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5,308자)

이빨 자국

요양원 치료견이 된 퇴역 군견 · 길담이

문턱에서 나흘을 보냈다⁠. 아침마다 담당자가 조끼를 입혀 2층으로 데려왔고⁠, 나는 207호 문 앞에 가서 엎드렸다⁠. 문은 늘 한 뼘 열려 있었다⁠. 방 안 공기가 문틈으로 흘러나와 내 코끝에 고였다⁠. 구두약⁠, 장갑⁠, 육포⁠, 짓무른 손바닥⁠. 날마다 짓무른 냄새가 조금씩 짙어졌다⁠.

나흘째 아침⁠, 원장이 결재판을 끼고 복도를 지나가다 멈췄다⁠.

“⁠오늘은요⁠?⁠”

“⁠아침 미음 세 숟갈 드셨어요⁠. 어제는 두 숟갈이었고요⁠.⁠”

“⁠숟갈이 늘어난 게 개 덕분이에요⁠, 날씨 덕분이에요⁠?⁠”

담당자가 대답하지 못했다⁠. 원장은 내 등을 내려다보았다⁠. 처음으로 나를 보았다⁠.

“⁠문지기 하라고 데려온 거 아니잖아요⁠. 선생님⁠, 이번 주 안에 방에 못 들어가면 다른 분으로 바꾸세요⁠. 207호에 매달려 석 달 다 보내면 위원회에 낼 게 없어요⁠.⁠”

원장이 걸어가는 동안 겉옷 주머니에서 말린 소고기 냄새가 흔들렸다⁠. 나흘째 같은 냄새였다⁠. 원장은 육포를 먹지 않으면서 날마다 육포를 들고 다녔다⁠.

*

담당자는 나를 문턱에서 떼어 놓으려고 휴게실로 데려갔다⁠. 노인들은 벌써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병대 모자 할아버지가 휠체어 바퀴를 굴려 앞으로 나왔다⁠.

“⁠점호받으러 왔냐⁠, 군번아⁠?⁠”

나는 꼬리를 한 번 흔들었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언제나 꼬리로 대답한다⁠. 205호 할머니가 마침 보행기를 밀고 휴게실 앞을 지나갔다⁠. 보행기 바구니에서 조청 냄새가 났고⁠, 냄새는 할머니가 나온 205호 안에서 더 짙게 흘러나왔다⁠.

내 코가 먼저 일어났다⁠. 줄이 담당자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열린 205호 문으로 들어가 침대 머리맡에 앉았다⁠. 가슴을 펴고 귀를 세우고⁠, 코끝을 베개 한가운데에 겨누었다⁠. 부대에서 하던 그대로였다⁠. 움직이지 않고⁠, 짖지 않고⁠, 찾은 자리만 코로 가리킨다⁠.

“⁠도둑개여⁠! 저 개가 내 방에 들어갔어⁠! 아이고⁠, 나 물려 죽네⁠!⁠”

할머니가 보행기를 돌려 세우며 소리를 질렀다⁠. 요양보호사가 뛰어왔다⁠. 담당자도 뛰어왔다⁠. 휴게실 노인들이 휠체어를 밀고 지팡이를 짚고 문 앞에 모였다⁠. 요양보호사가 베개를 들었다⁠. 베갯잇 안에서 약과 다섯 개가 굴러 나왔다⁠. 박하사탕 한 줌⁠, 바나나우유 빨대 하나⁠, 지난주에 없어졌다던 보청기 건전지 한 줄도 같이 나왔다⁠.

“⁠어머니⁠, 이게 다 뭐여유⁠?⁠”

“⁠내 거여⁠! 손대지 마⁠! 그거 우리 영감 제삿날 놓을 거여⁠!⁠”

“⁠영감님 제사는 동짓달이라믄서유⁠.⁠”

“⁠미리 놓는 거여⁠!⁠”

해병 할아버지가 휠체어 팔걸이를 두드리며 웃었다⁠.

