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5,414자)

벼리셀

영끌 전날로 회귀했다 · 문채겸

7월 25일 화요일 아침⁠, 상칠은 회사 메신저를 열 시 일 분에 보냈다⁠. 「⁠형⁠」「⁠벼리셀⁠」「⁠오늘 +11%⁠」「⁠나 이번 달 월급보다 오늘 하루가 더 벌었어⁠」「⁠근데 손이 떨려서 화장실을 세 번 갔어⁠」 열 시 오 분에 한 줄이 더 왔다⁠. 「⁠형 언제 팔아⁠? 형은 알지⁠? 형 얼굴 보면 알 것 같아⁠」

형우는 오산의 작은 지점 창구에 앉아 있었다⁠. 대기 발령은 4월 말에 끝났다⁠. 끝나자마자 형우는 통폐합을 앞둔 오산의 지점으로 전보되었다⁠. 덕규는 6월에 직위에서 내려왔고⁠, 경찰에 참고인으로 두 번 불려 갔다⁠. 상칠이 전해 준 말로는⁠, 덕규가 마지막으로 지점장실을 비우던 날 퍼팅 매트를 둘둘 말아 겨드랑이에 끼고 나갔다고 했다⁠. 비 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형우는 상칠에게 답장을 썼다⁠. 「⁠내일 오전까지⁠」 그리고 지웠다⁠. 다시 썼다⁠. 「⁠내일 아침 열 시 전에 팔아⁠. 그 뒤로는 내려가⁠」 보냈다⁠. 상칠이 바로 답했다⁠. 「⁠형 무서워⁠」「⁠근데 믿어⁠」「⁠형 이번엔 안 틀려⁠?⁠」

처음 살았던 2023년 7월 26일 수요일 오전⁠, 상칠은 사무실에서 소리를 지르며 일어났다⁠. 열 배야⁠, 열 배⁠, 내가 이 년 전에 팔았던 거⁠. 수요일 오후부터 벼리셀은 내려갔고⁠, 다시는 수요일 아침의 높이로 돌아오지 않았다⁠. 형우는 7월 26일을 두 해 동안 손목 안쪽에 적어 둔 것처럼 기억했다⁠.

형우의 계좌는 작년 8월 이후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열 수 없었다⁠. 보안카드는 해린의 지갑 안에 있었고⁠, 해린은 넉 달째 오산 어머니 집에 있었다⁠. 시계 위의 숫자는 4월 이후 마이너스 오천팔백만 원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

점심시간에 경렬의 문자가 왔다⁠. 「⁠반 과장님⁠, 강변 산책로 3번 벤치⁠. 퇴근길에 잠깐⁠」 형우는 답하지 않았다⁠. 퇴근길에 3번 벤치로 갔다⁠.

동탄 강변의 산책로는 저녁 일곱 시인데도 볕이 남아 있었다⁠. 강 건너로 1차 단지 열여섯 동에 불이 하나둘 켜졌다⁠. 102동 15층에도 불이 들어와 있었다⁠. 경렬은 벤치에 앉아 강물을 보고 있었다⁠. 압수수색 뒤로 경렬은 불구속 상태로 수사를 받았다⁠. 하늘색 셔츠 대신 회색 반팔 티셔츠를 입었고⁠, 손목의 금색 시계가 없었다⁠.

“⁠과장님⁠, 앉으세요⁠.⁠” 경렬이 벤치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털었다⁠. “⁠홍삼 사탕은 다 떨어졌어요⁠. 회사 법인카드가 묶여서⁠.⁠”

형우는 앉지 않았다⁠. 벤치 옆 가로등에 기대었다⁠.

“⁠다음 주에 경찰 대질 조사가 있어요⁠. 실장이랑 저랑⁠, 과장님이랑 봉치윤 씨⁠.⁠” 경렬이 강을 보며 말했다⁠. “⁠실장은 자기가 혼자 한 거라고 할 거예요⁠. 대표는 몰랐다고⁠. 녹음에서 실장이 대표님이 받쳐 놓은 거라고 한 건 그냥 고객 앞에서 회사 이름 판 거라고⁠. 실장이 그렇게 말하면 저는 빠져요⁠. 남은 건 과장님 진술이에요⁠. 과장님이 대질에서 실장이 대표 이름을 판 것 같았다⁠, 그렇게만 말해 주시면 돼요⁠.⁠”

