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5,158자)

2기 입소

마흔에 다시 입대했다, 분대장은 스무 살 · 백해원

11월 15일 화요일 저녁 여섯 시, 지원중대 생활관의 휴대전화 일곱 대가 한꺼번에 같은 영상을 틀었다. 소리가 조금씩 어긋나서 같은 군악대 연주가 일곱 번 겹쳐 울렸다. 「다시, 대한민국」 1편이었다. 국방부 영상 채널에 올라온 지 한 시간 만에 조회 수가 삼십만을 넘었다.

화면 속에서 입소 날의 연병장이 열렸다. 드론이 아저씨들 머리 위를 돌았다. 마성훈이 연단에서 「여러분은 대한민국 최초의 재복무자입니다」 하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만복이 나왔다. 더플백을 멘 채 마성훈 앞에 서서, 아주 공손하게.

“네네, 고객님. 무슨 말씀이신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생활관이 뒤집어졌다. 탁기중이 침상을 손바닥으로 치며 웃었고, 배영철이 허리를 잡고 웃다가 허리가 아파 신음했다. 왼손에 깁스를 한 고봉구가 오른손으로 화면을 확대했다. 이 장면은 마성훈이 편집에서 빼겠다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편집팀이 첫 장면 다음에 넣었고, 그게 제일 많이 퍼졌다.

“형님, 댓글 봐요.” 남궁철이 목발을 침상에 기대 놓고 화면을 내밀었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지 사흘째였다. “‘우리 아빠도 저 말 함’, ‘자영업자 영혼의 대사’, ‘이병님 가게 어디예요’. 가게 어디냐는 댓글이 천 개예요.”

만복은 화면을 팔 길이만큼 떼어 들고 눈을 가늘게 떴다. 자기 얼굴이 생각보다 컸다. 머리가 생각보다 감자 같았다.

영상은 그다음에 삼거리 장면으로, 가스실 앞 나무 그늘로, 「거의 전원 완주」로, 연단의 「허리는 마흔입니다」로 이어졌다. 가스실 장면에서 만복이 드론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순간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찍지 말라고 한 장면이었다. 이준은 그 대목에서 고개를 돌렸다. 귀가 빨갰다.

일곱 시, 만복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윤정이었다. 뒤에서 알림음이 쉬지 않고 울렸다. 띵띵띵띵.

“여보, 이게 무슨 일이야?”

“영상 나왔어.”

“알아, 손님들이 그 얘기만 해. 가게 앞에 줄 섰어. 줄을. 치킨집에.” 윤정의 목소리 뒤로 누군가 “고객님 반반 하나요!” 하고 외쳤다. 다른 누군가가 웃었다. “다들 주문하면서 고객님, 고객님 해. 내가 고객님이냐고.”

“알바 불러.”

“불렀어. 둘. 예진이 학원 친구 엄마들.” 띵. “끊어. 백이십 마리째야.”

전화가 끊겼다. 만복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오래 웃었다. 웃다가 허리를 짚었다.

*

11월 16일 수요일 아침 일곱 시, 입소 연병장. 두 달 전 만복이 더플백을 메고 섰던 바로 그 자리였다. 오늘은 그 연병장에 천막 열두 동이 서 있었고, 접수대 일곱 개가 체육관 입구까지 한 줄로 이어져 있었다. 1분대가 짠 그 동선이었다. 연단 앞에는 「환영합니다, 2기 선배님들」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건 마성훈이 짰다.

만복은 조교 모자를 쓰고 마성훈 앞에 섰다. 마성훈의 어깨에는 아직 대위 계급장이 달려 있었다. 진급 결과는 지난주에 나왔고, 소령 계급장은 다음 달 1일에 단다고 했다.

“중대장님. 내일 오전 반나절 외출을 청합니다.”

“내일이요?”

“딸 수능입니다. 아침 여섯 시 반에 수원에서 출발합니다. 시험장 앞까지만 가고, 들어가는 것만 보고 오겠습니다. 오늘 밤 근무는 제가 다 서겠습니다. 정오 전에 복귀합니다.”

마성훈이 태블릿을 보았다. 입소 일정표가 화면에 떠 있었다.

“내일이 2기 입소 이튿날이에요. 피복 지급하고 신체검사하고 첫 촬영 있어요. 「1기가 2기를 가르치다」. 1분대가 주인공이고요.”

