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063자) · 총무팀 삼 층
두 종이
옥상 동아리 · 오세림
총무팀은 삼 층에 있다. 삼 층은 창이 작다. 건물이 십오 층인데 삼 층 창만 작은 이유를 김 주임이 알려 준 적이 있다. 원래 주차장이었던 층을 사무실로 바꿔서라고. 총무팀은 그래서 낮에도 형광등을 다 켠다. 형광등 아래에서 김상현 과장님은 모니터를 두 대 쓴다. 왼쪽에 비품 대장, 오른쪽에 옥상 도면.
시월 십삼일 화요일 열한 시. 나는 그 자리 앞에 서 있었다. 게시판 댓글 여덟 개를 캡처한 휴대폰을 들고.
“과장님, 여덟 명이에요.”
“봤습니다.”
“정원이 셋인데요.”
“네.”
“어떻게 해요.”
과장님은 오른쪽 모니터를 봤다. 도면. 어제 상무가 펼친 것과 다른 도면이었다. 실외기에 엑스가 없었다. 난간 치수가 적혀 있었다. 1250. 그 옆에 작은 글씨로 규정 1200.
“지금 그것보다 급한 게 있습니다.”
과장님이 왼쪽 모니터를 돌렸다. 결재 문서였다. 제목이 길었다. 본관 옥상 유휴 공간 활용 계획(스카이 라운지 조성) 승인의 건. 기안 경영지원실. 결재선 세 칸. 실장 차승호, 경영지원본부장, 대표이사. 두 칸에 도장이 찍혀 있었다. 대표이사 칸만 비어 있었다.
“어제 오후에 올라간 겁니다. 제가 어젯밤에 옥상 올라가기 전에 봤습니다.”
“그럼 어제 상무님은 이미 결재 올려놓고 재러 오신 거네요.”
“네.”
“과장님은 알고 앉아 계셨고요.”
“네.”
나는 그 사람을 봤다. 어제 옥상에서 이 사람이 일어섰던 이유가 갑자기 다르게 보였다. 그 사람은 화가 나서 일어선 게 아니었다. 확인하러 일어선 거였다. 도면에 철문이 없는지.
“이거 막을 수 있어요?”
“막는 건 제 일이 아닙니다.”
“그럼 뭐가 과장님 일인데요.”
“협의 절차를 붙이는 겁니다.”
과장님은 서랍에서 종이를 꺼냈다. 어제 옥상에서 본 그 등록 신청서. 총무팀 접수 도장이 찍혀 있었다. 오늘 아홉 시 자.
“동아리가 등록됐으니까 활동 장소 변경은 협의 사항입니다. 이 결재가 대표이사한테 가기 전에 총무팀 검토 의견이 붙습니다. 검토 의견에 협의 필요라고 적으면 대표이사실이 한 번은 돌려보냅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상무님이 우리를 부릅니다.”
“그게 다예요?”
“그게 답니다. 협의는 막는 게 아닙니다.”
그때 김 주임이 파티션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스물여덟. 총무팀 삼 년 차. 코팅기를 개인 소유처럼 다루는 사람.
“대리님, 저 지금 대리님 찾으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왜요.”
“가입 신청 여덟 개요. 게시판 댓글은 정식 신청이 아니라서 제가 양식 만들었거든요. 그거 여덟 명한테 보냈는데, 벌써 다섯 분이 냈어요.”
“…양식을 만드셨어요?”
“동아리 가입 신청서요. 원래 있어요. 제가 옥상연구회용으로 항목만 좀 바꿨어요.”
주임이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옥상연구회 가입 신청서. 항목이 넷이었다. 성명, 소속, 지원 동기, 그리고 마지막 항목.
4. 삼십 분 동안 아무 말 안 하고 앉아 계실 수 있습니까. (예 / 아니오)
“이 4번은 뭐예요.”
“소문이 그래서요. 말 안 하는 동아리라고.”
나는 그 종이를 오래 봤다. 총무팀은 이유가 없어도 한다더니, 이유가 있으면 더 한다. 김 주임이 웃었다.
“그리고 대리님, 상무님실에서 전화 왔어요. 옥상연구회 대표자 오늘 오후 세 시에 오시라고요.”
“대표자가 누군데요.”
“명단 제일 위에 계신 분이요.”
