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5,417자)

청문회

은퇴한 프로게이머 드론 조종사 · 여오령

표창식 단상에서 나는 한 줄만 말했다⁠.

훈장이 가슴에 달리고⁠, 사회자가 소감을 청하고⁠, 마이크가 내 입 높이로 내려왔다⁠. 앞줄에 별 단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맨 끝에 명곤이 앉아 있었다⁠. 뒷줄에 편대원 스무 명이 앉아 있었다⁠. 금발과 감자칩이 맨 뒷줄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다⁠. 조끼 안주머니 은색 막대가 갈비뼈에 닿았다⁠. 샛별은 오지 않았다⁠.

“⁠제가 눌렀습니다⁠.⁠”

사회자가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는 마이크에서 물러났다⁠. 사회자가 이 초쯤 웃는 얼굴로 굳어 있다가⁠, 힘찬 소감 감사합니다⁠, 하고 다음 순서로 넘어갔다⁠. 박수가 조금 늦게 터졌다⁠.

저녁 아홉 시 뉴스에는 나가지 않았다⁠. 뉴스는 표창식 장면을 내보냈다⁠. 「⁠제가 눌렀습니다⁠」 한 줄이 화면 아래 자막으로 지나갔다⁠. 사람들은 겸손한 영웅이라고 했다⁠. 이튿날부터 다르게 말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왜 「⁠우리가⁠」가 아니라 「⁠제가⁠」인가⁠. 다른 기체는 무엇을 했나⁠. 혜운의 보직 해임 기사가 작게 붙었다⁠. 사흘 뒤⁠, 국회 국방위원회가 명곤과 나를 증인으로 불렀다⁠.

*

국회 회의장은 생각보다 좁았다⁠. 의원들이 말발굽 모양으로 둘러앉고⁠, 가운데 낮은 자리에 증인석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내 자리와 명곤 자리 사이는 한 뼘이었다⁠. 책상마다 마이크가 하나씩 꽂혀 있었다⁠. 마이크 옆에 이름표가 있었다⁠. 「⁠증인 봉탁진⁠」 이름표가 방송용 이름표보다 작았다⁠.

명곤은 군복이었다⁠. 나는 어머니가 다려 준 셔츠 위에 카키 조끼를 입었다⁠. 들어오기 전 복도에서 명곤이 조끼를 보았다⁠.

“⁠조끼는 왜 입으셨습니까⁠?⁠”

“⁠제가 받은 거니까요⁠. 받은 걸 입고 말하려고요⁠.⁠”

명곤은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고 나서 자기 군복 가슴의 이름표를 한 번 반듯하게 폈다⁠.

증인 대기실에는 커피 자판기가 하나 있었다⁠. 명곤이 지폐를 넣고 단추를 눌렀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명곤이 다시 눌렀다⁠. 세 번⁠, 네 번 눌렀다⁠. 자판기는 지폐만 먹고 조용했다⁠. 명곤이 다섯 번째로 손을 들었을 때⁠, 내가 자판기 옆구리를 손바닥으로 한 번 쳤다⁠. 종이컵이 툭 떨어지고 커피가 쏟아졌다⁠.

명곤이 종이컵을 내려다보았다⁠. 나를 보았다⁠.

“⁠오래 보고 한 번에⁠, 입니까⁠?⁠”

“⁠PC방 자판기가 이래요⁠. 어머니한테 배웠어요⁠.⁠”

명곤이 커피를 들고 창가로 갔다⁠. 한 모금 마시고 창밖 주차장을 보았다⁠. 방송국 차가 넷이었다⁠.

“⁠오늘 말하십시오⁠.⁠”

나는 명곤을 보았다⁠.

“⁠말하지 말라는 말씀은 사령관실에서 이미 드렸습니다⁠. 봉탁진 씨는 들으셨고⁠, 그래도 오셨습니다⁠. 그럼 말하십시오⁠. 저는 막지 않겠습니다⁠. 대신 제 영상을 틀겠습니다⁠.⁠” 명곤이 종이컵을 내려놓았다⁠. “⁠봉탁진 씨는 봉탁진 씨 손을 보여 주시고⁠, 저는 초소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방이 어느 손을 들어 줄지는 저도 모릅니다⁠.⁠”

“⁠아시잖아요⁠.⁠”

“⁠압니다⁠.⁠” 명곤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그래도 결승은 끝까지 두는 겁니다⁠. 봉탁진 씨가 가르쳐 준 겁니다⁠.⁠”

위원장이 개회를 알렸다⁠. 맨 앞 의원이 첫 질문을 했다⁠.

