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5,418자)
가자
요양원 치료견이 된 퇴역 군견 · 길담이
조교의 마당에서 아침을 맞았다. 미옥의 짐차 뒷자리였다. 견사 자물쇠의 열쇠는 끝내 나오지 않았고, 미옥은 집 안에 나를 들이지 않았다. 아빠가 개는 집 안에 들이는 거 아니랬어. 그렇게 말하고 운전석 의자를 뒤로 젖혀 누웠다. 밤새 미옥의 무릎이 운전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새벽에 장맛비가 그쳤다. 갯벌 냄새가 차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미옥이 눈을 뜨고 뒷자리를 돌아보았다. 내 턱이 미옥의 의자 머리받침에 얹혀 있었다.
“…침 흘렸지.”
나는 꼬리를 쳤다. 미옥이 차 문을 열자 나는 마당으로 뛰어내려 감나무 밑동에 오줌을 누었다. 견사 모퉁이에도 누었다. 대문 기둥에도 누었다. 개 냄새가 없던 마당에 처음으로 개 냄새가 생겼다. 미옥이 운전석에서 내리며 혀를 찼다.
“아빠가 봤으면 좋아했겠다. 여기 다 네 땅이라고.”
*
운영위원회는 열 시, 식당에서 열렸다. 식탁 두 개를 붙이고 의자 다섯 개를 놓았다. 원장, 보호자 대표 미옥, 직원 대표 요양보호사, 노인 대표 교장 할아버지, 외부 위원으로 온 면사무소 복지 담당. 담당자는 프로그램 보고를 하러 벽 앞 의자에 따로 앉았다. 담당자는 오늘 아침 나에게 노란 조끼를 다시 입혔다. 마지막 날이니까, 하고 말했다.
나는 식당 문턱에 엎드렸다. 식당 안은 안 된다는 권고가 있었다. 문턱 바깥에서 턱을 앞발에 얹고, 귀를 안으로 세웠다. 석 달 전 207호 문턱에서 하던 자세였다. 내 뒤로 휴게실 노인들이 휠체어와 보행기를 끌고 와서 복도 유리창에 얼굴을 붙였다. 해병 할아버지가 유리창을 두드리다 요양보호사에게 눈총을 받았다.
원장이 종이를 나눠 주었다. 손가락을 하나 접었다.
“첫 안건, 치료견 프로그램 존폐예요. 유지하면 식재료비가 마흔 명 모두 한 달에 사만 원 올라요. 폐지하면 그대로고요. 결과는 보고서에 다 있어요. 낙상 발견 세 건, 저혈당 발견 두 건, 병원 이송 취소 한 건. 사고도 있어요. 야간 이탈 한 건, 계단 낙상 한 건.”
원장의 목소리는 고르고 낮았다. 숫자를 빼지도 보태지도 않았다.
“담당 선생님 말씀 들어 보세요.”
담당자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볼펜 뚜껑을 입에 물려다 내려놓았다. 담당자는 숫자를 말하지 않았다. 해병 할아버지 아들의 전화를, 교장 할아버지의 귀를, 211호 할머니의 손을 말했다. 말하는 동안 목소리가 두 번 떨렸다. 떨려도 끝까지 했다. 담당자가 앉자 요양보호사가 손을 들었다.
“저는 남기는 데 손들어유. 전에 말씀드린 대로유.”
교장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무릎 사이에 세웠다.
“노인 대표로 말하겠소. 노인들은 다 남기자고 했소. 나도 남기는 데 손들겠소. 위생은 내가 더 따지겠소.”
복도 유리창 너머에서 박수 소리가 났다. 원장이 유리창을 보고, 노인들이 박수를 멈췄다. 면사무소 복지 담당이 종이를 넘기며 사만 원이 마흔 집이면 적지 않다고 했다. 폐지에 손을 들겠다고 했다. 둘 대 하나. 원장이 손을 들었다. 폐지. 둘 대 둘.
모두 미옥을 보았다.
미옥은 문턱의 나를 한 번 보았다. 그리고 손을 들었다.
“폐지요.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유리창 너머에서 화투 할머니가 아이고 소리를 냈다. 해병 할아버지가 휠체어 팔걸이를 내리쳤다. 원장이 손가락을 펴고 종이에 무언가를 적었다.
“치료견 프로그램, 이 달로 폐지합니다.”
*
“두 번째 안건 있어요.”
미옥이 말했다.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탁자 한가운데에 놓았다. 손글씨였다. 밤새 짐차 운전석에서 쓴 글씨였다. 원장이 안경을 고쳐 쓰고 소리 내어 읽었다.
