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429자)

만두 서른 개

소문 순위로 줄 세우는 강호 · 한빛결

목령은 쏟아진 장작을 그대로 두고 대청으로 들어가 추천 탁자 앞까지 걸어갔다⁠. 이야기꾼이 찻잔을 들다 말고 목령을 올려다보았다⁠. 대청이 다시 조용해졌다⁠.

“⁠청혼 아니오⁠.⁠”

목령은 대청 끝까지 들리게 말했다⁠. 소매를 걷은 팔을 허리에 얹었고⁠, 얼굴은 화가 나서 달아올라 있었다⁠. 이야기꾼이 눈을 반짝이며 찻잔을 높이 들었다⁠. 손님들이 따라 들었다⁠.

“⁠청송문 막내가 대청 한가운데서 청혼을 부인했습니다⁠! 두 뺨이 복사꽃처럼 붉었습니다⁠! 붉은 뺨으로 아니라 하니⁠, 여러분⁠, 이게 아니라는 뜻이겠습니까⁠?⁠”

대청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아니요⁠!⁠”

엽전이 「⁠청송문⁠」 바구니로 우수수 떨어졌다⁠. 이 층 난간에서 먹 그림 부채를 든 아가씨 하나가 꽃잎 대신 땅콩 껍질을 던졌다⁠. 땅콩 껍질은 목령의 정수리에 맞고 튀어 이야기꾼의 찻잔에 빠졌다⁠. 목령은 입을 벌렸다가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하든 이야기꾼의 찻잔이 먼저 올라갈 것을 알았다⁠.

뒤에서 누가 목령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낯익은 손이었다⁠. 손톱 끝에 늘 먹물이 묻어 있던 손이었다⁠.

*

솔숲 고갯길을 오르는 내내 참새는 쉬지 않고 말했다⁠. 두 해 전 청송문을 떠날 때보다 말이 더 빨라져 있었다⁠. 객잔 세 군데의 추천 탁자를 돌며 하루에 한 모금 이야기를 스무 번 한다고 했다⁠. 이야기꾼들은 진짜 이름 대신 별호를 썼고⁠, 참새는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높아 참새였다⁠. 앞니 사이가 조금 벌어져 있어서⁠, 웃으면 이 사이로 바람 새는 소리가 났다⁠.

“⁠오늘 아침에 전서구 쪽지 보고 내가 얼마나 웃었는지 알아⁠? 우리 막내가 청혼을⁠. 그것도 은선공자한테⁠.⁠” 참새가 손에 든 대나무 찜통을 흔들었다⁠. 고기만두 냄새가 송진 냄새를 밀어냈다⁠. “⁠너 저녁 안 먹었지⁠? 이거 나루터 만두야⁠.⁠”

목령은 대답하지 않고 걸었다⁠. 산문 앞에서 참새가 걸음을 멈췄다⁠. 두 해 사이에 산문 기둥 하나가 더 기울어 있었다⁠.

사부는 부엌 문턱에서 보리를 일고 있다가 참새를 보더니 조리를 내려놓았다⁠.

“⁠참새냐⁠? 살이 좀 붙었구나⁠. 다행이다⁠.⁠”

“⁠사부님 무릎은요⁠?⁠”

“⁠무릎은 여전히 무릎이다⁠. 앉아라⁠.⁠”

사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두 해 전 겨울 참새가 인사도 없이 산을 내려간 일도⁠, 내려가서 무엇을 했는지도 묻지 않았다⁠. 목령은 사부가 묻지 않는 것이 더 화가 났다⁠. 참새가 부뚜막에 찜통을 내려놓고 뚜껑을 열자 김이 부엌 천장까지 올랐다⁠.