“⁠봉탁진 증인⁠. 표창식에서 제가 눌렀다고 하셨는데⁠, 그날 작전에서 증인 외에 누가 눌렀습니까⁠?⁠”

마이크 앞에 손을 모았다⁠. 오른손목의 검은 보호대가 책상 모서리에 닿았다⁠. 찍찍이를 한 번 뜯었다 붙였다⁠. 마이크가 찍찍이 소리를 회의장 전체에 퍼뜨렸다⁠. 의원 몇이 고개를 들었다⁠.

“⁠기계가 눌렀습니다⁠.⁠”

회의장이 조용해졌다⁠.

“⁠원격전투단 드론에는 보조 사격이 켜져 있습니다⁠. 조종사가 오래 본 표적을 기체가 스스로 쏩니다⁠. 쏜 기록에는 조종사 이름이 안 남습니다⁠. 저 말고 다른 기체들은 대부분 그날 보조가 쐈습니다⁠. 그리고 보조가 배운 손이 제 손입니다⁠. 열 해 전에 제가 판 손 기록입니다⁠. 기체 대 기체라고 방송에서 말했는데⁠, 거짓말이었습니다⁠.⁠”

말이 생각보다 막히지 않았다⁠. 닷새 동안 질문지 뒷면에 썼다 지운 문장이었다⁠. 의원 하나가 받아 적다가 볼펜을 멈추었다⁠. 다른 의원이 마이크를 당겼다⁠.

“⁠증거가 있습니까⁠?⁠”

“⁠있습니다⁠.⁠” 나는 조끼 안주머니에서 은색 막대를 꺼냈다⁠. 미리 준비한 누런 봉투에 넣어 위원장석으로 보냈다⁠. 직원이 받아 갔다⁠. 봉투가 위원장 책상 위에 놓였다⁠.

위원장은 봉투를 열지 않았다⁠. 옆자리 직원과 낮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가 길었다⁠. 이윽고 위원장이 마이크를 당겼다⁠.

“⁠증인이 제출한 자료는 국방부가 기밀로 분류한 기록이라는 의견이 와 있습니다⁠. 공개회의에서는 다룰 수 없습니다⁠. 비공개회의로 넘기겠습니다⁠.⁠”

“⁠비공개회의는 언제예요⁠?⁠”

“⁠날짜는 간사들이 협의하겠습니다⁠.⁠”

봉투는 위원장 책상 서랍으로 들어갔다⁠. 서랍이 닫혔다⁠. 은색 막대가 들어 있던 안주머니가 가벼웠다⁠. 가벼워서 불편했다⁠.

*

명곤 차례였다⁠. 명곤은 의원 질문에 다나까로 짧게 대답했다⁠. 보조 사격이 있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했다⁠. 이름이 남지 않느냐는 물음에 운용 방식은 기밀이라고 했다⁠. 거짓말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것이 많았다⁠.

“⁠사령관⁠,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 있습니까⁠?⁠”

“⁠영상 하나만 틀게 해 주십시오⁠. 기밀이 아닙니다⁠. 초소 병사들이 직접 찍었습니다⁠.⁠”

회의장 앞 화면에 영상이 떴다⁠. 강화 북쪽 끝 해안 초소였다⁠. 철책 너머로 회색 강이 보였다⁠. 병사 열다섯이 초소 앞에 줄지어 있었다⁠. 지솔이 맨 앞이었다⁠. 깁스는 풀렸고⁠, 손목에 얇은 붕대만 남아 있었다⁠. 열다섯이 한꺼번에 경례를 하고⁠, 한꺼번에 소리쳤다⁠.

