥을 남겼다⁠.

*

엿새째 아침⁠, 비무대는 다섯 자가 되어 있었다⁠. 마당이 꽉 찼다⁠. 나루터 짐꾼들은 짐을 내려놓고 왔고⁠, 젓갈 가게 주인은 가게 문을 닫고 왔다⁠. 오늘의 상대는 방의 열 위였다⁠. 열 위를 넘으면 목령은 한가위에 비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철팔 표사는 웃통을 벗고 비무대에 올라왔다⁠. 장강 표국의 무사로⁠, 맨팔로 수적의 칼을 받아 냈다는 이야기로 열 위까지 오른 사내였다⁠. 팔뚝이 목령의 허벅지만 했다⁠. 표사가 두 팔을 들어 알통을 세우자 마당의 아가씨들이 비명을 질렀다⁠. 표사가 목령을 내려다보았다⁠.

“⁠열 위 안에 들면 무림맹 호위 일감이 표국으로 바로 와⁠. 우리 표국 사람이 서른이야⁠. 미안하지만 아가씨⁠, 오늘은 못 비켜 주겠네⁠.⁠”

“⁠비켜 달라고 안 했소⁠.⁠”

표사가 먼저 왔다⁠. 두 팔을 벌려 목령을 끌어안듯 덮쳤다⁠. 잡히면 끝이었다⁠. 목령은 왼발을 뒤로 빼며 몸을 반 바퀴 돌렸고⁠, 표사의 오른팔이 목령의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지나가는 팔꿈치 안쪽⁠, 살이 얇은 자리에 철검 옆면을 내리쳤다⁠. 날이 아니라 옆면이었다⁠. 쇠가 살을 치는 소리가 짧게 났다⁠.

표사의 팔이 꺾였다⁠. 표사가 무릎을 꿇었고⁠, 꿇은 채로 오른팔을 감싸 쥐었다⁠. 마당이 터졌다⁠. 객잔 지붕 위의 이야기꾼들이 저마다 붓을 놀렸다⁠. 소매를 걷은 사람들이 일제히 외쳤다⁠. 배고프다⁠!

목령은 칼을 내리지 않았다⁠. 손바닥이 이상했다⁠. 철검 옆면으로 친 팔은 통나무처럼 버텨야 했다⁠. 표사의 팔꿈치는 목령의 칼이 닿기도 전에 먼저 접혔다⁠. 물에 젖은 장작을 패려고 도끼를 내렸는데 장작이 저절로 갈라진 느낌이었다⁠.

표사가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나 비무대에서 내려갔다⁠. 목령을 보지 않았다⁠.

*

환호가 가라앉기 전에 비무대 계단으로 흰 비단 자락이 올라왔다⁠. 마당이 다시 들끓었다⁠. 둘이 같은 비무대에 올랐다고⁠, 누가 외쳤다⁠. 백리현이 목령 앞에 와서 먹 그림 접부채를 펴 들고 웃으며 마당에 인사했다⁠. 위에서 조금 묶은 은백색 머리가 허리께에서 강바람에 날렸다⁠.

“⁠열 위 안에 든 것을 축하하러 왔네⁠.⁠” 리현이 웃으며 말했다⁠. 마당이 시끄러워서 목령 말고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리현의 목소리가 한 겹 낮아졌다⁠. “⁠청송문 사당 지붕이 샌다지⁠. 참새 이야기꾼이 대야 이야기를 하더군⁠.⁠”

“⁠사저가 그 이야기까지 했소⁠?⁠”

“⁠빗물 떨어지는 소리로 박자를 맞춰 칼을 익혔다는 이야기였네⁠. 좋은 이야기였어⁠.⁠” 리현이 부채를 천천히 부쳤다⁠. “⁠거래하세⁠. 한가위에 져 주게⁠. 대신 기와 삼백 장을 올려 보내지⁠. 목수까지 붙여서⁠.⁠”

목령은 리현의 손목을 보았다⁠. 부채를 부치는 손목이 오늘도 조금 늦었다⁠.

