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5,214자)

장관님 오시는 날

마흔에 다시 입대했다, 분대장은 스무 살 · 백해원

월요일 아침, 지원중대 게시판에 공문 한 장이 붙었다. 국방부 장관이 10월 27일 목요일에 논산 훈련소를 찾아 재복무 시범중대를 둘러본다는 내용이었다. 그 아래 마성훈의 글씨로 한 줄이 붙어 있었다. 「장애물 시범 — 1분대. 군장 20킬로그램.」

장애물 코스는 연병장 뒤편 흙바닥에 있었다. 높이 2미터 나무 담, 허리 높이에 매단 외줄, 철조망 아래를 배로 기는 낮은 포복 구간. 스무 살 훈련병들이 오 분이면 지나가는 길이었다. 1분대 아저씨 일곱이 그 앞에 군장을 메고 섰다. 남궁철은 목발을 짚고 옆에 서 있었다.

“여러분, 그냥 넘으시면 됩니다.” 마성훈이 말했다. “장관님 앞에서 마흔 살이 2미터 담을 넘는 장면. 하나만 넘어도 기사 나와요.”

고봉구가 담을 올려다보았다. 테이프 감은 다초점 안경을 코끝으로 내렸다가 다시 올렸다.

“이게 2미터야? 아래로 보면 1미터 같고 위로 보면 3미터 같은데.”

“다초점이라 그래요.” 배영철이 말했다.

마성훈이 남궁철을 보았다. “남궁 이병은 결승선에 서 계세요. 목발 없이. 부상을 딛고 동료를 기다리는 그림.”

남궁철이 목발을 내려다보았다. “저 목발 없으면 서 있는 게 안 되는데요.”

“삼십 초면 돼요.”

이준이 서류철을 펴려다 그만두었다. 그는 리허설 일정표를 받아 들고 아무 말 없이 날짜를 보았다.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리허설. 목요일 본 행사.

*

리허설 첫날, 1분대는 담 앞에서 한 시간을 보냈다. 담을 넘은 사람은 탁기중 하나였다. 정육점에서 고기 상자를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오르던 팔힘으로 담 꼭대기를 잡고 버텼고, 다리를 걸치는 데 십 분이 걸렸다. 꼭대기에 걸터앉은 그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내려가는 건 어떻게 해?”

우형래는 담 앞에서 장관에게 할 인사말을 연습했다. “존경하는 장관님, 그리고 내빈 여러분.” 이준이 고개를 저었다. “내빈은 없어요.” “그럼 존경하는 장관님, 그리고 드론 여러분.” 아저씨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머리 위에서 드론이 윙윙거렸다.

화요일 오후, 만복의 휴대전화에 음성 메시지가 하나 왔다. 지원중대는 일과가 끝나면 휴대전화를 쓸 수 있었다. 예진이었다. 그날은 예진의 수시 면접 날이었다.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였다.

저녁 점호 뒤, 만복은 생활관에서 그 메시지를 틀었다. 혼자 들으려고 했는데 휴대전화 소리를 줄이는 법을 몰라서 생활관 전체에 예진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저씨들이 하던 일을 멈췄다.

“아빠. 나 지금 면접 끝나고 나왔어. 학교 앞 계단이야. 춥다.” 바람 소리가 섞여 있었다. “면접관이 셋이었는데, 마지막에 한 분이 부모님은 뭐 하시냐고 물어봤어. 그런 거 원래 물어보면 안 되는 건데, 그냥 분위기 풀려고 물어본 것 같았어.”

예진이 잠깐 숨을 골랐다.

“그래서 내가, 아빠는 군인이고 엄마는 치킨집 사장이라고 했어. 면접관이 아빠 계급이 뭐냐고 해서 이병이라고 했더니 셋 다 웃었어. 마흔 살 이병이라고 했더니 더 웃었어.”

생활관 어딘가에서 탁기중이 코로 웃음을 뿜었다.

“근데 나 하나도 안 창피했어. 아빠 연단에서 허리는 마흔이라고 한 거, 그 얘기도 했어. 면접관 한 분이 재복무 뉴스 봤다고, 아빠 같은 분들 덕분에 나라가 돌아간대. 아무튼 면접 잘 본 것 같아.” 예진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아빠도 내일 잘해. 장관 온다며. 허리 끈 꽉 매. 끊는다.”

메시지가 끝났다. 생활관이 조용했다.