「보호자가 데려오는 개의 낮 면회. 하루 두 시간, 오후 세 시부터 다섯 시까지. 보호자가 곁에 있을 것. 식당과 조리실은 들어가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분과 알레르기 있는 분의 방은 들어가지 않는다. 예방접종과 검진과 배상 보험은 보호자가 낸다.」
원장이 종이에서 눈을 들었다.
“세 시부터 다섯 시요?”
“국밥집 쉬는 시간이에요. 점심 장사 끝나고 저녁 장사 전에요. 제가 쉬는 시간 두 시간, 그거 여기 쓸게요. 사람 안 붙어도 돼요. 제가 붙어요. 요양원 돈은 한 푼도 안 들어요.”
원장은 대답하지 않고 손가락을 접었다. 하나, 둘, 셋. 사료, 진료비, 보험. 접었던 손가락을 하나씩 다시 폈다. 다 폈다. 남는 것이 없었다.
“대표님이 매일 두 시간을 내놓으시면, 대표님은 언제 쉬세요?”
“국밥집은 일요일에 쉬어요.”
“일요일엔 여기 오시잖아요.”
미옥은 대답하지 않았다. 원장도 더 묻지 않았다. 두 사람 다 답을 알았다.
“211호 따님은요?”
“211호 할머니 방엔 안 들어가요. 할머니가 휴게실로 나오시면 휴게실에서 봬요. 침대째 나오셨던 거, 따님한테 사진 보내 드렸어요. 따님이 답장했어요. 엄마 웃는 거 처음 본다고.”
원장이 오래 미옥을 보았다. 겉옷 주머니에서 비닐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원장의 손이 주머니 안에 있었다.
“하나 붙일게요. 밤에는 안 됩니다. 밤 복도는 사람이 지켜요.”
“네.”
“그럼 손드세요.”
요양보호사가 손을 들었다. 교장 할아버지가 손을 들었다. 면사무소 복지 담당이 돈이 안 드는 거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손을 들었다. 미옥이 손을 들었다. 원장이 마지막으로 손을 들었다. 들어 올린 손에 육포 봉지가 쥐여 있었다. 원장은 손에 쥔 봉지를 뒤늦게 알아채고 웃었다. 식당 유리창 너머가 한꺼번에 터졌다.
면사무소 복지 담당이 서류를 챙기며 말했다. 군에서 퇴역견 입양 가정을 찾는 데 지난번 방송 영상을 써도 되겠느냐는 문의가 면사무소로 왔다고. 원장이 손가락을 접지 않고 대답했다.
“돈 안 드는 건 다 하세요.”
*
밤 복도를 누가 지키느냐는 이야기는 휴게실에서 정해졌다. 해병 할아버지가 야간 요양보호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손전등 줘. 밤 순찰은 해병이 혀.”
“어르신, 휠체어로 무슨 순찰이유.”
“바퀴 달린 해병이여.”
교장 할아버지가 자기는 새벽 네 시면 저절로 깨니까 새벽 네 시는 자기가 보겠다고 했다. 화투 할머니는 밥을 다 먹겠다고 했다. 다 먹으면 쓰러질 일이 없다고. 약과는 반만 숨기겠다고. 야간 요양보호사가 손전등을 해병 할아버지 무릎에 놓아 주었다. 할아버지가 손전등을 켜서 내 얼굴을 비췄다. 눈이 부셨다.
휴게실 텔레비전에서는 먼 나라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무너진 담장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줄에 매여 걷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채널을 돌리지 않았다.
“인수인계 끝. 군번이, 수고혔다.”
할아버지가 경례를 붙였다. 군가가 없었는데 나는 차렷 자세로 앉았다.
요양보호사가 휴대전화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어제 보호소에 전화해서 말리노이즈 입양을 신청했다고. 재채기하면서 키우면 된다고. 원장이 사료는 사비로 사라고 했고, 요양보호사는 당연하쥬, 하고 재채기를 했다.
담당자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조끼 끈을 풀었다. 찍찍이 떼는 소리가 났다. 조끼가 내 등에서 내려갔다. 등이 서늘했다. 담당자는 조끼를 접어 가방에 넣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한참 쓰다듬었다.
“이제 너 그냥 개야, 군번. 일 안 해도 돼.”
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 아홉 해 동안 일을 했고, 석 달 동안 또 일을 했다. 그냥 개라는 소리는 모른다. 조끼가 없는 등으로 휴게실 바람이 지나갔다. 바람이 이렇게 가벼운 것인 줄 몰랐다.
