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5,308자)

사흘 안에 천이백 명

마흔에 다시 입대했다, 분대장은 스무 살 · 백해원

지원중대 행정반은 원래 창고였다. 소이준은 첫날 아침 그 문을 열자마자 재채기를 세 번 했다. 먼지 냄새와 종이 냄새와 오래된 장판 냄새가 한꺼번에 코를 쳤다. 창문 하나에 형광등 둘, 철제 책상 넷, 그리고 벽을 따라 천장까지 쌓인 상자들이 있었다. 상자 옆면에 매직으로 「피복 — 2기」라고 적혀 있었다.

마성훈은 그 상자들 앞에 서서 이준과 아저씨 일곱을 돌아보았다. 남궁철은 목발을 짚고 문틀에 기대 있었다.

“2기 천이백 명이 11월 16일에 들어옵니다. 군복, 군화, 침구, 생활관, 식단. 사흘 안에 준비안 가져오세요. 목요일 아침 여덟 시.” 그가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아저씨 조교」 영상 두 편 찍습니다. 1기가 2기를 맞는 그림이요.”

그는 나갔다. 문이 닫히자 천장에서 먼지가 한 줄기 떨어졌다.

이준은 상자 더미를 올려다보았다. 상자가 몇 개인지 세다가 백에서 그만두었다. 자기 손이 서류철을 꽉 쥐고 있는 것을 알았다. 스무 살이 천이백 명을 맞는 준비를 사흘 안에 해 본 적은 없었다. 다른 스무 살도 아마 해 본 적이 없었다.

“자.” 만복이 목장갑을 끼며 말했다. “금요일 밤이다.”

“오늘 월요일인데요.”

“주문이 밀리면 그게 금요일 밤이에요.”

*

아저씨들은 이준이 생각한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이준은 상자를 먼저 열어 세려고 했는데, 배영철이 그를 말렸다.

“분대장님, 은행에서 손님 천 명 오는 날 어떻게 하는지 알아요?”

“……번호표요?”

“번호표 전에, 손님이 뭐 하러 오는지부터 나눠. 예금, 대출, 공과금. 창구를 따로 둬야 줄이 안 섞여.” 배영철이 화이트보드에 줄을 세 개 그었다. “군복은 치수가 일곱 가지죠? 그럼 창구 일곱 개. 입소자한테 미리 치수를 받아서 번호표에 치수를 박아 둬. 그럼 들어오자마자 자기 창구로 가.”

이준이 받아 적었다. 받아 적는 손이 빨라졌다.

만복은 연병장 지도를 펴 놓고 볼펜으로 선을 그었다. “접수, 피복, 군화, 침구. 이 넷이 지금 지도에서 다 떨어져 있어요. 접수하고 피복 받으러 이백 미터 걷고, 군화 받으러 다시 삼백 미터 돌아와. 천이백 명이 그렇게 걸으면 길에서 하루가 다 가요.” 그가 네 개의 동그라미를 한데 모아 그렸다. “가게에서 주문 받고 튀기고 포장하는 데 세 걸음이에요. 여기도 세 걸음으로 붙여요. 체육관 하나에 다 넣고, 입구에서 출구까지 한 방향으로.”

“한 방향이요?”

“배달 기사들이 들어오는 문이랑 나가는 문이 같으면 부딪쳐요. 그래서 우리 가게는 뒷문으로 나가요.”

고봉구는 생활관 배치도를 보고 있었다. 테이프 감은 안경을 코끝에 걸고, 볼펜 끝으로 방 하나하나를 짚었다.

“이 생활관, 해가 오후에 들어와. 서향이야. 여름엔 찜통인데 지금은 십일월이니까 오히려 좋아. 허리 나쁜 사람은 여기 넣어. 따뜻해야 허리가 풀려.” 그가 다른 방을 짚었다. “여기는 화장실이 가까워. 마흔다섯 넘은 사람들 넣어. 밤에 두 번씩 깨거든.”

“그건 왜 아세요?”

“내가 두 번씩 깨.”

탁기중은 식단표를 보며 고기 무게를 계산했고, 우형래는 입소 날 안내 방송 원고를 썼다. 「2기 하객 여러분, 아니 입소자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도 마흔입니다.」 남궁철은 목발을 짚은 채 생활관마다 침상 사이 간격을 재고 다녔다. 허리 나쁜 사람이 침상에서 내려올 때 손 짚을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준은 행정반 한가운데 서서 그 모습을 보았다. 아저씨들이 하는 말 가운데 절반은 군대 말이 아니었다. 창구, 동선, 남향, 회전율. 그런데 그 말들이 화이트보드 위에서 하나씩 맞춰지고 있었다.

