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5,083자) · 면접
삼십 분 실기
옥상 동아리 · 오세림
면접은 시월 십구일 월요일 여덟 시 옥상에서 봤다. 장소를 정한 건 김 주임이었다. 회의실을 잡으면 회의가 되니까요, 라고 했다. 면접 시행 계획(안)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장소 본관 옥상. 면접위원 3. 지원자 8. 평가 항목 4. 그리고 맨 아래 한 줄. 4번 항목은 실기로 평가한다.
실기. 삼십 분 동안 아무 말 안 하고 앉아 있기.
의자가 문제였다. 옥상에 셋, 지원자가 여덟. 김 주임이 총무팀 회의실 의자를 여덟 개 올리겠다고 했는데 김 과장님이 말렸다. 자기 의자는 자기가 들고 오는 겁니다. 그래서 계획(안) 맨 밑에 한 줄이 더 붙었다. 지원자는 본인 의자를 지참할 것.
일곱 시 오십 분부터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철문이 열릴 때마다 바람이 먼저 들어오고 의자가 다음에 들어왔다. 기획팀 한지우가 첫 번째였다. 바퀴 달린 사무용 의자를 들고 올라왔다. 들고 온 게 아니라 끌고 왔는데 계단이라 마지막 두 층은 들었다고 했다. 얼굴이 빨갰다. 두 번째는 개발팀 태오. 접이식 캠핑 의자.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는 것. 그 사람은 의자를 펴자마자 젖혔다. 세 번째 영업팀 준희 과장은 의자를 안 들고 왔다. 대신 맥주 여섯 캔이 든 봉지를 들고 왔다가 김 과장님 눈을 보고 봉지를 철문 밖에 내놓고 왔다. 의자는 물탱크 밑에 있던 벽돌 두 장으로 대신했다. 네 번째 회계팀 소원. 스물여섯. 접이식 의자를 안고 왔다. 옥상에 올라와서 실외기 3번을 한 번 봤다. 오래. 팔월에 거기서 울었다고 댓글에 썼던 사람. 다섯 번째 자재팀 강 부장. 쉰넷. 담배 한 갑과 접이식 낚시 의자. 여섯 번째 홍보팀 민정 대리. 카메라를 목에 걸고 스툴을 들고 왔다. 일곱 번째 신입 하늘. 우리 팀 신입이었다. 입사 석 달. 의자가 없어서 사무실 폐기 스티커 붙은 의자를 들고 왔다. 내 것과 같은 회색.
“대리님, 저 이거 폐기 의자인데 들고 와도 되는 거였어요?”
“아,”
내가 그 말을 하는 동안 여덟 번째가 올라왔다. 등받이 없는 회의실 보조 의자. 우리 팀장이었다. 윤 팀장.
나는 명단을 봤다. 여덟 번째 지원자 칸에 이름이 있었다. 윤 팀장 이름. 지원 동기 칸에 「팀원 관리 차원」. 나는 그 여덟 글자를 삼 일 동안 봤다. 김 주임이 명단을 넘겨 준 게 목요일이었다. 삼 일 동안 나는 그 여덟 글자를 열두 문장으로 만들었다가 지웠다. 하나도 밖으로 안 냈다. 그러니까 팀장은 지금 여덟 시 옥상에 보조 의자를 들고 서서, 자기가 지원한 동아리의 대표가 자기 팀원이라는 사실을, 나보다 덜 어색해하고 있었다.
“예린 씨, 어디 앉으면 돼?”
“아,”
김 과장님이 대신 손짓했다. 실외기 5번 옆. 5번은 3번보다 시끄럽다.
열한 명이 원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원이 아니었다. 실외기와 물탱크 때문에 찌그러진 모양. 면접위원 셋은 우리 의자에 앉았다. 지원자 여덟은 우리를 보고 앉았다. 도영 과장님이 종이컵을 무릎에 올렸다. 그 사람은 오늘 아무 말도 안 하겠다고 이미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떨어뜨리려고 면접을 보자고 한 사람이.
김 과장님이 계획(안)을 읽었다. 목소리가 크지 않았다. 실외기 5번 소리에 절반이 먹혔다. 그래도 아무도 다시 말해 달라고 안 했다.
“1번부터 3번 항목은 서류로 봤습니다. 4번은 지금 봅니다. 여덟 시 십 분부터 사십 분까지. 삼십 분. 말을 하면 안 됩니다. 그 밖에는 자유입니다.”
