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정원 세 명

옥상 동아리 · 오세림

우리 회사 옥상에는 의자가 셋 있다. 플라스틱 의자다. 흰색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회색이다. 누가 갖다 놨는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안다. 내가 갖다 놨다. 작년 삼월이었다.

야근하다가 숨이 안 쉬어져서 옥상에 올라갔다. 앉을 데가 없었다. 다음 날 의자를 하나 갖고 올라갔다. 일주일 뒤에 의자가 둘이 됐다. 내가 안 갖다 놨다. 이 주 뒤에 셋이 됐다.

우리는 여덟 시에 모인다. 약속한 적 없다. 첫 번째 의자는 나. 두 번째는 총무팀 상현 과장님. 세 번째는 누군지 모른다. 일 년 넘게 같이 앉았는데 이름을 모른다. 물어본 적이 없다.

여기서는 그런 걸 안 묻는다. 하는 일은 없다. 앉아 있는다. 가끔 말한다.

“오늘 덥네요.”

“네.”

끝. 이게 우리가 하는 거다. 문제가 생긴 건 지난주다. 기획팀 후배가 물었다.

“대리님, 옥상 동아리 하신다면서요?”

나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동아리요?”

“저희 팀에 소문 다 났는데요.”

“뭐라고 소문났는데.”

“말 안 하는 동아리요.”

그 주에 가입 신청이 왔다. 메신저로. 여덟 건. 여덟 시에 나는 그 이야기를 꺼냈다.

“저기.”

상현 과장님이 고개를 돌렸다.

“신청이 왔는데요.”

“뭐가요.”

“가입이요.”

세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처음으로 웃었다.

“몇 명이요.”

“여덟이요.”

우리 셋은 의자를 봤다. 셋이었다.

“의자를 더 갖다 놓으면 되지 않나요.”

내가 말했다. 상현 과장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열한 명이 앉아 있는 옥상이 되는 거예요.”

“...그게 뭐가 문제죠.”

“열한 명이 앉아 있으면요.”

과장님이 담배를 안 피우는 손으로 담배 피우는 시늉을 했다.

“그건 그냥 회식이에요.”

우리는 십 분 동안 아무 말도 안 했다. 십 분 뒤에 과장님이 말했다.

“규정을 만들죠.”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일 년 만에 여기서 처음 웃었다. 규정은 A4 한 장이었다. 상현 과장님이 다음 날 저녁에 가져왔다.

옥상 이용에 관한 안내

1. 이 옥상은 동아리 시설이 아닙니다. 2. 정원은 없습니다. 의자는 세 개입니다. 3. 앉을 자리가 없으면 서 계셔도 됩니다. 4. 말은 하셔도 되고 안 하셔도 됩니다. 5. 일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6. 가입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 신청할 것이 없습니다.

나는 그것을 두 번 읽었다.

“과장님.”

“네.”

“이거 6번이요.”

“네.”

“’신청할 것이 없습니다’가 제일 세네요.”

과장님이 웃었다.

“그렇죠?”

세 번째 의자에 앉은 사람이 종이를 받아 읽었다. 읽고 나서 처음으로 말을 길게 했다.

“이거 붙이면 사람이 더 올 텐데요.”

“왜요.”

“안 된다고 하면 더 오잖아요.”

우리 셋은 잠깐 조용했다.

“그럼 붙이지 말까요.”

내가 물었다. 과장님이 종이를 접었다.

“붙이죠.”

“방금 더 온다면서요.”

“오면 오는 거고요.”

과장님은 종이를 문 옆에 테이프로 붙였다.

“우리가 정할 건 하나뿐이에요.”

“뭔데요.”

“여덟 시에 우리가 여기 있는 거.”

그날 저녁, 여덟 시 십 분에 문이 열렸다. 기획팀 후배였다. 들어와서 종이를 읽었다. 읽고 나서 우리 셋을 봤다.

“앉을 데 없는데요.”

“네.”

내가 말했다. 후배는 잠깐 서 있다가, 난간 쪽으로 가서 기댔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십 분쯤 그러고 있다가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인사도 안 했다. 나는 그게 좋았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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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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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밤에책2026.06.07· 1

    대사 하나하나가 인물을 만들어 주네요.

    • 종이배2026.06.08

      완전 공감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사요.

  • 한화만더2026.06.06· 1

    이 작가님 다른 작품도 찾아 읽는 중입니다.

  • 겨울차2026.06.05· 1

    설정이 과하지 않게 깔려서 편하게 따라갔습니다.

    • 한화만더2026.06.06

      저도 그 장면에서 멈췄어요.

  • 조용한책상2026.06.04· 1

    문장이 짧은데 밀도가 있어요. 계속 읽게 됩니다.

  • 일곱줄2026.06.03· 1

    같은 출발점에서 나온 다른 작품도 읽고 왔는데 완전히 달라서 신기했어요.

    • 오세림2026.06.04

      말씀하신 부분은 다음 회차에서 조금 더 풀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