“⁠제가 왜요⁠?⁠”

“⁠1503호 때문에요⁠.⁠” 경렬이 형우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회사 이름으로 1503호를 되사 줄게요⁠. 봉치윤 씨네가 낸 가격 그대로⁠. 분양가에 웃돈 일억 이천까지⁠. 그 부부 살려 드리는 거예요⁠. 과장님이 두 해 동안 하고 싶었던 거잖아요⁠. 과장님은 돈 한 푼 안 들이고 그 부부 빚을 지워 주는 거고⁠.⁠”

형우는 강 건너 15층의 불빛을 보았다⁠. 경렬의 말이 무엇을 내미는지 정확히 알았다⁠. 두 해 동안 형우가 손목에서 지우고 싶었던 것은 결국 저 15층 위의 빨간 숫자였다⁠. 사억 칠천⁠.

“⁠회사 돈이 어디서 나옵니까⁠?⁠” 형우가 물었다⁠. “⁠법인카드가 묶였다면서요⁠.⁠”

경렬이 웃었다⁠. 오래 웃지 않았다⁠.

“⁠2차 계약금이요⁠. 지난 4월 개관 때 들어온 거⁠. 과장님 메일 나가기 전에 도장 찍은 분들이요⁠.⁠”

“⁠그럼 그 돈은 다음 사람 돈이잖아요⁠.⁠”

“⁠돈은 원래 다 다음 사람 돈이에요⁠, 과장님⁠.⁠” 경렬이 일어났다⁠. 바지를 털었다⁠. “⁠과장님이 1503호 판 일억 이천도 봉치윤 씨 장인 퇴직금이었잖아요⁠. 그 장인은 또 누구한테 받은 월급이었고⁠. 저는 그 줄을 보여 드리는 사람이고⁠, 과장님은 그 줄을 끊는 사람이죠⁠. 끊으면 다 같이 떨어진다고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다 같이 떨어지고 있어요⁠.⁠” 경렬이 강 건너 1차 단지를 턱으로 가리켰다⁠. “⁠과장님은 이겨도 아무것도 못 가져요⁠. 일자리도⁠, 사모님도⁠, 집도⁠. 제 제안 받으시면 적어도 그 부부는 가져요⁠.⁠”

형우는 가로등에서 등을 뗐다⁠. 경렬 앞으로 갔다⁠. 경렬이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청하는 손이었다⁠. 형우는 왼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른손도 내밀지 않았다⁠.

“⁠대표님⁠. 2008년 달력⁠, 아직 그 방에 있습니까⁠?⁠”

경렬의 손이 공중에 멈췄다가 내려갔다⁠. 강바람이 경렬의 회색 티셔츠 소매를 부풀렸다⁠. 경렬은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사탕 껍질을 접던 손가락들이 할 일 없이 서로를 문질렀다⁠.

“⁠대질 때 뵙겠습니다⁠. 아는 대로 말하겠습니다⁠.⁠”

형우는 산책로를 걸어 나왔다⁠. 뒤에서 경렬이 벤치에 다시 앉는 소리가 났다⁠. 형우는 돌아보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해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다섯 번 갔다⁠. 해린이 받지 않았다⁠. 형우는 서흔에게 문자를 보냈다⁠. 「⁠처형⁠, 해린이 지금 어디 있어요⁠?⁠」 답이 바로 왔다⁠. 「⁠우리 집⁠. 소송 서류 같이 보는 중⁠. 오지 마요⁠」 일 분 뒤에 한 줄이 더 왔다⁠. 「⁠오려면 빨리 와요⁠. 아홉 시에 애들 재워요⁠」

*

서흔네 현관문이 반쯤 열리고 해린이 문 안쪽에 서 있었다⁠. 체인을 걸지 않았는데도 문을 더 열지 않았다⁠. 해린 뒤로 거실에 서흔이 소송 서류 묶음을 들고 지나가며 형우에게 고개만 까딱했다⁠. 새결은 서흔네 아이들과 방에서 게임을 하는지 웃음소리만 들렸다⁠.

“⁠무슨 일이야⁠.⁠” 해린이 말했다⁠. 넉 달 만에 마주한 얼굴이었다⁠. 머리를 짧게 잘라 있었다⁠.

