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5,006자) · 십일월 오일

창고

옥상 동아리 · 오세림

도영 과장님은 월요일에 안 왔다. 화요일에도. 열일곱은 화요일에 스물이 됐고 수요일에 스물둘이 됐다. 그 사람이 말한 숫자를 넘었다. 세 번째 의자가 비어 있었다. 아무도 거기 안 앉았다. 스물두 명이 의자를 들고 올라와서 스물세 번째 자리를 만들어 앉았다. 비어 있는 의자를 피해서. 그게 누구 자리인지 아는 사람은 김 과장님과 나뿐이었는데, 다들 피했다. 그런 건 말 안 해도 안다.

정원 변경 신청서는 화요일에 한 장, 수요일에 한 장 썼다. 11에서 20. 20에서 22. 삼 층 총무팀 형광등 아래에서. 김 과장님이 종이를 내밀고 나는 마지막 칸에 이름을 썼다. 두 번째부터는 손이 안 차가웠다. 총무팀장 전결 도장은 하 부장 것이었다. 하 부장은 도장을 찍으면서 김 과장님을 안 보고 나를 봤다.

“이거 매일 올라오는 거야?”

“느는 날마다요.”

“상무님이 어제 나한테 전화하셨어. 총무팀은 뭐 하는 데냐고.”

“전결 규정대로 하는 데입니다.”

김 과장님이 대신 답했다. 하 부장은 도장을 찍었다. 찍고 나서 도장을 한 번 닦았다. 그 사람은 규정이 맞을 때 입을 다무는 사람이 아니라 도장을 닦는 사람이었다. 김 주임이 그 옆에서 스물두 명 명단을 코팅하고 있었다. 코팅기에서 종이가 나올 때 나는 뜨거운 냄새가 형광등 아래 삼 층에 퍼졌다.

“대리님, 명단 코팅해서 철문에 붙일게요. 활동내용 옆에요. 규정엔 없는데, 붙이면 사람들이 자기 이름 보러 올라와요.”

“그게 좋은 거예요?”

“모르겠어요. 근데 재밌잖아요.”

목요일. 십일월 오일. 나는 점심시간에 품질팀에 갔다. 칠 층. 품질팀은 사람이 반만 있었다. 물류 검수 나간 날이라고 했다. 도영 과장님 자리가 비어 있었다. 모니터가 꺼져 있고 의자가 책상 밑에 밀어 넣어져 있었다. 옆자리 사람이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묻기도 전에. 내가 누구를 찾으러 왔는지 아는 얼굴이었다.

“창고요. 오늘은 거기 계세요. 해마다 오늘은요.”

창고는 복도 끝에 있었다. 철제 선반이 다섯 줄. 검수 샘플 상자와 폐기 서류 상자. 형광등이 하나만 켜져 있었다. 그 아래 도영 과장님이 서 있었다. 선반 맨 아래 칸 앞에. 상자 하나를 꺼내 놓고. 상자에 라벨이 있었다. 품질팀 박은수 대리 개인 물품 (2023.11).

그 사람은 나를 봤다. 놀라지 않았다.

“대리님 오실 줄 알았습니다.”

“왜요?”

“대리님은 안 묻는 사람인데, 사흘 비면 옵니다. 김 과장이 그랬습니다.”

“김 과장님이 뭘요?”

“삼 년 전에요. 제가 사흘 안 나왔더니 집에 왔습니다. 안 묻고 앉아 있다가 갔습니다.”

상자는 열려 있었다. 머그컵. 스테이플러. 손 소독제. 립밤. 그리고 서류 봉투 하나. 봉투 겉에 볼펜으로 세 번 그은 줄이 있었다. 한 줄 그을 때마다 날짜. 10.27. 11.1. 11.4.

“박은수 대리. 제 팀원이었습니다. 김 과장 입사 동기고요. 서른하나였습니다.”

그 사람은 봉투에서 보고서를 꺼냈다. 삼사분기 배송 품질 보고서. 첫 장 오른쪽 위에 「반려 — 근거 보완」. 세 번. 세 번 다 같은 글씨. 차승호.

“파손률이 사 점 일이었습니다. 거래처 계약 조건이 삼 이하였고요. 숫자를 못 고칩니다. 파손된 건 파손된 겁니다. 그런데 근거를 보완하라고 세 번 돌아왔습니다. 근거는 창고에 있는 깨진 박스 사백열두 개였습니다. 그걸 어떻게 더 보완합니까?”