“⁠막내야⁠, 거래하자⁠.⁠” 참새가 만두 하나를 집어 목령 앞에 내밀었다⁠. “⁠네 이야기⁠, 나한테만 줘⁠. 청송문 사당에서 뭘 먹고 자랐는지⁠, 사부님 무릎은 왜 그렇게 됐는지⁠, 검의 이는 어쩌다 빠졌는지⁠. 내가 내일부터 추천 탁자에서 하나씩 풀게⁠.⁠”

“⁠싫어⁠.⁠”

“⁠지금 일곱 고을이 너를 은선공자한테 청혼한 막내로 알아⁠. 그건 네가 한 이야기가 아니잖아⁠. 남이 만든 거지⁠.⁠” 참새는 만두를 도로 찜통에 넣지 않고 제 입에 넣었다⁠. “⁠소문은 네가 안 만들면 남이 만들어⁠. 남이 만든 걸 바꾸려면 더 센 이야기가 있어야 해⁠.⁠”

“⁠검은 입으로 하는 게 아니야⁠.⁠”

“⁠그럼 뭘로 하는데⁠? 산 위에서 장작 패면서⁠?⁠”

목령은 아궁이 앞에서 일어났다⁠. 부엌이 좁아서 일어나자마자 참새와 코가 닿을 듯했다⁠.

“⁠사저는 두 해 전에 입을 골랐잖아⁠. 검 말고⁠.⁠” 목령이 말했다⁠. “⁠그러니까 내 검으로 이야기 팔지 마⁠.⁠”

참새의 입이 만두를 문 채 멈췄다⁠. 사부가 조리로 보리를 한 번 더 일었다⁠. 쌀알 부딪치는 소리가 사락사락 났다⁠. 참새는 만두를 천천히 씹어 삼키고 찜통 뚜껑을 덮었다⁠. 찜통은 부뚜막에 그대로 두고 일어났다⁠.

“⁠만두는 먹어⁠. 식으면 비려⁠.⁠” 참새가 문턱에서 돌아보았다⁠. “⁠막내야⁠, 보름이야⁠. 열 위까지 여든 사람을 넘어야 돼⁠. 칼로 하루에 몇 사람 넘을 건데⁠?⁠”

참새가 내려간 뒤 목령은 찜통을 열지 않았다⁠. 사부가 열었다⁠. 사부는 만두 하나를 반으로 갈라 김을 불어 식히더니 한쪽을 목령의 밥그릇에 얹었다⁠.

“⁠먹는 건 먹는 거고⁠, 화내는 건 화내는 거다⁠.⁠”

목령은 만두를 먹었다⁠. 맛있어서 더 화가 났다⁠.

*

이튿날 아침⁠, 장강제일객잔 마당 한가운데에 평상 하나가 놓였다⁠. 평상 다리에 종이가 한 장 붙어 있었다⁠.

「⁠한가위 비무대 — 지금은 평상⁠, 소문 따라 높아짐⁠」

목령은 평상 위에 올라가 마당이 다 들리게 청했다⁠. 방에서 여든아홉 위에 붙은 동네 무관 사범이 마침 마당에서 제자들에게 발차기를 가르치고 있었다⁠. 사범은 웃으며 올라왔다⁠. 덩치가 목령의 곱절이었고⁠, 발차기가 높았다⁠.

사범의 오른발이 목령의 귀를 노리고 높이 올라왔다⁠. 목령은 물러나지 않고 한 걸음 안으로 들어갔다⁠. 높이 찬 발은 안으로 들어온 사람을 못 맞힌다⁠. 칼집째 든 철검으로 사범의 디딤발 정강이를 툭 쳤다⁠. 사범이 기우뚱하며 주먹을 내질렀고⁠, 목령은 고개를 반 뼘 틀어 주먹을 흘려보낸 뒤 칼집 끝으로 사범의 명치를 짚었다⁠. 사범이 평상 끝에 엉덩방아를 찧었다⁠. 세 합이었다⁠.

사범의 제자 여섯이 박수를 쳤다⁠. 마당의 구경꾼은 그게 전부였다⁠.

대청 안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천 탁자의 이야기꾼이 마침 은선공자의 머리 이야기를 하는 중이었다⁠. 공자가 허리까지 오는 은백색 머리를 나루에서 감으면 강물의 잉어들이 머리카락을 따라 몰려든다는 이야기였다⁠. 「⁠은선문⁠」 바구니에 엽전 떨어지는 소리가 마당까지 들렸다⁠. 목령은 평상 위에서 칼집을 허리에 도로 찼다⁠. 「⁠청송문⁠」 바구니는 비어 있었다⁠.

