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5,493자)

창살

요양원 치료견이 된 퇴역 군견 · 길담이

보호소에서 두 주를 보냈다⁠. 미옥은 이틀에 한 번⁠, 국밥집 문을 닫고 밤늦게 왔다⁠. 철창 사이로 손을 넣고 말없이 앉아 있다가⁠, 내가 손바닥을 핥으면 일어나 갔다⁠. 조교가 큰 병원에서 요양원으로 돌아갔다는 것도 미옥의 손 냄새로 알았다⁠. 어느 밤 미옥의 손에서 병원 소독약 대신 요양원 복도의 왁스 냄새가 났다⁠.

7월 첫날 아침⁠, 비가 그쳤다⁠. 장마 사이에 끼어 든 하루였다⁠. 보호소 지붕에서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는 소리가 철창 줄을 따라 이어졌다⁠. 늙은 포인터가 물방울 소리에 귀를 세웠다가 눕혔다⁠. 말리노이즈는 아침 사료를 반만 먹었다⁠.

미옥은 여덟 시에 왔다⁠. 밤마다 보던 젖은 머리가 아니었다⁠. 머리를 뒤로 묶었고⁠, 앞치마를 벗었고⁠, 손에 볼펜을 쥐고 있었다⁠. 관리인이 사무실에서 종이 몇 장을 들고 나왔다⁠.

“⁠입양 신청서여⁠. 여기⁠, 여기⁠, 여기 이름 쓰고⁠. 집 주소⁠, 마당 있는지⁠, 다른 개 있는지⁠.⁠”

미옥이 철창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종이를 무릎에 대고 썼다⁠. 볼펜 굴러가는 소리가 사각사각 났다⁠. 관리인이 담배를 꺼냈다가 미옥을 보고 도로 넣었다⁠.

“⁠열 살 셰퍼드를 데려가⁠? 국밥집 하시면서⁠?⁠”

“⁠네⁠.⁠”

“⁠사료 한 달에 꽤 들어⁠. 병원비는 더 들고⁠. 늙으면 다리 약해져서 계단도 못 올라가⁠.⁠”

“⁠마당 있어요⁠. 계단 없어요⁠. 견사도 있어요⁠. 아빠가 지어 놓은 거요⁠. 사료는 제가 벌어요⁠.⁠”

미옥은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관리인이 한참 미옥을 내려다보다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사료 포대 하나를 끌고 나왔다⁠.

“⁠이건 덤이여⁠. 방송 탄 개는 덤이 붙어⁠.⁠”

“⁠방송 덤이 사료예요⁠?⁠”

“⁠우리 보호소 홍보비여⁠. 나중에 누가 물으믄 여기서 데려갔다고 혀⁠.⁠”

미옥이 처음으로 관리인을 보고 웃었다⁠. 관리인도 웃었다⁠. 관리인의 웃음에서 담배 냄새가 났다⁠.

*

철창 문이 열렸다⁠. 철컥⁠. 열리는 소리였다⁠. 닫히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

나는 바로 나가지 않았다⁠. 옆 철창을 보았다⁠. 말리노이즈가 앞발에 턱을 얹고 나를 보고 있었다⁠. 밥그릇에 사료가 반 남아 있었다⁠. 미옥도 말리노이즈를 보았다⁠. 미옥의 손가락이 말리노이즈 철창의 문고리 근처에서 멈췄다⁠. 쥐지 않았다⁠.

“⁠…미안⁠. 둘은 못 해⁠.⁠”

미옥이 말했다⁠. 말리노이즈는 꼬리를 바닥에 두 번 쳤다⁠. 나는 말리노이즈의 철창 앞에 코를 댔다⁠. 말리노이즈도 코를 댔다⁠. 철창 사이로 코끝이 닿았다⁠. 아홉 해 동안 우리는 철창 사이로 코끝만 닿았다⁠. 말리노이즈의 남은 사료에서 내 냄새가 났다⁠. 아홉 해 동안 남긴 반이 누구 몫이었는지 비로소 알았다⁠. 나는 코를 떼고 몸을 돌렸다⁠. 다리가 무거웠다⁠.

