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309자)
보호소
요양원 치료견이 된 퇴역 군견 · 길담이
구급차는 새벽 두 시 반에 왔다. 사이렌 소리가 논을 건너 산에 부딪혀 돌아왔다. 구급대원 둘이 계단참에서 조교를 들것에 옮겼다. 조교는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이를 물고 천장을 보았다. 들것이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조교의 손이 들것 밖으로 나와 있었다. 손은 펴져 있었다. 나는 계단 맨 위에서 펴진 손이 현관 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보았다. 야간 요양보호사가 내 목줄을 잡고 있었다. 잡을 필요가 없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화투 할머니는 다른 구급차에 실려 갔다가 아침에 돌아왔다. 조교는 돌아오지 않았다. 읍내 병원에서 큰 병원으로 옮겨 갔다고 요양보호사가 말했다. 고관절이라는 소리가 아침 내내 복도를 오갔다. 나는 뜻을 몰랐다. 소리마다 노인들이 자기 엉덩이를 한 번씩 만졌다.
비가 왔다. 장맛비였다. 굵은 빗방울이 창살에 부딪혀 부서졌다. 비가 오면 냄새가 땅으로 가라앉는다. 요양원 전체가 젖은 시멘트와 젖은 흙 냄새 밑에 잠겼다. 밤꽃 냄새도 씻겨 내려갔다.
*
아홉 시, 원장이 2층 복도에 사람들을 모았다. 담당자, 요양보호사,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 가지 않은 야간 요양보호사. 원장의 눈 밑이 부어 있었다. 원장은 밤새 자지 않은 사람의 냄새를 풍겼다. 입안이 마르고 커피가 혀에 눌어붙은 냄새.
“프로그램 오늘로 멈춥니다. 군번은 오늘 보호소로 갑니다.”
“원장님!”
담당자가 소리쳤다. 원장은 손을 들어 담당자를 막았다.
“어젯밤 사고가 두 건이에요. 한 분은 저혈당으로 실려 가셨고 한 분은 다리가 부러지셨어요. 공단에 보고해야 하고, 보호자분께 사과드려야 하고, 위원회에 올려야 해요. 군번 때문에 난 사고가 아니라는 거 저도 알아요. 군번이 할머니를 찾았다는 것도요. 근데 군번이 있는 밤에 났어요.”
“방화문 제가 열었어유.”
야간 요양보호사가 앞으로 나왔다. 목소리가 떨렸다.
“더워서 제가 고무 받침 끼웠어유. 207호 문도 제가 열었어유. 군번이 잘못헌 거 하나도 없어유. 저를 자르셔유.”
“선생님 잘못도 제 잘못이에요.”
원장이 말했다. 원장은 야간 요양보호사의 어깨를 한 번 잡았다가 놓았다.
“야간에 한 분이 마흔 명을 보게 한 건 저예요. 방화문에 자동 닫힘 장치 안 단 것도 저고요. 그래서 제가 정해요. 개를 지키려고 노인을 놓치는 일, 다시는 못 해요. 군번이 할머니 곁에 있었던 건 잘한 거예요. 잘했는데, 한 마리가 두 문을 못 지켜요. 저는 마흔 개 문을 지켜야 하고요.”
담당자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원장의 겉옷 주머니에서 육포 냄새가 났다. 비닐 소리가 나지 않았다. 원장은 오늘 주머니에 손을 넣지 않았다.
*
열한 시, 담당자가 내 조끼를 벗기고 목줄만 남겼다. 조끼가 벗겨지자 등이 서늘했다. 아홉 해 동안 조끼를 벗는 것은 일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오늘은 무엇이 끝났는지 나는 알았다.
담당자는 나를 데리고 2층을 한 바퀴 돌았다. 줄을 짧게 쥐지 않았다. 211호 할머니의 손이 난간 사이로 나와 있었고, 나는 손 밑에 머리를 넣었다가 뺐다. 205호는 비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 휴게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207호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종이는 그대로 붙어 있었다. 「반려견 출입 금지 — 보호자 요청」 담당자가 종이를 보고, 나를 보고, 줄을 놓았다.
나는 문턱을 넘었다. 이번에는 다리가 떨리지 않았다. 아무도 부르지 않을 것을 알았다. 침대는 비어 있었다. 시트가 걷혀 매트리스가 드러나 있었고, 매트리스 가운데가 조교의 몸 모양으로 꺼져 있었다. 꺼진 자리에서 구두약과 장갑과 육포 냄새가 났다. 베개 옆에 공이 있었다. 나는 공을 물었다. 담당자는 빼앗지 않았다.