“분대장님.” 배영철이 말했다. “이거 규정에 걸리는 거 있으면 말해 줘요. 우리는 규정 몰라.”

이준이 서류철을 폈다. 처음으로 그 서류철이 아저씨들을 막는 데가 아니라 돕는 데 쓰였다. 그는 피복 지급 규정과 생활관 배정 지침을 하나씩 짚었다. 체육관을 피복 지급소로 쓰려면 대대 승인이 필요했고, 입소자 치수를 미리 받으려면 병무 쪽 협조 공문이 필요했다. 이준이 그 공문 두 장을 그날 밤 열한 시까지 썼다.

*

화요일 저녁, 이준 앞으로 소포가 왔다. 경북 영천에서 온 상자였다. 테이프를 뜯자 붉은 고추장 냄새가 행정반에 확 퍼졌다. 플라스틱 통 두 개에 고추장이 꾹꾹 눌려 담겨 있었고, 통 뚜껑에 비닐을 덧대 고무줄로 칭칭 감아 놓았다.

“할머니가 보내셨어요.” 이준이 말했다. “제가 전화로 밥이 맛없다고 했더니.”

만복이 통 하나를 열어 손가락 끝으로 조금 찍어 맛을 보았다. 그가 한참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분대장님. 이거 엿기름 넣고 담그신 거죠? 할머니가 직접.”

“……어떻게 아세요?”

“단맛이 설탕 단맛이 아니에요.” 만복이 목장갑을 벗었다. “오늘 저녁 지원중대 취사, 우리가 맡았죠? 이걸로 닭강정 해요.”

“그건 할머니가 저 먹으라고……”

“분대장님 먹으라고 하는 거예요. 분대장님이 혼자 먹으면 두 통으로 반년 가요. 여기서 다 같이 먹으면 할머니 고추장이 오늘 서른 명 배를 채워요. 그게 할머니가 바라는 거예요.”

이준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날 저녁 지원중대 식당에서 고추장 닭강정 냄새가 났다. 만복이 튀기고, 탁기중이 자르고, 이준이 소스를 저었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에게 저으라고 하지 않았다. 그가 먼저 주걱을 잡았다.

식사가 끝날 무렵 이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지원중대는 일과 뒤 휴대전화를 쓸 수 있었다. 할머니였다.

“준아, 고추장 받았나?”

“예, 할머니. 오늘 그걸로 닭강정 해서 다 같이 먹었어요.”

“다 같이?” 할머니의 목소리가 잠깐 멎었다. “누가 했는데?”

“분대원 아저씨가요. 치킨집 하시던 분이요.”

“그 아저씨 거기 있나? 좀 바꿔 봐라.”

이준이 머뭇거리다 휴대전화를 만복에게 내밀었다. 만복이 앞치마에 손을 닦고 전화를 받았다. 팔을 쭉 뻗어 화면을 보다가 귀에 댔다.

“예, 할머님. 장만복입니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휴대전화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이준은 바로 옆에 서 있어서 다 들었다.

“우리 준이가 전화하면 아저씨 얘기를 해요. 우리 준이가 전화로 남 얘기 하는 애가 아니라예. 지 애비 나가고 나서는 어른 얘기를 한 번도 안 했어요. 근데 요새는 아저씨들 얘기만 해요. 허리가 어떻고 안경이 어떻고.”

만복이 이준을 돌아보았다. 이준은 식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준이 밥 먹는 거 좀 봐 주이소. 야가 바쁘면 밥을 걸러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예, 할머님. 제가 보겠습니다.” 만복이 말했다. “고추장 잘 먹었습니다. 엿기름 넣으셨죠? 단맛이 좋습니다.”

“아이고, 그걸 아네.” 할머니가 웃었다. “그 아저씨 장사 잘했겠네.”

전화를 돌려받은 이준은 인사를 하고 끊었다. 그는 휴대전화를 한참 손에 쥐고 있다가 주머니에 넣었다. 만복이 아무 말 없이 이준의 식판에 닭강정 세 조각을 더 얹었다. 이준은 그걸 다 먹었다.

*

수요일 오후에는 「아저씨 조교」 영상 첫 편을 찍었다. 1기 아저씨가 조교 모자를 쓰고 2기 역할의 다른 분대 아저씨들 앞에서 구령을 붙이는 장면이었다. 조교는 훈련병을 직접 가르치고 다그치는 병사였고, 원래는 다 스무 살이었다.

첫 번째는 고봉구였다. 그는 조교 모자를 쓰고 대열 앞에 서서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차렷!”