맨 먼저 운 사람은 고봉구였다. 테이프 감은 안경을 벗고 손등으로 눈을 문질렀다. “아, 왜 이래. 남의 딸인데.” 그러고는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과의 대화방을 열었다. 마지막 메시지는 지난번 아들이 보낸 「아빠 그 말 그렇게 쓰는 거 아님」이었다. 고봉구는 한참 화면을 보다가 무언가를 쳤다. 이번에는 신조어 쪽지를 보지 않았다.

만복은 휴대전화를 가슴 주머니에 넣었다. 허리의 빨간 끈을 한 번 고쳐 맸다.

*

수요일 오후, 리허설 셋째 날. 마성훈은 이번엔 전원이 담을 넘어야 한다고 했다. 장관이 올 시각에 맞춰 같은 장면을 다섯 번째 찍고 있었다. 1분대는 지쳐 있었다. 군장 끈이 땀에 젖어 어깨에서 미끄러졌다.

고봉구가 담에 매달렸다. 탁기중이 위에서 그의 손목을 잡았고, 배영철이 아래서 그의 군화를 받쳤다. 고봉구의 몸이 담 꼭대기까지 올라왔다. 그때 군장이 한쪽으로 쏠렸다. 이십 킬로그램이 등 뒤에서 그를 끌어당겼다. 탁기중의 손에서 고봉구의 손목이 빠져나갔다.

고봉구는 등부터 떨어졌다. 군장이 바닥과 그의 몸 사이에 끼었다. 흙먼지가 일었다. 그가 왼손을 짚으며 신음했다. 손목이 이상한 각도로 꺾여 있었다.

이준이 달려갔다. 고봉구의 손목을 보더니 그 자리에서 일어나 호루라기를 불었다.

“리허설 중지합니다!”

연병장 가장자리에서 마성훈이 걸어왔다. “소 상병, 누가 중지하래?”

“고봉구 이병님 손목 부상입니다. 의무대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1분대 군장 시범은 오늘부로 못 합니다.”

“못 해?”

“예.” 이준이 마성훈 앞에 섰다. 서류철을 들지 않은 빈손이었다. “평균 나이 마흔하나에, 디스크 진단 둘, 혈압약 하나, 무릎 수술 대기 하나입니다. 이 분대가 20킬로그램 메고 2미터 담 넘는 건 훈련이 아니라 촬영입니다. 촬영 때문에 오늘 손목이 부러졌습니다.”

“말 조심해.”

“조심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마성훈의 얼굴에서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가 이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그때 연병장 입구에서 지프 한 대가 섰다. 대대장 하태수 중령이 장관 동선을 미리 보러 내려온 길이었다. 그가 흙먼지 속에 주저앉은 고봉구와, 마주 선 대위와 상병을 번갈아 보았다.

“무슨 일이야?”

마성훈이 먼저 경례를 했다. “리허설 중 경미한 부상이 있었습니다. 곧 재개합니다.”

이준이 경례를 했다. 경례한 손을 내린 뒤에도 그는 마성훈 옆으로 비켜서지 않았다.

“대대장님, 1분대 분대장 상병 소이준입니다.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마성훈이 이준을 보았다.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은 말했다. 입소 첫날 밤 행군부터, 해 뜨는 장면을 위해 건너뛴 휴식, 가스실 군가, 구급차를 막은 20킬로미터 지점, 그리고 오늘의 담. 날짜와 시각과 거리를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서류철이 없어도 그는 다 외우고 있었다. 목소리가 한 번도 떨리지 않았다. 아저씨들이 그 뒤에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대대장이 한참 담을 올려다보았다. 그러고는 마성훈에게 말했다.

“마 대위. 장관님 앞에서 아저씨들 다치는 장면이 나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그런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있었잖아.” 대대장이 이준을 보았다. “1분대 시범은 군장 없이 한다. 담은 넘지 말고 서로 받쳐서 협동으로 넘기는 걸 보여 줘. 남궁 이병은 목발 짚고 서 있고.” 그가 지프로 돌아가다가 덧붙였다. “다치는 장면보다 그게 낫다.”

지프가 떠났다. 연병장에 흙먼지가 가라앉았다. 마성훈은 이준을 오래 보았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마성훈의 등이 연병장 모퉁이를 돌아 사라지자, 이준이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았다. 다리에 힘이 빠진 얼굴이었다. 양손이 무릎 위에서 떨리고 있었다. 아까 대대장 앞에서는 한 번도 안 떨리던 손이었다.