“⁠원격전투단 조종사님들⁠, 감사합니다⁠! 저희 다 살아 있습니다⁠!⁠”

맨 끝 병사 하나가 경례를 하다가 철모가 미끄러져 내려와 눈을 가렸다⁠. 옆 병사가 팔꿈치로 쳤다⁠. 회의장에서 웃음이 났다⁠. 의원들도 웃었다⁠. 영상 마지막에 지솔이 카메라 앞으로 다가와서 작게 말했다⁠.

“⁠누나⁠, 밥 먹어⁠.⁠”

영상이 끝났다⁠. 위원장석 뒤 직원 하나가 눈가를 손등으로 훔쳤다⁠. 명곤이 마이크를 당겼다⁠.

“⁠재작년 겨울⁠, 저 초소에서 스물한 살 병사 둘이 죽었습니다⁠. 원격전투단이 생긴 뒤로 한 명도 죽지 않았습니다⁠. 이상입니다⁠.⁠”

나는 책상 밑에서 오른손을 펴 보았다⁠. 손바닥에 땀이 차 있었다⁠. 화면 속 열다섯 명 가운데 내가 지킨 사람이 몇인지 세어 보려다 그만두었다⁠. 열다섯이 다 살아 있었다⁠. 지솔이 살아 있었다⁠. 갈대밭의 흙더미 둘도⁠, 누런 개도⁠, 빨간 천 조각도 영상에는 나오지 않았다⁠. 나오지 않은 것들을 말할 증거는 위원장 서랍 안에 있었다⁠. 오른손을 다시 주먹 쥐었다⁠. 손목 보호대 안에서 오래된 흉터가 당겼다⁠. 열 해 전 수술 자리였다⁠. 수술비를 대려고 판 손이 지금 강 건너를 누르고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씩 질문을 바꾸었다⁠. 예산을 늘려야 하느냐고 물었다⁠. 조종사를 더 뽑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내 마이크의 작은 빨간 불은 꺼져 있었다⁠. 한 의원이 마지막에 나를 불렀다⁠.

“⁠봉 증인은 게임 방송을 하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관심을 끌려고 하신 말씀은 아니죠⁠?⁠”

“⁠아닙니다⁠.⁠”

“⁠그럼 됐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철벽 증인⁠.⁠”

몇 사람이 웃었다⁠. 이번 웃음은 철모 웃음과 달랐다⁠.

회의장 밖 복도에서 기자들이 마이크를 내밀었다⁠. 마이크가 열 개쯤 되었다⁠. 질문이 한꺼번에 날아왔다⁠. 증거가 정말 있습니까⁠? 사령관과 사이가 나쁩니까⁠? 보조 사격이 뭡니까⁠? 뒤쪽에서 누군가 크게 외쳤다⁠.

“⁠철벽이 인정하는 한 방⁠, 한 번만 해 주세요⁠!⁠”

몇 사람이 웃었다⁠. 휴대전화 카메라 여러 대가 내 입을 겨누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단으로 걸어갔다⁠. 계단 아래에서 명곤이 다른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명곤은 한 질문에 한 문장씩 대답하고 있었다⁠. 기자들이 받아 적는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말했다⁠.

*

국회를 나와 지하철을 탔다⁠. 휴대전화를 켜자 알림이 쏟아졌다⁠. 와글TV 채널 구독자 숫자가 줄고 있었다⁠. 사십오만에서 사십이만⁠, 지하철이 한강을 건너는 동안 삼십구만이 되었다⁠. 댓글이 이어졌다⁠.

「⁠관종 맞네⁠」

「⁠영웅이 왜 자폭함⁠?⁠」

「⁠초소 영상 보고 울었는데 철벽은 뭐 하는 거냐⁠」

「⁠증거 있다며 ㅋㅋ 서랍 속 증거⁠」

「⁠기밀이라 못 깐다는 게 증거 아님⁠?⁠」

마지막 댓글 하나는 금방 밑으로 밀려 내려갔다⁠. 메시지가 두 개 와 있었다⁠. 하나는 금발이었다⁠.

「⁠형 저 구독 유지중⁠」

하나는 감자칩이었다⁠.

「⁠형 저는 믿어요 근데 저는 원래 구독을 안 했었어요 지금 했어요 그러니까 한 명 늘었어요⁠」

지하철 안에서 혼자 웃었다⁠. 맞은편 아저씨가 나를 보았다⁠. 국회방송에 나온 얼굴인지 보는 눈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휴대전화가 울렸다⁠. 어머니였다⁠.