“⁠지붕은 내가 고치오⁠.⁠”

“⁠기와 한 장이 얼마인지는 아나⁠?⁠”

“⁠모르오⁠. 그러니 내가 이기면 알게 되겠지⁠.⁠”

리현의 부채가 멈췄다⁠. 웃음은 그대로였다⁠. 리현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마당에서 날아온 무언가가 리현의 어깨에 철썩 붙었다⁠. 만두였다⁠.

먹 그림 부채를 든 아가씨 하나가 비무대 아래에서 외쳤다⁠. “⁠공자님 옆에 서지 마⁠!⁠” 아가씨는 목령에게 던진 것이었고⁠, 빗나갔다⁠. 소매 걷은 짐꾼 하나가 제 찜통에서 만두를 집어 아가씨네 패로 던졌다⁠. 만두가 마당을 가로질러 오가기 시작했다⁠. 젓갈 가게 주인은 피하다가 다른 사람의 만두를 받아먹었다⁠. 목령의 이마에도 하나가 와서 맞았다⁠. 고기만두였다⁠. 아직 따뜻했다⁠.

리현이 어깨에서 만두를 떼어 냈다⁠. 한 입 먹었다⁠.

“⁠나루터 만두로군⁠.⁠” 리현이 부채를 접었다⁠. “⁠이 맛이 어디 가겠나⁠. 한가위에 보세⁠.⁠”

리현은 날아오는 만두 사이로 비무대를 내려갔다⁠. 먹 부채 패가 만두를 멈추고 길을 열었다⁠. 목령은 이마에서 만두를 떼어 들고 서 있었다⁠. 만두에서 김이 났다⁠.

*

방주의 객잔 삼 층은 창이 강을 향해 나 있었다⁠. 백리현은 창가에 서서 마당을 내려다보았다⁠. 짐꾼들이 만두 찌꺼기를 비로 쓸고 있었고⁠, 비무대 다리에 붙은 종이를 누가 「⁠지금 다섯 자⁠」에서 「⁠곧 열 자⁠」로 고쳐 쓰고 있었다⁠.

방주는 찻상 앞에 앉아 차를 우렸다⁠. 첫 물은 버리고⁠, 두 번째 물을 잔에 따르고⁠, 냄새를 맡은 뒤 한 모금 머금었다⁠. 리현이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기와 삼백 장을 물리더군요⁠.⁠”

“⁠물릴 줄 알았지⁠.⁠” 방주가 차를 삼켰다⁠. “⁠지붕 고쳐 준다고 지는 애면 열 위까지 올라오지도 않았어⁠.⁠”

“⁠그럼 저 아이를 왜 올리셨습니까⁠?⁠”

방주가 웃었다⁠. 대답 대신 리현의 잔에 차를 따랐다⁠. 리현은 창가에서 와서 잔을 들었다⁠. 단맛이 혀끝에 오래 남는 차였다⁠.

“⁠너는 다섯 해째 단맛이야⁠.⁠” 방주가 제 잔을 비웠다⁠. “⁠단맛은 처음엔 다들 좋아해⁠. 오래 가면 물리지⁠. 손님 입이 물리기 전에 차를 바꾸는 게 내 일이고⁠.⁠”

리현은 잔을 내려놓았다⁠. 잔 바닥에 찻잎 하나가 붙어 있었다⁠. 리현은 찻잎을 손톱으로 떼어 창밖으로 튕겼다⁠.

“⁠은선문 쌀은 한가위까지 넉넉합니까⁠?⁠”

“⁠넉넉하지⁠. 한가위까지는⁠.⁠” 방주가 다음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 “⁠가 봐⁠. 오늘 이야기꾼들한테 줄 꽃잎 이야기가 모자라⁠.⁠”

*

그믐달이 다 지고 초승달이 막 실눈을 뜬 밤이었다⁠. 목령은 사당 처마 밑 대야 옆에 앉아 철검을 닦다가 사부에게 물었다⁠.

“⁠사부⁠. 사람 팔이 칼보다 먼저 접히는 수가 있소⁠?⁠”

사부는 혼자 두던 바둑판에서 눈을 들지 않았다⁠. 흑돌 하나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한참 굴렸다⁠.