탁기중이 수통을 내밀었다. 배영철이 사탕을 내밀었다. 의무대로 실려 가던 고봉구가 들것 위에서 고개를 들고 외쳤다.

“분대장님! 아까 그거, 폼 미쳤어!”

이준이 고개를 숙인 채 웃었다. 웃다가 수통의 물을 마시고 사레가 들렸다. 만복이 그의 등을 두 번 두드렸다.

“이번엔 맞게 썼죠?” 고봉구가 들것에 실려 멀어지며 물었다.

“맞게 쓰셨어요!” 이준이 외쳐 대답했다.

*

그날 밤 열 시, 만복은 행정반에 불려 갔다. 마성훈 혼자였다. 형광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

“소 상병은 징계위원회에 올립니다. 지휘 체계를 건너뛰었어요. 11월 18일이에요.” 마성훈이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선배님한테 제안이 하나 있어요. 선배님이 대대장님께 분대장 교체를 건의해 주세요. 1분대 분대원 대표로. 분대가 원하면 징계는 가볍게 끝나요. 다른 분대로 옮기기만 하면 돼요.”

만복은 서 있었다. 허리가 욱신거렸다.

“그리고 11월 외박, 다시 살려 드릴게요. 수능 전 주. 휴가 하루 붙여서.” 마성훈이 웃었다. 다시 웃는 얼굴이었다. “따님 시험장 데려다주셔야죠.”

만복은 형광등 아래 마성훈의 얼굴을 보았다. 서른넷이었다. 예진보다 열여섯 살 많고, 자기보다 여섯 살 어렸다. 그는 열다섯 해 동안 이런 얼굴로 할인을 요구하던 손님들을 떠올렸다. 별점 하나를 쥐고 웃던 얼굴들이었다.

“중대장님. 분대장은 스무 살입니다.”

“압니다.”

“스무 살이 오늘 대대장님 앞에서 우리 일곱 명 대신 말했습니다. 날짜 하나 안 틀리고요.” 만복이 말했다. “그 애를 우리 손으로 바꾸면, 그 애 나이에 그런 말 다시는 못 합니다. 예진이 시험장은 집사람이 데려다줍니다.”

마성훈의 웃음이 멈췄다. 그는 한참 만복을 보다가 의자를 돌려 모니터를 보았다.

“알겠습니다. 나가 보세요.”

*

목요일 오전, 장관이 왔다. 드론 일곱 대와 기자 열두 명과 함께였다. 1분대는 군장 없이 담 앞에 섰다. 탁기중이 먼저 담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았다. 배영철이 그의 어깨를 밟고 올라가 꼭대기를 잡았다. 만복이 아래에서 배영철의 군화를 받쳤다. 한 사람이 넘으면 그 사람이 위에서 다음 사람의 손을 잡았다. 느렸다. 오 분 걸릴 길에 이십 분이 걸렸다. 왼손에 붕대를 감은 고봉구는 마지막에 다섯 명이 동시에 잡아끌어 넘겼다. 그가 담 꼭대기에서 “럭키비키!” 하고 외치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결승선에서 남궁철이 목발을 짚고 서서 한 명씩 하이파이브를 했다. 우형래가 마지막으로 넘어와 장관 앞에서 차렷을 했다. “존경하는 장관님, 그리고 드론 여러분.” 장관이 웃었다. 기자들이 받아 적었다.

장관이 만복 앞에 섰다. “힘들지 않아요?”

“허리는 힘든데요, 분대장이 잘 봐 줍니다.”

장관이 이준을 돌아보았다. 이준이 경례를 했다. 귀가 빨갰다.

행사가 끝나고 장관 일행이 떠난 뒤, 마성훈이 1분대를 불러 세웠다. 그는 피곤해 보였지만 웃고 있었다. 손에 공문 한 장이 들려 있었다.

“오늘 장관님이 1분대 칭찬하셨어요. 협동 장면이 좋았다고요. 그 장면 구성은 제가 보고드렸어요.” 그가 공문을 들어 보였다. “저는 다음 달부터 2기 재복무 교육대 작전장교로 갑니다. 그리고 1분대는 2기 입소부터 조교로 뜁니다. 전원. 분대장도 징계위 전까지는 그대로.”

아저씨들이 서로를 보았다. 마성훈이 덧붙였다.

“2기 입소 날은 11월 16일. 다들 아시죠? 수능 전날이에요.”

9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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