“고봉구 이병이 저 대신 서겠다고 했습니다. 깁스는 했지만 목소리는 됩니다.”

“고봉구 이병은 「럭키비키」로 유명해졌어요. 그분은 그분 장면이 따로 있고요.” 마성훈이 태블릿을 내렸다. “안 됩니다, 선배님. 지난번에 기회 드렸잖아요.”

뒤에서 이준이 한 걸음 나섰다. “중대장님, 장만복 이병님 장면은 제가 대신 찍겠습니다. 조교 시범은 원래 분대장이……”

“소 상병.” 마성훈이 이준을 보았다. “징계위원회가 모레야. 이틀 남은 분대장이 누구 장면을 대신 찍어?”

이준의 입이 다물렸다. 만복이 이준의 팔을 살짝 잡아 뒤로 당겼다.

“알겠습니다.” 만복이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그럼 오늘은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접수는 체육관에서 한 방향으로. 연병장 공연은 열 시에 십 분만. 그 십 분 동안 접수대는 안 멈춥니다. 분대를 둘로 나눕니다.”

“공연은 1분대 전원이에요.”

“전원 하면 천이백 명이 해 진 다음에 침구 받습니다. 그 장면이 영상에 나가면 중대장님 진급 축하 기사 옆에 나갑니다.” 만복이 마성훈을 보았다. “네네, 고객님. 그것도 그림은 됩니다.”

마성훈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연병장 너머 체육관 쪽을 보았다가, 시계를 보았다가, 다시 만복을 보았다.

“……십 분.” 그가 돌아섰다. “대신 그 십 분은 완벽하게.”

*

아홉 시부터 버스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저씨들이 쏟아져 내렸다. 배가 나온 사람, 머리가 벗어진 사람, 안내문을 팔 길이만큼 떼어 보는 사람. 두 달 전의 1분대와 똑같은 얼굴들이었다. 그 얼굴들이 체육관 입구에서 번호표를 받고, 치수별 창구로 갈라지고, 군복과 군화와 침구를 받아 반대편 문으로 나갔다. 세 걸음씩. 한 방향으로.

배영철이 창구 일곱 개 사이를 오가며 줄을 정리했다. “선생님, 백 사이즈 맞으세요? 아니면 백오? 배를 넣지 마시고 그대로 재 주세요.” 탁기중은 군화 창구에서 발 치수를 보자마자 맞는 상자를 꺼냈다. “이 발은 이백칠십오. 볼이 넓어.” 고봉구는 깁스한 손을 흔들며 생활관 안내를 맡았다. “허리 안 좋은 분 손! 서향 방으로 가세요. 따뜻해요. 밤에 화장실 두 번 가는 분은 저쪽!” 2기 아저씨들 사이에서 손이 무더기로 올라갔다.

우형래의 안내 방송이 체육관 스피커에서 울렸다. “2기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도 마흔입니다. 허리 숙일 일 있으면 옆 사람한테 부탁하세요. 펴는 건 각자 하셔야 됩니다.” 체육관 전체에서 웃음이 터졌다.

열 시 정각, 1분대 넷이 연병장으로 나가 군가를 불렀다. 십 분이었다. 남궁철이 목발을 짚고 플래카드 한쪽 끝을 들었다. 드론 일곱 대가 그 위를 돌았다. 그 십 분 동안 체육관 접수대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남은 셋과 이준이 일곱 창구를 다 돌렸다.

열한 시쯤, 접수대에 낯익은 얼굴이 섰다. 빡빡 깎은 머리에 결혼반지가 반짝였다. 우형래가 지난달 대전에서 사회를 봐 준 신랑이었다. 신랑이 우형래를 알아보고 입을 벌렸다.

“사회자님?”

“신랑님!” 우형래가 마이크를 든 채 외쳤다. “여러분, 지난달 제가 사회 본 신랑님이 오늘 입대하셨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2기 아저씨들이 반사적으로 박수를 쳤다. 신랑의 귀가 빨개졌다.

오후 두 시 십 분, 마지막 침구가 나갔다. 해는 아직 높았다. 도미숙 상사가 체육관 입구에 서서 시계를 보더니 만복의 어깨를 한 번 쳤다. 말은 하지 않았다.

이준이 접수대를 정리하다 만복 옆에 와 섰다. 그는 번호표 묶음을 손에 쥔 채 한참 체육관 바닥만 보았다.