“⁠있지⁠. 둘이다⁠. 이미 다친 팔이거나⁠.⁠” 사부가 흑돌을 놓았다⁠. “⁠접기로 한 팔이거나⁠.⁠”

“⁠접기로 한 팔⁠?⁠”

“⁠바둑도 그렇다⁠. 질 사람이 지기로 마음먹으면 돌이 먼저 죽으러 간다⁠. 이기는 사람 손에는 아무 감촉이 없지⁠.⁠” 사부가 백돌을 집었다⁠. “⁠표사 이야기냐⁠? 다람쥐들이 그러던데⁠, 열 위를 꺾었다며⁠.⁠”

목령은 철검의 이 빠진 자리를 엄지로 쓸었다⁠. 쇠가 차가웠다⁠.

“⁠감촉이 없었소⁠.⁠”

사부는 백돌을 놓지 않고 손에 쥔 채 목령을 보았다⁠. 대야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사부가 백돌을 통에 도로 넣었다⁠.

“⁠그럼 내일 가서 다시 물어봐라⁠. 칼 말고 입으로⁠.⁠” 사부가 바둑판을 밀었다⁠. “⁠아니다⁠. 오늘은 자라⁠. 방주 손님이 됐다며⁠. 손님은 피곤한 법이다⁠.⁠”

*

해 질 녘 나무 방에 새 이름들이 적혔다⁠. 「⁠구 위 청송문 단목령⁠」 방 기둥의 쪽지는 이랬다⁠.

「⁠청송문 막내⁠, 철팔 표사의 팔을 콧김으로 꺾음 · 은선공자⁠, 비무대 위에서 막내에게 만두를 먹여 줌 — 두 패 마당에서 만두 삼천 개 던짐⁠」

목령은 쪽지를 읽고 이마를 문질렀다⁠. 만두에 맞은 자리가 아직 기름졌다⁠.

계단 위에서 찻물 따르는 소리가 났다⁠. 방주가 찻주전자를 들고 내려와 추천 탁자 앞에 멈췄다⁠. 추천 탁자 맞은편에는 의자가 하나 있었다⁠. 방주의 손님만 앉는 의자라고 대청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방주가 의자를 손바닥으로 두 번 두드렸다⁠.

목령은 앉지 않았다⁠. 방주는 서두르지 않았다⁠. 찻잔 두 개에 차를 따르고⁠, 한 잔을 목령 앞에 놓고⁠, 제 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입 안에서 오래 굴렸다⁠.

“⁠이제 좀 우러났네⁠.⁠” 방주가 차를 삼켰다⁠. “⁠앉아⁠. 이제 너는 내 손님이다⁠.⁠”

“⁠손님이 무슨 뜻이오⁠?⁠”

“⁠내 대청에서 네 이야기를 한다는 뜻이지⁠. 엽전이 네 바구니로 간다는 뜻이고⁠. 산 위에 쌀이 올라간다는 뜻이고⁠.⁠” 방주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차 식는다⁠.⁠”

대청의 눈이 전부 목령과 의자에 와 있었다⁠. 참새가 추천 탁자 끝에서 찻잔을 든 채 목령을 보았다⁠. 목령은 의자에 앉았다⁠. 방주가 따른 차는 쓰지도 떫지도 않았고⁠, 아무 맛이 없었다⁠.

목령은 찻잔을 쥔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철팔 표사의 팔꿈치가 칼보다 먼저 접히던 감촉이 손바닥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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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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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곱줄2026.10.31· 3화

    구경꾼 패끼리 만두 던지며 싸우는 장면 너무 팬덤 같아요. 철팔 표사가 너무 쉽게 넘어간 건 이유가 있죠?

    • 한빛결작가2026.10.31

      있어요. 목령의 손바닥이 먼저 알아챘습니다. 방주의 추천 탁자를 잘 봐 주세요.

철팔 표사 · 소문 순위로 줄 세우는 강호 · 나오늘 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