명단 제일 위는 나였다. 김 과장님이 쓴 순서대로. 예린, 김상현, 도영. 나는 김 과장님을 봤다. 그 사람은 왼쪽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과장님이 첫 번째로 쓰셨어야죠.”
“의자를 처음 갖다 놓은 사람이 첫 번째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폐기 스티커요. 그 의자 제가 폐기 처리한 겁니다. 작년 삼월. 다음 날 없어졌길래 옥상에 올라가 봤습니다.”
“그럼 두 번째 의자는요.”
“제가 갖다 놨습니다.”
나는 일 년 반 동안 몰랐던 것을 형광등 아래 삼 층에서 알았다. 두 번째 의자를 갖다 놓은 사람이 총무팀이었다. 그 사람은 내가 폐기 의자를 들고 올라간 것을 보고, 자기도 하나 들고 올라온 것이다. 왜냐고 묻고 싶었다. 안 물었다. 여기서는 그런 걸 안 묻는다. 여기는 옥상이 아니지만.
세 시에 나는 십오 층 임원실 앞에 섰다. 임원실은 카펫이 깔려 있어서 발소리가 안 났다. 비서가 문을 열어 줬다. 상무는 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 창으로 구로디지털단지 건물들이 보였다. 우리 건물보다 높은 것이 셋, 낮은 것이 스물몇.
“앉으세요. 옥상연구회 대표.”
나는 앉았다. 소파가 깊었다. 깊은 소파에 앉으면 말이 안 나온다. 몸이 뒤로 가니까.
“총무팀 검토 의견 봤어요. 협의 필요. 김 과장이 붙였겠지. 그래서 부른 겁니다. 협의합시다.”
상무가 종이 한 장을 탁자에 놓았다. 스카이 라운지 조감도. 유리벽, 소파, 바. 밤 조명이 들어와 있는 그림. 예뻤다. 나는 그것이 예쁘다고 생각한 나를 조금 미워했다.
“임원들 접대 공간이 없어요. 거래처 사장들 오면 회의실에서 커피 마셔요. 이 건물 옥상이 노는 땅입니다. 그걸 쓰겠다는 겁니다. 회사 가치를 올리는 일이에요. 반대할 이유가 있나요?”
나는 열두 문장을 만들었다. 그 옥상에 우리가 매일 여덟 시에 앉는다는 것. 삼 년 전에 잠겼던 것. 팔월에 회계팀 스물여섯 살이 거기서 울었다는 것. 소원이라는 이름. 나는 그것도 게시판 댓글로 알았다. 여덟 개 중 하나. 열두 문장 중에 밖으로 나온 것은 하나였다.
“카드 출입이면 저희는 못 올라가는 거죠.”
“임원 카드는 됩니다. 옥상연구회 세 분은, 그래요, 특별히 카드를 드리죠. 라운지 안에는 못 들어오지만 라운지 바깥 난간 쪽 두 평은 남겨 둘 수 있습니다. 실외기 옆으로.”
두 평. 의자 셋이 들어가는 넓이. 상무는 그것을 양보라고 말했다. 나는 그것이 양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더 싫었다.
“여덟 명이 가입 신청을 했습니다.”
“그럼 열한 명이네. 두 평에 열한 명은 안 들어가요.”
“네.”
“그러니까 옥상연구회는 셋으로 하세요. 그건 내가 지켜 드릴게. 협의 끝났죠?”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처음 배웠다. 상무가 기다렸다. 십 초. 이십 초. 그 사람은 기다리는 데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손가락이 탁자를 두 번 쳤다.
“대리. 삼 년 전 일 도 과장한테 들었어요?”
“못 들었습니다.”
“그럼 됐어요. 모르는 채로 있는 게 나아요. 그 옥상은 그때 잠갔어야 하는 데였어요. 내가 잠갔고. 김 과장이 소방법 들고 와서 열었고. 이번엔 유리로 막는 겁니다. 잠그는 게 아니라 막는 거. 알겠죠.”
나는 그 말을 들고 임원실을 나왔다. 카펫 위에서 발소리가 안 났다. 엘리베이터를 안 타고 계단으로 내려갔다. 십오 층에서 삼 층까지. 열두 층. 계단참마다 발이 무거워졌다.