“외출, 죄송해요. 제가 더 세게 말했어야 됐는데.”

“분대장님이 왜 죄송해요.”

“모레 징계위만 아니었으면……”

“모레 일은 모레 해요.” 만복이 목장갑을 벗었다. “오늘 천이백 명 두 시 십 분에 끝냈어요. 분대장님이 공문 두 장 안 썼으면 체육관도 못 썼어요. 그거면 됐어요.”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작게 말했다. “오늘 접수, 진짜 폼 미쳤어요.”

“그거 이제 나도 알아요. 좋은 거죠?”

“좋은 거예요.”

*

저녁 여덟 시, 만복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예진이었다. 그는 생활관 밖 복도 끝 창가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창밖으로 2기 생활관 불빛이 줄줄이 켜져 있었다.

“아빠.”

“어. 자야지. 내일 다섯 시 반에 일어나야 되잖아.”

“알아. 엄마가 아홉 시에 불 끈대.” 예진의 목소리 뒤로 가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윤정이 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은 모양이었다. “아빠, 영상 봤어. 아빠 진짜 감자더라.”

“감자 아니야.”

“찐 감자.” 예진이 웃었다. 그러고는 잠깐 말이 없었다. “……아빠, 내일 못 오지?”

“……응. 미안해.”

“알아. 엄마가 데려다줘. 도시락도 엄마가 쌌어. 근데 닭은 안 넣었어. 시험 날 기름진 거 먹으면 졸리대.” 예진이 숨을 한 번 쉬었다. “아빠, 나 아빠 입대할 때 안 울었잖아.”

“응.”

“내일 시험장 들어갈 때도 안 울 거야. 그러니까 아빠도 내일 아침 여섯 시 반에 울지 마. 그 시간에 엄마 차 출발해. 아빠 그 시간에 울 거 알아. 연단에서도 울 뻔했잖아.”

만복은 창틀을 잡았다. 차가웠다.

“안 울어.”

“진짜?”

“진짜. 아빠는 조교야. 조교는 안 울어.”

“거짓말.” 예진이 웃었다. “시험 끝나면 아빠 맛 닭다리 먹을래. 그러니까 외박 받아 와. 분대장님한테 잘 말해서.”

“분대장님이 외박 주는 거 아니야.”

“그럼 분대장님한테 잘 말해서 중대장님한테 잘 말해 달라고 해.” 예진이 하품을 했다. “나 잔다. 아빠, 충성.”

전화가 끊겼다. 만복은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 한참 서 있었다. 그러고는 허리에 손을 돌려 빨간 끈 매듭을 만졌다. 끈 사이에 접어 끼워 둔 종이가 손끝에 걸렸다. 「아빠, 자랑스러워요」가 적힌 종이였다. 그는 그 종이를 꺼내지 않았다.

*

밤 아홉 시, 늦게 출발한 마지막 버스가 정문에 섰다. 길이 막혀 일정보다 다섯 시간 늦었다는 버스였다. 이준이 손전등을 들고 정문 앞에서 입소자들을 맞았다. 아저씨들이 하나둘 내렸다. 피곤한 얼굴들이었다. 이준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체육관 쪽을 손전등으로 비춰 주었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접수는 체육관에서……”

마지막으로 내린 사람이 이준 앞에서 멈췄다. 마흔예닐곱쯤 된 남자였다. 더플백을 한쪽 어깨에 메고 있었고, 머리는 반쯤 하얬다. 손전등 불빛이 그의 얼굴에 닿았다. 키가 컸고, 말랐고, 찬 바람에 귀 끝이 빨갰다.

남자가 이준의 이름표를 보았다. 그러고는 이준의 얼굴을 보았다. 아주 오래.

“……준아.”

이준의 손에서 손전등이 기울었다. 불빛이 남자의 얼굴에서 미끄러져 그의 낡은 운동화에 닿았다. 이준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숨도 쉬지 않는 것 같았다.

등 뒤에서 군화 소리가 다가왔다. 마성훈이었다. 그는 정문 앞에 굳어 선 이준과, 더플백을 멘 남자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가늘어졌다.

“소 상병. 아는 분이야?”

멀리 생활관 복도 끝 창가에 다시 나와 있던 만복이 그 광경을 내려다보았다. 허리 보호대의 빨간 끈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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