주차장에 차 한 대가 더 들어왔다⁠. 볼펜 뚜껑 냄새가 차 문보다 먼저 열렸다⁠. 담당자였다⁠. 담당자는 뛰어오다 철창 통로 입구에서 멈췄다⁠. 열린 철창과⁠, 목줄을 쥔 미옥과⁠, 미옥의 무릎에 놓인 입양 서류를 보았다⁠.

“⁠보호자님⁠…⁠.⁠”

“⁠관리인 아저씨가 새벽에 선생님한테도 전화했대요⁠. 데려간다는 사람 있다고⁠.⁠”

담당자가 철창 통로에 쪼그려 앉아 내 목을 끌어안았다⁠. 담당자의 목덜미에서 짠 냄새와 단 냄새가 같이 났다⁠. 울 때와 웃을 때의 냄새가 한꺼번에 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맙습니다⁠. 진짜⁠, 진짜 고맙습니다⁠.⁠”

“⁠고마워하지 마세요⁠. 저 프로그램은 끝내자고 할 거예요⁠. 내일도요⁠.⁠”

담당자가 고개를 들었다⁠. 미옥은 서류를 반으로 접었다⁠.

“⁠원장님 계산이 맞아요⁠. 사만 원은 사만 원이에요⁠. 제 개는 제 돈으로 키워요⁠. 마흔 집한테 나눠 내라고 안 해요⁠.⁠”

“⁠그럼 위원회에서는요⁠?⁠”

“⁠가서 말할 거예요⁠. 프로그램 말고 다른 거요⁠.⁠”

미옥은 다른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담당자도 묻지 않았다⁠. 담당자는 내 목줄을 한 번 쥐어 보고 미옥의 손에 돌려주었다⁠. 줄이 손에서 손으로 넘어갈 때 줄에 밴 냄새가 바뀌었다⁠. 볼펜 뚜껑에서 소뼈 국물로⁠.

*

미옥의 짐차 뒷자리에 사료 포대와 내가 실렸다⁠. 미옥이 창문을 끝까지 내렸다⁠. 나는 머리를 내밀었다⁠. 젖은 논 냄새가 볼을 밀었다⁠.

“⁠침 튀어도 돼⁠. 네 차야⁠, 이제⁠.⁠”

미옥은 앞을 보고 말했다⁠.

“⁠서류에 이름 썼어⁠. 표군번⁠. 성은 표 씨야⁠. 아빠 성⁠.⁠”

나는 꼬리를 쳤다⁠.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는 꼬리로 대답한다⁠. 성은 처음 들었다⁠. 성도 이름인 줄 알고 꼬리를 한 번 더 쳤다⁠.

“⁠아빠는 개한테 무슨 성이냐고 하겠지만⁠.⁠”

미옥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미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미옥이 운전하면서 스피커를 켰다⁠. 요양보호사의 목소리가 차 안을 가득 채웠다⁠.

“⁠보호자님⁠, 어르신 오늘도 미음 안 드셔유⁠. 사흘째유⁠. 주먹 다시 쥐셨어유⁠. 밤에는 자꾸 견사 문 닫었냐고 물으시고⁠, 다리 아프다고 소리 지르시고⁠. 의사 선생님이 수술 뒤에 정신이 왔다 갔다 허는 거라고는 허는디⁠, 이대로 안 드시믄 콧줄 껴야 헌대유⁠.⁠”

“⁠콧줄이요⁠.⁠”

“⁠코로 밥 넣는 줄이유⁠. 보호자 동의 받어야 혀유⁠.⁠”

미옥은 대답 대신 전화를 끊었다⁠. 운전대 위의 손등에 핏줄이 돋았다⁠. 차가 요양원으로 가는 언덕길로 올라갔다⁠. 미옥의 손이 운전대를 세게 쥐었다⁠. 땀 냄새가 올라왔다⁠. 겁날 때의 땀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하러 가는 사람의 땀이었다⁠. 둘은 냄새가 다르다⁠. 겁날 때의 땀은 차갑고⁠, 하러 갈 때의 땀은 뜨겁다⁠.

*

원장은 현관 유리문 앞에 서 있었다⁠. 누가 전화로 알렸는지⁠, 미옥의 차가 마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서 있었다⁠. 원장의 겉옷 주머니에서 육포 냄새가 났다⁠. 원장의 손은 주머니 밖에 있었다⁠.

미옥이 내 목줄을 쥐고 현관 앞으로 갔다⁠. 원장은 비켜서지 않았다⁠.