“⁠저 개가 아주 탐지견이여⁠, 탐지견⁠! 약과 탐지견⁠!⁠”

휴게실이 다시 터졌다⁠. 할머니는 약과를 품에 쓸어 담으며 나를 노려보았다⁠. 할머니의 종아리에서 오래된 흉터 냄새가 났다⁠. 개 이빨이 남긴 자리는 사람이 늙어도 냄새가 다르다⁠. 나는 엉덩이를 들고 두 걸음 물러났다⁠. 할머니의 숨이 조금 느려졌다⁠.

점심이 끝나고 휴게실에 볕이 들자 해병 할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휠체어 앞에 나를 앉혀 놓고 오른손을 이마에 붙였다⁠.

“⁠경례⁠! 군번아⁠, 경례 몰러⁠? 해병은 경례부터 배우는디⁠.⁠”

나는 할아버지의 손을 보았다⁠. 손에서 담배 대신 씹는 은단 냄새가 났다⁠. 나는 경례라는 소리를 모른다⁠. 할아버지는 세 번을 더 붙였다 뗐다 하더니 손을 내리고 혀를 찼다⁠.

“⁠육군 개라 그려⁠. 해병 개였으면 벌써 했어⁠.⁠”

“⁠할아버님⁠, 군번이 경례는 못 해도 앉는 건 진짜 잘해요⁠.⁠”

“⁠앉는 건 우리도 잘혀⁠. 하루 종일 앉아 있어⁠.⁠”

노인 몇이 웃었고⁠, 할아버지는 웃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담당자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근디 선상님⁠. 군대 개는 늙으믄 어디로 가는 거여⁠?⁠”

“⁠지금은 퇴역하면 민간에 입양 보내요⁠. 공고 내서 데려갈 사람을 찾고요⁠. 근데 큰 개⁠, 늙은 개는 잘 안 데려가세요⁠. 사납다고 생각하시기도 하고⁠. 못 가면 부대 견사에 남거나 군번처럼 보호소로 가요⁠.⁠”

“⁠사람이나 개나 매한가지구먼⁠. 늙으믄 갈 데가 없어⁠.⁠”

할아버지는 휠체어 바퀴를 한 번 밀었다가 당겼다⁠. 해병대 모자 챙 밑으로 할아버지의 눈이 창밖을 보았다⁠. 창밖에서는 읍내로 가는 버스가 지나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들어온 지 한 해가 넘도록 아들이 오지 않는다고 요양보호사가 말한 적이 있다⁠. 나는 할아버지의 무릎에 턱을 얹었다⁠. 할아버지는 내 턱을 밀어내지 않았다⁠.

*

오후에 요양보호사가 207호 앞에서 담당자에게 말했다⁠. 목소리를 낮추려고 애썼지만 낮아지지 않았다⁠.

“⁠손톱을 두 달째 못 깎었어유⁠. 주먹을 안 펴시니께⁠. 손바닥이 짓물러서 연고를 발라야 허는디⁠, 손가락 하나만 건드려도 주먹이 날아와유⁠. 원장님이 다음 주에 병원 가서 손 펴는 주사를 맞히든지⁠, 안 되믄 잘 때 손을 묶든지 허자는디⁠.⁠”

“⁠묶어요⁠?⁠”

“⁠보호자님이 동의를 안 혀유⁠. 묶는 건 절대 안 된다고⁠. 근디 이대로 두믄 손바닥이 썩어유⁠.⁠”

나는 묶는다는 소리를 모른다⁠. 요양보호사가 말할 때 앞치마 끈을 두 손으로 비틀었다는 것만 안다⁠. 원장이 아침에 했던 소리 하나도 기억한다⁠. 올해 기관 평가가 있어서 신체 억제가 한 건이라도 나오면 점수가 깎인다고⁠. 원장은 손가락을 접으며 그렇게 말했다⁠. 원장의 손가락과 요양보호사의 앞치마 끈은 같은 것을 비틀고 있었다⁠.

저녁 무렵 문틈에서 새 냄새가 흘러나왔다⁠. 쇠 맛이 도는 냄새⁠. 피였다⁠. 조교가 자면서 신음했다⁠. 주먹을 더 세게 쥐는 소리가 들렸다⁠. 손톱이 살을 미는 소리는 아주 작지만⁠, 나에게는 들린다⁠.