목소리가 반쯤 나오다 말았다. 고봉구가 뒷목을 잡았다. “잠깐만, 혈압. 소리 지르면 혈압 올라.”

두 번째는 우형래였다. 그는 숨을 내쉬며 말했다. 십이 년 결혼식장에서 갈고닦은 목소리였다.

“자, 2기 여러분, 차렷 부탁드릴게요. 네, 좋습니다. 아주 아름다운 차렷입니다. 박수 한 번 주실까요?”

대열에서 박수가 나왔다. 촬영 감독이 카메라에서 눈을 떼고 웃었다. 마성훈은 웃지 않았다.

“다시. 조교는 박수 받는 사람이 아니에요.”

이준이 아저씨들 앞에서 시범을 보였다. 짧게, 끊어서, 배에서 소리를 냈다. “차렷. 열중쉬어. 차렷.” 아저씨들이 그 소리를 듣고 조용해졌다. 이준은 그 조용함이 낯설었다. 아저씨들이 자기를 따라 하려고 입 모양을 보고 있었다. 우형래가 세 번째 시도에서 겨우 박수 없는 차렷을 해냈고, 고봉구는 혈압약을 먹고 와서 네 번째에 성공했다.

*

목요일 아침 여덟 시, 행정반. 이준은 화이트보드를 사진으로 찍어 정리한 준비안 열네 쪽을 마성훈의 책상에 올렸다. 체육관 한 곳에 접수부터 침구까지 한 방향 동선, 치수별 창구 일곱 개, 허리와 나이를 고려한 생활관 배정, 입소 당일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 천이백 명 처리. 아저씨 일곱이 그 뒤에 서 있었다.

마성훈은 준비안을 넘겼다. 빠르게. 한 쪽에 이 초씩. 열네 쪽을 다 넘기는 데 삼십 초가 안 걸렸다.

“잘 만들었네요.” 그가 준비안을 덮었다. “근데 그림이 없어요.”

“예?”

“입소 날 체육관 안에서 줄 서서 옷 받는 장면, 그거 누가 봐요? 그림은 연병장에서 나와요.” 마성훈이 의자에 기대 앉았다. “입소 날 오전 열 시, 2기 천이백 명이 연병장에 모이면, 1기 1분대가 앞에 나와서 군가 부르고, 플래카드 펼치고, 선배가 후배 안아 주는 장면. 그게 엔딩이에요. 체육관은 그 다음에 하세요.”

“그러면 접수가 열 시부터 한 시간 멈춥니다.” 배영철이 말했다. “천이백 명이 연병장에 한 시간 서 있으면, 오후 두 시가 아니라 다섯 시에 끝나요.”

“다섯 시에 끝나면 되죠.”

“십일월 중순 오후 다섯 시면 해가 집니다. 천이백 명이 해 진 다음에 침구 받아요.”

“그건 행정보급관이 조명 깔아 주실 거예요.”

이준이 한 걸음 나섰다. 서류철을 펴지 않았다. 그냥 말했다.

“중대장님. 이건 저희 분대가 사흘 동안 밤 열한 시까지 만든 거예요. 연병장 장면 넣으려면 동선을 다 다시 짜야 됩니다.”

“그럼 다시 짜.” 마성훈이 웃었다. “다음 주에 하면 되잖아.”

“다음 주 목요일에 제 정기 휴가가 있습니다. 할머니 팔순이라서요.”

마성훈이 책상 위 달력을 보았다. 10월 11일에 쳐져 있던 빨간 동그라미 옆에 무언가가 새로 적혀 있었다. 「결과 11월 초」.

“소 상병 휴가는 2기 입소 끝나고 쓰자. 지금 분대장 빠지면 그림이 안 나와.” 그가 준비안을 이준 쪽으로 밀었다. “할머님께는 내가 전화 한 통 드릴게. 나라 일이라고.”

이준의 손이 준비안 위에서 멈췄다. 행정반에 형광등 소리만 났다. 아저씨들이 이준의 등을 보고 있었다. 만복이 입을 열려고 했다. 이준이 먼저 말했다.

“……전화는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하나 더.” 마성훈이 만복을 보았다. “1분대 첫 외박이 내일 금요일이죠? 촬영팀 따라갑니다. 「다시, 대한민국」 가족 편. 장만복 이병님 가게에서.”

만복이 고개를 들었다. “가게는 금요일 밤이 제일 바쁩니다.”

“그래서 가는 거예요. 바쁜 가게, 돌아온 아빠. 그림 나오잖아요.”

7화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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