“⁠대표님⁠. 군번 들어올 수 없어요⁠.⁠”

“⁠입양했어요⁠. 오늘 아침에요⁠. 제 개예요⁠.⁠”

“⁠프로그램은 멈췄어요⁠. 사고 조사 중이에요⁠. 공단 보고도 아직 안 끝났어요⁠.⁠”

“⁠프로그램 끝내자고 한 거 저예요⁠. 그거 그대로 하세요⁠. 이건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제 개예요⁠. 딸이 아빠한테 아빠 개 보여 주러 온 거예요⁠.⁠”

원장이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보호자가 데려오는 개 면회 규정이 없어요⁠. 규정이 없으면 막아야 해요⁠. 대표님이 오늘 개를 데리고 들어오시면⁠, 다음 주에 다른 가족분이 강아지를 데려와요⁠. 그다음 주엔 고양이를요⁠. 털⁠, 물림 사고⁠, 알레르기⁠, 보험⁠. 211호 따님은 개털 때문에 어머니 기침한다고 벌써 전화하셨어요⁠.⁠”

손가락이 하나 더 접혔다⁠.

“⁠그리고 대표님⁠. 지난번 식재료비 안건 보셨잖아요⁠. 개가 들어오면 사람이 하나 더 붙어야 해요⁠. 사람이 붙으면 돈이에요⁠. 마흔 명 밥이에요⁠.⁠”

“⁠사람 안 붙어도 돼요⁠. 제가 붙어요⁠. 제가 데리고 와서 제가 데리고 가요⁠.⁠”

“⁠대표님 국밥집은요⁠?⁠”

미옥이 입을 다물었다⁠. 원장은 손가락을 접은 채로 미옥을 보았다⁠. 원장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저는 대표님이 밉지 않아요⁠. 군번도요⁠. 근데 제가 오늘 문을 열면⁠, 저는 내일부터 아무것도 못 막아요⁠. 저는 막는 사람이에요⁠. 막아야 마흔 명이 여기 계세요⁠.⁠”

미옥이 원장을 똑바로 보았다⁠. 미옥의 손이 목줄을 쥐었다 폈다⁠.

“⁠아빠 사흘째 미음 안 드신대요⁠. 수술하고 돌아와서요⁠. 주먹 다시 쥐셨대요⁠. 그것도 막으실 거예요⁠?⁠”

원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는 원장을 미옥이 처음 보았다⁠. 나도 처음 보았다⁠.

*

휴게실 창문이 열렸다⁠. 노인들의 얼굴이 창살 사이로 줄줄이 나타났다⁠. 해병 할아버지가 창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군번이 귀환⁠! 군번이 귀환이다⁠!⁠”

“⁠입양됐대⁠! 표 씨래⁠!⁠”

화투 할머니가 소리쳤다⁠. 소식은 사람보다 빠르다⁠. 교장 할아버지가 창가에서 지팡이를 들어 흔들었다⁠. 이발사 할아버지는 창살 사이로 빗을 내밀었다⁠. 닿지 않는 거리였는데 빗을 계속 내밀고 있었다⁠.

“⁠원장⁠! 들여보내⁠! 표 씨는 보호자여⁠!⁠”

“⁠어르신들⁠, 창문 닫으세요⁠. 바람 들어요⁠.⁠”

“⁠바람은 원래 들어오는 거여⁠!⁠”

원장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가 멈췄다⁠. 원장은 웃지 않으려고 콧구멍을 벌렸다⁠. 나는 보았다⁠.

*

2층 창 하나가 더 열렸다⁠. 복도 끝⁠, 207호 창이었다⁠. 창살이 끼워진 창이었다⁠. 요양보호사의 얼굴이 창살 너머로 나타났다⁠.

“⁠보호자님⁠! 어르신 창가로 모실게유⁠! 거기 계셔유⁠, 마당에⁠!⁠”

“⁠선생님⁠, 수술하신 분을⁠…⁠.⁠”

원장이 고개를 들어 소리쳤다⁠. 요양보호사가 창살 너머에서 원장을 내려다보았다⁠.

“⁠원장님⁠, 어르신을 창가로 모시는 건 규정에 없지유⁠? 없으믄 막을 것도 없지유⁠?⁠”

원장이 입을 다물었다⁠. 손가락을 펴지도 접지도 않았다⁠. 한참 있다가 원장이 말했다⁠.