“⁠…밥 줬냐⁠. 견사 밥⁠…⁠.⁠”

나는 일어났다⁠. 기다려라는 명령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아홉 해 동안 나는 한 번도 명령을 어긴 적이 없다⁠. 화약 앞에서 앉으라면 앉았고⁠, 기다리라면 해가 질 때까지 기다렸다⁠. 그런데 피 냄새는 기다려 주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문턱을 넘을 때 내 다리는 떨렸다⁠. 앞발이 방바닥에 닿는 순간 누가 나를 부를 것 같아 귀가 저절로 뒤로 젖혀졌다⁠.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침대 옆에 앉았다⁠. 조교의 주먹이 내 코앞에 있었다⁠. 마른 손등에 핏줄이 지렁이처럼 불거져 있었고⁠, 손가락 마디마다 굳은 살이 갈라져 있었다⁠. 나는 혀를 내밀어 주먹을 핥았다⁠. 손등부터 천천히⁠, 굳은 손을 씻기듯이⁠. 짠맛이 났다⁠. 오래된 땀과 연고와 피⁠.

주먹이 움찔했다⁠. 날아올 줄 알았다⁠. 날아오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핥았다⁠. 이번에는 엄지와 검지 사이⁠, 살이 접힌 자리를⁠. 새끼손가락이 먼저 풀렸다⁠. 약지가 따라 풀렸다⁠. 손가락 하나가 풀릴 때마다 손바닥 안에 갇혀 있던 냄새가 한 줄씩 새어 나왔다⁠. 그리고 손바닥이 열렸다⁠.

손바닥 한가운데가 벌겋게 짓물러 있었다⁠. 짓무른 살 옆⁠, 엄지 아래 두툼한 자리에 하얀 흉터가 두 줄로 나란히 박혀 있었다⁠. 작고 뾰족한 점들⁠. 나는 코를 대 보았다⁠. 흉터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내 입이 기억했다⁠. 생후 석 달⁠, 처음 공을 빼앗기던 날 나는 조교의 손을 물었다⁠. 조교는 손을 빼지 않았다⁠. 피가 흐르는 손으로 내 턱을 쥐고 말했다⁠. 놔⁠. 나는 놓았다⁠. 놓자마자 공이 다시 내 앞으로 굴러왔다⁠.

조교가 눈을 감은 채 중얼거렸다⁠.

“⁠이 새끼⁠, 또 무네⁠.⁠”

*

“⁠지금이여⁠, 지금⁠! 손 다시 오므라들기 전에⁠!⁠”

요양보호사가 손톱깎이를 들고 뛰어 들어왔다⁠. 담당자는 문 앞에서 입을 막고 서 있었다⁠. 요양보호사는 재채기를 참느라 얼굴이 벌게진 채 손톱을 하나씩 깎았다⁠. 딸깍⁠, 딸깍⁠. 나는 손목을 계속 핥았다⁠. 혀를 멈추면 손가락이 다시 굽어들었고⁠, 핥으면 다시 펴졌다⁠. 요양보호사가 연고를 짜서 손바닥에 펴 바르는 동안 나는 손등을 핥았다⁠. 둘이 박자를 맞추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달 만이여⁠. 두 달 만에 손톱 깎었어⁠. 에취⁠!⁠”

요양보호사의 재채기가 연고 뚜껑을 날려 보냈다⁠. 뚜껑이 침대 밑으로 굴러 들어갔다⁠. 나는 몸을 낮춰 침대 밑으로 코를 넣었다⁠. 뚜껑은 먼지 뭉치와 틀니 통 사이에 있었다⁠. 내가 앉아서 뚜껑을 가리키자 담당자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웃었다⁠. 요양원에 온 지 나흘 만이었다⁠.

*

복도 계단에서 국물 냄새가 올라왔다⁠. 오일장 날이라 국밥집이 바빴는지⁠, 미옥의 손에서 소뼈와 대파 냄새가 평소보다 짙게 났다⁠. 미옥은 문 앞에서 멈췄다⁠. 침대 옆에 앉아 아버지의 손을 핥고 있는 개를 보았다⁠.