사범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목령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 치네⁠. 근데 아가씨⁠, 요새는 잘 치는 걸 아무도 안 봐⁠. 잘 치는 이야기를 보지⁠.⁠” 사범이 방 기둥의 누런 공문을 턱으로 가리켰다⁠. “⁠나도 오십 위 안에 들어야 우리 애들 표국 호위 일감을 받는데⁠, 열 해째 여든 위 언저리야⁠. 발차기는 열 해 전보다 높아졌는데⁠.⁠”

목령은 사범의 제자들을 보았다⁠. 발목에 감은 헝겊이 다 해져 있었다⁠.

*

점심때가 지나자 배 속이 울었다⁠. 아침도 보리죽 반 그릇이었다⁠. 목령은 대청 기둥에 붙은 종이를 한참 보았다⁠.

「⁠만두 서른 개 다 먹으면 공짜 · 못 먹으면 곱절⁠」

주머니에는 엽전이 한 닢도 없었다⁠. 다 먹으면 공짜였다⁠. 목령은 탁자에 앉았다⁠.

만두는 다섯 개씩 찜통 여섯 개에 나왔다⁠. 첫 찜통은 뜨거워서 입천장이 데었다⁠. 목령은 데인 입천장을 혀로 한 번 쓸고 두 번째 찜통부터는 반으로 갈라 김을 뺐다⁠. 사부가 어젯밤 하던 대로였다⁠. 반으로 가른 만두는 두 입이면 끝났다⁠. 고기 기름이 손목까지 흘렀다⁠. 네 번째 찜통에서 옆 탁자 짐꾼이 젓가락을 내려놓고 목령을 보았고⁠, 다섯 번째 찜통에서 대청의 절반이 목령의 탁자를 둘러쌌다⁠. 누가 스물여덟 개에서 젓가락 놓는다에 두 닢을 걸었고⁠, 누가 다 먹는다에 세 닢을 받았다⁠.

여섯 번째 찜통 뚜껑이 열렸을 때 추천 탁자에서 찻잔 드는 소리가 났다⁠. 목령은 고개를 들지 않아도 알았다⁠. 참새의 목소리였다⁠. 참새의 목소리는 이야기할 때만 반 음이 낮아졌다⁠.

“⁠여러분⁠, 지금 보고 계십니다⁠. 아흔 위 청송문 막내가 만두 스물다섯 개를 먹었습니다⁠. 남은 것은 다섯⁠. 막내는 아직 물을 한 모금도 안 마셨습니다⁠. 청송문은 물 대신 무엇을 마시는 문파일까요⁠?⁠”

손님들이 찻잔을 입에 댔다⁠. 목령은 마지막 만두를 반으로 갈랐다⁠. 김이 올랐다⁠. 입에 넣었다⁠. 씹었다⁠. 삼켰다⁠.

참새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만두를 마십니다⁠.⁠”

대청이 무너졌다⁠. 엽전이 「⁠청송문⁠」 바구니에 쏟아졌다⁠. 아침에 마당에서 사범을 꺾을 때는 한 닢도 없던 엽전이었다⁠. 주방장이 찜통을 거두며 목령의 귀에 대고 말했다⁠.

“⁠공짜야⁠. 그리고 방주 어른이 내일부터 만두 하나 더 얹어 주래⁠.⁠”

목령은 기름 묻은 손으로 입을 닦았다⁠. 배가 불러서 화를 낼 힘도 없었다⁠.

*

구경꾼들이 흩어지고 나서 맞은편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흰 비단 소매가 탁자 위에 물 한 대접을 내려놓았다⁠. 금실 구름이 대접 옆에서 반짝였다⁠.

“⁠목이 메었을 텐데⁠.⁠” 백리현이 의자에 앉았다⁠. 위에서 조금 묶은 은백색 긴 머리가 의자 등받이 너머로 흘러내렸다⁠. “⁠만두 서른 개를 물 없이 먹는 사람은 처음 보네⁠.⁠”

목령은 물을 단숨에 비웠다⁠. 입천장의 덴 자리가 찬물에 쓰렸다⁠.