“⁠…휠체어 브레이크 꼭 거세요⁠. 두 분이서 하세요⁠.⁠”

원장은 그렇게 말하고 현관 유리문 앞에서 비켜났다⁠. 들어오라는 뜻이 아니었다⁠. 원장은 마당 가운데로 걸어 나와 207호 창 아래에 멈췄다⁠. 미옥과 나와 나란히⁠. 셋이 함께 창을 올려다보았다⁠.

창살 너머로 휠체어가 다가왔다⁠. 요양보호사와 야간 근무를 마치고 아직 집에 가지 않은 야간 요양보호사가 둘이서 조교를 창가로 옮겼다⁠. 조교는 창살에 이마를 댔다⁠. 얼굴이 수척했다⁠. 눈이 마당을 더듬었다⁠. 바람이 창에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구두약⁠, 장갑⁠, 육포⁠, 그리고 수술 자리의 소독약⁠.

조교의 눈이 나에게서 멈췄다⁠. 지나가지 않았다⁠.

“⁠군번⁠.⁠”

조교가 불렀다⁠. 쉰 목소리였다⁠. 나는 꼬리를 쳤다⁠. 꼬리로 대답하고⁠, 다음 소리를 기다렸다⁠.

“⁠앉아⁠.⁠”

나는 앉았다⁠. 젖은 마당에 엉덩이가 철썩 닿았다⁠. 가슴을 펴고⁠, 귀를 세우고⁠, 코끝을 207호 창에⁠.

“⁠좋아⁠.⁠”

조교가 말했다⁠. 조교의 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주먹이 풀리는 소리는 마당까지 들리지 않았다⁠. 나는 들었다⁠. 손가락이 하나씩⁠, 새끼손가락부터⁠. 손이 창살 쪽으로 올라왔다⁠. 창살 사이로 손바닥이 나왔다⁠. 펴진 손바닥이었다⁠. 엄지 아래 두 줄의 흰 점이 하늘을 향해 있었다⁠. 나에게는 닿지 않는 높이였다⁠. 조교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요양보호사가 숟가락을 들었다⁠. 조교가 창밖을 본 채로 입을 벌렸다⁠. 한 숟갈⁠. 두 숟갈⁠. 미옥이 내 목줄을 놓쳤다⁠. 놓친 줄도 몰랐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앉아 있으라고 했으니까⁠.

휴게실 창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숟가락이 조교의 입으로 들어갈 때마다 노인들이 창살을 두드렸다⁠. 세 숟갈째에 해병 할아버지가 창살 사이로 경례를 붙였고⁠, 다섯 숟갈째에 화투 할머니가 창살 사이로 무언가를 던졌다⁠. 약과였다⁠. 약과가 젖은 마당에 떨어져 내 앞발 앞까지 굴러왔다⁠.

“⁠먹어⁠, 표군번⁠! 축하 약과여⁠!⁠”

나는 먹지 않았다⁠. 담당자는 보호소에 있었고⁠, 미옥은 창만 보고 있었다⁠. 허락해 줄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약과 앞에 앉아 기다렸다⁠. 약과에서 조청 냄새가 빗물에 풀려 나왔다⁠.

원장이 내려다보았다⁠. 젖은 약과와⁠, 약과 앞에 앉은 나를⁠.

“⁠…좋아⁠.⁠”

원장이 작게 말했다⁠. 나는 약과를 먹었다⁠. 원장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얼굴로 다시 창을 올려다보았다⁠. 겉옷 주머니에서 육포 봉지가 바스락거렸다⁠. 원장의 손은 주머니 밖에 있었다⁠. 바람이 주머니를 흔들었다⁠.

원장이 미옥을 보지 않고 말했다⁠.

“⁠내일 위원회예요⁠. 프로그램이랑 면회 규정⁠, 같이 올리세요⁠. 대표님 이름으로요⁠.⁠”

“⁠같이요⁠?⁠”

“⁠안건은 보호자 대표님이 낼 수 있어요⁠. 규정에 있어요⁠.⁠”

빗방울이 하나 떨어졌다⁠. 둘⁠. 장마가 다시 오고 있었다⁠. 창살 사이로 나온 조교의 손바닥 위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손은 비를 맞으며 펴진 채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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