“가져가. 네 거야.”
나는 공을 문 채 207호를 나왔다. 처음으로 들어갔던 방을 처음으로 걸어서 나왔다.
현관 앞에 노인들이 있었다.
해병 할아버지가 휠체어를 현관 유리문 한가운데에 가로로 세워 놓고 앉아 있었다. 바퀴에 브레이크를 걸어 두었다. 교장 할아버지가 옆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고, 이발사 할아버지는 휠체어에 앉아 빗을 무릎에 올려놓고 있었다. 화투 할머니는 링거 자국에 반창고를 붙인 채 보행기를 붙잡고 맨 앞에 있었다.
“못 가.”
해병 할아버지가 말했다.
“해병은 후퇴 안 혀. 비켜 달라믄 나를 들어서 옮겨.”
“어르신, 비 오는데 감기 드세요.”
“감기 들믄 너 때문이여, 원장.”
원장은 노인들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았다. 해병 할아버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어르신. 어젯밤에 207호 어르신 다리가 부러지셨어요. 할머니는 실려 가셨고요. 제가 그거 막아야 해요.”
“군번이가 할매를 살렸잖여!”
“알아요. 그래서 더 못 둬요. 다음엔 군번이 누구 곁에 있다가 누구를 놓칠지 몰라요. 군번도 그게 제일 무서울 거예요.”
교장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바닥을 쳤다. 탁.
“원장. 개가 무서운 게 뭔지 원장이 어찌 아오.”
원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담당자가 노인들 사이로 비집고 나가 차 문을 열려다 멈췄다. 주머니를 뒤졌다. 다른 주머니를 뒤졌다. 가방을 뒤집었다.
“제 차 열쇠….”
화투 할머니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콧노래를 불렀다. 노인들이 일제히 딴 데를 보았다. 해병 할아버지가 휘파람을 불었다. 소리가 잘 나지 않았다.
“어머니.”
“나 몰러. 귀신이 가져갔어.”
원장이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원장은 노인들을 보았고, 담당자를 보았고, 나를 보았다. 원장이 입을 열었다.
“군번. 찾아.”
*
고백한다. 찾아라는 소리를 들으면 나는 찾는다. 누가 시키든. 아홉 해 동안 몸에 박힌 소리다. 내 코는 원장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담당자의 냄새를 쫓았다. 볼펜 뚜껑, 핸드크림, 차 시트의 먼지. 냄새는 현관 앞 노인들에게로 이어졌다. 해병 할아버지의 휠체어를 지나, 교장 할아버지의 지팡이를 지나, 화투 할머니의 몸뻬 허리춤에서 멈췄다.
나는 앉았다. 가슴을 펴고, 귀를 세우고, 코끝을 할머니의 허리춤에.
“이 배신자!”
할머니가 소리쳤다. 소리치는 얼굴이 울고 있었고 입은 웃고 있었다.
“이 도둑개야! 내가 니 살릴라고 숨겼는디 니가 찾아?”
해병 할아버지가 휠체어 팔걸이에 이마를 박고 웃었다. 교장 할아버지는 웃지 않으려다 코로 웃었다. 요양보호사는 웃다가 울었다.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열쇠를 꺼내 담당자에게 던졌다. 열쇠가 담당자의 가슴에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열쇠 앞에서도 앉았다. 찾은 것 앞에서는 앉는다.
“저 봐, 저 봐. 끝까지 찾아.”
할머니가 보행기를 돌려 들어가 버렸다. 해병 할아버지가 휠체어 브레이크를 풀었다. 바퀴가 옆으로 비켜났다. 할아버지는 비켜나면서 손을 이마에 붙였다. 경례였다. 군가가 없었다. 나는 차렷 자세로 앉아 경례를 받았다. 이발사 할아버지가 빗을 들어 내 귀 뒤를 한 번 빗었다. 짧게, 끊어서.
“…다음.”
다음이 언제인지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
원장의 전화가 울렸다. 원장이 현관 구석에서 받았다. 미옥이었다. 큰 병원에서 거는 전화였다. 전화기 너머로 소독약과 기계 소리가 났다.
“네, 대표님. 수술 잘 끝나셨다니 다행이에요. 네. 군번은 오늘 보호소로 갑니다. 네.”
전화기 너머에서 미옥이 한참 말이 없었다. 숨소리만 났다.
“원장님 하시는 대로 하세요.”