“담배는요?”
강 부장이 물었다. 벌써 한 대를 꺼내 들고.
“말이 아니니까 됩니다.”
“자는 건요?”
태오가 물었다. 이미 젖혀진 의자에서.
“말이 아닙니다.”
“사진은요?”
민정 대리.
“셔터 소리는 말이 아닙니다.”
준희 과장은 아무것도 안 물었다. 벽돌 위에서 맥주를 생각하는 얼굴이었다.
여덟 시 십 분. 김 과장님이 손목시계를 봤다. 시작한다는 말도 안 했다. 그냥 시계를 보고 손을 내렸다. 그게 시작이었다.
첫 일 분은 아무 일도 없었다. 다들 어딘가를 봤다. 하늘, 물탱크, 자기 신발. 소원은 실외기 3번을 봤다. 강 부장의 담배 연기가 바람을 따라 물탱크 쪽으로 갔다. 이 분. 태오의 숨소리가 길어졌다. 삼 분. 태오가 잤다. 진짜로. 코를 안 골아서 다행이었다. 민정 대리가 카메라를 들었다. 셔터 소리. 태오가 안 깼다. 사 분.
“이거 언제 끝나요?”
윤 팀장이었다.
사 분. 팀장은 사 분을 못 견뎠다. 열 명이 팀장을 봤다. 팀장은 자기가 말했다는 것을 모르는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알았다. 입을 손으로 막았다. 늦었다.
김 과장님이 계획(안) 여백에 뭔가 적었다. 나는 옆에서 봤다. 8. 4분. 그게 다였다.
팀장은 나를 봤다. 파티션 너머로 얼굴 반만 보이던 그 각도로. 나는 그 사람을 봤다. 삼십 분 동안 아무 말 안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사람은 사 분 만에 알았다. 나는 그것을 칠 년 동안 회의실에서 했다. 어렵지 않았다. 어려운 건 반대쪽이었다.
오 분. 십 분. 아무도 더 말하지 않았다. 팀장도. 그 사람은 사 분 뒤로 이십육 분을 입을 막은 채로 앉아 있었다. 손을 안 뗐다. 그게 좀 웃겼다. 웃으면 안 되니까 안 웃었다. 소리를 안 내는 웃음은 말이 아니니까 되는 건지 계획(안)에 안 적혀 있었다.
십오 분. 바람이 바뀌었다. 낮에 데워진 타일이 식는 시각이었다. 발바닥으로 올라오던 온기가 끊기고 실외기 바람이 종아리에 닿았다. 시월 십구일. 열하루 만에 옥상이 이만큼 식었다. 소원이 팔을 문질렀다. 하늘이 폐기 의자 위에서 다리를 모았다. 준희 과장이 벽돌 위에서 자세를 바꿨다. 벽돌은 자세를 바꾸기에 나쁜 자리다.
이십 분. 도영 과장님이 종이컵을 실외기 위에 올렸다. 지난주처럼. 컵이 진동을 따라 옆으로 갔다. 이번에는 그 사람이 컵을 잡았다. 떨어지기 전에. 그리고 다시 무릎에 올렸다. 나는 그것을 봤다. 그 사람이 뭘 안 떨어뜨리려고 하는 것을 처음 봤다.
삼십 분. 여덟 시 사십 분. 김 과장님이 시계를 봤다. 손을 내렸다. 끝이었다.
“끝났습니다.”
태오가 깼다. 자기가 어디 있는지 이 초쯤 모르는 얼굴이었다가, 알았다.
“저 됐어요?”
“말이 아니었으니까요.”
강 부장이 세 번째 담배를 껐다. 준희 과장이 벽돌에서 일어나서 허리를 폈다. 소리가 났다. 민정 대리가 카메라 화면을 넘겨 봤다. 서른몇 장. 팀장이 손을 뗐다. 입 주변이 하얬다.
“예린 씨. 나 떨어진 거지?”
열 명이 다시 나를 봤다. 면접위원 셋 가운데 대답할 사람이 나였다. 명단 첫 번째. 대표.
나는 열두 문장을 만들었다. 팀장님은 사 분 만에 말씀하셨습니다. 4번 항목은 예 아니오입니다. 팀장님은 아니오입니다. 그런데 4번이 떨어뜨리는 항목인지 계획(안)에 안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이 제 보고서를 두 번 돌려보내신 것과 이건 다른 일입니다. 다른 일이어야 합니다. 열두 개 중에 몇 개가 밖으로 나올지 나도 몰랐다.