*
세 시, 미옥이 국밥집 앞치마를 벗고 다시 왔다. 207호 문 앞에서 미옥이 종이를 떼어 냈다. 「반려견 출입 금지 — 보호자 요청」 테이프가 뜯기는 소리가 복도를 길게 울렸다. 미옥은 종이를 접어 앞치마 주머니에 넣었다. 버리지 않았다.
“들어가.”
미옥이 말했다. 나는 문턱을 넘었다.
조교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다리에 붕대가 감겨 있었다. 주먹이 이불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침대 옆에 앉아 주먹을 핥았다. 손등부터 천천히, 굳은 손을 씻기듯이. 새끼손가락이 풀렸다. 약지가 풀렸다. 손바닥이 열렸다. 엄지 아래 두 줄의 흰 점. 조교의 손바닥이 내 정수리에 내려앉았다. 귀 뒤를 긁었다. 강아지 때 견사 바닥에서 긁어 주던 자리였다.
조교가 나를 보았다. 눈이 지나가지 않았다.
“군번.”
“응, 아빠. 군번이야. 이제 우리 개야.”
미옥이 침대 머리맡에서 말했다. 조교가 미옥을 보았다. 오래 보았다.
문 앞에 원장이 서 있었다. 원장은 들어오지 않았다.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 세 시 십 분이라고 혼잣말을 하고, 복도를 걸어갔다. 겉옷 주머니의 육포 봉지가 걸음마다 바스락거렸다.
“미옥이 왔냐.”
“왔어.”
조교의 손이 내 머리 위에서 멈췄다. 조교는 한참 말이 없었다. 창밖에서 논물이 바람에 쓸리는 소리가 났다. 조교가 입을 열었다.
“됐다.”
나는 귀를 세웠다. 됐다는 소리를 나는 안다. 부대에서 기다리던 개를 풀어 줄 때 하는 소리다. 지난가을 철창 앞에서 들은 명령이 아홉 달 만에 풀렸다.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갔다. 무거운 것이었다. 나는 처음으로 조교 앞에서 바닥에 배를 깔고 옆으로 누웠다. 기다리지 않는 개가 눕는 자세였다.
다섯 시가 되자 미옥이 시계를 보았다. 국밥집 저녁 장사였다. 미옥이 일어나 내 목줄을 쥐었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조교의 손이 아직 내 옆구리에 있었다.
조교가 손을 거두었다. 손바닥으로 내 엉덩이를 두 번 쳤다. 탁, 탁.
“가자.”
조교가 말했다. 조교의 눈은 미옥을 향해 있었다. 나는 일어나 미옥의 다리 곁에 붙었다.
*
밤, 조교의 집 마당에 짐차가 들어왔다. 미옥이 헛간 형광등 줄을 당겼다. 나는 비료 포대 앞에 앉았다. 미옥이 웃었다.
“또 담배야? 알아, 거기 있는 거.”
미옥이 담배 보루를 꺼냈다. 보루가 무거웠다. 비닐을 벗기자 담배 갑 사이에서 작은 쇠붙이가 떨어졌다. 열쇠였다. 손때가 묻어 반들반들한 열쇠. 조교의 손 냄새가 열쇠에 가장 짙게 남아 있었다. 미옥은 열쇠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웃었다. 웃다가 눈가를 손등으로 닦았다.
“아빠는 진짜.”
미옥이 감나무 아래 견사 앞으로 갔다. 열쇠를 자물쇠에 넣었다. 녹이 껴서 한 번에 돌아가지 않았다. 두 번 만에 돌아갔다. 자물쇠가 열렸다. 견사 문이 열렸다. 철컥. 소나무 냄새가 어둠 속으로 쏟아졌다.
나는 견사 앞에 가서 냄새를 맡았다. 조교의 땀과 송진. 견사 안에서는 여전히 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아침에 내가 모퉁이에 남긴 냄새만 바깥에 있었다.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몸을 돌려 집 쪽으로 걸었다. 미옥이 마루 끝에 앉아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나는 마루로 올라갔다. 미옥이 나를 보았다. 아빠가 개는 집 안에 들이는 거 아니랬다는 말을 미옥은 하지 않았다. 나는 미옥의 허벅지 옆에 배를 깔고 엎드렸다. 마루 나무가 낮 동안 머금은 볕으로 아직 따뜻했다.
미옥의 손이 내 머리 위에 내려왔다. 하루 열두 시간 국자를 쥔 손이었다. 손바닥 가운데가 굳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미옥의 손바닥을 핥았다. 한 번, 또 한 번. 굳은 손이 조금씩 펴졌다. 감나무 아래에서 견사 문이 바람에 흔들렸다. 문은 열린 채였다. 바다에서 갯벌 냄새가 올라와 마당을 지나 마루까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