“⁠놀리러 왔소⁠?⁠”

“⁠배우러 왔네⁠.⁠” 리현이 부채를 펴서 천천히 부쳤다⁠. 부채 바람에 만두 김이 목령 쪽으로 밀려갔다⁠. “⁠아침에 마당에서 사범을 세 합에 눕히는 것도 봤네⁠. 이 층 창에서⁠. 깨끗하더군⁠. 바구니가 비어 있는 것도 봤고⁠.⁠”

“⁠보고만 있었소⁠?⁠”

“⁠다섯 해 전에 나도 저 평상에서 사람을 이겼네⁠. 아무도 안 봤지⁠.⁠” 리현이 부채를 접었다⁠. 접히는 소리가 짧고 매끄러웠다⁠. “⁠이튿날 소매에 꽃잎을 넣고 나갔네⁠. 그날부터 사람들이 봤어⁠.⁠”

“⁠그래서 꽃잎이 무공이란 말이오⁠?⁠”

“⁠꽃잎은 밥이네⁠.⁠” 리현이 웃었다⁠. 웃는 얼굴로 창밖 마당의 나무 방을 내다보았다⁠. “⁠우리 집에 숟가락이 백 개야⁠. 숟가락은 이야기를 안 가리거든⁠.⁠”

목령은 빈 대접을 내려놓았다⁠. 대청 저편에서 이야기꾼 하나가 벌써 두 사람의 탁자를 가리키며 찻잔을 들고 있었다⁠. 리현이 이야기꾼을 흘끗 보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만두는 좋아하네⁠!⁠”

이야기꾼의 찻잔이 번쩍 올라갔다⁠. 목령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리현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떨며 웃었다⁠.

*

해 질 녘⁠, 사다리가 다시 나무 방에 놓였다⁠. 「⁠일흔 위 청송문 단목령⁠」 방 기둥에는 오늘의 쪽지가 붙었다⁠. 지붕 위 이야기꾼 하나가 붓을 입에 문 채 쪽지를 내려다보며 낄낄거렸다⁠.

「⁠청송문 막내⁠, 만두 삼백 개 — 은선공자 혼례 음식을 미리 맛보았다는 말이 있음 · 공자 측은 ‘⁠만두는 좋아한다⁠’고만 답함⁠」

“⁠삼백⁠?⁠” 목령이 쪽지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서른이었소⁠.⁠”

“⁠전서구가 세 고을 건너는 동안 한 고을에 하나씩 영이 붙었대⁠.⁠” 점원이 사다리를 접으며 말했다⁠. “⁠그래도 아가씨⁠, 스무 계단이야⁠. 하루에⁠.⁠”

목령은 방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칼로 꺾은 사범은 여든아홉 위에서 내려가지 않았다⁠. 사범을 꺾은 목령은 만두 덕에 스무 계단을 올랐다⁠. 대청 문간에서 참새가 찻잔을 씻으며 목령을 보지 않는 척했다⁠.

*

목령이 산문에 닿았을 때는 달이 솔숲 위로 떠 있었다⁠. 산문 안쪽 마당에 처음 보는 것이 놓여 있었다⁠. 새끼줄로 묶은 쌀가마니였다⁠. 가마니 옆구리에 붉은 도장이 찍혀 있었다⁠. 「⁠장강제일객잔⁠」

부엌에서 밥 냄새가 났다⁠. 보리 냄새가 아니었다⁠. 사부가 아궁이 앞에 앉아 솥뚜껑 가장자리로 넘치는 흰 거품을 행주로 닦고 있었다⁠.

“⁠방주가 보냈다⁠. 두 사내가 지고 올라왔어⁠. 땀을 비 오듯 흘리길래 물도 한 바가지씩 먹였다⁠.⁠” 사부가 솥뚜껑을 열었다⁠. 흰 김이 사부의 얼굴을 덮었다⁠. “⁠한가위까지 먹으라더라⁠.⁠”

“⁠받으셨소⁠?⁠”

“⁠쌀은 쌀이다⁠.⁠” 사부가 주걱으로 밥을 저었다⁠. 사부의 손목이 주걱 무게에 조금 떨렸다⁠. “⁠앉아라⁠. 오늘 만두 서른 개 먹었다며⁠. 다람쥐들이 그러더라⁠.⁠”

“⁠사부⁠, 방주는 공짜로 주는 사람이 아니오⁠.⁠”

“⁠알지⁠. 그러니 고맙다는 말은 안 했다⁠.⁠” 사부가 밥을 한 주걱 퍼서 목령의 그릇에 수북이 담았다⁠. “⁠고맙다고 하면 갚아야 하니까⁠.⁠”

목령은 마당의 쌀가마니를 돌아보았다⁠. 붉은 도장이 달빛 아래서 검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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