내 자리로 돌아오니 책상에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어제 낸 사분기 운영 계획서. 첫 장 오른쪽 위에 팀장 글씨로 「재검토」.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표 순서였고 이번에는 표 색이었다. 윤 팀장은 자기 자리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파티션 너머로 얼굴 반만.
“예린 씨, 그거 색만 좀. 파란 게 너무 많아.”
“아,”
나는 그렇게 말했다. 아, 다음에 올 문장이 열둘 있었다. 지난주에 팀장님이 파란색으로 하라고 하셨는데요, 가 첫 번째였다. 하나도 안 나왔다. 팀장은 내 「아,」를 「네」로 듣는 사람이었다. 칠 년 동안 그랬다. 나는 보고서를 뒤집어 놓고 표 색을 바꿨다. 파란 것을 회색으로. 회색으로 바꾸면서 옥상 의자를 생각했다. 흰색이었다가 회색이 된 것. 그것도 누가 바꾸라고 해서 바뀐 게 아니었다. 밖에 오래 두면 그렇게 된다.
여섯 시에 팀장이 퇴근하면서 내 책상 옆을 지나갔다.
“예린 씨, 그 옥상 동아리, 예린 씨가 대표야?”
“아,”
“게시판에 이름 있던데. 말수 적은 사람이 대표를 다 하네.”
그 사람은 웃으면서 나갔다. 나는 그 웃음이 어느 쪽인지 몰랐다. 모니터에 회색 표가 떠 있었다. 파란 표보다 나은지 아닌지도 몰랐다.
총무팀에 들르지 않았다. 여덟 시까지 기다렸다.
옥상에 셋이 앉았다. 김 과장님이 먼저 물었다.
“어땠습니까?”
“두 평 남겨 준대요. 카드 셋. 셋으로 하래요.”
도영 과장님이 종이컵을 무릎에 올린 채 아무 말도 안 했다. 김 과장님도 한참 말이 없었다.
“그리고 삼 년 전 얘기를 하셨어요. 그때 잠갔어야 하는 데였다고.”
도영 과장님이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실외기 위에. 컵이 실외기 진동에 조금씩 옆으로 갔다. 그 사람은 그 컵을 잡지 않았다.
“대리님은 그 얘기 모르는 게 낫습니다.”
상무와 같은 말을 도영 과장님이 했다. 정반대 자리에서. 나는 그때 알았다. 이 옥상에는 내가 모르는 사람이 하나 있다. 그 사람 때문에 잠겼고, 그 사람 때문에 열렸고, 그 사람 때문에 두 사람이 매일 여덟 시에 여기 앉는다. 나만 몰랐다. 나만 숨이 안 쉬어져서 올라온 사람이었다.
“가입 신청, 다섯 명이 냈대요.”
내가 말했다. 김 과장님이 고개를 들었다.
“정원을 늘리면 두 평에 안 들어갑니다.”
“늘리지 않으면요.”
“여덟을 떨어뜨려야 합니다.”
“떨어뜨리는 건 누가 해요.”
“면접위원이요.”
“그게 우린데요.”
“네.”
종이컵이 실외기 가장자리에서 떨어졌다. 도영 과장님이 그제야 몸을 숙여 컵을 주웠다. 주우면서 말했다.
“면접 봅시다. 여덟 명 다.”
“왜요.”
“떨어뜨리려고요.”
그 사람은 그 말을 하고 다시 앉았다. 나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삼 년 동안 스무 마디 한 사람이 오늘 세 마디를 썼다. 셋 다 반대편이었다. 여덟 시 반. 도영 과장님이 먼저 내려갔다. 김 과장님이 가방을 열었다. 이번에는 클리어파일이 두 개였다.
“면접 시행 계획(안)입니다. 그리고 정원 변경 신청서. 셋에서 열하나로.”
“두 개 다 만드셨어요?”
“둘 중 하나는 쓰게 됩니다.”
“어느 쪽이요.”
“그건 면접 날 정해집니다.”
나는 두 파일을 봤다. 하나는 사람을 떨어뜨리는 종이, 하나는 두 평을 포기하는 종이. 김 과장님은 두 종이를 같은 날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느 쪽이 쓰일지 모르니까 둘 다 만드는 사람. 그 사람이 삼 년 전에 무엇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못 만들었는지, 나는 그날 밤 처음으로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