“⁠벼리셀⁠. 내일 오전이 꼭대기야⁠.⁠”

해린이 웃었다⁠. 웃음이 짧았다⁠. “⁠올 줄 알았어⁠. 팔자고 하러 왔지⁠? 당신이 그랬잖아⁠. 울면서 빌어도 주지 말라고⁠.⁠”

“⁠안 울었어⁠.⁠”

“⁠빌지도 않았고⁠.⁠” 해린이 문틀에 어깨를 기댔다⁠. “⁠당신 지금 계좌 얼마인지 알아⁠?⁠”

“⁠몰라⁠. 열 수가 없었어⁠.⁠”

“⁠이억 이천⁠.⁠” 해린이 말했다⁠. “⁠나 넉 달 동안 매일 밤 열어 봤어⁠. 당신 돈인데 내가 열어 봤어⁠. 반토막일 때도 열어 봤고⁠, 하솜 씨가 견본주택에서 기저귀 값 안 받았다고 말한 날도 열어 봤어⁠.⁠” 해린이 지갑을 꺼냈다⁠. 보안카드가 해린의 신용카드 사이에 끼어 있었다⁠. 해린은 보안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팔면 그 돈으로 뭐 할 건데⁠?⁠”

“⁠1503호⁠.⁠” 형우가 말했다⁠. “⁠치윤 씨네가 낸 가격 그대로⁠, 우리가 되사자⁠.⁠”

해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다 빠졌다⁠. “⁠미쳤어⁠? 지금 웃돈 다 빠졌어⁠. 분양가 밑으로 오천이야⁠. 그걸 일억 이천 얹어서 다시 사자고⁠? 우리 또 꼭대기에서 사는 거야⁠. 2021년 8월이랑 똑같이⁠. 당신이 그날 손으로 덮던 거⁠, 그걸 당신이 다시 사자고⁠?⁠”

“⁠2021년 8월에는 몰랐어⁠. 이번에는 알고 사⁠.⁠”

“⁠알고 사면 뭐가 다른데⁠?⁠”

“⁠다음 사람이 없어⁠.⁠” 형우가 말했다⁠. “⁠우리가 마지막 사람이야⁠. 우리가 판 거니까⁠, 우리가 받는 거야⁠.⁠”

현관 센서 등이 꺼졌다⁠. 해린이 발을 굴렀다⁠. 등이 다시 켜졌다⁠. 거실에서 서흔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둘이 현관에서 그만 싸우고 들어오든지 나가든지 해⁠. 센서 등 전기세 나가⁠. 그리고 형부⁠, 에코백 백 개 아직 유효해요⁠.⁠”

“⁠구 대표가 오늘 그러더라⁠. 회사가 1503호 되사 줄 테니까 진술 바꾸라고⁠.⁠” 형우가 말했다⁠. “⁠2차 계약금으로⁠. 내가 그 제안 받으면 치윤 씨네는 살아⁠. 2차 계약한 사람들 돈으로⁠. 나는 그거 못 해⁠. 그 대신 우리 돈으로 할 거야⁠.⁠”

“⁠우리 돈⁠.⁠” 해린이 형우의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 돈으로 학교 앞 구축 사려고 했어⁠. 내가⁠. 이억 이천이면 대출 조금 얹어서 학교 정문에서 오 분짜리 구축 살 수 있어⁠. 꼭대기 아니고 바닥에서⁠. 새결이 졸업까지 이사 안 다니고⁠. 당신이 두 해 동안 말한 거⁠, 그게 다 그거였잖아⁠. 바닥에서 사는 거⁠.⁠”

“⁠알아⁠.⁠”

“⁠1503호는 정문에서 칠 분이야⁠.⁠” 해린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이 분 더 멀어⁠.⁠”

방에서 새결이 웃었다⁠. 서흔의 아이가 무언가를 외쳤고⁠, 새결이 더 크게 웃었다⁠. 해린이 방문을 돌아보았다가 형우를 보았다⁠. 한참 형우를 보았다⁠.