“그래서요?”

“제가 세 번 다 은수한테 줬습니다. 한 번만 더 해 보자고. 세 번 다 그 말이었습니다. 한 번만 더.”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창고는 추웠다. 칠 층인데 옥상보다 추웠다. 바람이 없는데 춥다는 게 있었다. 선반 쇠에서 옥상 난간 냄새가 났다. 나는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상자 옆에 종이컵이 하나 놓여 있었다. 자판기 커피. 김이 안 났다. 그 사람이 여기 온 지 한 시간은 됐다는 소리였다.

“십일월 오일 여덟 시 십 분. 옥상에 열 명이 있었습니다. 창립기념일 다음 날이라 옥상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은수도 올라갔습니다. 아무도 이상하게 안 봤습니다. 사람이 많으니까요. 열 명 가운데 아무도.”

그 사람은 보고서를 봉투에 넣었다. 상자에 넣었다. 뚜껑을 덮지 않았다.

“사람이 많으면 못 봅니다. 셋이면 셋이 다 보입니다. 열일곱이면 하나가 안 보입니다. 스물둘이면 둘이 안 보입니다. 저는 그래서 셋이었습니다. 삼 년 동안.”

“그래서 끝내자고 하시는 거예요?”

“네. 오늘 여덟 시에 올라가서 말할 겁니다. 대리님한테 먼저 말하는 겁니다. 대표니까.”

나는 상자를 봤다. 립밤이 반쯤 남아 있었다. 삼 년 동안 아무도 안 버린 반쯤 남은 립밤. 열두 문장이 생겼다. 셋이서 삼 년 동안 봤는데 뭘 봤어요. 아무도 안 떨어졌지만 아무도 안 올라왔잖아요. 그건 지킨 게 아니라 잠근 거잖아요. 상무님이 한 거랑 뭐가 달라요. 하나도 안 나왔다. 여기서는 안 나오는 게 맞았다. 창고니까. 나는 상자 뚜껑을 집어 그 사람한테 건넸다. 그 사람이 받았다. 덮지는 않았다.

여덟 시. 옥상. 스물둘. 아니, 스물셋. 도영 과장님이 올라왔다. 세 번째 의자에 앉지 않았다. 의자 옆에 섰다. 스물두 명이 그 사람을 봤다. 사흘 비었던 사람을. 실외기 3번, 5번.

“옥상연구회 끝냅시다.”

말이 컸다. 실외기 소리를 넘었다. 그 사람 목소리가 그렇게 큰 줄 몰랐다. 삼 년 동안 스무 마디 한 사람은 목소리 크기를 안 쓴 사람이었다.

김 과장님이 일어섰다. 도면 앞에서 일어섰던 것처럼.

“안 끝냅니다.”

“상현아.”

“도영 형.”

두 사람이 서로를 이름으로 불렀다. 옥상에서 처음이었다. 직급이 떨어졌다. 스물두 명이 그것을 들었다.

“열 명이 있었는데 못 봤어. 스물셋이면 못 봐.”

“열 명이 있어서 못 본 게 아니야. 열 명 다 자기 담배만 봐서 못 본 거야.”

“그게 사람이야. 사람은 많으면 자기 것만 봐.”

“그래서 삼 년 동안 셋이 여기 앉은 거야? 은수가 다시 올라올까 봐?”

도영 과장님이 대답을 못 했다. 김 과장님이 난간 쪽으로 갔다. 손을 얹었다. 뼘을 쟀다. 한 뼘, 두 뼘, 손가락 셋.

“오 센티. 이거 왜 올렸는지 형은 알지. 규정은 백이십이야. 백이십은 은수 허리였어. 백이십오는 은수 가슴이야. 오 센티 올린다고 못 넘는 거 아니야. 나도 알아. 그래도 올렸어. 이유가 없어서 올린 게 아니야. 이유가 없어도 올리는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거였어.”

“그래서.”

“그래서 사람이 있어야 돼. 난간이 아니라 사람이. 오 센티는 못 막아. 옆에 앉은 사람은 막아. 은수 옆에 아무도 안 앉았어. 열 명이 다 서 있었어. 담배 피우면서. 앉은 사람이 없었어.”

옥상이 조용해졌다. 실외기만 남았다. 스물두 명이 다 앉아 있었다. 의자에. 그것을 스물두 명이 동시에 알았다. 자기가 앉아 있다는 것을.

강 부장이 담배를 껐다. 반도 안 피운 것을. 그 사람이 일어섰다.