“⁠국회방송 봤다⁠.⁠”

“⁠PC방 손님들도 봤어요⁠?⁠”

“⁠손님들이 다른 거 틀어 달라 카더라⁠. 안 틀어 줬다⁠. 끝까지 봤다⁠.⁠” 어머니는 무언가를 따라 붓는 소리를 냈다⁠. 보리차였다⁠. “⁠니 셔츠 깃이 한쪽 들렸더라⁠.⁠”

“⁠그거 말하려고 전화하셨어요⁠?⁠”

“⁠그것도 있다⁠.⁠”

“⁠다른 건요⁠?⁠”

어머니는 잠깐 말이 없었다⁠. 보리차 마시는 소리가 났다⁠.

“⁠니 말 똑바로 하더라⁠. 니 아부지 닮았다⁠.⁠”

전화가 끊겼다⁠. 셔츠 깃을 만져 보았다⁠. 한쪽이 정말 들려 있었다⁠.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내 셔츠 깃을 내려 눌렀다⁠. 깃은 다시 들렸다⁠.

*

일산 집 앞 골목에 샛별이 쪼그려 앉아 있었다⁠. 카키 조끼를 입고 있었다⁠. 무릎 위에 작은 메모리 카드 하나를 손가락으로 돌리고 있었다⁠. 내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지 않았다⁠. 나도 맞은편 담벼락에 등을 대고 쪼그려 앉았다⁠. 무릎이 소리를 냈다⁠. 샛별이 웃었다⁠.

“⁠스승님 무릎 국회방송에 나왔으면 이겼을 텐데⁠.⁠”

“⁠국회 바닥이 카펫이라 소리가 안 났어⁠.⁠”

샛별이 메모리 카드를 내 앞으로 내밀었다⁠. 손바닥 위에 놓인 카드가 가로등 불빛에 작게 반짝였다⁠.

“⁠제 리플레이예요⁠. 제 기체 거⁠, 들어온 날부터 전부요⁠. 이름 없는 일곱 줄도 다 들어 있어요⁠. 화면 녹화라서 기밀 기록이 아니에요⁠. 제 방송 다시 보기에서 뽑은 거예요⁠.⁠”

“⁠네 이름이 붙어⁠.⁠”

“⁠붙으라고 드리는 거예요⁠.⁠” 샛별이 카드를 내 손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카드는 가벼웠다⁠. 은색 막대보다 가벼웠다⁠. “⁠청문회 봤어요⁠. 스승님 혼자 말하니까⁠, 다들 관종이래요⁠. 둘이 말하면 관종이 둘이고요⁠. 둘이면 조금 덜 관종이죠⁠.⁠”

“⁠지솔은⁠?⁠”

“⁠지솔이가 그랬어요⁠. 누나 밥 먹으라고 한 거 국회방송에 나갔다고⁠. 밥 먹었냐고요⁠.⁠” 샛별이 무릎을 끌어안았다⁠. “⁠먹었다고 했어요⁠. 그리고 말했어요⁠. 누나가 한 거 다 말할 거라고⁠. 지솔이가 알았대요⁠. 그러고 나서 한참 있다가⁠, 누나 그럼 내일부터 보조 꺼⁠, 그랬어요⁠.⁠”

“⁠끌 거야⁠?⁠”

“⁠내일부터 제가 누를게요⁠. 보조 끄고⁠, 제 손으로요⁠.⁠” 샛별이 나를 똑바로 보았다⁠. 일곱 해 동안 말대꾸를 할 때 짓던 얼굴이었다⁠. “⁠제가 누른 건 제가 짊어질게요⁠. 기계가 누른 건 누가 짊어져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바닥 위의 카드를 쥐었다⁠. 카드 모서리가 손바닥을 눌렀다⁠. 샛별이 일어나서 조끼 앞섶을 털었다⁠.

“⁠스승님 손은 느리잖아요⁠. 그러니까 제 손도 같이 가요⁠.⁠”

샛별이 골목 끝으로 걸어갔다⁠. 가로등 세 개를 지나가는 동안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 내 방 창문에 불이 켜져 있었다⁠. 어머니가 켜 둔 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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