“⁠치윤 씨네는 그 집 좋아해⁠. 애 낳고 들어갔잖아⁠. 팔기 싫어할 수도 있어⁠.⁠”

“⁠물어볼 거야⁠. 그 사람들이 정하는 거야⁠. 내가 2022년에 괜찮다고 한 대신⁠, 이번에는 숫자를 다 말해 주고⁠.⁠”

해린은 오래 말이 없었다⁠. 그러다 지갑에서 보안카드를 꺼냈다⁠. 형우에게 내밀지 않았다⁠.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증권 앱을 열었다⁠. 형우의 계좌였다⁠. 해린은 비밀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당신 손으로 누르면 또 반토막에서 팔 거잖아⁠. 이번엔 꼭대기라도⁠.⁠” 해린이 말했다⁠. “⁠내가 눌러⁠. 내일 아침 아홉 시에⁠. 장 열리자마자⁠.⁠”

“⁠내일 아침⁠.⁠”

“⁠응⁠. 오늘은 장 끝났어⁠. 당신이 꼭대기가 내일 오전이라며⁠.⁠” 해린이 휴대전화 화면을 형우에게 보여 주었다⁠. 매도 주문 창에 내일 아침 동시호가로 넣을 주문이 채워져 있었다⁠. 벼리셀⁠, 전량⁠, 시장가⁠. 해린의 엄지가 확인 버튼 위에 올라가 있었다⁠. “⁠지금 넣어 놓으면 아홉 시에 팔려⁠. 당신은 오늘 밤에 마음 안 바꿔도 돼⁠. 내가 지금 넣을 거니까⁠.⁠”

해린의 엄지가 버튼을 눌렀다⁠. 「⁠주문 접수 — 체결 대기⁠」

형우의 시계는 바뀌지 않았다⁠. 주문은 아직 체결되지 않았다⁠. 숫자는 돈이 실제로 건너가는 순간을 기다렸다⁠. 형우는 마이너스 오천팔백만 원을 보며⁠,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이 숫자를 몇 번이나 들여다볼지 짐작했다⁠.

“⁠그리고 하나 더⁠.⁠” 해린이 휴대전화를 내렸다⁠. “⁠1503호 되사는 거⁠. 하자⁠. 대신 계약서 도장은 내가 찍어⁠. 당신 손은 이번에도 옆에 둬⁠.⁠”

“⁠왜⁠?⁠”

“⁠2021년에 당신 손가락 떼어 낸 사람이 나니까⁠.⁠” 해린이 현관문을 조금 더 열었다⁠. 처음으로 문이 다 열렸다⁠. “⁠들어와⁠. 언니가 수박 잘랐어⁠. 새결이 아빠 온 거 알면 안 잘 거야⁠.⁠”

*

7월 26일 수요일 오전 아홉 시 일 분⁠. 형우는 오산 지점 창구에 앉아 있었다⁠. 고객 번호표 기계가 첫 번호를 뽑았다⁠. 왼손목이 뜨거워졌다⁠. 형우는 손목을 창구 아래로 내리고 보았다⁠.

「⁠+164⁠,000⁠,000⁠」

빨간색이 아니었다⁠. 플러스 일억 육천사백만 원⁠. 2027년 10월 16일의 반형우네 집은⁠, 해린이 누른 엄지 하나만큼 다시 살아 있었다⁠. 검은 숫자가 1503호를 되사는 날 얼마나 깎일지 형우는 알았다⁠. 형우는 손목을 내리고 첫 번호의 고객을 불렀다⁠.

휴대전화가 떨었다⁠. 해린의 문자가 먼저 와 있었다⁠. 「⁠팔렸어⁠. 당신 손 안 탔어⁠」 바로 아래 한 줄이 더 있었다⁠. 「⁠치윤 씨네 전화번호 보내 줘⁠. 내가 하솜 씨한테 먼저 걸게⁠. 엄마끼리 말하는 게 나아⁠」 형우는 번호를 보냈다⁠. 곧이어 상칠의 메신저가 쏟아졌다⁠. 「⁠형⁠!⁠!⁠!⁠!⁠!⁠!⁠!⁠」「⁠나 아홉 시에 팔았어⁠!⁠!⁠!⁠」「⁠지금 열 시 사 분인데 벌써 내려가⁠!⁠!⁠!⁠」「⁠형 진짜 미래에서 왔어⁠?⁠?⁠」 형우는 답장을 쓰지 않았다⁠. 창구 너머 고객이 통장을 내밀었다⁠. 형우는 통장을 받으며 웃었다⁠. 고객이 의아한 얼굴로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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