“팀장님은 4번이 아니오입니다.”
하나 나왔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4번이 떨어뜨리는 항목이라고는 안 적혀 있습니다.”
둘. 김 과장님이 나를 봤다. 도영 과장님도.
“면접 시행 계획(안)에 합격 기준이 없습니다. 제가 어제 세 번 읽었습니다.”
셋. 김 과장님이 계획(안)을 넘겼다. 앞으로, 뒤로. 없었다. 그 사람은 두 종이를 같은 날 만드는 사람이었고, 두 종이 다 마지막 칸을 비워 두는 사람이었다. 어느 쪽이 쓰일지 면접 날 정해진다고 했다. 정하는 사람이 누군지는 안 말했었다.
“그럼 누가 정합니까?”
도영 과장님이 말했다. 오늘 첫 마디. 떨어뜨리자고 한 사람이 떨어뜨릴 기준을 물었다.
김 과장님이 가방에서 두 번째 클리어파일을 꺼냈다. 정원 변경 신청서. 3에서 11로. 결재 칸이 셋이었다. 총무팀 담당, 총무팀장, 그리고 동아리 대표. 앞의 둘에 도장이 있었다. 담당 김상현. 팀장 전결. 마지막 칸이 비어 있었다.
“대표가 정합니다. 사규 27조 2항. 정원 변경은 대표자 신청, 총무팀장 전결입니다. 전결은 났습니다. 대표가 안 쓰면 이 종이는 안 쓰인 겁니다. 쓰면 열하나입니다.”
종이가 나한테 왔다. 볼펜도. 바람이 종이 귀퉁이를 들썩였다. 열 명이 나를 봤다. 실외기 5번이 돌아갔다. 3번도. 시끄러웠다. 옥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자리였다는 것을 열한 명이 앉으니까 알았다.
두 평. 상무가 남겨 준다던 두 평이 내 머리에 있었다. 이 종이에 쓰면 두 평은 없다. 열하나는 두 평에 안 들어간다. 상무가 그렇게 말했다. 셋으로 하세요. 그건 내가 지켜 드릴게.
“대리님.”
도영 과장님이었다. 오늘 두 번째 마디.
“쓰면 늘어납니다. 열하나에서 안 멈춥니다. 늘어나면 없어집니다.”
“안 쓰면요?”
“셋이 남습니다.”
“두 평에요.”
그 사람이 대답을 안 했다. 김 과장님도 안 했다. 둘 다 나한테 넘겨 놓고 있었다. 마지막 칸을 대표한테 넘긴 건 김 과장님이었다. 규정으로. 그 사람은 규정으로 사람을 지키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규정으로 나를 그 자리에 세웠다.
나는 볼펜을 잡았다. 손이 차가웠다. 쇠 난간만큼. 볼펜을 종이에 대고, 열두 문장 가운데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이름을 썼다. 예린. 두 글자. 옥상에서 뭘 쓴 것도 처음이었다.
“열하납니다.”
내가 말했다. 팀장이 입을 벌렸다. 뭐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삼십 분 뒤라 조심하는 것 같았다.
하늘이 손을 들었다. 신입은 손을 들고 말한다.
“대리님, 그럼 저희 다음 주부터 여덟 시에 오면 돼요?”
“아,”
“네, 라고 하신 거죠?”
“네.”
여덟 시 오십 분. 열한 명이 의자를 들고 내려갔다. 계단에 의자 소리가 열하나. 바퀴 의자는 계단을 못 내려가서 한지우가 또 들었다. 나는 마지막에 내려갔다. 철문을 닫기 전에 돌아봤다. 의자 셋. 벽돌 둘. 준희 과장은 벽돌을 안 가져갔다. 그 사람 의자였다. 두 평이 있던 자리에 벽돌이 놓여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홉 시 사 분. 게시판.
[사내 동아리 변경 안내] 옥상연구회 — 정원 3명 → 11명 (활동장소: 본관 옥상 / 활동내용: 미기재) 담당: 총무팀
열한 시에 댓글이 열넷이었다. 첫 댓글은 지난번과 같은 사람이었다.
한지우: 정원 또 늘릴 계획은 없나요?
두 번째는 댓글이 아니었다. 경영지원실 공문이었다. 첨부 하나. 제목이 한 줄이었다.
옥상연구회 등록 요건 미비 안내 (사규 제27조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