“⁠누가 들이랬어요⁠.⁠”

물음이 아니었다⁠. 끝이 내려앉았다⁠. 미옥이 방으로 들어와 내 조끼 등판을 움켜쥐었다⁠. 손이 떨렸다⁠. 떨리는 손으로도 힘은 셌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사람이 조끼를 잡아당기면 따라가도록 배웠다⁠.

“⁠보호자님⁠, 손톱 깎었어유⁠! 두 달 만에⁠! 손바닥에 연고도 발랐고유⁠!⁠”

“⁠개 침이 상처에 들어가면요⁠? 아버지 당뇨 있어요⁠. 손바닥 덧나면 누가 책임져요⁠?⁠”

“⁠군번은 매달 검진받고 예방접종도 다 했어요⁠. 치료견 평가 때 위생 검사도⁠…⁠.⁠”

“⁠검사 말고요⁠.⁠”

미옥이 내 조끼를 놓았다⁠. 아버지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가락이 펴져 있었다⁠. 두 달 동안 미옥이 한 번도 보지 못한 손바닥이었다⁠. 미옥은 흉터를 보았다⁠. 엄지 아래 두 줄로 박힌 하얀 점들⁠. 미옥의 숨이 한 번 멎었다가 짧게 끊겨 나왔다⁠.

원장이 들어왔다⁠. 미옥이 원장에게로 몸을 돌렸다⁠.

“⁠원장님⁠. 출입 금지 해 주세요⁠. 보호자로서 요청하는 거예요⁠.⁠”

원장은 아버지의 손을 먼저 보았다⁠. 깎인 손톱⁠, 연고⁠, 펴진 손가락⁠. 원장의 손가락이 하나 접혔다가 도로 펴졌다⁠.

“⁠손은 열렸네요⁠.⁠”

“⁠알아요⁠.⁠”

“⁠보호자 요청이면 들어 드려야죠⁠. 대신 대표님⁠, 손이 다시 닫히면 다음 주에 병원 가셔야 해요⁠. 주사든 뭐든⁠. 그것도 보호자 동의예요⁠.⁠”

미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 대신 아버지의 이불을 끌어올려 펴진 손을 덮었다⁠.

*

원장이 207호 문에 종이를 붙였다⁠. 테이프 뜯는 소리가 복도를 길게 울렸다⁠. 담당자가 종이에 적힌 것을 작게 소리 내어 읽었다⁠. 읽으라고 시킨 사람은 없었다⁠. 담당자는 나한테 읽어 주었다⁠.

「⁠반려견 출입 금지 — 보호자 요청⁠」

“⁠반려견 아닌데⁠. 치료견인데⁠.⁠”

담당자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줄을 당겼다⁠. 나는 문턱 바깥에 엎드렸다⁠. 종이에서 새 테이프의 고무 냄새가 났다⁠. 미옥은 계단을 내려가지 않고 복도 창가에 서 있었다⁠. 창밖 논에는 아직 물이 들지 않았다⁠.

“⁠보호자님⁠, 손바닥 흉터 보셨죠⁠? 개 이빨 자국 같던데요⁠. 아버님이 부대에서 군견 조교셨다고 들었어요⁠. 혹시 군번을⁠…⁠.⁠”

“⁠선생님⁠.⁠”

미옥은 창밖을 본 채로 말했다⁠.

“⁠우리 아버지 얘기⁠, 선생님한테 할 생각 없어요⁠. 개 얘기도요⁠.⁠”

미옥의 손가락이 창틀의 먼지를 한 줄 밀었다⁠. 먼지 밑에서 오래된 페인트 냄새가 났다⁠. 담당자는 더 묻지 않았다⁠.

방 안에서 소리가 났다⁠. 탁⁠, 탁⁠. 침대 난간을 손바닥으로 치는 소리였다⁠. 두 번⁠.

나는 고개를 들었다⁠. 조교는 내가 강아지일 때 허벅지를 두 번 쳐서 나를 불렀다⁠. 곁으로 와⁠. 내 몸이 두 번 치는 소리를 기억하는 데에는 생각이 필요 없었다⁠. 엉덩이가 들렸다⁠. 담당자의 줄이 팽팽해졌다⁠. 문 위의 종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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