“나 그날 거기 있었어.”

쉰넷. 자재팀. 낚시 의자. 담배 한 갑. 면접 때 삼십 분 동안 세 대를 피운 사람.

“열 명 중에 하나야. 물탱크 옆에서 피우고 있었어. 박 대리가 올라온 거 봤어. 난간 쪽으로 가는 것도 봤어. 바람 쐬나 보다 했어. 그게 다야. 나는 내 담배만 봤어.”

그 사람은 낚시 의자를 봤다. 자기 의자를.

“그래서 나 여기 앉아. 매일. 지난주부터. 담배 피우러 오는 거 아니야. 앉으러 와. 서 있으면 못 보니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소원이 울지 않았다. 팔월에 여기서 운 사람이 오늘은 안 울었다. 대신 자기 접이식 의자를 들었다. 옮겼다. 난간 쪽에서 실외기 쪽으로. 그 사람 옆에 앉아 있던 회계팀 둘도 따라 옮겼다. 의자 다리가 타일에 끌렸다. 세 번. 난간 쪽에 앉은 사람이 넷에서 하나로 줄었다. 도영 과장님이 그것을 봤다. 세는 눈으로.

“형. 앉아.”

김 과장님이 세 번째 의자를 가리켰다. 도영 과장님은 안 앉았다.

“나는 못 앉아. 스물셋을 못 봐. 내 눈은 셋까지야.”

그 사람은 철문 쪽으로 갔다. 돌아서지 않고 말했다.

“끝내자고 한 거 안 물러. 그래도 니들이 이겼어. 대표가 안 쓰면 안 끝나는 거잖아. 대표가 안 썼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안 썼다. 그 사람 말이 맞았다. 안 쓰는 것도 쓰는 것이었다. 철문이 닫혔다. 계단 소리가 멀어졌다. 세 번째 의자가 비었다. 등받이가 멀쩡한 의자. 내 것만 금이 갔다.

준희 과장이 벽돌 위에서 자세를 바꿨다. 소리가 났다. 그 사람은 아직 벽돌이었다. 의자를 가져올 수 있는데 안 가져왔다. 물어보니 벽돌이 자기 자리라고 했다. 첫날 앉은 데가 자리라고. 그 사람이 오늘 처음으로 옥상에서 말했다. 삼십 분 침묵을 통과한 사람답지 않게 크게.

“근데 김 과장. 소방법으로는 옥상에 몇 명까지 되는 거야?”

“피난 공간 기준으로는 백이십 명입니다.”

“그럼 아직 구십팔 남았네.”

“…그런 계산이 아닙니다.”

“그런 계산이지. 도 과장이 셋까지 본다며. 나는 술 없이 여덟 명까지는 봐. 영업이라 사람 세는 게 일이야. 강 부장은 담배 안 피우면 몇까지 봐?”

“몰라. 세 본 적이 없어.”

“그럼 오늘부터 세. 스물둘을 스물두 명이 나눠 보면 한 사람이 한 사람만 보면 돼.”

아무도 웃지 않았는데 웃긴 말이었다. 하늘이 옆 사람을 봤다. 정민이었다. 정민이 하늘을 봤다. 둘이 서로를 보다가 동시에 딴 데를 봤다. 소원이 회계팀 둘을 봤다. 회계팀 둘은 서로를 봤다. 그렇게 스물둘이 스물둘을 봤다. 실외기 3번 소리 위로 그런 게 지나갔다. 아무도 이름 붙이지 않았다.

김 과장님이 앉았다. 오래 있다가 말했다.

“도영 형은 옵니다. 삼 년 전에도 사흘 뒤에 왔습니다.”

“이번에도요?”

“모릅니다. 그때는 셋이었고 지금은 스물둘이니까.”

여덟 시 반. 아무도 먼저 안 내려갔다. 먼저 내려가는 사람이 없어졌으니까. 여덟 시 사십 분. 사십오 분. 하늘이 손을 들었다.

“저, 이제 내려가도 돼요?”

“아,”

“네, 죠?”

“네.”

스물둘이 의자를 들고 내려갔다. 나는 마지막에 철문을 닫았다. 세 번째 의자를 그 자리에 뒀다. 옥상에 의자가 셋 남았다. 원래대로. 원래대로가 이렇게 나쁜 자리인 줄 몰랐다.

5화는 어땠나요?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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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밤에책2026.06.07· 5화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종이배2026.06.08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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