미옥의 목소리가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겼다. 원장이 전화기를 오래 쥐고 있었다.
*
보호소까지는 차로 한 시간이었다. 비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했다. 나는 뒷자리에 엎드려 창에 김이 서리는 것을 보았다. 담당자는 운전하면서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가 없어도 우는 사람의 차 안에는 짠 냄새가 찬다. 와이퍼가 왔다 갔다 했다. 담당자가 신호등 앞에서 말했다.
“미안해, 군번. 나 원룸이야. 미안해.”
보호소 냄새는 주차장에서부터 났다. 젖은 콘크리트, 락스, 늙은 개들의 잇몸. 겨울에 맡던 냄새가 그대로였다. 철창이 두 줄로 마주 보고 늘어서 있었다. 관리인이 우산도 없이 나와 담당자에게서 내 목줄을 받았다. 관리인의 손에서 락스와 담배 냄새가 났다.
“다시 왔구먼, 군번이. 방송 봤어. 잘했다매.”
관리인은 나를 철창 하나에 넣었다. 철창 문이 닫혔다. 철컥. 담당자가 철창 앞에 쪼그려 앉아 손을 넣었다. 내 코끝에 손바닥을 댔다. 손바닥이 떨렸다. 담당자는 기다려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나 걸어갔다. 나는 기다렸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기다렸다.
옆 철창에서 낯익은 냄새가 났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말리노이즈였다. 아홉 해 동안 내 옆 철창에서 자던 암컷. 지난달 부대에서 이리로 왔다. 말리노이즈는 나를 보고 일어나지 않았다. 꼬리를 바닥에 두 번 쳤다. 말리노이즈의 밥그릇에 사료가 반 남아 있었다. 나는 물고 온 공을 철창 바닥에 내려놓았다. 락스와 젖은 콘크리트 속에서 공에 밴 조교의 손 냄새 하나만 또렷했다.
관리인이 철창 앞을 지나가며 혼잣말을 했다.
“올여름만 군대 나온 놈이 넷째여. 다들 열 살 넘어서 와. 열 살 넘은 큰 개를 누가 데려가.”
맞은편 철창에서 늙은 포인터가 울었다. 겨울에 내 맞은편에 있던 개였다. 아직 있었다. 이빨 빠진 진돗개는 없었다. 진돗개 철창에는 어린 잡종이 들어 있었다. 나는 진돗개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았다. 개는 묻지 않는다. 냄새로 안다. 진돗개 철창 바닥 틈에서 진돗개의 냄새는 다 빠져 있었다.
*
밤이 되자 비가 더 굵어졌다. 보호소 지붕은 함석이라 빗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늙은 개들은 빗소리에 잠을 못 이루고 낑낑거렸다. 나는 철창 문 앞에 엎드려 빗소리 사이로 오는 냄새를 맡았다. 비는 냄새를 땅으로 누르지만, 가까이 오는 냄새는 누르지 못한다.
자정이 다 되어 주차장에서 차 소리가 났다. 작은 짐차의 엔진 소리였다. 깍두기 국물, 소뼈, 배추 겉잎. 관리인의 사무실 문이 열리고 목소리 둘이 오갔다. 이 시간에 무슨, 네, 죄송해요, 잠깐이면 돼요.
미옥이 철창 사이 통로로 걸어 들어왔다. 우산을 쓰지 않았다.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 있었고, 국밥집 앞치마 위에 병원 출입증이 매달려 있었다. 미옥은 철창을 하나씩 지나왔다. 포인터 앞, 잡종 앞, 말리노이즈 앞. 그리고 내 앞에서 멈췄다.
미옥이 쪼그려 앉았다. 철창 사이로 손을 넣었다. 손바닥을 내 코끝에 댔다. 지난가을 조교가 그랬던 것처럼. 손바닥이 떨렸다. 떨리는 것까지 같았다.
“아빠가 마취에서 깨서 너 불렀어.”
미옥이 말했다. 빗소리에 묻힐 만큼 작게.
“군번아, 밥 먹었냐고. 세 번이나. 간호사가 군번이 누구냐고 물어서, 내가… 내가 우리 개라고 했어.”
나는 미옥의 손바닥을 핥았다. 소뼈 국물과 빗물과 병원 소독약. 손바닥 가운데가 굳어 있었다. 하루 열두 시간 국자를 쥔 손이었다. 굳은 손을 씻기듯이, 나는 한 번 더 핥았다. 미옥은 손을 빼지 않았다. 철창 문고리가 미옥의 다른 손 바로 옆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